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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01 20:38

[인터뷰] T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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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TFO


신선한 팀, 실험적인 팀, 익숙하지 않은 팀. TFO의 새 앨범 [ㅂㅂ]의 반응은 대다수가 이랬다. 실제로 [ㅂㅂ] 속 음악은 압도적인 저음역과 무언가를 또박또박 전달하는 목소리, 가득한 은유 등, 편안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렇다면 TFO의 빨간 방에 직접 들어가보면 어떨까. 뜻밖에도 두 사람은 녹음기 앞이 어색하다며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부끄러움은 잠시뿐, 음악에 관해 둘은 [ㅂㅂ] 속 음악처럼 잠잠히, 때로는 소리 높여 이야기했다. 빨간 방에서 오간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공유한다.




LE: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려요.


사일러밤(Sylarbomb, 이하 S): 프로듀서 사일러밤입니다.


B.A.C(이하, B): 랩을 하는 B.A.C입니다. 원래는 프로듀서입니다. 둘이 정규 2집 [ㅂㅂ] 같은 음악을 만드는 팀이 TFO입니다.




LE: TFO를 결성한 지 오래됐잖아요. 팀은 어떻게 시작했나요?


B: [9; The Fine Number] EP가 2012년에 나왔고, 2013년에 [PTSM] 믹스테입, 2014년에 정규 1집 [PTSM]이 나왔으니까 오래됐네요. 음악 취향이나 색깔이 가장 컸어요.


S: 어떤 음악가의 음악이 좋아서 주변에 소개하면 큰 반응을 원하는데, 반응이 미지근할 때가 있잖아요. B.A.C의 반응은 늘 제 욕구를 채워줬어요. 색깔은 주로 얼터너티브한 음악이었던 거 같아요.




각자가 생각하는 TFO는 어떤 팀인가요?


S: 굳이 어떤 거로 정의할지는 잘 모르겠는데, 시작도 지금도 저희가 좋아하는 음악을 만드는 팀이에요. 저희 취향에 따라 재밌는 걸 만들어 들려주는 팀이에요.


B: 가사로 보면 여지의 음악을 만드는 팀이라고 생각해요. 직설적인 부분도 있지만, 심상으로, 상징으로, 추상으로 그림을 그리려고 노력하는 팀이에요. 이런 부분은 사일러밤과 이야기를 하며 만들어가는 편이죠.




LE: 좋아하는 음악은 자주 변하잖아요. TFO가 좋아하는 TFO의 곡은 뭔가요?


S: [PTSM]의 타이틀 곡 "PTED"가 가장 먼저 떠올라요. 처음으로 B.A.C랑 며칠 붙어서 만든 곡이에요. 곡의 구성도 이전까지는 거의 100% 제가 만들었는데, "PTED"부터 같이 만들었어요. 다른 곡은 "ㄱ이종ㄴ". 저희를 가장 잘 대변하는 곡이라 생각해요. "ㄱ이종ㄴ"은 처음부터 목적이 정체성을 보여주는 거였어요.


B제가 TFO고, TFO가 저잖아요. 저는 "표본실"이에요. 곡에서 저를 가장 잘 표현한 곡이 "표본실"이었어요. 가사에 제가 많이 담겼어요. 평소에는 저보다는 심상을 주로 전달하려 하는데요. "표본실"도 심상으로 제 내면이나 감성을 보여주려 했어요.




LE: 힙합엘이에 <파 프롬 홍대 - 3. 군산> 편에서 애드밸류어(Addvaluer)의 구성원로 소개된 적이 있잖아요. 


B: 그때도 저는 서울 사람이었어요. 애드밸류어는 없어졌어요. 음악적 색이 맞는 사람들끼리 따로 활동하는 거죠. TFO는 그랙다니(Grackthany)라는 단체와 함께해요.


S: 방향이나 장르나 취향이 달라졌어요. 그때만 해도 저희에게 음악은 취미였는데, 그레이(Graye)나 PNSB는 음악을 직업으로 생각했었어요. 자연스럽게 헤어졌어요. 저희끼리 "오버클래스(Overclass)처럼 나중에 뭉치자" 같은 이야기를 흘러가듯이 했었죠.




LE: 군산과 서울은 무엇이 다른가요?


S: 스트레스를 잘 안 받다 보니 도시 분위기 때문에 힘들진 않아요. 차이가 있다면 경험이겠죠. 군산에서는 만나는 친구만 만나서, 똑같은 음악 이야기만 했어요. 조금만 나가도 말이 잘 안 통했죠. 서울에서는 무리를 나가도 이야기가 통하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이제 전 서울사람입니다.




LE: [ㅂㅂ]의 가장 큰 심상은 빨간 방이잖아요. 빨간 방은 [PTSM]에서부터 나오고, [ㅂㅂ]에 [PTSM]의 음악이 샘플링되었어요. 두 앨범의 빨간 방은 어떤 연관이 있나요?


B: [PTSM]에서 빨간 방이 "반복되는 의미의 축제"에서 나오잖아요. [ㅂㅂ]은 빨간 방의 확장,연장선이에요. 빨간 방에서 무슨 노래가 나와야 하는지 세부적인 요소를 계속 보여주는 거죠. 빨간 방은 그냥 제가 만든 공간이고 [ㅂㅂ]은 빨간 방 안에서 나오는 노래들이에요.




LE: 설명보다는 심상을 보여주는 데에 초점을 두시나봐요.


B: 그렇죠. 가사를 쓸 때 먼저 공간을 만들어요. 공간에서 제가 무슨 행동을 하거나, 공간을 그리면서 전개하려고 해요.




LE: [PTSM]의 연장선이 [ㅂㅂ]라면, 다른 얼굴의 두 작품을 보면서 감회가 남 달랐을 거 같아요. 


S: 앨범 믹싱이 끝나고 들었는데 뿌듯했어요. [ㅂㅂ]를 잘 만들었다는 생각을 처음 했어요. 성에 차더라고요.


B: 그냥 ‘음향 많이 좋아졌네.’ 정도.




LE: 문래동, 재미공작소에서 음감회를 했었잖아요.  

S: 앨범에 자신도 있겠다, B.A.C에게 음감회 얘기를 꺼냈어요. 생각보다 재미없을 거 같아서 안 하려 했는데, B.A.C가 하자더라고요.

B: 저희가 [9; The Fine Number]를 낸 이후로 청자랑 대화해본 적이 없어요. 기회를 안 만들기도 했고요. 만나서 얘기를 나누고 싶었어요.

S: 저희가 언젠가부터 불친절함의 아이콘이 됐더라고요. 저희만큼 친절한 사람이 없는데.

B: 불친절한 음악이 아니란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되게 재미있었어요.

S: 현장에서 질문을 듣는 게 흥미로웠어요. 음감회가 끝난 후가 기억에 남아요. 온라인에서 짧게 ‘너무 좋아요.’가 아니라, 정말로 재미있게 들어주셨고, 마음에 들었다는 게 말할 때 보이더라고요.



LE: 음감회로 친절함을 보여줬다고 생각하시나요?

B: 사실 사람들이 불친절하다고 하는 건 가사 해석인데, 그때도 가사 해석은 없었어요. 이런 심상을 썼고, 이런 곡은 어떻게 만들어졌는 등, 뒷배경을 얘기했지, 곡 설명은 안 했어요. 그런 의미에서는 불친절한 음감회였죠.

S: 그날의 넌 친절했어.

B: 제가 대본 안에 갇혀 있었어서… (전원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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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음감회에서 '라이브 할 때 이펙터를 써서 발음 전달이 흐려지는 걸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이 있었어요.


B: 어차피 이펙터 안 써도 가사 안 듣는 사람들 많다고 했던 거 같아요. (전원 웃음) 공연은 흥을 유발하든 어쨌든 간에 에너지를 뿜어야 하잖아요. 저는 흥을 유발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그러면 어떻게 전달해야 할까 싶다가, 고안한 게 여러 이펙터를 쓰는 다양성이었어요. 




LE: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람 관점에서 친절한 설명은 자질구레하고, 불친절한 설명은 공감을 얻기 어렵잖아요. [ㅂㅂ]에서는 톤이나 농도를 조절한 편인가요?


B: 네. 이번에는 좀 했어요. 근데 사실 시 강독회 가서 시인한테 ‘이거 왜 이렇게 썼어요?’라고 물어보지 않잖아요. 저희도 이미 작품은 나와 있는 거고, 그건 다 청자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LE: 음감회나 라이브 같은 걸 계속 하실 건가요?


B: 소규모 공연을 많이 하고 싶어요. 얼마 안 되는 크기의 공연. 저희는 그래야 집중도가 높아요.




LE: TFO의 음악이 기존 힙합 팬들에게는 낯선 느낌을 주는 듯해요. XXX랑 비교하는 분도 계시더라고요.


B: 듣는 사람이 그렇게 느낀다면야 뭐…. 저희도 생소하고, XXX도 생소한 거 많이 했잖아요. 그렇게 느끼실 수도 있겠다 생각했어요. 저도 XXX 되게 좋아해요. 프랭크(FRNK) 씨의 음악.




LE: [ㅂㅂ]에 수록곡은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졌나요?


S: 곡마다 달라요. 보통 제가 스케치를 B.A.C에게 보내는 걸 시작으로 계속 회의를 하며 만들어요. B.A.C에게 생각날 때마다 주제를 던지죠.


B: 던지는 주제에서도 고르고, 제가 알아서 정할 때도 있어요. 가사 틀이 어느 정도 잡히면 같이 편곡을 얘기하죠.




LE: B.A.C 씨가 원래 프로듀서인 만큼, 곡의 구성을 만들 때 일반 래퍼보다는 이야기가 수월했을 거 같아요.

S: 저희의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편곡을 하는데요. 사람인지라 막힐 때가 있어요. 그때 B.A.C와 얘기하며 풀어갈 수 있어요.



LE: 이해도가 높은 만큼, 의견 충돌도 많았을 거 같아요.

B: 제가 다른 사람의 곡을 만들 때도 곡을 받는 사람에게 저랑 무조건 싸우라고 해요. 래퍼랑 프로듀서는 싸워야 해요. 각자의 의견이 충돌해야 좋은 곡이 나오거든요. 저희는 곡의 방향을 잡을 때 빈정 상할 정도로 부딪힐 때도 있어요. 

S: 의견 충돌을 오래 겪다 보니 앨범 크레딧이 무의미해졌어요. [PTSM] 때까지만 해도 크레딧을 TFO (B.A.C x Sylarbomb)으로 적었는데, [ㅂㅂ]은 이야기도 안 하고 당연히 TFO로 적었어요.



LE: TFO가 낸 음악 중 반응이 가장 많이 일어난 듯해요. 팀으로서 완성도가 가장 높은 덕이겠죠.

B: 물론 더 있으면 좋긴 한데, 다들 좋게 봐주시니 만족해요. 앞으로가 더 중요한 거죠. 홍보도 잘하고, 프로젝트도 만들면 반응은 더 일어날 거라고 생각해요.



LE: "덡"에 '이걸 실험적이라 표현하지 마 우리한테 이건 그저 한낱 그런 유흥거리니까 말야"라는 가사가 있잖아요. 반응 대다수가 TFO의 음악을 실험적이라고 말했어요. 

B: 저희는 작품을 내놓는 사람이지, 곡을 완성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청자의 해석이 [ㅂㅂ]를 완성하는 거죠. 그분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신 거잖아요. 익스페리멘탈(Experimental)이라고 받아들여도 할 말은 없어요. 그게 정답일 수도 있어요.

S: 장르도 저희가 정하는 게 아니에요. 여러 팀이랑 엮은 반응도 봤는데, 제가 그런 의도로 만들든, 아니든지 간에 '이렇게도 보는구나' 싶어서 흥미로워요.

B: 작품에 관한 자신감은 당연히 있어요. 그래서 피드백에 관해서 상심하거나, 틀렸다고 생각은 안 해요. 그 반응들도 일종의 창작이잖아요. 틀린 건 없어요.



LE: [ㅂㅂ]의 수록곡 제목은 어떻게 정해졌나요? 제목이 심상과 강하게 연결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S: 제가 스케치를 만들어서 가져가면 제목이 먼저 나오고, 회의를 거치면 그때 제목을 정해요.

B: 후자의 대표가 "Gold"에요. "Gold"는 제목 없이 만들다가, 마스터링 전날까지 제목을 고민했어요. 



LE: "Gold"가 가장 오래 걸린 곡인가요?

B: 딱 1년 걸렸어요. 가사가 안 써져서.

S: 제 탓도 있어요. 제가 "Gold"를 만들고 무조건 타이틀곡이라고 했어요. 어쩌다 보니 부담을 준 거죠. 근데 가사가 쓰다가 막히고를 반복하는 거예요. 그런데 심지어 타이틀곡이 되지도 않았네요.

B: 전 타이틀곡이라고 하면 가사가 안 나와요. (전원 웃음)






LE: "원뿔" 뮤직비디오 댓글에 'NCT 127의 태용 아니냐'는 댓글 혹시 보셨나요?


B: 저희도 보고 많이 웃었어요. 착각하실만 한게, 저희 뮤직비디오가 발전소에서 나왔고, 유통도 KT 뮤직이라서요.




LE: 왜 “원뿔”이 타이틀곡이 된 건가요?

S: 제가 제안했어요. [ㅂㅂ]에서 최고로 압도당하고 임팩트 있는 곡이 무엇이냐고 했을 때, 단연 “원뿔”이었어요. 저희 팀을 잘 대변할 수 있는 곡 중에서도 “원뿔”이 꽤 좋았어요. B.A.C도 동의했고요.




LE: "원뿔"은 원뿔의 성질을 심상으로 보여주잖아요.


B: 제가 문학을 읽을 때도 텔링보단 쇼잉으로 전개하는 작품들을 주로 찾아 읽는 것 같아요. 저도 감정보다는 심상을 전달해서 듣는 사람이 상상할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해체라고 생각했어요. 도형의 해체일수도, 감정을 해체, 세분화해서 한 맥락만 설명한다든지요. 가사로 봤을 때 심상과 냉소가 합쳐진 게 [ㅂㅂ]라고 생각해요.




LE: “ㅂㅂ"을 들으면서 깔끔한 느낌을 받았어요. 특히 가사의 문장이 글의 구조상 잘 만들어졌더라고요.

B: 노력을 많이 했죠. 말씀드렸다시피 “Gold”를 만드는 데엔 1년이 걸렸으니까요. 심상을 구상하는 걸 방해하는 단어나 수식하는 말을 많이 없애고 싶었어요. 자기만족, 작품의 완성도 때문이었던 거 같아요.



LE: 문장의 간결함, 깔끔함에 관해 질문을 드렸는데요. 작사, 랩 메이킹, 랩 디자인에 있어 영향받은 예술가가 있을까요?

B: 저는 정말 작사에서 영향받은 건 없는 듯해요. 플로우는 샤바즈 팰러스(Shabazz Palace)? 이것도 조금 다르긴 해요. 음악보다는 책이나 영화인 듯해요. <데이비드 린치의 빨간방>이라든지….



LE: <데이비드 린치의 빨간방>에 관해서 설명 부탁드려요. 모르시는 분들도 계실 테니까요.

B: 제가 데이비드 린치(David Lynch)를 좋아해요. <이레이저 헤드>라든지,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만든 영화감독이에요. 데이비드 린치가 쓴 수필, 작업기 같은 게 있는데, 그걸 짧게 풀어낸 게 책 <빨간방>이에요. 책에서 음악으로 내용이 아니라 제목과 분위기를 끌어왔어요. 워낙 좋아하니까요. 전작의 “반복되는 의미의 축제”도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의 <무의미의 축제>에서 앞부분만 조금 바꾼 거지, 내용을 따오지는 않았어요.



LE: [ㅂㅂ]의 비트에서는 심상을 어떤 식으로 제시했나요?

S: 음향으로 공간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던 때에, 공덕 주변 큰 건물이 떠올랐어요. 크고 으리으리한 건물에 압도당하는 느낌이 좋더라고요. 그 압도감을 음향에 담으려 했어요. 압도감을 위한 요소 중 하나가 해체였던 거죠. 요소에는 음향을 증폭하거나, 찌그러뜨리는 것도 있고요. 음향을 디자인할 때 저음역이 많이 비면, 채울 수 있는 다른 요소로 채웠어요. 구조도 비슷한 방식이었어요.



LE: 가사처럼, 비트도 구조가 깔끔하면서도 톤은 공격적이에요.


S: 저희가 [PTSM] 만들고 나서 아쉬웠던 게 음향이었거든요. [PTSM] 할 때 노피치온에어(nopitchonair)랑 괜찮겠다 싶을 때까지 함께 했는데도 아쉬웠어요. 이번에는 시작부터 다 맡겼어요. 로보토미(Lobotome) 씨랑 띠오리아(theoria.) 씨가 믹싱을 하셨는데, 의도하고자 하는 바가 더 깔끔하게 나온 듯해요.




LE: 일그러진 음향 디자인 때문에 믹싱 기사와 마찰은 없었나요?


S: 두 분이 워낙 잘해주셨어요. 오히려 제가 배운 게 하나 있는데, 왜곡에 집착하다 보면 소리가 무너지기 때문에 다이내믹이 죽어요. 제가 거기서 너무 욕심을 냈었어요.




LE: 원하는 음향을 포기할까 갈등한 적은 없었나요?


S: 갈등은 없었어요. 제 생각이 워낙 뚜렷했던 게 컸던 거 같아요. 애초에 기획 단계부터 생각했었으니까요.




LE: 본인이 그리려고 했던 음향이 실제로 구현되려면 더 많은 왜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던 건가요?


S: 네. 도와주셨던 두 분이 제 말을 이해해주셔서 허용되는 범위에서 계속 의견이 오갔죠. 더 무너져도 괜찮으냐고 묻는 식이었어요. 대부분 만족스러웠는데 “백백교”만 조금 성에 안 찼고 아쉬웠죠. '더, 더, 더' 그러면, ‘여기서 더요? 더요?’ 이런 식으로 말씀하시고, 저는 ‘네. 더요’. 들어보시면 아실 거예요.




LE: 사일러밤 본인 음악 성향과 맞는 과거의 프로듀서로는 누가 있을까요?


S: [9; The Fine Number]에서 [ㅂㅂ]까지 오면서 성향이 언제 어떻게 바뀌었는지 고민한 적이 있어요. 마침 아르카(Arca) 신보가 나왔잖아요. 듣다가 ‘얘, 참 좋아했었는데.’라는 생각이 들다가 좋아했던 때가 [9; The Fine Number] 나오고 바로 직후더라고요. 그때 너무 충격이었어요. 어떻게 세상에 이런 앨범이 있으며, 어떻게 이렇게 다 때려 부수고…. 아르카 음악만 들을 정도로 충격이었어요. 그 이후로 제 음악에 그런 시도를 좀 더 하게 되지 않았나 싶어요. 아르카라든지, 에비앙 크라이스트(Evian Christ), 론(Lorn) 이런 음악가의 음악을 많이 들었던 거 같아요.




LE: 전자음악을 많이 들으셨던 거네요. TFO의 음악이 전자음악의 성향이 강하다고 생각하시나요?


S: 제가 전자기기를 이용해서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다 보니까 그런 거 같아요. [ㅂㅂ]도 전자음악 씬에서 좀 더 친근한 반응이 많았고요




LE: 컴퓨터, 기술의 자체의 발전이 음악에 미친 영향이 있을까요?


S: 저는 제법 있는 거 같아요. 제가 DAW가 바뀌어서 그런 걸 수도 있는데요. [PTSM] 때까지만 해도 누엔도(Nuendo)를 썼는데, [ㅂㅂ]할 때부터 에이블톤 라이브(Ableton Live)로 바꿨어요. 체감이 달라진 듯해요.


B: 제가 라이브 할 때 이펙터를 쓰잖아요. 이펙터를 쓰면서 동시에 에이블톤 라이브에 APC를 연결해서 마이크 밸런스를 직접 조절하고, 이펙터로 안 되는 건 에이블톤 플러그인 쓰고, 뱅크에 소리 넣어서 연주하고. 이런 게 다 컴퓨터가 발전해서 할 수 있는 거잖아요. 라이브의 차별성, 다양성이 가능해진 거 같아요.




LE: 라이브에서 보컬에 이펙터를 건다든지, APC나 트랙터 등을 쓰며 라이브에 공을 들이셨었잖아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B: 라이브의 맛은 살리면서 앨범에 있는 곡을 구현하기 위해서였어요. 사람들 돈 주고 와서 보는 건데 볼 거리가 많아야 좋잖아요. 와서도 실망하지 않고요. 찾아와준 사람들에게 하는 감사 표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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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ㅂㅂ]의 러닝타임이 30분이 채 안 되잖아요.


S: 앨범 재생시간이 짧아진 걸 이야기하자면 [PTSM]을 심각하게 만들던 때부터 시작해요. (B: 잠깐만. 심각하게가 뭐야? 나도 궁금한데) 진짜 음악만을 바라보는 외곬 같은 느낌.... 소통단절형 음악가... 뭐 그런 거였어요. 모든 정보 제공을 음악으로만 하려 했어요. 그때 못 따라부르는 음악을 콘셉트로 잡으면서 훅을 다 뺐어요. [ㅂㅂ]에서는 얘기도 안 했는데, 훅이 없었어요. 앨범은 곡이 어차피 많잖아요. 흐름이 이어지도록 곡을 적재적소에 배치했어요. 곡 배치는 타협 못 해요. B.A.C에게도 '이렇게 갔으면 좋겠다'고 강하게 밀어붙였고요.


B: 곡에 담긴 아이디어 이야기를 하기가 조심스러운 게,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저희 음악은 여지의 음악이에요. 듣는 이의 이야기가 저희 의도일 수도 있고, 확대 해석일 수도 있어요. 반대로 제 의도는 큰데, 이야기는 적을 수도 있고요. 상상의 범주를 좁히고 싶지 않아요.


S: 몇 부분만 소개하면, 풀(PPUL)의 랩이 끝나는 구절("반복반복반복하지 다!") 다음에 "반복"이 나오는건 의도한 거예요. 다음 곡을 위해 그 구절만큼은 필사적으로 지키고 싶었어요. 풀의 랩을 처음 받았을 때랑 앨범을 내는 사이의 기간이 길어서 풀이 앨범을 두 장이나 냈더라고요. 그래서 여러 번을 재녹음했어요. 그 외에도 훅이 없거나 과하게 건 패닝이나 아웃트로의 찝찝함, 들릴 듯 말 듯한 가사 등 자질구레한 포인트를 많이 살렸어요. 




LE: 가장 인상 깊고 유려하다고 느꼈던 순간은 “덡”에서 “Theoria interlude” 넘어가는 부분이었어요. 띠오리아 씨의 곡에는 랩이랑 화성이 없어서 더 잘 어울렸을 거 같아요.


S: 네. 보컬이 무너지면서 넘어가는 게 B.A.C의 아이디어였거든요. 그걸 또 띠오리아 씨가 잘 표현해주신 거 같아서 굉장히 만족했었어요.




LE: [ㅂㅂ]의 곡들은 구성이 다양하게 바뀌어요. 아이디어가 굉장히 많아서 더욱 그런 듯해요.


S: 곡에 함정을 많이 팠어요. 훅이 없어진 거도 나름의 함정이었어요. 듣는 이가 계속 의문을 갖게 하고 싶었어요. 곡으로 초대하는 거죠. 곡의 공간이나 말도 안 되는 샘플이 나온다거나, 패닝이 왔다 갔다 하는 게 다 함정이에요.




LE: [9; The Fine Number]만 해도 정석적인 규격이 있었잖아요. 이후의 음악은 구성이 과감해졌어요.


B: 맞아요. [9; The Fine Number] 때는 곡의 구성이 16마디, 8마디 이런 식으로 정해져 있었죠. 앨범에 주류 음악, 유행을 따르는 음악을 하나 정도는 넣어야한다는 강박이 있었어요. 내고 나니까 부질없더라고요. 2년 전까지만 해도 [9; The Fine Number]를 못 들었어요. 치기 어렸고, 굳이 넣지 않아도 되는 곡들 때문에 듣기 어려웠어요.




LE: [9; The Fine Number]에서 [ㅂㅂ] 사이 생각이나 음악을 보는 관점이 많이 달라졌겠네요.


B: 구현을 못 했어요. 지금은 구현할 수 있는 능력이 어느 정도 생겼고, 곡도 생각한대로 나와요. 지금이 제자리를 찾은 거 같아요.




LE: "ㄱ이종ㄴ"이 TFO를 대변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B: 저희의 음악이 일반적인 음악과 다르다는 걸 알아요. 말 그대로 이종이에요.




LE: 영화 <엑스맨 시리즈>를 보는데, 돌연변이가 진화의 시작이라는 대사가 있더라고요. 실제로 곡 안에서도 "진화의 시발점"이란 구절이 나오고요. TFO의 음악이 대안이나 진화적인 음악이라고 생각하신 건가요?


S: 생각해보면 대안이 맞는 듯해요. 저희를 비롯한 대안이 나오다 보면 또 다른 씬이 생길 거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해요.


B: 진화적인 건 모르겠어요. 어쨌든 지금은 힙합 음악이 주류잖아요. 주류라는 큰 줄기가 오래가려면 가지ㅡ사람들이 찾아들을 수 있는 음악ㅡ가 많이 뻗어야 해요. 저희는 그중 하나예요. 방향성이 다르죠. "진화의 시발점"은 전체의 진화, 가지의 시작이라 생각해요.




LE: 그라임 음악 만드시는 뎀데프(Demdef) 씨도 가지에 포함이 되겠네요.


S: 그렇죠. 같이 몇 번 이야기 했는데 흥미로웠어요. 그라임을 한국의 하위 장르로 가져오고 싶다더라고요. 잔가지를 뻗으려는 시도죠.




LE: 현실적으로 잔가지가 뻗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잖아요. 본인들이 추구하는, 잔가지가 처한 상황이 어떻다고 생각하나요?


S: [9; The Fine Number] 나왔을 때, 리드머 리뷰가 기억나요. '천편일률적인 한국힙합 씬에서 새로운 뭔가를 만들려는 시도가 나온 것 같다'였는데, 아직도 이걸 하는 듯해요. 저희를 비롯한 나머지 팀도 뭐... 비슷하죠. 뻗어 나가는데 빛을 못 보고 있는 듯해요. 씬을 바라봤을 때는 균형이 무너졌단 기분이에요.


B: 생각해보니 <쇼미더머니> 이전은 꽤나 다양했네요 저도 어떻게보면 그때부터 음악을 들었으니까요. 큰 맥으로만 가려는 게 보일 땐 좀 아쉽죠. 그렇지만 어떻게보면 그게 맞는 거예요. 맞죠. 돈을 벌어야하니까요.




LE: 얘기하다 보니까 느낀 건데, 한국힙합 씬 자체에는 크게 관심이 없으신 거 같아요.


S: 솔직히 한국힙합은 초창기 음악은 잘 몰라요. 힙합이라는 걸 통으로 좋아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힙합도 듣게 됐죠. 체크는 꾸준히 해요. 찾아 듣는 걸 워낙 좋아해서요. 엄청 튼튼하죠. 들으면서 놀라는 곡이 많아요.


B: 어떻게 보면 저도 50 센트(50 Cent)로 시작해서… (웃음) 한국힙합도 찾아 듣는데, 인지도가 높고 알려진 사람보다 사운드클라우드에서 활동하거나, 이제 막 시작하는 분 중 잘하시는 분을 찾으려고 해요. 스타일이 맞으면 같이 하고 싶어요. 하나마루도 사운드클라우드로 알았어요. 잔가지들을 찾으려고 많이 노력해요.




LE: TFO의 음악이나 성향을 보면 전자음악 씬과 더 가까워보여요.


S: 저희가 친전자음악 파라서요.(웃음) 피는 힙합이지만.... 앨범을 구성할 때,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일까 생각했어요. 일단은 힙합인데, 힙합에서 다른 장르를 도입할 수 있는 게 제 능력이라고 생각했어요.




LE: TFO의 음악은 유난히 비판, 분노, 냉소, 조롱으로 소비되어요. 그런 영향을 받은 건지, 영향을 받은 건지, [ㅂㅂ] 과거보다 이런 주제가 잘 드러나진 않아요.


B: [PTSM]가 나왔을 때, 다른 부분에 힘을 준 곡도 많은데, 조롱, 냉소, 한국 힙합만 이야기한 건 아쉽더라고요. 물론 비판, 분노, 냉소, 조롱이 직관적으로 보이니까, 사람들이 그 부분만 보는 걸 이해는 해요. 그래서  "빠짐"도 저는 넣기 싫었어요. "빠짐"도 대상을 욕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한국힙합의 물이 빠지면 실직자가 되잖아요. 그러니까 잔가지도 뻗고, 다양해져야 한다는 걸 재밌게 표현한 거였어요. 그 방법에서 비꼬고, 살케즘으로 보였던 거 같아요.




LE: [PTSM]의 정서가 무조건 조롱, 냉소는 아니라는 거네요.


B: [PTSM]에서도 그런 곡 얼마 없어요. 사람들이 그런 걸 재밌어하고, 자극적으로 느낀 거죠. 다른 곡은 은유적이고 공감적 요소니까 '이게 뭐지?' 하고 넘어갔을 거 같아요.


S: 저는 저희의 능력 부족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럴싸하게 그림을 그렸으면 쉽게 전달되고, 이해가 더 많이 되었을 텐데 못한 거죠. [ㅂㅂ]은 나름 해낸 듯해요. 아직 잘은 모르겠지만, 저희는 만족해요.




LE: “빠짐”에서 가장 큰 테마가 빠짐 그 자체라면 그 안에서 허황된 꿈이라고 하는 건 어떤 건가요?


B: 잔가지의 꿈. 잔가지의 시작이 꿈이라는 거죠. 더 잘 되고 싶은데, 이게 안 될 거라는 걸 알고 있는 꿈.




LE: “한국힙합 물 빠지면”이라는 가사랑 연결해서 생각해서인지 한국힙합에서의 성공이 허황된 꿈이라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B: 전혀요. 그런 식으로 생각한 적 없어요. 큰 줄기는 적어도 한 3, 4년은 더 가지 않을까 싶어요. “빠짐”에서 빠짐은 거품 이야기가 아니에요. 허황된 꿈은 제 허황된 꿈이고요. 두 번째 벌스에서 제 상황을 예로 들며 이야기하잖아요.




LE: 허황된 꿈 이야기가 “덡”으로 이어지고요. "덡” 속의 가사는 스타벅스(Starbucks)라든지, 현실적인 요소가 많이 담겼는데, 실제로 느낀 건가요?


B: 진짜 가끔 그렇게 느꼈어요. 그때 아마 “Gold” 가사를 쓰고 있었을 거예요. ‘안 나와…’ 이러면서 쓰고 있었는데…


S: 미안하다… (웃음)


B: 스타벅스 로고가 허먼 멜빌(Herman Melville)의 소설 <모비딕>에 나오는 세이렌일 텐데, 약간 미소를 띠고 있잖아요. 피해의식? 그런 걸 조금 느꼈었어요. 로고의 웃음이 인자한 웃음일 수도 있지만, 제가 처한 상황에서는 저걸 비웃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그런 가사를 썼죠. ‘메이저한 것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가 있을 수도 있고.




LE: "난 절대 메이저한 음악 못할 걸 알고 있단 말야"란 가사가 있죠.


B: TFO 속 래퍼 B.A.C는 주류 음악을 못 해요. 저는 주류 힙합처럼 가사를 쓸 수 있지만, 재미가 없어요. 프로듀서 B.A.C는 메이저한 곡을 만들 수 있어요. 저는 트랩도 좋아하고, 요즘 유행하는 음악도 즐겨 들어요.




LE: 사일러밤은 메이저한 음악을 할 수 있을 거 같나요?


S: 노피치온에어가 vs 붙이는 걸 되게 좋아해서 "형, 500만원 주면 이런 거 찍을 거야?" 같은 걸 자주 물어봐요. 저는 못 할 거 같아요. 음악이 일이라고 생각하면 안 될 거 같아요. 다만, 유명한 음악가가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원하면 할 수 있어요. 근데 그건 메이저한 음악이 아니잖아요.




TFO_3.jpg



LE: "Gold"에는 레어 스테이크, 바닷가 모래, 바이닐 같은 소품이 나와요.


B: 이건 표현이라 말해도 될 거 같아요. "Gold"에 쓰이는 소품들은 다 상징이에요. "모래가 신발에 묻어있어"가 "반복되는 의미의 축제"에도 나와요. 아, 무슨 상징인지까지 말해야 하나?


S: 너무 노골적이야. 딱 봐도 그 사람 부자잖아. 이런 거 나와.


B: 맞아요. 그 사람의 부와 명예, 이런 걸 그린 거예요. "Gold"의 시점이 3인칭이잖아요. 화자가 그를 보면서, 그의 부나 명예를 설명하기 위해 '저 사람 잘 살아'보다는 여러 소품을 빌려온 거예요.




LE: 가사의 열린 결말이나 심상이 듣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함이라 하셨잖아요. 비트나 음향 디자인에서는 어땠을까요?


B: 저는 소스라고 생각해요. 새츄레이션 같은 거는 잘 안 쓰는 소스잖아요.


S: 편곡으로 승부를 보죠. 저도 B.A.C에게 가사에 관해 잘 안 물어봐요. B.A.C가 가져온 가사에 어떤 부분이 있으면 그걸 살리려고 해요. 그게 보통 함정이 되죠. 




LE: “Gold” 속 샘플도 일종의 함정일까요? 샘플과 B.A.C 씨의 랩이 리듬이나 라임 구조적으로 흡사해서 샘플에 맞춰서 가사를 썼나 싶었어요.


S: 그건 아니었어요. 편곡하다가 필요하다고 생각되어서 넣었어요. 괜찮은 소스를 조합해서 소리를 만들었죠. 잘 묻었어요.




LE: 이래서 자세한 걸 얘기하면 위험하다는 거군요.


B: 전 얼마 전까지도 (샘플이) ‘그리고’인 줄 알았어요. 근데 아니더라고요.


S: 다른 말이라고 하니까 거짓말하지 말라고, 이게 어떻게 ‘그리고’가 아니냐고 하더라고요.




LE: "백백교" 도입부의 목소리도 일종의 함정인가요?


S: 그건 제가 실생활에서 누가 말하는 걸 녹음한 거예요. 제가 소스 컬렉터라서 자주 녹음기를 켜둬요. 저는 "백백교"를 좋게 들었는데 앞부분에 재밌는 부분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참고로 "백백교"의 도입부는 다 필드레코딩으로 만든 거예요.




LE: "백백교"에 "2000년대 단체곡 생각하다 이거 들으면 좀 컬쳐쇼크 받을 수도 있을꺼야"라는 부분이 있어요. 무엇이 다를까요?


B: 가장 큰 차이는 곡 분위기고, 다음은 곡 구성이죠. 당시 단체곡은 랩 열여섯, 훅 하나, 랩 열여섯. 이런 거였잖아요. 저희는 유기적으로 곡을 편곡하려 했어요.




LE: "백백교"는 실존했던 종교잖아요. 


S: B.A.C가 백백교라는 제목을 제안했어요. 관련 영화에 주문 외우는 게 있길래 따서 곡에 넣었죠.


B: 저희에게 종교 시리즈가 있어요. [PTSM]에는 짐 존스의 "Peoples Temple"(인민 사원), 이번에는 백백교. 저는 무대 위의 래퍼가 교주 같단 느낌을 늘 받아요. 관중들을 설득하고 설교하는 거잖아요. 백백교는 일제 시대 때 만들어진 종교예요. 백도교에서 시작해서 백백교로 넘어갔다는데, 일제 항쟁하다가 사이비로 바뀐 거죠. 쓰인 샘플은 실제로 백백교에서 외웠던 주문이에요. 




LE: “ㅂㅂ”은 전형적인 단체곡이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앨범 맥락에서 벗어난 느낌도 들었어요.


S: “ㅂㅂ”이 좀 동떨어져 있는 거 같긴 해요. “ㅂㅂ”이 테마가 떠나는 자, ‘나는 간다.’ 이런 느낌인데, 멋있게 아름다운 이별을 하는 느낌을 내고 싶었어요. 




LE: “ㅂㅂ”의 에어 혼도 재밌었어요.


S:  에어 혼은 힙합 공연의 필수 요소잖아요. 제 딴에는 가장 힙합적인 곡이 “ㅂㅂ”였어요. 저희는 출발이 힙합이었으니까 힙합다운 곡을 만들었고 에어 혼도 넣은 거죠.


B: 사일러밤 형을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 형의 유머 같은 거예요.




LE: “ㅂㅂ”에서 ‘카시오는 롤렉스가 될 수 없는 사실’이란 가사가 인상 깊었어요. 카시오도 롤렉스가 될 수 있다고 말하지만, 바로 될 수 없다고 하잖아요. 둘을 대치해서 얻고 싶었던 건 무엇이었나요?


B: 인터뷰에서 하는 바른말들 있잖아요. 옳은 소리 하고, 겸손한 척하지만, 사실 그게 아니잖아요. 평상시의 제 모습과 또 다른 저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거 같기도 해요. 


S: 그 구절이 좋았던 게, 떠나는 마당에 뭐가 아쉽냐는 느낌을 줘서 좋았어요. 그 대칭 구조가 마음에 들었던 기억이 나요.




LE: “ㅂㅂ”의 첫 번째 벌스와 마지막 벌스는 비트 구조가 좀 달라요.


S: 가사에서 아름다운 이별을 했잖아요. 진짜 멋있게 끝나는 걸 만들고 싶었어요. 비트의 피치를 내리고 늘리는 식으로 접근했고, 잘 맞아떨어졌던 거 같아요.




LE: 가사는 첫 번째 벌스와 마지막 벌스가 어떻게 달랐을까요?


B: 구조는 비슷해요. 첫 번째 벌스는, 제가 [9; The Fine Number]를 냈을 때 팬레터를 받았었어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고, 그분이 스물셋 정도 되셨을 거 같은데요. 그분한테 쓰는 편지 같아요. 처음 받은 팬레터였는데, 저도 이제 끝나니까 편지로 끝내고 싶다는 느낌에서 ‘스물셋 짜리 소녀에게’라며 끝나죠. 뒷 벌스는 그 이야기를 확장한 거죠. 같은 구절을 쓰면서 주제를 강화했어요.




LE: 앨범 피처링은 어떤 매력이 마음에 들어 섭외했나요.


S: “ㄱ이종ㄴ”에서는 저희와 처지가 비슷한 친구를 찾다가 풀(PPUL)이 생각났어요. “백백교”는 그랙다니랑 종교적인 측면에서 접근했고요. “ㅂㅂ”도 저희랑 비슷한 얘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찾다가 인천의 하나마루(HANAMALOO), 미카 엘(Mika L)을 넣었죠.




LE: 하나마루와는 음악적으로 접점이 많나요?


S: 접점은 사실 별로 없는데, 자주 어울려서 놀아요. 저희 딴에는 또 다른 영역에서 하는 가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게 또 재미있으니까 같이 얘기도 하고, 자주 술 먹고.


B: 전 다르다고 생각해요. 그분들은 지향점이 큰 줄기에 가깝지, 잔가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근데 하위문화를 지향한다는 점은 또 비슷한 거 같고요.


S: 그럴 수 있지, 그럴 수 있지. 야망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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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음감회에서 짱유 씨와 함께한 곡 “Subliminal”이 앨범에 수록될 예정이었다고 말씀하셨잖아요. 곡이 빠지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S: 곡의 색깔이 앨범에 안 묻었어요. "ㅂㅂ”도 안 묻긴 하는데, 필요한 곡이라고 생각해서 넣었어요. “Subliminal”은 방해될 정도로 안 묻더라고요. 한편으로는 제 성에 안 찼어요. B.A.C랑 짱유가 랩을 너무 잘했는데도 안 차더라고요. 아예 공개를 안 하고 싶었는데, B.A.C가 내자고 했어요. 그 말 들으니까 또 좋더라고요. (웃음) ‘그럼 우리도 내자. 클럽을 지배해보자.’ 이런 느낌.




LE: “Subliminal”이 주크와 풋워크의 문법을 따르는 곡이라서 안 묻었을 수도 있겠네요.


S: 앨범 초기 단계에 주크, 풋워크 요소를 가져온 곡을 두 곡 넣으려고 했어요. 원래 인터루드 나오고, “Subliminal”이 나오는 거였는데, 구상했던 그림이랑 달라졌어요.




LE: 아까 리드머 리뷰 이야기가 잠깐 나왔는데, 이번에 리드머에 올라온 [ㅂㅂ] 리뷰에 피처링을 포함해서 전반적인 랩의 수준이 아쉽다는 내용이 있어요.


B: 사실 리뷰 쓴 그분도 똑같잖아요. 조롱이나 그런 단어를 말씀하시는데, 제가 힘을 준 부분은 화려한 랩이나 조롱이 아니에요. 저는 랩으로 메시지를 전하려는 건 아니거든요. 근데 그분에게 화려한 랩의 부족이 크게 느껴졌다면, 그분이랑 제가 바라보는 지점이 많이 다른 거죠. 데스그립스(Death Grips)에서 MC 라이드(MC Ride)가 랩을 화려하게 하나요? 제 강점은 제 가사로 비트와 분위기를 살리는 거인 거 같아요. 저는 그거만으로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분은 스킬이 중요한 분이고, 저는 분위기나 가사가 중요한 사람인 거죠.


S: 주변에서 그 리뷰 이야기가 많은데, 저희 둘은 기분 나쁘게 바라봐도 ‘이걸 이렇게도 봐?’, ‘이 정도까지로 봐?’ 이 정도였거든요. 근데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더 화를 내주더라고요. 그래서 재밌었어요.




LE: [PTSM]에서는 랩의 기술에 신경을 쓴 구석이 있었는데 [ㅂㅂ]에서는 많이 빠진 듯해요. 별로라고 생각하셔서 화려한 요소를 뺐는지 궁금하더라고요.

B: 화려한 랩도 수식의 일종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제 감정을 뺀 목소리를 전달하려고 했어요. “빠짐” 같은 경우에는 제 감정이 담긴 목소리가 많이 들어가긴 했는데, 심상만 전달하려고 한 곡들에서는 온전히 그 심상과 가사에 몰입할 수 있게끔 목소리에 감정을 많이 뺐어요.



LE: 그래서 리드머 리뷰에서도 [PTSM]에서의 랩은 괜찮다는 식으로 말하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B: 이해하죠.



LE: 지금의 기준에서 판단했을 때는 지금 모습이 더 마음에 들겠네요. 

B: 저는 솔직히 말하면, [ㅂㅂ] 때가 훨씬 좋아요. 잘 전달했다기보다는 잘 표현하고, 제가 원하던 걸 구현할 수 있었어요.



LE: B.A.C와 사일러밤을 분리해서 TFO를 바라보는 반응도 많았던 거 같아요. 이런 시선도 자유라고 생각하시나요?

B: 그냥 TFO의 음악으로 봐줬으면 좋겠어요. 분리하려면 할 수야 있죠. 서로 다른 사람이니까. 근데 앨범 단위로 그림을 그리고, 흐름을 보는데, 흐름을 볼 때는 둘을 떼어놓고 얘기할 수는 없잖아요. 



LE: TFO의 음악 초기에는 음악 안에 두 구성원의 자아가 들어있었잖아요. 반면에 [PTSM]이나 [ㅂㅂ]에 와서는 자아보다는 구현하고 싶은 심상이 다가왔어요.


S: 지금 기분이 너무 좋은데, 저희가 하고 싶었던 게 감정 같은 걸 빼고 심상 위주로 만든 앨범이었어요. 근데 앨범 낸 후에 ‘이상하게 계속 듣게 되네.’,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다’라는 반응이 있었어요. 저희가 자아가 아니라 심상만 전달하는 게 성공했단 거잖아요. 




LE: 한편 B.A.C와 사일러밤의 음악으로 전달되는 사람의 이미지가 있잖아요. 간극이 심한 거 같나요?


B: 저는 좀 많이 다른 거 같아요. 음악 자체가 페르소나라고 할 수 있어요. 제 음악 속의 화자가 아예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제 안에 있던 또 다른 생각이나 감정들을 잘 전달하려면 제가 아닌 누군가로 표현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분리하려고 많이 노력하죠. 근데 진짜 힘들어요. 자신을 타자화하는 게 진짜 힘든 거 같아요.


S: 저는 다른 거 같으면서도 비슷하다고 느끼는 게요. 곡의 분위기는 제 성격이랑 다르게 스릴러 영화 같은 느낌으로 만들어요. 근데 그렇다고 제가 또 밝은 사람은 아니거든요. 둘이 더해져서 리듬감이나 쓰는 악기 등에서 우울하면서도 에너지 넘치는 곡을 많이 만들려고 해요. 제 단어로는 ‘뿌순다’고 해요.




LE: 그 둘이 결합한 TFO라는 팀은 앨범을 내가면서 어떻게 변해왔을까요.


B: 되게 어려운데요? [9; The Fine Number] 때는 치기 어림, 믹스테입 때는 그냥 진짜 비꼼, 장난. 그건 정말 살케즘으로만 만들어진 앨범이니까요. [PTSM]은 불친절, 아니 불친절이라기보다는…


S: 변해가는 과정?


B: 과도기 좋다. 이번에는, 이번이 진짜 말하기 힘드네요.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S: 저는 믹스테입은 재미로 만들었는데, 사람들이 ‘야, 드디어 할 말을 하는 사람이 생겼다'라면서 진심으로 받아들이더라고요. 재밌어서 [PTSM] 때 진짜 저희의 취향과 모습을 보였었거든요. 진지하게 앨범을 만들었는데, 사람들은 조롱, 비난에 초점을 맞춰서 재미있게 듣지는 않으시는 거 같았어요. 이번에는 나름 알차게 만들었는데, 듣는 분들도 나름 알차게 들어주신 거 같아요. 그렇게 변해 온 거 같아요.




LE: 사일러밤이 SNS에 처음으로 음악에 욕심이 생겼단 말을 썼었잖아요. 과거와 현재에 어떤 차이가 있어서 그런 생각이 든 건가요?


S: 제가 군산에 있을 때만 해도 음악은 제가 좋아서 만드는 거, 사람 몇몇이 들어주고 재밌어해서 만드는 정도였어요. 그러다 서울로 올라왔는데, 공연도 많고, 사람들과 얘기도 얼굴 보고 나눌 수 있잖아요. 저를 되돌아보게 됐죠. 제가 작년 말에 스톤쉽(Stoneship)에서 일을 잠깐 했던 것도 계기였어요. 똘배 님이 스트레스를 받으시면서도 열정적으로 해내는 걸 보면서 '해보고 싶다'가 아니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마침 그랙다니(Grackthany)도 TFO도 있었고요.




LE: '열심히 해야지'에는 음악을 일로 받아들인다는 개념도 포함된 건가요?


S: 맞아요. 저희는 음악 관련한 모든 걸 혼자 만드는 사람들이니까 음악 외적인 일이 귀찮았어요. 그때의 저가 어떤 사람인진 잘 모르겠는데, 하기 싫었어요. 이제는 아까 말한 과정을 거치면서 음악을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는 걸 알았어요. 앨범을 내고 끝이 아니라, 내고 난 후가 더 중요하단 걸 알았죠.




LE: 다음 공연이나 파티나 라이브는 예정되어 있나요?


B: 5월 6일에 재미공작소에서 75A와 함께 공연하고요. 5월 12일에 섭스탠스(SUBSTANCE)에서 그랙다니 파티가 있습니다. 그날도 라이브를 할 거예요. 광주에서도 공연이 잡혔고, 잘하면 군산도 갈 수 있을 거 같아요.




LE: "원뿔" 외에 프로모션은 없나요?


B: BEM이라고, 예술가랑 협업해서 티셔츠를 만드는 회사에서 티셔츠가 나와요. 5월 19일까지 파니깐 많이 사주세요. 그리고 aquon이라는 분과 같이 뮤직비디오를 하나 더 만들게 되었어요. 




LE: 두 분의 향후 방향은 어떻게 될까요?


S: 앨범 프로듀서로, 앨범을 계속 만들고 싶어요. 아직은 제 성에 차는 사람이 없어요. (웃음) 저를 원하시는 분들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음악 기획을 많이 하고 싶네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ㅂㅂ 만들고 때려치자.’라고 했었는데요. 그러고도 다음 앨범 만들겠죠. [PTSM]도 그랬거든요.


B: 제 정체성은 항상 TFO인 듯해요. 제가 프로듀싱을 한 곡도 TFO에서 받은 영향이 많거든요. 물론, 그렇지만 제 프로듀싱은 또 완전 달라요. 완전 트랩 만들고, 멜로디컬한 훅 만드는 것도 되게 좋아하고요. 정체성은 TFO에 있지만, 프로덕션 적으로는 더 다양하게 할 거 같아요.


S: 옛날에 페티 왑(Fetty Wab) 좋아했을 때, (전원 웃음) 자기가 페티 박(Fetty Bac)으로 이름 바꾸겠다고도 하고. 




LE: TFO에게 TFO란?


B: 제 정체성. 시작이 TFO였으니까. 이건 제가 음악을 오래 해도 안 변할 거 같아요.

S: 얘 없을 때 말하면 안 돼요?   저도 오그라들지 들지만… 아니다. 안 말할래요. 이따 카톡으로… (웃음)



LE: 인터뷰 막바지인데, 지금 기분이 어떠신가요?


B: 처음에 힙합엘이에서 인터뷰 요청이 왔을 때 의아했어요. 비슬라 매거진(Visla Magazine)에서 요청했다면 이해가 가는데 힙합엘이는 저희랑 안 맞고, 별로 안 좋아하고, 거부감을 느낄 거로 생각했었어요. 근데 이렇게 불러주셔서 역시 의아스럽고...(웃음) 감사했어요. [ㅂㅂ]를 잘 들어주셨단 거잖아요. 이 앨범은 청자가 완성하는 앨범이에요. 


S: 많이들 완성해주시고, 그분들만의 의미를 찾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앨범을 사운드클라우드에 공개했고, CD도 많이 돌려요. CD를 사거나 다운받았다는 인증샷 같은 걸 보면 항상 재미있게 들어달라고 해요. 저희는 정말 재미있게 만든 앨범이니까 재미있게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B: 그것도 있고, 해외 음악가들에게 보낼 때도 사운드클라우드가 편하더라고요.







LE: 음악과 관련 없는 두분의 삶을 구성하는 요소는 뭔가요?


S: 여행 좋아해요. 맛집 여행, 술집 여행. 투다리도 좋아해요. (웃음)


B: 낚시, 파충류 수집하기. 도마뱀 좋아요.


S: 우리 농구도 자주 하잖아.


B: 아, 그렇네.



인터뷰|GDB (심은보), Melo

사진 ㅣ ATO

장소 협찬 ㅣ 오브제트 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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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인터뷰] 스윙스 (Swings)

     [인터뷰] 스윙스 (Swings) 이 래퍼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아마 지난 10년간 한국힙합 씬이 어떻게 굴러 왔는지를 개략적으로는 알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수없이 많은 크루, 레이블, 팀에 소속되어 활동한 ...
    조회수464573 댓글58 추천42 작성일2016.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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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인터뷰] 갈란트 (Gallant)

    [인터뷰] Gallant 힙합엘이는 약 2달 전 진행했던 갈란트(Gallant)와의 이메일 인터뷰의 서문 안에 이런 말을 남겼다. "언젠가는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리라 믿는다"라고. 그리고 그 바람이 이루어지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
    조회수13811 댓글18 추천13 작성일2016.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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