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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수민 (SUMIN)

title: [회원구입불가]LE_Magazine2018.08.10 20:30조회 수 4551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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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엘이는 2016년 수민(SUMIN)의 싱글 “U & Me” 리뷰에서 그를 ‘앞으로 더 많은 걸 기대해볼 수 있는 흥미로운 또 한 명의 싱어송라이터’로 평한 바 있다. 자화자찬일 수 있지만 정확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레드벨벳(Red Velvet)부터 도끼(Dok2)까지, 힙합 씬과 케이팝 씬을 아우르며 다양한 앨범에 참여해 자신의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드러낸 바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개인 활동에도 충실하며 자신의 커리어를 차곡차곡 쌓아 나갔다. 2017년에는 EP [Sparkling]을 발표하고, 앨범 쇼케이스를 열었으며, 이태원과 홍대 등지의 클럽에서 수많은 공연을 펼치며 꾸준히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근 몇 년간 이렇게나 눈에 띄게 성장한 흑인음악 계열의 아티스트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다. 그런 수민이 마침내 자신의 첫 정규 앨범 [Your Home]을 발표했다. 힙합엘이는 앨범 발매 전, 수민을 직접 만나 이번 앨범은 물론, 지난 커리어, 다양한 아티스트와의 협업, 개인의 음악관 등 다양한 이야기를 오랜 시간 동안 나누고 왔다. 첫 정규 앨범이라는 부담감조차 즐기며 긍정적이고 멋진 생각을 하는 아티스트, 수민의 매력을 음악과 함께 알아보자.




LE: 힙합엘이 회원분들께 인사 부탁드릴게요.

수민(이하 S): 저는 싱어송라이터이자 프로듀서 수민이라고 합니다. 알앤비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은 뮤지션이 되고 싶은 사람이구요. 반갑습니다.





LE: 작년부터 올해까지 활동이 많아졌다는 느낌이 있어요. 피처링 참여가 많아져서 주가가 상승했다는 느낌이었는데, 개인적으로 체감하시기에는 어떠세요?

피지컬적으로는 그런데, 내면적으로는 더 많이 배우고 고민하고 있어요. 더 신중해졌구요.





LE: 디스코그라피를 보면, 도끼, 로꼬(Loco), 윤비(Yun B), 진보(Jinbo), 프라이머리(Primary), 리코(Rico), 지소울(G.Soul), 브릴리언트(BRLLNT), 비앙 X 쿤디판다(Viann X Khundipanda), 지바노프(Jeebanoff), 쟝고(Jango), 제이문(Jay Moon), 도끼(Dok2), 마샬(MRSHLL), 스프레이(Spray), 박경, 그리고 방탄소년단(BTS), 레드벨벳까지, 나열만 해도 근래 외부 작업량이 무척 많다는 게 느껴지는데요. 나름의 기준도 있고, 임하는 자세도 예전과 달라졌을 거 같아요.

저는 사실 그냥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주의여서, 노래를 듣고 제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노래는 듣자마자 바로 판단을 내려요. 여러 번 듣고 판단하지 않고, 메일로 온 음악을 듣고, 좋으면 하고, 마음에 안 들면 안 하는 편이라서 기준이 없어요. 주로 본인의 스토리가 저랑 비슷하면 정이 가고, 그게 아니라면 돈을 많이 주신다든지… (웃음)





LE: 약간 비중 따라가는군요. (웃음) 돈을 많이 주거나 혹은 돈을 덜 주더라도 의미가 있다든가… 그럼 장르, 영역 구분도 특별히 없을까요? 이를테면, 전자음악 아티스트에게 요청이 와도 재미있으면 한다든지 말이죠.

저는 그 부분에서는 기준이 진짜 없는데, 굳이 따지면 주제를 좀 보는 편이에요. 너무 다크한 건 별로 안 좋아해요. 예를 들면, 진짜 너무 무디(Moody)해서 자살할 것만 같은, 이 분의 유작이 될 것 같은 앨범은 약간 배제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전 제 이야기를 솔직하게 하는 타입인데, 굳이 다크한 감정을 굳이 만들어서 활용하고 싶은 캐릭터는 아니라서요. 일단 지금의 저는 그런 거 같아요.





LE: 케이팝 쪽 작업은 어떠세요? 요즘 케이팝의 음악적 수준이 상당하고, 또 그만큼 좋은 음악가나 좋은 작곡가를 찾는 레이블도 많아진 것 같거든요. 외국 작곡가들을 찾는 추세가 더 강해지기도 했구요. 그만큼 요즘 케이팝 쪽에서 수민 씨 같은 분에게 더 니즈가 있을 거 같아요.

확실히 있어요. 저는 원래부터 케이팝의 수준이 상당하다고 생각했었어요. 어렸을 때는 ‘왜 저 사람들만 유난히 반짝거리지?’라는 생각을 했는데, 제가 음악을 창작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더 많은 리스펙이 생겼어요. 다들 저보다 더 멋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이쪽 씬에 있는 프로듀서들, 아티스트들만큼이나 노력하는 걸 직접 보니까 굉장히 놀라웠어요. 그래서 저는 컨택에는 언제든 열려 있어요. 너무 밸런스가 좋은 게, 열심히 하다 보니까 제 시그니처와 회사의 시그니처가 융합할 기회가 항상 생기더라구요.





LE: 얘기 나온 김에 좀 더 이어가 볼까요? 레드벨벳의 “봐”에는 보컬 디렉팅까지 참여하셨다고 알고 있는데요. 레드벨벳 분들과 작업했을 때 어땠는지 싶어서요.

이야기하기 전에 제가 ‘장르’라는 말을 잘 안 쓰려 하는데요. 음악을 유통할 때 카테고리를 나누잖아요. 알앤비, 소울, 포크, 블루스 뭐 이런 식으로 나뉘어 있는데, 전 거기에 맞춰 제 음악을 유통할 때 항상 어렵더라구요. 그렇지만 (레드벨벳의 “봐”로) 어쨌든 제가 항상 베이스로 생각하는 음악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제가 모타운(Motown)이나 90년대 알앤비 음악을 항상 듣고 자라왔는데요. 오비(Daniel ‘Obi’ Klein), 찰리(Charli Taft) 프로듀서의 트랙에 저와 진보 씨가 작곡, 작사, 코러스, 보컬 디렉터로 함께하게 된 건데, 레드벨벳 분들이 하기 전부터 그 노래에 애착이 있었어요. 근데 제가 SM 엔터테인먼트(SM Entertainment) 아티스트들을 다 좋아하고, 레드벨벳은 또 개별적으로 더 사랑해서 레드벨벳이 부르게 됐다는 걸 듣고 너무 좋더라구요. 기대에 부응하듯이 다들 너무 열심히, 집요하게 해줘서 녹음실에서도 분위기가 좋았어요. 오히려 디렉팅을 보는 저랑 진보 씨를 더 생각해주면서도 100% 본인들의 마음이 편할 때까지 하는 모습을 보고 굉장히 놀랐어요. 그리고 다 너무 아름다우셔서 녹음실에 한 명 한 명씩 걸어 들어오시는데, ‘우와’ 하면서 맞이했던 기억이 나네요. 나중에는 멤버 중 한 분이 인스타그램에 “Mirrorball”을 샤라웃해주셨어요. 사람들이 저보고 시킨 거냐고 했는데, 아니구요. (웃음) A&R 직원분 통해서 고맙다고 전해달라 했었죠.





LE: 90년대 알앤비에 애착이 있다고 하셨는데, 6월 초에 현대카드언더스테이지(UNDERSTAGE)에서 특이점 있는 공연이 있었어요. <90’s Hiphop, Soul>이었죠. 다른 공연보다 특별히 준비하셨을 게 더 있었을 거 같기도 한데요.

에잇볼타운(8Balltown)의 공연이었구요. 제가 에잇볼타운 사람들이랑 친하니까 여러 가지 작업을 통해서 교류를 예전부터 계속하고 있었어요. 그전에도 슬로우스텝(SLOW STEP)이라든지, 에잇볼타운 파티가 있었을 때 자주 함께하긴 했는데요. 그들과 조금 더 오피셜하게 공연장 같은 데서 한 건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같이 준비하면서 신경을 많이 썼다기보다는, 저는 원래 그런 타입의 음악을 좋아하는 마음이 내재해 있으니까 ‘놀자’ 식으로 했던 거 같아요. 재미있게, 마음 편하게. 물론, 그날 새 앨범 수록곡들을 처음으로 공개하는 자리여서 부담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닌데, 다들 너무 좋아해 주셔서… 좀 의아하고 웃겼던 게, 에잇볼타운이나 기린 오빠를 뉴잭스윙, 90년대 알앤비를 제대로 하는 집단,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진지하게 보러 오신 분들이 대부분이었는데요. 근데 또 저희가 진지하게 가사를 쓴 부분에서는 웃으시더라구요. 뭐 때문에 그런지는 알 거 같은데, 지금까지 보여줘 왔던 감성이 웃음 포인트로도 다가온다는 게 흥미로웠어요. 기분이 나쁘다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더 진지하게 보일 수 있을지 고민하는 거죠. 저희는 위트 있는 부분도 있지만, 되게 진지한 음악을 만든다고 생각했거든요. 다른 얘긴데, 제 개인적으로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는 두 번째 공연이었는데, 소프(Soap), 모데시(Modeci), 헨즈(Henz) 같은 결의 클럽을 제외하고는 공연장에서 진행하는 공연은 밴드셋으로 했다 보니까 DJ셋으로 한다는 데 신경을 좀 썼고, 결국 재미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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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어릴 적 이야기부터 좀 해보죠.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렸을 때부터 알앤비/소울에만 관심이 많은 건 아니었던 거 같아요. 음악을 폭넓게 듣는 편이었나요?

일단 저는 성악을 했었고, 성악 이전에는 동요를 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MBC 창작동요제>에 나가서 (손 모으고) 노래하고 그랬어요. 그러다 동요와 성악으로 나뉘어서 보컬 선생님이 진로를 고르라고 하셨는데, 자의적인 선택은 아니었어요. 그냥 음악을 너무 좋아하고, 앞으로 음악을 할 거라는 건 알고 있고, 음악이 아니면 안 된다는 걸 그때부터 알고 있었지만, 선택의 여지도 없고, 경험도 없다 보니까 어머니의 추천으로 성악을 했어요. 클래식으로 시작했다고 볼 수 있는데, 사실 저한테 이정표 같은 건 제이팝, 제이락이었어요. 록을 좋아하다 보니 어렸을 때 싸구려 기타를 사서 똘똘이 앰프에 연결해놓고, 칠 줄도 모르는데 말도 안 되는 모션을 거울 앞에서 맨날 하다가 엄마한테 걸리고… (웃음) 그러면서 들었던 게 림프 비스킷(Limp Bizkit), RATM(Rage Against the Machine), 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li Peppers)였어요. 저는 장르를 극단적으로 이동했어요. 고등학교를 실용음악과가 있는 학교로 진학했는데, 드러머와 드럼이라는 악기 자체를 너무 좋아해서 그때부터 연주 앨범을 많이 들었어요. 아이팟 클래식 160GB에 연주 앨범만 다 넣어 놓고, 보컬이 나오더라도 연주가 부각된 타워 오브 파워(Tower of Power)나 토토(Toto) 같은 걸 들었어요. 연주에 관심이 많다 보니 연주자들이 세션맨으로 활동했던 노래들을 찾아 들어보게 됐던 것 같구요. 그렇게 거슬러 올라가면 모타운, 알앤비가 나오더라고요. 유통할 때 카테고리가 몇 개 없어서 너무나 어렵게 장르로 알앤비를 고르기는 하지만, 그래서 제 음악에는 록 스피릿도 있다고 생각해요. 기타가 나온다고 록 스피릿이 있니 없니가 아니라 제 정서가 그런 거 같아요. 제 안에 너무 많은 게 짬뽕되어 있어요. (웃음)





LE: 새 앨범은 들어보니까, 확실히 전보다는 사운드가 선명해졌고, 드럼의 타격감이 강해졌더라구요. 그것도 역시나 드럼이란 악기를 좋아했기 때문일까요?

너무나 연관되어 있어요. 드럼을 좋아한다고 하면 굉장한 테크니컬, 필인이 많은 음악을 떠올릴 수 있는데, 그걸 [Beat, And Go To Sleep]에서 아주 살짝 보여줬었죠. 저는 리듬이란 건, 모든 걸 거쳐서 결국은 패턴으로 다시 돌아온다고 생각하는 주의에요. 그게 가장 중요한 베이스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번 앨범에서는 리듬 하나에서도 패턴을 만드는 데 굉장히 집중했어요. 드럼에 대한 애착에서 비롯된 게 사실이죠.





LE: 알기에는 어머니가 피아노 학원 선생님이신 거로 아는데, 지금도 계속 같은 일을 하고 계신가요? 재즈 피아노 쪽보다는 클래식 피아노 쪽이시겠죠?

지금은 의외로 아버지와 같이 법 쪽에서 일하고 계셔요. 제가 태어나기 전부터 (피아노를) 가르치고 계셨어요. 저도 태어나보니까 피아노를 치고 있더라구요. (웃음) 그래서 ‘아, 나 영재인가?’ 했는데, 알고 보니까 어머니의 영향이 있었던 거죠.





LE: 열려 있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경우에 따라서 보수적인 타입이신 분들도 계시잖아요. ‘대중음악은 안돼’ 이런 느낌이랄까요?
 
굉장히 보수적이셨어요. 제가 메탈리카(Metallica) 내한 공연을 혼자 갔었거든요. 2006년 광복절이었고, 공중파에서 생중계도 했었어요. 제가 거기 간 것만으로 악마가 씌었다고 하셨어요. 어머니께서 절실한 기독교 신자시거든요.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는데, 가끔 앨범 냈을 때 선정적인 가사를 보시면 전화가 옵니다. (웃음)





LE: 안 그래도 궁금했는데, 요즘 하는 음악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굉장히 긍정적으로 생각은 하시는데, 요즘은 노래 자체를 듣기보다 가사를 먼저 보세요. 교회에서 포지션이 또 연주자 겸 권사님이세요. 위치가 있다 보니 신경을 많이 쓰시는데, 그래도 저를 사랑하시니까요. 음악을 낼 때마다 카카오톡 프로필에 크레딧을 맨날 올리시더라구요. 그래서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웃음)





LE: 연주하실 수 있는 악기가 그럼 피아노, 드럼 정도일까요? 멀티 인스트루멘탈이 가능하신가 해서요.

자신 있게 얘기할 순 없지만, 그래도 제 음악을 만들 정도로 할 수 있는 게 드럼, 건반 정도가 있는 거 같아요. 개인적으로 저는 베이스를 배워보고 싶어요. 베이스를 배우면 리듬적으로 더 많이 좋아질 것 같아요. 라이브를 할 때도 그렇구요. 단순히 드럼만이 리듬 파트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베이스도 같이 만들어가는 거라고 생각해서 배워보고 싶어요.





LE: 기본적으로 건반을 연주하실 수 있으면 요즘은 가상 악기가 워낙 잘 나오니까 어떤 악기든 건반으로 연주하실 수 있겠네요.

맞아요. 편리하죠. 근데 제가 키드럼을 좋아해서 연주할 때 확실하게 해소가 안 된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진짜 드럼을 쳐야 하나?’ 싶기도 하고, (실제 드럼을 친다고) 상상하면서 치는 거 같아요.





LE: 이번 앨범에 또 무그 베이스(Moog Bass)스러운 소스가 꽤 있는 거 같더라구요. 드럼이 강조된 케이스도 있지만, 베이스가 강조된 케이스에 관해 이야기 풀어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저는 기본적으로 극단적인 사운드를 굉장히 좋아해요. 가사가 극단적이어도 극단적인 사운드라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음악할 때나 평소 대화할 때 표현 방법이 소극적이었다면, 중간중간 제가 이정표라고 생각할 만한 좋은 분들을 만나면서 자기애를 많이 갖게 되고, 성격이 과감하게 바뀌었어요. 그냥 말로만 “나 자신감이 커졌어”라고 하지 않고 제가 제일 잘하는 음악으로 (그 자신감을) 표현하려다 보니까 베이스가 강조된 곡도 있는 거 같아요. 음악 안에 제 성격이 담겨 있는 거죠. 노트가 너무 낮아서 음이 안 들릴 정도인 경우도 있는데, 그것 또한 틀린 거 없이 제 표현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드럼 리듬이 강렬해진 것도 뭔가 저의 비밀스런 지랄 맞은 성격일지도…





LE: 예전에는 자신감이 좀 없었다고 하셨는데, 누소울(Nusoul) 시절의 계범주 씨랑 밴드 매드에스(Mad.S)나 레고(Lego) 같은 밴드 활동을 하신 적도 있잖아요. 어떻게 하셨던 건가요?

(계)범주한테 고마운 일이죠. 지금은 비슷한 음악을 하면서도 서론 다른 음악을 하고 있는데, 그 당시에는 서로가 같다고 생각했어요. 정신적으로 교감을 많이 했던 친구였고, 학교 동기였어요. 알게 모르게 비슷한 열정을 가졌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고, 지금보다 좀 더 어렸을 때는 ‘X발 우리 같이 음악 하자’ 모드로 다 해봤던 것 같아요. 일단 밴드를 만들어서 어디선가 공연을 해보자고 했던 거죠. 저는 밴드 사운드에 워낙 익숙한 데다 밴드에 욕심도 있었고, 범주도 밴드라는 포맷에 로망이 있어서 마음 맞는 동기들과 결성했던 거죠. 오랫동안 활동하지는 않았지만, 당시에 블랙뮤직 정기 공연 <블랙 소울>에도 나가면서 많이 연습했어요. 그때만 해도 전 프로그래밍을 전혀 못 하고, 모가지만 갖고 활동할 때여서 항상 셋리스트에 커버 곡이 몇 곡 있곤 했어요. 범주는 창작곡도 많았구요. 그때 범주는 아마 뉴블락베이비즈(New Block Babyz)라는 크루를 했던 것 같아요. 그게 연이 돼서 꼽사리로 제가 객원 식으로 공연에 참여하기도 했었어요. 범주를 보면서 많이 배우고 고민도 많이 했었어요. 저에게 너무나 도움이 됐던 추억이죠.





LE: 당시 활동하던 밴드가 포맷상 커먼 그라운드(Commn Ground)라든가 헤리티지(Heritage) 같은 스타일이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약간 좀 다른 것 같아요. 저도 그 팀들을 좋아하지만, 둘 다 실용음악과 재학 중인 모드였기 때문에 그보다는 실용음악적으로 유행했던 요소를 넣어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또, 이유는 모르겠는데, 이탈에 로망이 있었어요. 가사도 섹스에 대해서만 계속 얘기하고… ‘적셔줘’, ‘젖게 해줘’, ‘단단해져’ 그때는 그렇게 하는 게 멋인 줄 알았어요. 매드에스라는 팀명만 해도 매드 섹스(Mad Sex)를 줄인 말이었거든요. 섹스에 미친 사람들은 아닌데 사실 믿을 순 없구요… 밴드 멤버들도 다 같이 과감한 게 멋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었어요. 실수라고 하면 실수일 수도 있겠지만,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LE: 실용음악과 재학 중이었던 멤버들과 함께 밴드 활동을 하다 어떤 외부적인 이탈에 가까운 활동을 하시면서 비전공자들도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하셨을 거 같아요. 그러면서 느낀 차이점이나 얻은 점도 있었을 거 같구요.

저한테 너무 중요한 질문이에요. 저는 제가 실용음악과에 들어가면 다 될 줄 알았어요. 지금은 자체 휴학 중이고, 휴학한 지 너무 오래되어서 제적당했을 수도 있어요. 여러 가지로 얻은 것도 있었지만, 의외라고 생각해서 실망한 부분도 많았어요. 그러다 보니 ‘휴학하고 필드에 나와서 뭐라도 해보자’라는 생각을 했었죠. 한 달에 15만 원, 30만 원 하는 작은 방에서 밥도 안 먹고 비트만 찍는 사람들을 찾아가서 보고, 술 마시고 담배 피우는 거 보면서 ‘저게 진짜 간지인가?’ 싶어서 따라 하다가 담배를 배웠어요. (전원 웃음) 결과적으로는 음악에 대한 애착을 표하는 스타일이 달랐던 거 같아요. 사실 저는 스무 살 때까지만 해도 뭐든 테크니컬한 게 있어야만 진짜라고 생각했었어요. 어떻게 보면 어리석은 생각인 거죠. 그렇게 집착하다가 범주가 알고 지냈던 누군가의 작업실에 간 거예요. 네 마디 리듬 패턴을 만드는데, 그 모습에 너무 충격을 받았어요. 리듬 패턴 하나에만 집중해서 (소스를) 얹기만 했는데 너무 훌륭한 음악이 나온 거예요. ‘내가 휴학을 좀 더 일찍 했어야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이후로) 오히려 실용음악과에서보다 다른 곳에서 조금 더 많은 것들을 느꼈다고 말해야 맞을 거 같아요. 그러면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저만의 각성이 있었던 것 같아요. 어떤 것 하나 진짜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어떤 것 하나 가짜라고 생각하지도 않게 된 거죠.





LE: 이즈음, 커리어 초기에 피처링한 앨범 소개, 그 속에 수민 씨에게 붙은 라벨을 보면 ‘네오소울 보컬’이라고 되어 있어요. 일단은 맞나요? (웃음)

아까도 얘기했지만, 아마 저는 앞으로 평생 제가 낼 앨범이 노출되는 카테고리를 정하면서 항상 ‘흠….’ 이럴 것 같아요. (웃음) 네오소울일 수도 있고, 재즈일 수도 있고, 누가 봤을 때는 ‘록 스피릿이 있는데?’라고 생각하면서 록이라 볼 수도 있고… 진짜 생각하기 나름인 거 같아요. 그때는 그냥 어쩔 수 없이 좀 더 가까운 걸 골랐을 뿐, 마음 같아서는 항상 모든 장르를 다 고르고 싶어요. 네오소울이라 했던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겁니다. (전원 웃음) 종종 사람들에게 “내 음악 뭔 거 같아?’라고 물어보면 의견이 다 달라요. 선택은 제가 하지만, 늘 그런 여론을 들으면서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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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아마 그쯤에 <보이스 코리아 2>에 출연한 박수민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웃음) 그때는 음악하는 사람으로서 어느 쯤에 놓여 있던 걸까요?

너무 의외겠지만, 그때가 딱 제 음악을 시작하던 때였어요. 보니까 시스템이 오디션 프로그램 담당자분들이 학교에 (출연할 사람을) 추천받으러 오는 식이더라구요. 제가 추천받아서 나가게 됐는데, 제가 아는 <더 보이스>라는 프로그램은 한국에서 활성화되지 않고 정보도 많지 않은 프로그램이었어요. 미국이나 영국에서 하는 <더 보이스>는 꽤 봤었지만요. (그때 <보이스 코리아>는) 시즌 1이 끝나고 제가 나간 게 시즌 2였을 거예요. 당시 저한테는 인하우스 프로듀서들이 해오는 편곡이 굉장히 메리트가 있었어요. 제 자작곡을 선보이면 어떻게 될까 싶어서 이용해보고 싶었구요.

그래서 한다고 했는데, 아예 다른 기획이었던 거예요. 제가 방송 시스템을 너무 몰랐던 거죠. 어렸을 때 MBC 창작 동요 나간 건 어머님들이 컨트롤하는 거였고, 이건 아예 각이 다른 거죠. (<보이스 코리아 2> 같은 건) 저 자신이 컨트롤 해야 하는 건데, 저는 고음을 쫙 지른다든지 제 보컬을 들려주고 싶다기보다는 제 음악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근데 합주할 때부터 분위기가 이미 ‘시청률 생각 안하냐’, ‘그게 맞다고 생각하냐’, ‘김범수나 정인의 노래를 해야 하지 않겠냐’ 이런 식이었던 거예요. 전 모든 게 다 처음이니까 당황했어요. 그렇게 해야 하나 싶어서 했는데, 방송에 나오는 건 평생 기록에 남는 거니까 되게 신중해야 했던 거죠. (방송에) 나오긴 나왔는데, 당연히 행복할 수가 없는 거죠. 마치 보컬리스트라는 한정적인 길을 가는 것처럼 나오는 게 가슴이 아픈 거예요. 무대에서 노래를 하는데, 제가 저 사람이랑 왜 경쟁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더라구요. 서로 ‘틀린’ 사람이 아니라 각자 다른 방향성을 보는 ‘다른’ 사람인데… 저라는 사람을 탈락시키고 어느 팀으로 데려가고 하는 거 자체도 납득이 안됐어요. ‘내 매력을 알기는 아나?’ 싶었어요. 왜냐하면, 제가 준비해 간 게 다 짤렸으니까요.

나중에 시간 지나서 <쇼미더머니> 같은 걸 볼 때도 모든 상황을 다 알 거 같은 거예요. (악마의) 편집이라는 말이 왜 있는지 알겠는 거죠. 어떤 회차에서는 교묘하게 편집이 되면서 제가 안 했던 게 나오니까 너무 충격을 받은 거예요. 그때 메인 작가한테 전화해서 난동을 피운 적이 있어요. 그러고 나서 정신을 차리고 어쨌든 이것도 나고, 내가 한 일이니까 내 음악으로 보여주는 것밖에 방법이 없겠다 싶어서 여기까지 오게 됐죠. ‘내 음악을 더 열심히 해서 다 부숴야지’라는 생각밖에 없었던 거 같아요.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얘기가 나오면 좀 그랬어요. 한 번은 믹스처(Mixture)에서 공연을 했는데, 하고 나서 오늘 공연 완전 죽였다고 생각했어요. 그러고 나와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어떤 분이 저한테 오셔서 “<보이스 코리아 2> 박수민 씨 맞으시죠?”라는 말을 딱 하는 거예요. 그분은 제가 좋아서 말한 걸 거예요. 그때 저는 제 음악을 시작하면서 완전히 ‘수민’의 모드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너무 열심히 하고 재미있게 할 때였어요. 그 와중에 그 얘기를 들으니까 현타(현자타임)가 오는 거예요. ‘이런 상황이 있긴 있구나’ 싶더라구요.





LE: 아무리 내 음악을 해도 <보이스 코리아 2>의 박수민으로 기억하는 사람이 있구나 싶었겠네요.

그렇죠. 어렸을 때는 그 부분에 불만이 많았어요. ‘왜 사람들은 나를 그렇게밖에 인식하지 못하지? 너무 짜증 난다’ 이랬는데, 지금은 그것도 제가 가진 결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앞으로는 이번 정규 앨범 준비한 것처럼 열심히 하고 재미있게 하면 사람들이 알아서 제 매력에 젖어들지 않을까 싶어요.





LE: 근데 요즘 음악 프로그램들 보면, 소위 일반인 혹은 아마추어라고 불리는 사람들을 경쟁하게 하기보다는 <더 콜>이나 <브레이커스>처럼 기존의 뮤지션들을 섭외해서 무대를 꾸미기도 하잖아요. 그런 프로그램에는 출연 의사가 현재는 없으신 걸까요?

일단 저는 제 오리지널리티 자체를 더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방송은 기록으로 남는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그에 대한 신중함과 용기도 많이 생겼어요. 모든 걸 통합적으로 봤을 때, 제 시그니처를 조금 더 만들어야 방송에서도 저를 제가 원하는 대로 유연하게 쓸 수 있을 거 같아요. 왜냐하면, 줏대라든지, 오리지널리티, 시그니처 같은 게 없으면 그냥 가서 하고 오는 게 되어버릴 테니까요. 뭐라도 하고 싶은 방향으로 하려면 지금처럼 정규 앨범도 내보고, 난리도 쳐보고… (전원 웃음) 그래야 더 멋있게 퍼포먼스할 수 있을 거 같고, 저라는 사람을 확실하게 각인시킬 수 있을 거 같아요.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방송사 측에서 존중을 담아 저에게 섭외 요청을 한다면 너무나 열려 있어요. 그 이후는 대화로 진행하면 되니까요. 다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LE: 사람이 하는 일인데, 산업이나 시스템이 사람을 나쁘게 만들죠. 작가분들도 그러고 싶어서 그러시는 게 아닐 텐데 말이죠. 하여튼, 돌아와서 박수민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첫 싱글 “감싸줘”의 소개를 보면요. ‘지금까지 밟아왔던 일반적이고 틀에 박힌 보컬적인 성향을 깨고 다시 새롭게 시작한다’라고 쓰여 있어요. 이 노래도 그렇고, 늘 새로운 음악이 나왔을 때, 변화를 시도했다는 뉘앙스를 자주 볼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멀리서 봤을 때는 그게 본인의 음악에 만족도가 높지 않아서 그런 건가 싶더라구요.

새로운 걸 계속하는 건 제가 좋아하는 현상이에요. 그리고 “감싸줘” 때는 아마 수민이 아니라 박수민으로 나왔을 거예요. 그때부터 저는 이름도 바꿔보고, 누구 피처링도 해보고 그랬는데, 누가 어떻게 들을지를 신경 쓸 때가 아니었어요. 제가 각성한 지 얼마 안 된 상태라서 뭐라도 해보자는 모드였어요. 보도자료도 제가 제 손으로 썼는데, 3인칭 시점으로 저에 대해 ‘아티스트 수민은 ~’ 이런 식으로 쓰고 그랬어요. 그것마저도 제힘으로 하고 싶어서 미친 상태였어요. 어쨌든 저는 아티스트로서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태도나 마음가짐이 없으면 안 된다는 주의에요. 그런 모드는 예전부터 계속 있었던 거 같고, 그때는 그 의도를 사람들한테 꾸역꾸역 텍스트로 담아서 보여주고 싶었던 거 같아요.





LE: 디스코그라피를 보면, 박수민과 수민이 아예 다르게 되어 있잖아요. 피처링으로 참여한 곡이나 그 곡의 주인인 아티스트가 가진 결도 다르구요. 박수민 시절로 보면, 기억하기에는 긱스(Geeks)의 “비가 오네” 같은 곡이 대표적이었던 거 같아요. 그때는 확실한 개인 작품이 없어서 아쉽다 이런 생각도 하셨을 거 같아요.

그때쯤부터 지금 활동하고 계신 분들을 향한 로망도 갖고 있었어요. ‘나도 저렇게 되어야지’라고 생각은 하는데, 방법을 몰랐어요. 프로그래밍도 막 시작해보는 찰나였던 거 같아요. (개인 작품에 대한) 고갈을 너무나 느끼고 있었죠. 그래서 저는 집에 있는 시간이 거의 없었고, 사람들 만나는 시간이 대부분이었어요. 그때 저한테는 사람 만나는 게 너무 중요했거든요. 아는 게 없으니까. 실용음악과 나오면 다 될 줄 알았는데, 아예 아니니까. 뭐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 별일을 다 했어요. 제가 예전에 가이드 보컬 같은 일도 진짜 많이 했었어요. 돈 받는 게 중요한 건 아니었어요. 끽해봐야 5만 원, 10만 원 주고 온종일 녹음했어요. 노래방 가면 태진, 금영 이렇게 회사가 있잖아요. 리모콘 보면 ‘가이드’라고 쓰여 있는 부분이 있어요. 그걸 누르면 어떤 남자나 여자가 선창 같은 걸 해요. 그런 흥미로운 일도 했었어요.





LE: 박수민의 보컬과 수민의 보컬을 단적으로 비교해보면요. 그 당시에는 음이 시원하게 뻗어 나가긴 하는데, 비교적 평면적인 느낌이 있었던 거 같아요. 반면, 요즘에는 위아래만 있는 게 아니라 좌우까지 있을 정도로 굉장히 입체적인 느낌이 있는 거 같아요. 그런 변화가 있다고 한다면 본인은 그 변화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싶어요.

아마 저는 계속해서 변할 거 같아요. 저라는 사람의 정서나 ‘소-울’ 같은 건 일관되게 보여주는 게 맞는 거 같구요. 그걸 표현하는 방법은 제 마음에 드는 한도 내에서 계속 바뀔 예정이에요. 예전에 평면적으로 들렸다면, 요즘은 저 자신에게 더 도취해 있는 거 같아요. 저는 저를 사랑해요. 그래서 그걸 다 표현하려다 보니까 과감한 가사 표현이나 목소리 표현이 갑자기 나오는 거 같아요. 그 변화 안에서 중간 부분을 포착하신 거 같아요. 그런 부분은 아마 앞으로 계속 포착될 거 같아요.





LE: 러브 존스 레코드(Luv Jones Records) 쯤부터 사운드클라우드에 리믹스 곡을 올리는 게 활발해지셨던 거 같아요. 샤데이(Sade)의 “Cherish the Day”, 레드벨벳(Red Velvet)의 “Dumb Dumb” 리믹스 같은 게 기억에 남아요. 아웃캐스트(Outkast), 이센스(E SENS), 루나(Luna)까지, 엄청 다양하게 시도하셨잖아요. 그때는 순전히 재미를 추구했던 건가요, 아니면 일종의 연습 같은 개념에 가까웠나요?

연습은 아니었어요. 다 재미로 했던 거고, 재미로 한 거면서도 지금 시점에서 보면 연습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거 같아요. 순간순간마다 다르니까 다 맞는 거 같아요. 당장 ‘이거 편곡 다시 해보고 싶은데?’라는 생각이 들어서 굉장히 동물적으로 했던 거죠.





LE: 비교적 최근에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리셨던 “MOON”이나 “ANGELS LOVE YOU”는 이번 앨범에 수록하지 않으셨잖아요. 앨범에 수록되는 곡과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리는 곡 간에 기준이랄 건 따로 없나요?

기준은 없어요. 물론, 오리지널 트랙을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린다는 게 과감한 행위라고 생각해요. 근데 그 두 곡은 특히나 오리지널 트랙이니까 정식으로 유통 거친다든지, 돈 생각 아예 안 하고 공개했었어요. 다른 음악보다 너무나 많은 사연이 있다 보니까요. 하나는 하루 만에 작업해서 바로 올린 거고, 하나는 이틀 정도 고민해서 몇 시에 올려야 사람들이 더 많이 들을지 이런 거 생각 안 하고 바로 올렸어요. 커버 아트워크 같은 경우도 찍어놨던 사진 중에 괜찮은 게 하나 있어서 편집해서 올려버리구요.





LE: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리신 곡들도 인상적이지만, 아무래도 수민하면 “U & Me”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어요. 발매 당시에 들었을 때도 ‘아, 이건 뭔가 수민의 터닝포인트다’라는 생각이 되게 많이 들었는데요. 그전에 했던 음악과 이후의 음악이 다르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그 사이에 수민이라는 아티스트를 변화하게 했던 결정적인 계기 같은 게 있었을까요?

사실 변화의 포인트는 저도 아직 못 찾겠는데, 저 자신도 “U & Me”를 냈을 때 뭔가 바뀌었다는 건 알았거든요. 이건 어디까지나 제 추측인데, 아마도 케이팝 프로듀싱을 그때쯤부터 시작해서 그랬던 거 같아요. 물론, 그전에도 제가 입봉을 아예 안 한 건 아니었어요. 그때는 제가 완전하게 학생, 제자 모드로 저를 가두고 했던 프로젝트가 많았고, 그 이후부터는 ‘수민’이라는 이름으로 만드는 사운드를 담아낼 수 있는 프로젝트가 은근히 생겼어요. 좀 더 포장이 깔끔하게 되어 있고, 컴팩트하고 시원시원한 사운드에 꽂혀 있었구요. 그게 케이팝 프로듀싱과 자연스럽게 결합했죠. 그리고 진보 씨의 영향도 컸어요. “U & Me”가 제가 진보 씨한테 두 번째로 부탁하는 작품이었어요. 그전에 제가 다른 노래를 보냈었는데, 그때 엄격하게 까였거든요. 너무 열 받았었어요. 왜냐하면, 저는 진보라는 사람이 제 매력을 잘 아는 줄 알았어요. 물론, 진보 씨는 저를 몰랐고, 저는 진보 씨를 알고 있는 상태였지만요. 저는 제가 애정하는 사람들은 저와 똑같은 생각일 거라는 이상한 생각이 있어서 막 텔레파시를 보내면서 메일을 보냈는데, 철저하게 까인 거죠. 그러면서 더 잘하게 된 거 같기도 하고… 변화도 물론 있었구요.





LE: 일종의 인정욕구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그렇죠. 그래서 저는 “U & Me”라는 노래를 진짜 좋아해요. 여러 사연이 얽혀 있기도 하고… (웃음) 제가 매번 새로운 시도를 하지만, 그때는 시도를 더 많이 했어요. 트랙 하나하나 보면 이펙트들이 굉장히 많이 걸려 있는데, 그렇게 해본 적이 없거든요. 그전에 냈던 EP [Beat, And Go To Sleep]에서는 미디 사운드가 결합되어 있으니까 연주자를 컨택하는 데에 많은 고민을 하긴 했지만, 아무튼 리얼 세션이 많다 보니까 제가 관할할 수 있는 게 있으면서도 지금보다는 많지 않았거든요. 오로지 미디 프로그래밍으로만 만든 건 “U & Me”가 처음이다 보니까 더 신경 쓰고 노력했던 거 같아요.





LE: 케이팝 이야기를 더 해보면요. 확실히 다르지 않을까 싶어요. 레드벨벳의 “Bad Boy”를 만든 스테레오타입스(The Stereotypes)가 지니어스(Genius)와 인터뷰를 한 영상을 보니까 이런 류의 이야기를 하는 거 같더라구요. ‘케이팝은 미국의 음악 혹은 기존의 팝 음악과 달리 복잡다단하다. 구성도 많고, 사운드 소스도 많이 들어가고, 다채로운 느낌이 있다.’ 이런 부분에서 케이팝을 만들 때와 개인 음악을 만들 때의 차이점과 케이팝의 성향, 요소가 자신의 음악에 어떻게 투영되는지를 이야기해볼 수 있을 거 같아요.

제가 케이팝을 좋아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지루할 틈이 없어요. 팀이지만 서로 다른 배우들이 나와서 연기를 하는 거 같아요. 아이돌 한 팀을 만들기 위해서 여러 스태프가 있잖아요. 사장도 있고, 매니저도 있고, A&R도 있고, 스타일리스트도 있고, 멤버 개개인의 포지션도 있구요. 저는 그 모든 것들이 하나로 융합된 형태가 너무나 축복인 거 같거든요. 그렇게 제작된 앨범이 너무나 대단한 결과물이라 생각해요. 제 정규 앨범도 꽤 그런 편이지만, 아이돌 앨범보다는 크레딧(에 적힌 참여진)이 많이 없을 거예요. 그 모든 스태프와 참여진들을 컨트롤해서 하나의 앨범으로 나온다는 그 자체가 너무 경이로운 일이라 생각해요. 제가 디렉팅을 하면서, 멤버들과 같이 가사를 쓰면서 또 느꼈던 건, 사람들이 너무나 열정적이에요. 회사에서 컨트롤하는 부분이 많으니까 창작욕을 억제하지 못하고 본인들이 좋은 음악을 찾아 나서려는 관찰력과 호기심이 너무 많은 거예요. 사운드클라우드에서 어떤 노래를 듣고 (꽂히면) 그것만 미친 듯이 듣는 거죠. 그런 집요함은 사실 저도 그렇고, 요즘 주변에서 많이 찾아볼 수 없거든요. 오히려 그런 순수한 사람의 매력과 음악적 욕심을 제 음악에 많이 투영하려 했어요. 저도 노래하면서 움직이는 걸 워낙 좋아하지만 (아이돌) 친구들은 그걸 계속하는 사람들이니까 보면서 많이 배우려고도 하구요. 배울 게 너무 많아요. 뮤직비디오, 비디오 프로덕션 팀만 봐도 그래요. 이제 3, 4명으로 구성된 아이돌은 거의 보기 힘들잖아요. 보통 5명, 많으면 11명? 그런데 비디오 프로덕션 한 팀에서 어떻게 하면 그 모든 멤버가 가장 멋있을 수 있는지를 고려해서 촬영한다는 게 대단한 거 같아요. 그런 것들을 보면서 제 음악뿐만 아니라 제가 앨범을 만들고 진행하는 방식,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많이 따라 하고 있어요. 저는 커뮤니케이션을 전문적으로 하는 A&R이랑 소통을 많이 하잖아요. ‘작가님 곡 주세요’, ‘이건 어떻게 하면 될까요?’ 이런 식으로 소통을 하는데, 되게 컴팩트한 대화 방식을 배우게 됐죠. 저는 인디펜던트니까 (큰 회사의) 것들을 하나하나 가져오는 거예요. 음악적인 것뿐만 아니라 음악 외적인 것들로부터도 많은 자극을 받고, 이용해보려고 하고 있어요.





LE: 포스트 프로덕션 같은 부분에서까지 영향을 다 받는다는 말씀이네요. “U & Me” 얘기를 하다 좀 넘어왔는데, 가사도 “U & Me”를 기점으로 참 많이 달라진 거 같아요. 사실 [Beat, And Go To Sleep] 때까지는 직설적인 가사가 참 많았잖아요. 노래 제목이 아예 ‘뜨거워질거야’, ‘F**k Me’일 정도로 말이죠. (웃음) 그래서 첫 EP 때와 “U & Me” 이후를 비교해보았을 때, 작사에 접근하는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 얘기해볼 수 있을까요?

일단, [Beat, And Go To Sleep] 같은 경우에는 저도 사실 가끔 듣거든요. 들으면서 놀란 거는 제가 매드에스를 했을 때의 가사에 살짝 연장선인 느낌이 있더라구요. 그런 자극적이고 섹슈얼한 것들만이 매력이라고 생각했던 게 [Beat, And Go To Sleep]까지였던 거 같아요. 그런 게 아니더라도 “내가 싫어졌다고 해”라는 노래가 있는데, 당시 하던 연애를 그 노래에 가사로 풀었던 거 같아요. 저는 제 연애를 음악에 많이 표현하거든요. 러브 존스 레코드와 (계약이) 끝나고, 은근히 “U & Me”와 겹치는 시기에는 또 다른 누군가를 엄청 사랑하고 있었어요. 제가 그분을 엄청 오랫동안 짝사랑했었거든요. 그 마음이 제 음악에 투영된 거 같아요. 다크하고 어둡고 로우파이한 쪽으로 가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을 좋아하면서부터는 이상하게 섹스 노래도 상큼하게 표현하고 싶더라구요. 그 사람과 만나면서 겪은 일들을 밝고 청량하고 시원시원하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런 저 자신이 너무 마음에 들고 되게 재미있는 거 같아요.





LE: 가사를 보면서 무언가를 이야기할 때 직설적으로 꽂히게 말한다기보다는 한 번 꼬아서 말한다는 느낌이 있었어요. 새 앨범을 예로 들어보면 “통닭” 같이 비유적인 키워드가 하나 명확하게 있는 거죠. 그래서 실은 가사 쓰실 때 경험적인 것 외에 기술적인 접근 방식도 달라지신 건가 싶었어요.

접근 방식은 예전과 다르지 않은데, 좀 전에 말했듯이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거 같아요. 이 사람을 만났다가 저 사람을 만났다 (치면 둘의) 성격이 다르잖아요. 상대방의 반응에 따라 저도 반응하는 게 달라지고, 성격도 그 사람에 맞춰 알게 모르게 바뀌고. 그 변화가 자연스럽게 음악으로 오는 거죠. 지금 제가 만나고 있는 분이 확실히 디테일하세요. 모든 오감이 발달하셔서 화도 많고, 로맨틱할 때는 정점을 찍는 분이에요. 그러다 보니 저도 느낄 수 있는 걸 많이 느끼는 거죠. 전 원래 애교가 있는 사람도 아니고, 로맨틱한 사람 자체가 아니고, 지극히 마초 스타일인데요. (전원 웃음) 이 사람을 겪으면서 제가 그 사람과 닮아가니까 가사도 달라지는 게 너무 놀라웠죠. 다 만들어 놓고 집에서 담배 피우면서 모니터링을 하는데, ‘아니, 내가 이렇단 말이야? 에이~’ 이러고. (전원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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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음악가보다는 그저 한 사람으로서 누군가를 만났을 때 느낀 새로운 바이브를 솔직하게 음악에 담는다는 거네요. 신기하네요. 그럼 이제 아마도 만나고 계시다는 분과의 이야기가 많이 있을 이번 앨범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요? (웃음) 첫 정규 앨범 [Your Home], 간단하게 소개해주세요.

[Your Home]… 느그집. (전원 웃음) 이 앨범은 “Seoul, Seoul, Seoul” 빼고 나머지 모든 곡들이 한 사람과 있었던 일을 주제로 삼아요. 타이틀곡이 “너네집”인데, 수록곡 중에는 “파도”랑 “통닭”이라는 곡도 있어요. “I Hate You”라는 곡도 있구요. “I Hate You”는 제가 그 사람을 극혐할 때 쓴 거예요. (전원 웃음) 너무 극혐하지만, 애증 같은 거죠. 리듬 패턴은 굉장히 신나구요. 그런 것들을 다 담고 나서 타이틀곡 제목이 ‘Your Home’으로 나왔는데, 전 집이 마음이라고 생각했어요. 제 마음 안에 그 모든 것들이 다 포함되어 있으니 자연스럽게 느그집, 타이틀이 ‘Your Home’이 된 거라고 설명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전원 웃음)





LE: 루더 밴드로스(Luther Vandross) 노래 중 “A House is not a Home”이란 노래가 생각나네요. ‘Home’이라는 게 물리적인 장소도 의미하지만, 마음속 혹은 더 가면 몸속을 뜻할 수도 있겠네요. 예전에 1일 1곡을 실천하셨다가 14시간도 작업하고, 쓰러지신 적도 있다고 알고 있어요. 이 앨범도 그렇게 작업한 산물일까요?

누가 들으면 아이튠즈(itunes) 차트에서 10위권에 드는 사람인 줄 알겠어요. (전원 웃음) 요즘에도 그렇게 작업하고 있었어요. 이번 정규 앨범은 음악 자체는 이미 진작에 끝내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믹스까지 다 끝내놨었어요. 비디오 프로덕션, 실무적인 부분들을 처리하면서 여가가 있으니까 그때도 계속 음악 작업을 하면서 차기작도 준비하고 있구요. 기린 오빠랑 같이 준비 중인 EP 곡들도 대부분 끝내놨어요. 사진 작업이랑 비디오 작업 할 거밖에 없고. 물론, 그것도 일이지만, 제가 제일 사랑하는 게 음악이니까 맨날 음악을 하려고 해요.





LE: 셀프 프로듀싱으로 이번 앨범 전체를 관장한 게 어떻게 보면 대단하다 싶기도 한데요. 어떻게 보면 프로그래밍을 시작하신 게 오래된 편이라고 보기는 어렵지 않나 싶은데, 그만큼 음악을 거의 혼자서 만드는 데 있어서 연구하고 노력하는 과정이 어느 정도 수반되었을 거 같아요.

사실 제가 프로그래밍을 어디 사이트 같은 데서 배운 게 아니라 프로듀서들이 하는 걸 뒤에서 보면서 ‘아, 저렇게 하는 거구나.’라고 알게 되면서 시작했어요. 진짜 모르겠으면 아예 전화를 해서 ‘이 기능 뭐에요?’라고 물어본다든지 그런 식으로 배워갔거든요. 그리고 그 사람들도 모르는 게 있으면 유튜브로 찾아보구요. 사실 리밋을 어떻게 걸어야 하고, 컴프레서를 얼마만큼 걸어야 하고, 이런 거 하나도 모르고 진짜 동물적으로 했어요. 진보 씨 같은 경우에는, ‘거기 볼륨 좀 작은 거 같아’라고 하면 0.1 정도 올리고 ‘좀 커진 거 같아’ 이런 스타일이에요. 근데 전 기본적으로 1, 2 일단 올려보고 ‘아, 크구나’ 하고 내리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저한테는 ‘내가 ~해봤는데, 내가 경험해봐서 아는데~’ 같은 화법이 잘 통하지 않아요. 혼자서 끊임없이 공부했으니까요. 아,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 프로듀서들한테만 제 노래를 보내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도 많이 나눴구요.





LE: 보면, 스타일링이나 아트 디렉팅까지도 대체로 셀프로 하시는 걸 선호하시는 거 같아요. 본인이 직접 해야 직성이 좀 풀리는 편일까요? 사실 인디펜던트로 활동을 해오시는 분 중에서는 ‘아, 도와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건 내가 좀 안 해도 될 거 같은데’, 혹은 ‘잡다한 일 하느라 시간이 부족하다’라고 느끼는 분들이 꽤 계신 거 같더라구요. 일단 지금은 인디펜던트 상태가 편하신 걸까요?

제가 제 앨범의 바이닐을 만들고 있는데요. 앨범 크레딧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아요. 제가 할 수 없는 것들이 확실히 있긴 있어요. 예를 들면, (음원을) 유통사에 넘기고 이런 것들은 할 수 있지만, 뭔 코드를 입력하고 그런 건 굉장히 어렵더라구요. (전원 웃음) 미국에서 비디오를 찍고 올 때도 커뮤니케이션을 도와준 친구가 있었구요. 제가 풀렝스 앨범 자체가 태어나서 처음이다 보니까 제가 할 수 있는 건 먼저 다 정해놓고 시작했어요. 그래서 믹스나 유통사 알아보는 건 제가 하는 게 좋을 거 같아서 직접 한 거죠. 그렇게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맞죠. (전원 웃음) 바이닐은 제작해주시는 회사 사장님의 도움을 받아서 진행하고 있어요. 음악적인 도움은 사실 제가 어느 정도 훈련이 되어 있다 보니 덜 받는 거구요. 필요로 하면 도움을 받고, 모자란 부분이 있으면 과감하게 부탁하고 그러는 거죠.





LE: 화끈하시네요. (웃음) 1일 1곡은 동물적인 본능에 가까운 움직임인 건가요, 아니면 ‘성실하게 해야겠다’라는 의도가 기본적으로 반영된 움직임인가요?

아, 일단 그 전에 1일 1곡이라는 게, 1일 완곡인 줄 아시는데요. 전 1일 1절 정도, 중간에 ‘멈출 수가 없어!!!’라는 느낌이 들면 완곡이에요. (보통은) 1절을 만들어놓고 앨범을 내야겠다는 시점부터 다시 (시퀀서에) 올려서 완곡을 하는 거죠. 물론, 최근에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린 두 곡이라든지, “Sparkling”은 그 자리에서 하루 만에 다 만든 케이스이긴 해요. 제가 만들었지만, 가끔 유난히 저를 미치게 만드는 노래가 있어요. 그런 노래들은 그 자리에서 끝장을 내야 직성이 풀려요. 다 하고 ‘아… 너무 좋다’ 이러고 편안하게 잠드는 거죠. (전원 웃음) 그래서 1일 1절로 만든 곡이 한 2, 300여 곡은 될 거예요. 그중에는 저를 염두에 두고 만든 곡도 많지만, 누군가를 생각하고 쓴 곡도 많아요. 어떤 커넥션이 생겨서 그 사람에게 줄 기회가 생기면 ‘여기요’하고 드려보고 싶은 거죠.

아무튼, 저는 성실과는 거리가 좀 멀어요. (전원 웃음) 제집에 작업 방이 있고, 침실이 있어요. 그런데 저는 침실은 진짜 잠자는 용도로만 쓰고, 나머지 시간에는 작업 방에만 있거든요. 근데 뭔가에 이끌리듯이, 뭔가가 너무 좋아서 작업을 시작할 뿐이에요. 랩탑으로 하는 게 진짜 뭐 없어요. 예를 들면, 유튜브로 최근에 나온 샤카 칸(Chaka Khan) 신곡을 스무 번 돌리면서 보다가 ‘아, 존나 멋있는 거 해야지’ 생각하고 작업해요. 배고프면 밥 먹으러 가고, 운동할 때 되면 운동하러 가구요. 집에 왔을 때 오자마자 다시 또 작업 방에 앉고… 누가 저를 푸시해서 (곡을 작업하고) 이런 경우는 거의 없죠. 약속된 다른 프로젝트, 외부 작업을 할 때 시간이 정해져 있고, 타이트한 상황인 데서도 전 재미를 느껴요. 막 하기 싫은데 하게 되면 그게 너무 가슴 아플 거 같아요. 그런 상황이 오면 너무 슬플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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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앨범 이야기를 좀 더 해보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전작들에서는 화성 진행 면에서 재즈적인 터치가 많이 보였던 거 같아요. 그런데 이번엔 그보다 사운드 소스 자체를 강조하는 모습이 더 강하게 다가왔어요. 곡별로 메인이 되고 강조하려 했던 사운드 소스, 악기에 관해 얘기해볼 수 있을까요?

“너네집” 같은 경우에는 8, 90년대의 신스 팝 타입의 음악 등을 녹여내면서 제가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 어느 정도 표현한 노래라고 생각해요. 사실 저는 신세하(Xin Xeha)가 그 곡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해요. (신)세하의 음악을 너무나 좋아하거든요. 에피소드가 있는데, 세하가 저를 모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제가 이 프로젝트 때문에 세하한테 DM으로 ‘세하 님’ 이렇게 연락을 했었거든요. 알고 보니까 둘 다 서로를 흥미롭게 생각하고 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그 노래를 만들 때 아예 세하를 생각하면서 만들었어요. 어차피 제가 만들어내는 음악이니까 저는 어디에다 꾸겨 넣어도 제 음악이고 앨범이니까요. 그래서 세하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와중에도 제가 주인공인 것처럼 해야죠. (웃음) 나머지 수록곡들도 얘기하면 하나씩 주인공이 있어요. “I Hate You”는 드럼 리듬 패턴이 주인공이에요. 제가 의외로 넵튠스(The Neptunes)를 많이 생각하면서 곡을 작업했어요. 기타 싱글 노트, 리듬을 쪼개는 부분 등등 옛날 넵튠스 느낌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물론, 저라는 필터가 걸쳐져서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표현되긴 하지만요. 거기에 TR-808 사운드를 넣는 식으로 제가 해보고 싶었던 걸 더한 거죠. “통닭”은 비앙(Viann)과 쿤디판다(Khundi Phanda)가 주인공이죠. 그렇게 트랙마다 주인공 역할을 하는 요소들이 있어요.





LE: “In Dreams”나 “설탕분수”가 특히 리듬이 강조된 트랙이었던 거 같아요. 팀발랜드(Timbaland) 스타일을 재현하듯 잘게 쪼갠 건 아니지만, 어쨌든 리듬을 잘게 쪼개는 의도는 있었던 거네요.

드럼 리듬 자체는 많이 쪼개고, 안 쪼개고를 떠나서 기억에 남게끔 만들고 싶었어요. “파도”가 제 기억으로는 제일 많이 쪼갠 거로 알고 있는데. 그런 것 하나하나가 제가 무언가 표현하기 위한 장치라고 생각해요.





LE: 혹시 앨범을 만들면서 전체적인 사운드, 보컬 레퍼런스와 모티브가 되어준 아티스트나 앨범이 있었을까요?

전체적으로 레퍼런스가 되는 건 아예 없었는데요. 오히려 곡에 들어간 사운드 소스 하나하나로는 있었다고 할 수 있어요. 특히, 제 주변에서 음악을 하는 프로듀서들, 뮤지션들한테 영향을 많이 받은 거 같아요. 제일 가까운 건 진보 씨가 평소 했었던 (음악들)? 진보 씨랑 음악적인 이야기를 되게 많이 하거든요. 그리고 이번에 제가 LA에 갔다가 N.E.R.D를 보고 왔는데요. 보러 가기 전에도 최근 신보 LP도 샀고, N.E.R.D나 넵튠스가 프로듀싱했던 모든 음악을 진짜 많이 들었어요. (거기서 영향받아서 제 음악에) 약간 괴짜 같은 것도 해봤고, 한 곡 안에서 BPM을 바꾸고 다른 노래를 나오게 한다든지 하는 시도도 (해봤어요.) 소피(SOPHIE), 폼라드한테도 여러 가지 영향을 많이 받았고, 세하한테도 마찬가지예요.





LE: 어쩌다 보니 N.E.R.D, 넵튠스 이야기가 많이 나오네요. “I Hate You”를 듣고 되게 미니멀하다는 생각을 하긴 했었는데 말이죠. 폼라드 이야기를 좀 더 해볼까요? 폼라드는 콜라보 아티스트 중 비교적 익숙지 않은 이름이에요. 어떤 아티스트이고, “설탕분수”의 작업기를 간단히 들려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통일된 와중에도 가장 튀는 결을 가진 트랙 같기도 한데요.

앨범의 타이틀곡은 “너네집”이지만, 하이라이트 트랙은 “설탕분수”라고 생각해요. (폼라드는)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벨기에 출신의 프로듀서이고, 내한한 적이 있었어요. 사실 제가 소프 사람들이랑 친하다 보니까 서너 달 전부터 (폼라드가) 내한한다는 소식을 알고 있었어요. 그러다 제가 오프닝 공연을 할 기회가 생겨서 한동안 그 날만 바라보고 사는 사람처럼 지냈어요. 그 전에 폼라드가 올린 콘텐츠나 모든 음악을 (모두 섭렵했구요.) 꿈에서도 나올 정도로, 자다가 깨서 이야기하다가 누울 정도로 너무나 팬이었어요. 제가 그 사람의 음악을 좋아하는 포인트는 리듬 파트를 너무 잘 만들고, 음악이 굉장히 폭력적이라는 거예요. 틈을 주지 않는다고 할까요? 그런 부분에서 폭력적인데, 음악 안 할 때 평소 사진 보면 되게 음악 할 거 같지 않게 생겼어요. (전원 웃음) 그러다가 라이브를 할 때 보면 동공이 아예 풀려서 미친 사람처럼 음악을 하는데, 저한테는 그 모습이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프린스(Prince) 이후로 가장 충격적으로 다가와서 좋아하게 됐어요. 제가 하고 싶은 요소들을 다 가지고 있기도 해요. 가스펠도 섞여 있고, 힙합도 섞여 있고, 힙합 안에서도 트랩 등등… 연주도 잘하고, 기계도 잘 다루고, 믹스도 너무 잘해요. 제가 원하는 밴드 사운드로 공연을 하려 하고, 혼자서 하는 보일러룸(Boiler Room) 라이브에서도 그 에너지를 다 표현할 줄 아니까 완전 미친 사람인 거 같은 거예요. 내한 왔을 때는 오프닝 공연을 했어도 별다른 교류는 없었어요. 백스테이지에서 ‘안녕’ 이렇게만 인사한 게 전부였어요. 이후에 제가 DM을 보냈죠. ‘그 날을 기억하니?’ (전원 웃음) ‘난 수민이란 친구고, 난 너의 빅 팬이야. 난 너와 같이 공연을 해서 너무나 영광스러웠어’라고 써서 보냈는데 안 읽더라구요. 나한테 관심이 없나 보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메일 정리하다가 공연 다음 날 폼라드가 보낸 메일이 있더라구요. 그때 진짜 소리를 지르면서 신나서 한동안 메일로 교류했는데, 저랑 같이 작업하고 싶은 트랙이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 후에 (폼라드가) 메일로 트랙을 보냈는데, 그 노래가 “설탕분수”예요. 영어 제목은 ‘Sugar Fountain’인데요. 타이틀을 제가 지은 게 아니에요. 폼라드가 저를 나름 배려하겠다고 해서 구글로 번역을 한 건지, 한국말로 보낸 게 ‘설탕분수’였던 거죠. 근데 트랙이랑 제목이 너무 잘 어울리는 거예요. (제목을) 바꿀 생각이 안 들어서 그대로 쓰기로 했어요. 그러고 나서 ‘설탕분수’를 뭐랑 연관 지을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저는 역시나 사랑이더라구요. 그 폭발하는 사랑의 에너지 있잖아요. 그걸 가사로 표현하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빛, 불, 물 같은 단어를 많이 썼죠. 저한테는 너무 좋은 기회이자 감사한 일이었어요.





LE: 이제 트랙 바이 트랙으로 좀 더 자세히 쭉 훑어볼까 하는데요. 그전에 나잠 수 씨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요? 나잠 수 씨가 작년에도 개인적으로 발표한 앨범으로 명쾌하게 지향하는 바를 더욱 드러내셨잖아요. 확실히 알앤비/소울, 그리고 힙합까지 해서 이런 계열의 음악을 컨트롤하는 데에 가장 이해도가 높은 음악가이자 엔지니어분 중 한 분이 아닌가 싶은데요. 이번 정규 앨범 마스터링 작업을 전담하신 건 물론, 여러 가지 교류가 있다고 하셨는데, 함께하면서 어떤 영향을 받는지 궁금한데요.

일단 잠수 오빠는 변태예요. 사운드 변태. 굉장히 집요해요. 그리고 설명충이에요. 모르는 게 없어요. 사소한 거라도 하나하나 다 이유가 있어요. 전 나잠 수 자체의 그 이상한 너드(Nerd)함이 너무 좋아요. 성격도 그렇고, 믹스, 마스터링하는 과정에서 설명하는 것만 봐도, 작업실만 가봐도 그게 너무나 보여요. 그리고 제가 술탄 오브 더 디스코(Sultan Of The Disco)의 너무나 오래된 팬이구요. 그러다 보니 제가 너무 사랑하는 사람이랑 일을 하는 게 좋겠다 싶어서 함께하게 됐죠. 잠수 오빠가 시대적인 방향성을 어느 정도 정해놓고 갔었잖아요. 술탄 오브 더 디스코랑 나잠 수와 빅웨이브스(Nahzam Su & the Big Waves)랑은 약간 결이 다를 수 있는데, 어쨌든 저는 비슷한 베이스에서 나온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그 두 개의 베이스가 저도 너무 좋아하는 거라서 자연스럽게 애착이 갈 수밖에 없었죠. 아무리 요즘 유행하는 걸 한다고 하더라도 저는 감성 자체가 잠수 오빠랑 비슷한 쪽에 있어요. (오빠가) 제 그 모드를 너무 잘 알아주시는 거죠.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제가 원하는 게 뭔지를 너무 잘 알고 계시고. 그러다 보니 제가 “Mirrorball” 때도 마스터링 작업을 부탁드렸고, 이번 앨범은 풀로 다 맡겼는데, 개인적으로도 실험적인 사운드를 만들어내기 위해 고민하셨다고 들었어요. 항상 기분 좋은 작업물이 나올 수밖에 없는 거예요. 너무 컴팩트하고, 일정 밀리는 거 하나도 없고, 최고라고 생각해요.





LE: 이번 앨범 마스터링은 나잠 수 씨가 담당하셨지만, 믹스는 수민 씨가 직접 다 하신 거로 알고 있어요. 근데 사운드가 이전보다 훨씬 명쾌해진 거 같아요. 들리는 소리들이 어떤 음악을 하고 싶다는 걸 말하는 것처럼 들릴 정도인데요. 이 상태가 되기까지, 믹스에서 마스터링 단계로 넘어가면서 나잠 수 씨와의 어떤 갈등이 있었는지,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어떤 식으로 도움을 주셨는지 궁금한데요.

그런 부분에서의 고민을 다 하고 나서 피처링을 제의하든, 마스터링을 맡기든 하기 때문에, (갈등이) 생겨도 상관없다는 주의에요. 충돌 같은 건 전혀 없었구요. 오히려 제가 원하는 걸 더 과장되게 표현해주셔서 굉장히 만족스러워요.





LE: 사실 믹스나 마스터링 단계로 넘어가면, 그런 사운드 엔지니어링은 테크닉적인 영역에 좀 더 가깝잖아요. 그래서 때에 따라 음악은 참 좋은데 사운드 밸런스가 너무 어긋나 있는 케이스도 있을 거 같단 말이죠. 이야기해주신 걸 바탕으로 미뤄보면, 감으로 어느 정도 커버를 하시는 경향이 있으셨던 거로 보이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사운드가 정상 범위를 벗어났을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특별히 그러진 않았었나 보네요.

물론, 잠수 오빠가 조언은 해줬어요. ‘수민아, 너 전체적으로 컴프레서를 너무 많이 걸었어’ 이런 식인데, 전 제가 좋아하는 오빠가 그렇게 얘기해주니까 ‘당장 뺄게.’하고 바로 빼고. (전원 웃음) 그 정도는 있지만, 음악적으로 하이파이하다든지, 그런 디테일은 전혀 안 건드리시니까 그냥 믿고 맡기는 거 같아요. 그리고 그런 얘기를 나누면서 ‘내가 이렇게 만들면 누군가는 귀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구나’ 정도로 캐치해서 믹스할 때 고려하죠. 사실 저는 어렸을 때 믹스는 필수로 맡겨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근데 진보 씨도 그렇고, 닥스킴(DOCSKIM) 오빠도 그렇고, 은근히 제 곁에 있었던 사람들이 본인이 믹스해서 내는 걸 보고 ‘그래, 맞아. 내 음악을 내가 제일 잘 알고, 내가 그 믹스 밸런스를 제일 잘 알지’라고 느꼈어요. 물론 수치상으로, 기술적으로는 틀렸다고 할 수 있겠지만, 저는 그 개념 이상으로 생각해요. 제가 그리는 그림이 있는데, 혼자서 아무리 해도 나오지 않을 때는 당연히 믹스에서 도움이 필요하죠. 그렇지만 핵심은 제가 제 음악의 매력을 제일 잘 알고, 제 음악의 1등 팬이라는 거예요. “U & Me” 때부터 그렇게 직접 믹스를 하기 시작했는데, 언제나 조언이나 피드백은 다 듣고는 있어요.





LE: 강단 있으면서도 언제나 다른 의견에는 열려 있는 게 절충적인 느낌이네요. (웃음) 앞서 질문드리긴 했지만, 좀 더 보충해서 다시 트랙별로 주인공이 된 악기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가 볼까요? 첫 곡 “In Dreams”부터 하나씩 차근차근 말 나누어보면 좋을 거 같아요.

“In Dreams”는 형식에서 형식으로 넘어갈 때 섹션이 있어요. 곡의 멜로디 부분을 이루는 섹션 구간이 포인트에요. 왜냐하면 그게 A-B-훅을 완전히 정리하면서 넘어가는 중요한 부분이거든요. 어떻게 보면 조연 같은 파트일 수도 있지만, 그 구간이 포인트이구요. “너네 집”은 두 가지 버전을 실었는데, 저는 피처링을 받을 때 솔로 버전을 함께 싣는 걸 좋아하거든요. “Mirrorball”이 윤비 버전, 제 버전이 있듯이 말이죠. 잘 캐치 못 하실 수도 있는데, 훅에서 벨 소리가 나와요. 저는 그 소리가 노래에서 너무나 포인트가 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DX 패치 소리를 너무 좋아하거든요. 이 곡의 시대적인 배경과도 잘 어울리는 느낌이라 (넣게 되었어요.) 희미하게 들리긴 하지만, 저한테는 그 소리가 주인공이에요.
 
“I Hate You”는 리듬 파트가 압도적으로 주인공이라고 생각하고, 기타 싱글 노트 소리가 있거든요. 그 소리도 이 트랙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캐치한 멜로디와 함께 저의 가사도 돋보이는 (트랙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최근에 소프 공연이랑 세하 쇼케이스 때 선공개 느낌으로 한 번 선보인 적이 있어요. 소프에서는 처음 듣는 노래인데도 멜로디가 캐치하다 보니까 2절쯤부터는 따라 불러주시더라구요. 그러니 그 캐치한 멜로디도 곡의 주인공이 아닌가 싶어요. “Heaven”은 좀 어려운데, 리듬 파트가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되게 촘촘하게 리듬 파트가 만들어진 트랙이고, 중간에 리듬이 바뀌거든요. 스트레이트로 갔다가 중간에 갑자기 바운스로 바뀌어요. 그게 제가 곡을 꾸미기 위한 주된 장치라고 생각하고 만든 부분이에요.

“Seoul, Seoul, Seoul”은 중간 변주 부분이 하이라이트에요. 이 노래는 제 앨범에서 가장 명확한 테마를 제시하는 노래이기도 해요. 이 노래의 주인공은 서울이에요. 저는 한국 사람이고, 한국에서 쭉 살아왔고, 서울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거나 어디를 돌아다니기만 해도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핸드폰만 보고, 사람들끼리 눈 안 마주치려 하는 모습들을 본단 말이에요. 지하철 타서 자리에 앉으면 사람들이 너무 무뚝뚝하게 보고만 있는 경우를 수도 없이 많이 봤구요. 좁은 거리에서 차가 서로 오다가 만나면 모르는 사람들이다 보니 너무 함부로 대하고 경적을 울리는 모습도 자주 목격했구요. 일본이나 LA에 갔을 때는 우리나라에 비해 조금씩 존중해준다든가, 배려를 해주는 모습을 많이 봤거든요. 우리나라의 그런 정서가 어디서부터 온 건지 자세하게 설명할 순 없지만, 그런 모습을 보고 (가사를 썼어요.) 가사를 보면 첫 벌스부터 “왜 그렇게 화가 나 있어 서울”로 시작하잖아요.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는 점, 편리한 편의점이 정말 많은 점, 그리고 화가 많은 사람들, 인상 쓰는 사람들, 바쁜 사람들, 그 모든 과열된 것들이 서울 사람인 제가 본 서울의 이미지에요. 처음에는 되게 칠하고 편안한 사운드로 “인상 쓰지마 주름 생길 거야”, “니가 타고 있는 지하철 바깥의 한강을 봐 그러면 넌 소리 지르지 않을 거야” 같은 가사가 나오면서 진행되다가 변주가 되면서 아예 다른 음악이 나와요. “내가 뭘 원하는지 알고 있지, 서울 서울 서울” 이 부분에서 제가 서울 사람이고, 서울에서 나고 자랐으니, 서울의 편리함과 장점을 (이야기하면서) 앞부분과 대비되는 모순된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LA에 갔었을 때 편의점을 가려면 차를 타고 나가야 하고, 일본만 가도 24시간 편의점이 우리나라에 비해 그렇게 많지 않았거든요. 그에 비해 서울은 되게 편리한 거예요. 그게 편의점이 됐든 지하철이 됐든. 그런 서울의 모습을 보면서 모순된 제 생각을 담았어요. 서울이 싫다가도 너무 좋고 그런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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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역시 이번 앨범이 전반적으로 그렇듯이 리듬 트랙에 가중치를 많이 둔 트랙이에요. 기타 싱글 노트 소리가 주된 역할을 하고 있어요. 사실 제 노래가 리듬이 거의 비슷비슷한 느낌이 있지만, 이 곡은 멜로디 멜로디 사이에 조금 더 텀이 있어요. 신비롭고 몽환적인 (연출을 위해) 공간감을 주고 싶었고, 후반부에 들어보시면 엄청 소리를 지르면서 넘어가는 부분이 있어요. 그건 정말 파도치는 모습을 상상하며 만들려 했던 부분이거든요. 그래서 되게 힘들었어요. 목이 너무 아픈데 잘 만들고 싶었거든요.

“통닭”에서는 저는 정말 치킨 이야기만 하고 싶었는데, 쿤디판다가 되게 중의적으로 여자랑 통닭을 합쳐서 섹슈얼하게 표현을 해줬더라구요. 쿤디판다가 이 노래에서 되게 많은 이미지를 그리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약간 추상적인 걸 좋아해서 훅 가사를 제가 멋있게 생각하는 여성과 남성의 섹시한 몸을 상상하면서 썼어요. 쿤디판다가 생각보다 혈기왕성한 본인의 생각을 전투적인 느낌의 가사로 표현해 주었는데, 수정은 따로 하지 않았어요. 아티스트만의 시그니처를 그대로 살리기로 했죠. (그러다 보니) 쿤디판다 가사가 너무 자극적인 거예요. 예를 들면, 브라자나 음부 같은 단어가 가사에 나오는 거예요. 그걸 어떻게 잘 돌려서 글자 사이를 떼면 교묘하게 바꿀 수 있었거든요. 어떻게든 돌리고 돌려서 걸리지 않으려고 한 거죠. (웃음) 비앙의 냄새가 너무나 많이 나는 트랙이라서 비앙과 쿤디판다의 [재건축] 앨범을 또다시 제 앨범에서 느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쿤디판다도 되게 전투적이고, 비앙도 진짜 전투적이고 음악적으로 드럽잖아요. 비앙의 비트 자체가 되게 꾸덕꾸덕한데, 제가 그걸 진짜 좋아하거든요. 컴프레서를 더 이상 걸 수 없을 정도로 거는 식인 거죠. 그 위에서 제 목소리가 약간 하이파이하게 비트를 잘 감싸면서 생겨나는 밸런스가 너무 재미있었어요. 이런 콜라보레이션 자체가 주인공인 곡인 거 같아요.

“Woo”는 섹스가 주인공이에요. (웃음) 제가 1, 2절 벌스를 원테이크로 녹음했어요. 그래서 들어보시면 다른 트랙에 비해서 피치가 좀 나간다든지, 완성도가 전후 트랙들보다 (떨어지게 들릴 수도 있을 거 같아요.) 다른 트랙들은 되게 컴팩트하거든요. 제가 목소리 보정 과정 같은 걸 통해서 되게 칼같이 했는데, 이 곡만큼은 자연스럽게 놔뒀어요. 훅 가사 내용은 간단하고 명쾌하면서도 여러 가지 의미가 있어요. 제가 추상적이고 중의적인 표현을 너무 좋아하거든요. “내가 위하면 넌 아래” 이 표현이 계속 반복돼요. 곡 테마로 봤을 때는 단순히 ‘내가 위 할게, 네가 아래에 있어’라는 뜻이 전부일 수도 있지만, 다른 의미도 있어요. 수민으로서, 여자로서 자신 있게 리드하는 카리스마를 제가 잘하는 음악으로 명확하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제 이상적인 상상, 판타지 같은 것들이 (가사 안에) 결합해 있다고 보시면 될 거 같아요.





LE: 섹스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앨범 전반에서 섹슈얼한 표현을 쓸 때 어떻게 하면 더 은밀하고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한 흔적이 보였던 거 같아요. 예를 들면, “Heaven”의 가사에서 “내 피부에 하얀 실크가 막 지나다녀” 이런 식으로 말이죠. 그런 상황과 단어들을 연관 짓는 수민 씨만의 특별한 노하우가 있을까요?

저는 그 행위를 할 때 기억을 되게 오래 간직하거든요. 그 사람이 누구든 간에 (그때의 기억이나 감흥이) 다 달라요. 지금 그렇게 한다는 건 아니구요. (전원 웃음) 전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하고 있거든요. 그때 느꼈던 감정들을 제 몸으로 느끼고, 제 마음에도 남아 있다 보니까 굳이 꾸미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거 같아요.) 음악에 맞게 고민해서 가사를 쓴 것도 아니에요. 예전에는 트랙을 먼저 만들어놓고 그 위에 가사를 대강 써서 가이드로 흥얼거린 다음에 (그 멜로디에) 맞게끔 다시 가사를 썼어요. 요즘에는 가사부터 먼저 써요. 가사를 먼저 쓴다는 게, 수첩에 (완성된 하나의) 가사를 쓰는 게 아니라 그냥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써요. 제가 그 노래를 듣고 생각나는 것들을 다 써요. 그럴 때마다 저는 사랑으로 자주 귀결되는 편이에요. 사랑에 정신적인 부분도 있지만, 피지컬적인 부분도 빼놓을 수 없잖아요. 그걸 통해 관계가 깊어지기도 하고, 오해가 한 번에 풀릴 수도 있구요. 그래서 항상 그런 (상황과 단어)들이 저도 모르게 프리셋처럼 저에게 장착된 거 같아요. 조금 전에 말씀하셨던 “내 피부에 하얀 실크가 막 지나다녀” 같은 표현도 그냥 평소에 쓰는 표현이거든요. 그렇다고 가사에 ‘쎅쓰!’ 이렇게 막 쓰는 건 아니고… (전원 웃음) 지금 제 나이가 28살이니 이런 걸 감추기보다는 연상되는 표현을 실제로 많이 이야기하다 보니 가사로도 이어지는 거 같아요.





LE: 섹스 얘기를 한다 치면 사실 슬로우잼처럼 끈적하게 갈 법도 한데 그렇지는 않아요. 오히려 산뜻한 느낌이 더 강한데, 듣는 이가 상상했으면 하는 장면이 따로 있었을까요?

저는 야한 노래이고, 그런 것들을 연상시키는 노래라고 해서 단순히 다크하고, 끈적거리고, BPM 졸라 느리고 이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Woo”가 느리면 느리다고 할 수 있는 편이긴 하지만… 저는 절정에 다다랐을 때 청량하고 산뜻한 느낌이 항상 들어요. 입자 같은 게 막 날리고, 폭발적인 빛 같은 게 연상되거든요. 너무 밝아서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는 느낌 말이죠. 사실 “Sparkling”에도 섹스 라이프 이런 것들을 포함해서 제가 느끼는 여러 가지 감정들이 조금 감춰져 있어요. 저는 수민이니까 그런 걸 굳이 다크하고 끈적하고, 슬로우잼으로 풀지 않아도, 수민 스타일대로 풀 수 있으니까 그렇게 표현했던 거 같아요.





LE: “In Dreams”에서는 27초부터 강하게 시작되는 리듬 파트 이후부터 왼쪽 오른쪽으로 소리가 왔다 갔다 하고, 코러스를 쌓으면서 꿈을 꾸는 듯한 느낌을 주더라구요. 다른 곡에서도 이런 식으로 사운드와 담긴 메시지를 테마와 결합, 접목한 편인가요?

예전에는 신경을 많이 못 썼던 부분인데요. 요즘에는 가사를 먼저 쓰고 그에 맞춰 곡을 어느 정도 쓰다 보니깐 가사에 맞는 사운드도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지금 저한테는 가장 좋은 방법인 거 같아요. 가사를 좀 더 잘 들리게 하고, 제가 말하고 싶은 걸 조금 더 상상할 수 있게끔 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어요.





LE: “너네 집”에서는 코러스를 비롯한 사운드를 점차 쌓아가면서 곡을 절정으로 끌어가는 게 너무 좋았어요. 곡을 빌드업하는 본인만의 방식이 있는지, 그리고 어디에서 영향을 받게 되신 건지 궁금해요.

그런 부분은 아무래도 케이팝 작업을 하면서 영향받은 부분인 거 같아요. 보통 노래 길이가 3분 30초 내외라고 하면, 저야 한 사람이 노래를 만들고, 부르고, 그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해주는 거잖아요. 그에 비해 케이팝은 보통 아이돌 멤버가 많다 보니 자기만의 시그니처를 3, 4초 안에 보여주려면 진짜 강렬하게 임팩트를 줘야 하거든요. 그런 것들을 보고 작업하면서 너무 많은 걸 느꼈죠. 그렇다고 뭐 어떻게 공부를 하려고 한 건 아니고, 자연스럽게 저한테 녹아든 거 같아요. 요즘 케이팝 뮤직비디오를 보면 되게 퀄리티도 좋고, 스토리도 탄탄한 비디오가 너무 많아요. 예를 들면, 레드벨벳이 그런데, 비디오를 보면 거의 뭐 <식스 센스> 급의 감춰진 소름 끼치는 스토리가 있다 보니 그런 데서 (저만의) 빌드업 방식(을 터득한 거 같아요.) 단순히 음악적으로 음량이 높다든지, 높은 노트를 부르는 식의 빌드업만을 구사하는 게 아니고, 가사 또는 악기를 통해서 하는 빌드업이 있거든요. 같은 베이스 라인을 치더라도 훅에서는 뭔가 느낌을 다르게 하는 방식이 있어요. 빌드업은 디테일을 많이 요구하는 케이팝 작업을 경험하면서 많이 영향받은 게 맞아요. (별개로) 사실 저는 되게 반복되는 음악을 좋아하고, 그게 되게 야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최근에는) 넵튠스나 N.E.R.D 혹은 진보 씨 음악을 들으면서 그 안에서 단역 배우처럼 잠깐 들어갔다 나오는 사운드 소스나 악기에 되게 많은 영감을 받았어요. 그 소리들을 기억해서 (앨범 안에 구현한다든지,) 정규 앨범 준비하면서 진짜 많이 배웠어요. 사람들은 눈치를 잘 못 챌 수도 있지만, 제 앨범을 들어보면 한 번 들어갔다가 빠지는 소리가 가끔 있어요. 그런 것도 빌드업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제 빌드업 방식은 그 두 가지 포인트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LE: 이번 앨범도 마찬가지고, 수민 씨가 어느 순간부터 보컬을 악기처럼 활용할 때도 있다 싶었어요. 예를 들면, 보컬에 이펙트를 과하게 걸어서 발음이 잘 안 들리게끔 해서 소리에 집중하게끔 하는 식이죠. 어느 정도 의도를 하신 부분이겠죠?

의도를 한 부분도 있는데, 안 한 부분도 있어요. 저도 흥미로운데, 가사가 잘 안 들리는 거 같아서 녹음을 다시 하려고 한 적이 있다가 그냥 멈췄거든요. 가사 내용이 안 들려도 소리 형태 자체만으로도 (듣는 사람을) 자극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가사가 잘 안 들리는 래퍼들의 노래를 들으면, 전 굳이 가사를 찾아보지 않고 ‘이 말을 한 건가?’ 하면서 유추해요. 그 맛도 좀 있는 거 같아요. 마치 가로세로 퍼즐처럼 끼워 맞추듯 하는 거죠. 녹음해서 바로 수정할 수도 있었지만, 일부러 놔둔 곡이 몇 개가 더 있어요. 대표적으로 “파도”가 있죠. 벌스에서 “너는 어떻게”라고 하는 부분이 있는데, 보컬에 플랜저(Flanger)라는 이펙터를 걸어서 되게 혼란스럽게 만들었거든요. 말 안 하면 사람들이 잘 모를 수도 있어요. “너는 어떻게”라고 말을 한 건지, 말인지 방구인지 모를 수도 있지만, 그 소리 자체가 곡이랑 너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다신 수정할 수 없게 빼박으로 마스터링까지 했죠.





LE: 결론적으로, 이번 정규 앨범이 약간 종합 선물 세트 같은 느낌이라고 볼 수도 있나요? 이것저것 할 수 있으니까 다 들어보라는 식이랄까요?

그런 느낌일 수도 있죠. 그날그날 작업대에 앉아서 이걸 해야겠다고 하고 만든 게 하나도 없어요. 속된 말로 꼴리는 대로 만들다 보니 트랙리스트가 나온 거죠. 그래서 ‘전 이것도 할 수 있고, 저것도 할 수 있으니까 들어봐 주세요.’ 같은 생각이 아예 없진 않았겠지만, 그냥 여러 가지 음악을 하고 싶은 욕망이 계속 커지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매일매일 어떤 음악을 만들지 모드가 달라지는 거 같아요. 근데 근본적인 제 고향은 항상 따로 있죠. [Sparkling], “Mirrorball” 이렇게 둘을 봤을 때, 많은 사람이 서로 연관이 안 되어 있다고 생각할 수 있거든요. 전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정말 비슷한 구석이 많다고 생각하고, 찾아보면 정서를 알 수 있거든요. 그 감정이 비슷해서 그런지 전 항상 모든 게 다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만약에 다르더라도 그걸 제 목소리를 장치 삼아 다 연결하고 있어요. 저라는 도장이 열한 트랙에 다 찍혀 있는 거죠.





LE: 뮤직비디오 이야기를 좀 해볼게요. 일단 “Sparkling”이나 “Mirrorball”의 뮤직비디오에서 청량하고 산뜻한 모습을 잘 표현하셨던 거 같아요. 뮤직비디오 콘티는 직접 짜시는 편이신가요?

아니요. 사실 “설탕분수” 빼고는 완전히 랜덤하게 촬영했어요. “Sparkling”, “Mirrorball”을 찍어주신 더 컷(THE CUT) 스튜디오가 저랑 너무 친하고 가족 같은 사이라서 자연스럽게 나온 거 같아요. 그래서 “너네 집” 뮤직비디오는 저랑 첫 작업을 하는 팀이다 보니까 (어떻게 시너지가 나올지 알 수 없어서) 되게 기대되면서도 긴장됐어요. 그래도 세하를 아는 팀이다 보니까 최대한 자연스럽게 나왔다고 봐요. 이번에 비디오가 총 4개 나오거든요. “설탕분수”, “너네 집”이 공개되었고, “Woo”랑 “I Hate You”까지 뮤직비디오로 만들 거예요. “I Hate You”는 아직 컨택도 안 했어요. 그 곡이랑 “Woo”는 제가 앨범을 발매하고 난 뒤에 릴리즈를 원하고 있어서요.





LE: “설탕분수” 뮤직비디오는 스캇(Scott)이라는 외국 감독님과 협업하신 거로 알고 있는데, 어떤 감독님이신지 소개 부탁드리고, 어떤 인연으로 작업을 함께하게 되었는지 말씀해주세요.

좀 많이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 제가 SM 엔터테인먼트 송 캠프를 왔다 갔다 하다가 저랑 동갑내기 직원을 알게 됐어요. 맨날 옥상에서 같이 담배를 피우고 그랬는데, 그 당시에는 직책이 인터내셔널 A&R이었어요. 지금은 (SM에서) 나와서 퍼블리싱 관련 공부를 해서 레이블을 차리기 위해 유학 준비를 하고 있어요. 그 친구가 제가 SM 엔터테인먼트 아티스트들과 교류할 수 있게끔 큰 역할을 해줬어요. 그래서 고맙고, 항상 뭔가 생각할 거리를 주는 친구였어요. 이제는 정말 친한 친구인데, 제 음악에 항상 관심 갖고 도와주려고 해요. 저도 그 친구가 하는 일에 엄청난 리스펙이 있구요. 전부터 제 프로젝트에 관심이 되게 많았는데, 제가 정규 앨범을 준비한다고 얘기하니까 자기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도와주고 싶다고 했었어요. 그 친구가 오랫동안 해외에 왔다 갔다 하면서 일을 해왔다 보니까 알고 있는 해외 스태프들, 비디오 프로덕션, 뮤직 프로덕션, 매니지먼트, 퍼블리싱 관련해서 인프라를 활용해서요. 그때 마침 “설탕분수”의 비디오를 찍고 싶었던 데다 제가 LA에 놀러 가는 일정이 있었어요. 그래서 LA에 있는 프로덕션 팀을 컨택하던 중에 저도 같이 작업했던 아티스트로 핑크 슬립(Pink Slip)이 있어요. 작업을 하며 알게 됐던 핑크 슬립의 매니저가 조금 전 말했던 친구와 아는 사이였고, 때마침 얼마 되지 않아 제가 LA에 가게 됐고, 그 시기에 그 매니저가 LA에 온다고 해서 작업을 하게 됐고, 그렇게 “설탕분수”의 비디오가 탄생했죠.

촬영 준비 과정이 그렇게 길지는 않았어요. 짧았지만, 그쪽 현지 비디오 프로덕션 팀이 너무나 정리를 잘해줬어요. 콜시트(스태프가 출연자에게 사전에 전달하는 촬영일의 예정표)를 만들었는데, 인근 병원부터 해서 하룬데도 한 시간마다 변하는 날씨까지 체크해왔어요. 그 애티튜드에 감동하면서 작업했어요.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만나봤던 비디오 프로덕션 팀보다 평균적으로 나이대가 어렸어요. 17살 때부터 매거진에서 일하고, 18살 때부터 칸예 웨스트(Kanye West)의 매니저, 어시스턴트 중 한 명 이런 거죠. 그래서 일반적인 길을 걷는다기보다 진짜 어렸을 때부터 고생해 온 사람들을 만나서 일을 하고 오니까 너무나 많은 걸 느낀 거예요. 그중에 촬영 감독인 스캇이란 친구는, 되게 과묵하고 자기한테 주어진 일에 어떤 군소리도 없이 진짜 열심히 하더라구요. 그리고 저랑 개인적으로 합이 되게 잘 맞았어요. 제가 말하지 않아도 아는 거죠. 예를 들면, 제 얼굴에서 매력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 같은 게 서로 약간 비슷하다는 걸 느낀 거예요. 그런 걸 잘 캐치해줬고, 움직이면서 촬영하는 게 좀 있었는데요. 호흡이 진짜 잘 맞았어요. 그리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중에 럭키(Lucky)라는 친구가 있었어요. 그 친구가 제가 알기에는 리바이스(Levi's) 아시아 쪽을 매니징하는 친구인데, 한국, 일본 쪽 아티스트들에게 관심이 되게 많은 찰나에 제가 LA에 비디오를 찍으러 오니까 촬영장에 놀러 온 거예요. 슛이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촬영할 때 잘 나올 수 있게 제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걸 도와줬어요. 아, 진보 씨도 진짜 많이 도와줬어요. 진보 씨가 커뮤니케이션하는 데 있어서 대부분을 도와줬어요. 그때 또 진보 씨가 자기가 비디오를 찍는 것도 아닌데 스타일링을 거의 자기가 주인공인 것처럼 네온 핑크 팬츠에다가 사장님처럼, 말 그대로 슈퍼프릭처럼 입고 와서 분위기를 압도하면서 저를 케어했어요. 그렇게 편하면서도 아티스트 내면의 것을 뽑아주려고 하는 전체적인 분위기에 진짜 감동을 많이 받았어요.

정해진 시간 안에 타이트하게 하는 건 어디나 기본적으로 똑같아요. 근데 이번에 LA에 다녀오면서 제가 흥미롭게 생각했던 건 프로덕션 팀들이 곡을 거의 암기할 정도로 엄청 분석해 왔다고 할까요? 그러고 나서 파트별로 (뭘 찍을지) 딱딱 정해서 그것만 찍고 끝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반복해서 찍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그 방법은 그 방법대로 효율적이었다고 기억해요. 로케이션 네 군데서 찍었는데, 하루 만에 다 끝났어요. 그것도 밤늦게까지, 밤 11시, 새벽 1시 이때 끝난 게 아니라 한 아침 11시쯤 시작해서 밤 9시쯤 끝나니까 힘들지 않았어요. 편안한 분위기에서 막 장난도 치면서 서로 얘기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엄청 좋았던 거 같아요.





LE: 뮤직비디오 촬영도 촬영이지만, 혹시 LA에서 다른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없었나요? SNS 보니까 공연도 보신 것 같은데요.

미국에서 실세인 아티스트들을 한 자리에서 본다는 것 자체가 드문 일이잖아요. <별이 빛나는 밤에> 같은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정기적으로 주최하는 페스티벌을 봤는데, 가격이 많이 비싸지도 않아요. 한화로 8만 원, 9만 원대에 N.E.R.D, 티나셰(Tinashe), 릴 웨인(Lil Wayne), 로직(Logic) 등등 많이 출연했어요. 일반적인 라이브 셋으로 10분, 15분 한 아티스트들도 있었지만, N.E.R.D는 거의 45~50분 셋으로 해서 굉장히 즐거웠어요. LA에서는 대마가 합법이잖아요? 그래서 페스티벌에 놀러 온 많은 사람들이 대마초를 태우고 엄청 음악에 취해서 놀더라구요. 담배 피우는 사람들은 저 포함해서 별로 없었어요. 다들 극강의 하이 상태가 되어서 엉망진창으로 춤을 출 때도 있었는데, 사람들 시선 신경 쓰지 않고 노는 게 너무 재미있었어요. 저 또한 눈물의 비싼 맥주를 마시며 취해서 엉망진창으로 놀았구요.





LE: 요즘도 공연 자주 보러 다니시는 편인가요? 공연에서도 어떤 영감을 얻으시는지 궁금하네요.

장난 아니게 많이 받죠. 집시 밴드 공연을 혼자 보러 다닌 적도 있고, 예전에 홍대 쪽에 롸일락이라는 자그마한 공연장이 하나 있었어요. 롤링홀 옆에 있던 건데 지금은 없어졌거든요. 거기서 무슨 블루스 밴드 공연도 봤었고, 혼자서 보러 가는 공연이 많아요. 라이브 클럽 데이(Live Club Day)는 특별한 가격에 여러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볼 수 있잖아요. 진짜 최고의 문화생활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거든요. 너무나 저렴한 가격에 공연을 막 돌아다니면서 볼 수 있다는 게 정말 최고잖아요. 또, 아무래도 제가 아티스트, 프로듀서로 활동하다 보니까 초대권도 가끔 오잖아요. 그러면 빠지지 않고 꼭 가거든요. 초대를 했는데 초대를 받은 사람이 안 올 때 그 비참함이 있으니까. 아, 그리고 술탄 오브 더 디스코 공연 보는 걸 제일 좋아해요. 미친 사람들. (전원 웃음)





LE: 술탄 오브 더 디스코 분들 에너지가 장난 아니라고 들었던 거 같네요. (웃음) 이제 인터뷰 거의 막바지입니다. 이제 수민이란 아티스트를 생각하면 참 힘 있고 경직되지 않은 채로 즐기는 이미지가 강해요. 이제 음악에 대한 부담감과 자신감의 정도가 어떤가요?

아무래도 훨씬 더 올라간 것 같구요. 사실 부담감이 없었던 게, 저는 제 포지션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옛날에 첫 EP를 냈을 때는 부담감이 아예 없었어요. 왜냐하면 (저를) 아무도 모르니까. 그렇기 때문에 진짜 그냥 꼴리는 대로 했었고, 오히려 부담감은 지금 조금 더 생기고 있을 수도 있어요. 근데 저는 그게 건강한 거라고 봐요. 그 부담감에서 연구를 많이 하고, 제 기준에서 최대한 좋은 것들을 끌어내려고 하다 보니까 자신감도 생기는 거라고 보거든요. 그리고 저는 멈추는 걸 잘해요. 예를 들면, 믹스 작업에서 어지간히 나왔다 싶으면 그만하고 리스너의 입장을 상상하고 들어봐요. 만든 저조차도 리스너니까. 고민이 너무 많아서 한 곡을 갖고 1년, 2년 오랫동안 작업해서 내면 제 스스로 너무 감이 떨어질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저는 아쉽더라도 어느 정도에서 딱 멈추는 걸 좋아하고 그런 데에서 자신이 있어요. 어떻게 보면 사실 제가 좋으니까 멈추는 거잖아요? ‘이 정도면 되는데?’, ‘이 정도면 자신 있는데?’라고 생각해서 멈추다 보니 자신감은 예전보다 조금 더 생기는 것 같아요. 확실히 무대 할 때도 조금 더 여유가 생기기도 했구요.





LE: 그 자신감 너무 좋습니다. (웃음) 잘하고 계신 거 같아요. 이번 앨범 [Your Home]은 몇 퍼센트 만족하시나요? 혹시 100퍼센트…?

저는 제가 하는 음악, 모든 것들을 좋아해서… 사람마다 흑역사라는 게 다 있지만, 그건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저는 이번 앨범을 너무 즐겁게 작업했어요. 울면서 작업하거나 다크한 상황에서 작업한 기억이 열한 트랙 중에 단 한 곡에도 없거든요. 다들 너무 멋있게, 비앙도 보내 달라는 거 딱딱 제때 트랙 만들어서 보내주고, 폼라드는 말할 필요도 없구요. 제가 하는 게 너무 좋다 보니까 자신은 있는 것 같아요. 제가 골방에서 작업만 하면서 평생 있을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보이는 사람이기도 하니까요. 사람들이 어떤 리뷰를 하고, 평을 내리는 데에는 어느 정도 열려 있어요. 제가 음악적으로 프라이드가 없고, 흔들리면 그건 사실 뮤지션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저의 완전 1등 팬이고, 저 자신을 너무 좋아하고, 저 스스로 자신이 있어요. 나머지 판단은 비판도 있고, 비난도 있고, 혹평도 있고, 여러 가지가 있겠죠? 다른 타입이면서도 저 같은 사람들이 많으니까.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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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다음이 더욱더 기대되는 수민 씨의 [Your Home], 이번 앨범에서 보컬리스트로도 활약하셨지만, 하나의 완결된 앨범을 만들고, 곡을 완성하는 프로듀서로서 능력이 더 빛나 보이는 앨범이었어요. 앞으로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할 앨범도 이런 식의 음악일지, 아니면 어떤 새로운 방향성을 그려 나갈 생각이 있는지 궁금해요.

일단 크게 바뀌는 건 없을 것 같아요. 전 제가 모든 걸 다 하는 모습을 일관되게 갖고 갈 거 같아요. 물론, 열한 트랙 중에서 하나는 비앙, 하나는 폼라드랑 같이 한 트랙인데, 정규 앨범이란 저의 특별한 첫 경험, 첫 찬스인지라 평소에 너무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작업하고 싶었을 뿐이죠. (제가 앨범을 주관하는 모습은) 계속될 거예요. 근데 가끔 제가 너무 작업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 때는 한 번씩 같이 하게 될 것 같아요. 그렇지만 멜로디나 가사를 받을 생각은 없어요. 저는 제 이야기를 하는 걸 좋아하고, 제 탑라인을 좋아하기 때문에 트랙만 받을 생각이에요.





LE: 본인의 이름으로 발표하는 건 그럼 다 그렇게 하실 생각인가요?

네. 왜냐하면, 제가 한 8년 전에 고생하면서 제 이름으로 활동도 안 하고, 객원 보컬이나 피처링 혹은 박수민으로 활동했을 때가 있었잖아요. 그 당시에 사람들이 “수민 씨, 그때 그 노래 좋았어요.”라고 하면 제 탑라인도, 제 가사도 아니다 보니까 제가 얘기할 게 없는 거예요. 칭찬은 그냥 저의 목소리로만 받는 것 같고, 제 이야기가 아니고, 제 탑라인이 아니니까 결국엔 그 작곡가들, 프로듀서들이 칭찬을 받아야 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저는 제가 창작하고 프로듀싱하는 데에 욕망이 있었고, 그런 경험도 해 봤으니까 앞으로도 최대한 다 직접 만드는 쪽으로 (커리어를 이어가고 싶어요.) 아마 이 고집은 꺾이지 않을 것 같아요. 회사가 있어서 가끔 ‘이번 기회에 얘랑 하는데, 얘 곡을 무조건 받아야 해. 1억 줄게.’ 그럼 개 하죠. (전원 웃음) 돈을 많이 주면 진짜 개 하죠. 왜냐하면, 선택할 때 확 끌리는 게 돈 아니면 진짜 제가 하고 싶은 거라서요. 영악할 수도 있지만,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또, 만약에 돈을 많이 주고 저를 확실하게 띄울 수 있는 무언가라면 조금 더 전략적으로 그걸 선택할 수 있다고 봐요. 분명히 (그런 작업에서) 제가 얻어 가고,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게 있다 보니 그런 작업이 너무 나쁜 거라고 생각이 들지는 않아요. 근데 진짜 ‘이거는 정말 어디론가 숨고 싶다. 무인도라도 가고 싶다.’ 이런 거라면 사실 조금 흔들리긴 하겠죠. 근데 저는 웬만하면 다 장점을 찾으려고 하는 타입이어서요.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여러 타입의 음악을 좋아하고, 유난히 더 좋아하는 음악이 있을 뿐이지, 싫어하는 음악은 그 사람의 인성을 싫어하지 않는 이상은 없는 거 같아요.





LE: 마지막 질문입니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관해 이야기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 그전에 모데시에서 음감회를 진행하신 거로 알고 있어요.

모데시에서 40분 20초, 저의 모든 트랙을 그대로 다 들려 드리는 자리였어요. 앨범을 들려 드린 이후에 제 앨범 참여진들의 인터뷰가 있었구요. 단순히 피처링진, 참여 프로듀서뿐만 아니라 앨범 커버 아트워크를 작업해준 레어버스(Rarebirth) 오빠, 마스터링 해준 나잠 수 오빠도 참여했어요. 이번 작업에서 본인이 어떤 걸 욕심 내서 했는지, 수민이랑 작업해 본 후기, 저랑 있었던 일 등에 대해서 공유하고 문답을 주고받았어요. 사람들이 그런 부분을 흥미롭게 생각할 것 같아서요. 그리고 “너네 집”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 사진들, 자켓 사진들, 속지들을 모두 모아 전시도 했어요. 앞으로 계획은, 일단 제가 소프에서 8월 14일에 릴리즈 파티를 하거든요. 그 뒤에 9월 말쯤 콘서트를 기획 중이에요.





LE: 기린 씨와의 협업 앨범도 아마 수민 씨 솔로 앨범 발매 후에 나오겠죠?

다들 너무 감사하게도 제 앨범에 대한 배려를 1순위로 생각해주고 계세요. 협업 앨범은 제 앨범 발매 후에 나오겠지만, 어쨌든 준비 자체는 미리 해야 해서 지금 제 앨범을 준비하는 기간이랑 겹쳐요. 그래서 (시간 분배를) 잘 나눠서 하고 있습니다. 그거 말고도 또 나올 게 꽤 있어요. 굉장히 흥미로운 콜라보레이션 작업도 몇 개 있고, 다른 아티스트들 곡 약속받았던 것들도 작업해서 보내줘야 하구요. 제가 제 거 준비하는 기간을 먼저 말씀드리긴 했는데, 아무래도 날짜는 항상 유동적으로 바뀌다 보니까 타이트하게 짜보려고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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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da, JANE, 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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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
  • 2018.8.10 22:42 댓글추천 0

    재밌게 읽었습니다~

  • 2018.8.11 11:59 댓글추천 0

    무그 moog 오타났어요!

  • diniv님께
    2018.8.11 16:53 댓글추천 0

    좋은 지적 감사드립니다. 수정되었습니다.

  • 2018.8.11 12:02 댓글추천 0

    알찬 인터뷰 잘 읽었습니다~ 너무 잘하고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아티스트라고 생각해요 ㅎㅎ

  • 주제부터 사운드면까지 다 파고든 인터뷰여서 너무 좋았습니다!!

  • 2018.8.12 09:55 댓글추천 0

    뜨거워질거야 EP 때부터 이런저런 업뎃 있을때마다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또 kpop 씬에서 '봐'도 인상적이었지만 특히 'Lie'라는 곡 코러스에서 마음을 훅 빼앗으셨던 것도 기억나고 ㅎ




    그리고 예전에.. Love jones 있으실때 참여하셨던 어떤 공연에 범주씨도 같이 나오셨던거 같은데 인연이 있으실줄은 몰랐네요 ㅎ 지금 범주씨가 계시는 회사의 모 그룹 팬이라 반갑기도.




    정규 발표 축하드리고.. 음악 들으면서 느꼈던 번뜩임 치밀함 이런 것들에 다 이유가 있구나 하고 느끼는 인터뷰인 것 같아요. 응원합니다!! :)

  • TW
    2018.8.12 19:00 댓글추천 0

    좋은 인터뷰 너무 재밌게 읽었습니다. 고생 많으셨어요! ^.^

  • 2018.8.15 02:05 댓글추천 0

    내 피부에 하얀 실크가 지나다녀 곡 제목 heaven입니다!! 제일 좋아하는 곡이라 바로 알아봤네요 ㅎ

  • 숭털이님께
    2018.8.16 19:39 댓글추천 0

    죄송합니다, 편집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습니다. 수정하였습니다. 좋은 지적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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