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WeeksTape (6월 1주)
AP(yangyang) - [The parkingLot Tape vol.1]
AP(yangyang)는 어느 정도 완성된 톤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AP만의 것'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쪽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톤을 살릴 수 있을 법한 묵직한 박자 감각이라거나 안정적인 느낌을 주는 데는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아슬아슬한 느낌도 하나의 매력이 될 수 있지만, 대개 래퍼에게 있어 아이덴티티와 탄탄한 기본기는 함께 가져가야 오래갈 수 있는 법 아니겠는가. 반면 작품 자체는 '주차장'이라는 테마를 어느 정도 살렸다고 판단되며, 자신의 이야기 역시 제법 녹여내고 있다. 그래서 재미있게 들을 수 있었고, 첫 트랙부터 끝까지 듣게 만드는 힘도 곳곳에서 느껴진다. 힙합엘이의 조언을 의식하진 않았겠지만, 루피(Loopy)의 피처링 역시 꽤 인상적이었다. 존재감에 있어 조금은 잡아먹히더라도 집중을 환기하거나 작품의 퀄리티를 높이는 측면에서는 좋은 선택이었다. - bluc
베니니 – [Jaqen H’ghar]
<왕좌의 게임>을 본 사람이라면 이 믹스테입의 제목이 드라마 속 인물 자켄 하이가르(Jaqen H’ghar)를 뜻하는 것을 단번에 알아챘을 것이다. 베니니(Benini)가 프로듀싱한 10트랙으로 구성된 [Jaqen H’ghar]는 피아노 연주곡인 “Born Again”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본격적인 서사의 시작은 편안한 무드를 지닌 “Born Again”과는 이질적이면서도 반전의 느낌을 주는 2번 트랙 “Big Bro”에서부터인 점이 흥미롭다. 베니니는 온전히 자신의 목소리만으로 믹스테입을 채웠는데, 이로 인한 단조로움을 피하고자 하는 여러 노력 역시 돋보인다. 실험적인 플로우에 대한 접근, “Lovin”과 “Let It Go”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장르에 대한 도전, 믹스테입 중간중간 나타나는 보컬이 그 예시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믹스테입 전체를 이끌어가는 힘은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피아노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트랙들이 많았지만, 비슷비슷한 느낌 때문에 후반부에선 그 매력이 반감됐으며, 무엇보다 자켄 하이가르라는 컨셉과의 연결성이 중반부에 희미해져 아쉬움을 자아냈다. 그렇지만 베니니의 스토리 텔링 능력은 그의 경험들과 결합하여 예상외의 몰입을 이끌어냈으며, 앞서 언급한 다양한 시도 역시 향후 커리어에도 충분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예상된다. <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자켄 하이가르가 보여주는 여러 얼굴처럼 베니니의 여러 모습을 만날 수 있는 작품이었다. -Loner
밀리 조엘 - [Purple Cloud]
밀리 조엘(Milli Joell)이 자신의 음악을 공개한 건 불과 지난 5월 26일부터였다. 하지만 일주일이 조금 채 안되는 시간 안에 다섯장의 결과물을 공개했으며, 이는 마치 과거 퓨처리스틱 스웨버(Futuristic Swaver)가 보였던 다작에 초점을 맞춘 행보와 흡사하게 다가온다. 그중에서도 [Purple Cloud]는 비교적 트랩 스타일에 초점을 맞춘 작업물이다. 이 믹스테입에서 밀리 조엘은 모기 같은 얄상한 목소리로 많은 이가 트랩 위에서 구사하는 전형적인 플로우를 기반으로 자신의 초라하고 소박한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특히, 래 스래머드(Rae Sremmurd)가 "No Flex Zone"으로 보여줬던 터무니 없는 스웩을 뺨칠 정도로 얼빠지는 첫 트랙 "Gold Ninja"와 나머지 트랙 간의 간극이 꽤나 흥미롭다. 당장 두 번째 트랙 "와줘"에서 고독으로부터 오는 괴로움을 토로하고, "변화"에서 "나도 내가 안될 거라 생각함"이라고 이야기하는 것부터가 그렇다. 그리고는 마지막 트랙 "원해"에서는 "Gold Ninja"에서 보여준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나 역시 많은 돈을 원하는 평범한 사람이라 말한다. 이렇듯 나름 재미있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 퓨처리스틱 스웨버가 보여준 것 그 이상의 자신만의 감성이 특별히 보이지 않고, 목소리 톤도 덜 가다듬어져 있어 각 곡의 퀄리티는 전반적으로 아쉬운 편이다. 아직까지는 밀리 조엘 그 자신의 말대로 잘 되기가 어려워 보이기만 한다. 대신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나가는 과정의 일부라고 여기면 좋을 듯하다. - Melo
밀리 조엘 - [Yellow Cloud]
밀리 조엘의 [Yellow Cloud]는 비트테입으로, 그의 또 다른 작업물 [Purple Cloud]에서 보여주었던 트랩 스타일과는 다른 바이브를 지닌 앨범이다. 밀리 조엘이 전반적으로 프로듀싱을 맡은거로 보이며, 이런 시리즈들을 통해 그가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들을 구사할 수 있음을 일찌감치 보여주었다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그러나 바로 이 점이 밀리 조엘 본인이 지닌 아이덴티티를 보여주기에는 방해요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드는 게 사실이다. 비트테입을 듣는 맛은 프로듀서가 자신의 스타일을 어떻게 살려 전체적인 바이브를 이끌어 나가고, 어떻게 디테일을 살리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에 따른다고 생각한다. 그에 비해 본 작품의 경우에는 밀리 조엘이라는 프로듀서가 기성 프로듀서와 비교해보았을 때 과연 어떤 점에서 메리트를 지녔는지, 어떤 디테일을 살리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어렵다. 물론, 번뜩이는 악기 운용이 돋보이는 구간도 있지만, 전반적인 진행과 구성은 대체로 예측이 되고, 그 예측과 크게 다르지 않게 곡들이 진행된다. 갑자기 신스가 나와 곡의 중심부를 빼앗아가기도 하며, 이와 반대로 다른 악기들이 드럼 비트와 잘 묻어나지 않다거나 때로는 드럼 소리만 너무 작다든가 하는 식으로 악기가 따로 노는 경향 역시 짙다. 이러한 점에서, 본 작을 통해 밀리 조엘이 자신이 지닌 매력을 선보였다 하기에는 아쉬워 보이며, 향후에 좀 더 많은 작업물을 통해 그의 개성과 실력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그리고 그의 작업량을 보아 다음 주 윅스테입에서도 그의 이름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벌써 큰 기대를 걸어본다. - Geda
슬로우기 - [DAWN]
보컬리스트에는 두 가지의 유형이 있다고 생각한다.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거나, 그게 아니더라도 듣는 이를 이끌 수 있는 포인트가 있는 사람 말이다. 슬로우기(Slowoogie)라고 읽는 게 맞는진 모르겠지만, 그의 믹스테입 [Dawn] 역시 후자를 선택했다. 총 3개의 파트로 나누어진 믹스테입은 모두 퓨처베이스 기반의 음악을 사용했다. 하지만 가장 최신의 음악을 선택했음에도 그의 보컬은 흔히 말하는 올드함으로 가득하다. 단순히 보컬의 색뿐 아니라, 사용하는 멜로디나, 훅에서 포인트를 주는 부분까지 말이다. 전체적으로 곡을 이끌어나가는 방법이 부족하다 보니, '세 개의 파트'라는 재밌는 콘셉트도 빛을 발하지 못한다. 아마 레퍼런스가 부족했던 것이 아닐까. 가장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에 집중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 믹스테입이었다. 지면상의 문제로 세 개의 파트 중, 가장 재밌게 들었던 Part.3을 첨부하니, 더 궁금하신 이는 찾아들어보는 걸 추천한다. - GDB
엑소더스 비츠 - [Ain't Follow'em]
엑소더스 크루(Exodus Crew)의 프로듀서 집단인 엑소더스 비츠(Exodus Beats)의 비트테입이다. 엑소더스 비츠는 하나의 그룹이 아닌 개개인의 모임으로, 본 비트테입 역시 멤버들의 합작품이 아닌 각자의 비트를 모은 편집앨범 형식을 따른다. 본작에 참여한 멤버는 토닉(Tonic), 원탁(1-TAK), 러비쉬(Rubbysh)로 세 명. 이들이 들려주는 소리는 각기 다르다. 토닉이 트렌디한 사운드를 추구한다면 러비쉬는 조금 더 멜로우하고 편안하게 접할 수 있는 소리를 들려준다. 그 간극을 메우는 건 원탁이다. 그는 여러 영역을 오가며 다채로운 소리를 아우른다. 유기적인 흐름을 위해 러비쉬의 비트가 이 두 프로듀서들의 비트 사이에 배치된 것으로 보인다. 안정적이고 깔끔하게 마감된 비트로 가득 채워진 만족스러운 결과물이다. - greenplaty
글 | bluc, Beasel, Loner, Melo, Geda, GDB, Greenplaty, Heebyhee
누가 보면 본인 부계정으로 광고 하려는 거 처럼 보일 수도 있겠는데요, 그 분 의사입니다. 저도 제가 본인이라서 이러는 거면 좋겠고요, 소개글에서 볼 수 있듯 아프리카를 거쳐 중동에서 유년 및 청소년기를 보내며 형성된 독특한 감성과 바이브가 일품인 첫 작업물입니다. 사용한 반주도 제이딜라 등, 재지하지만 신인으로썬 난이도 있을 명반주 위에 못지않는 그루브를 뽐내는 모습, 또 본인의 성장과정과 사상 등을 과장없이 담백하게 담은 가사 역시 그 음악인의 내부를 탐방하는 듯한 즐거운 기분을 느끼게 하지 않나 싶습니다.
앞서 얘기했듯, 거의 메킷레인 급으로 농도짙은 바이브, 자연스러운 그루브, 또 음악에 관한 확실한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는 믹스테잎이고, 그렇게 삼박자가 갖춰진 신인의 행보는 기대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싶네요ㅇㅇ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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