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는 범죄일 뿐이다
얼마 전 이런 일이 있었다. 몇 명의 랩퍼들이 자신의 믹스테입을 판매했고, SNS로 홍보를 하기도 했다. 믹스테입 안에는 기존 곡의 인스트루멘탈을 사용한 곡들도 있었다. 그들은 (당연히) 허락을 받지 않고 사용하는 것이었고, 이러한 믹스테입의 판매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 그리고 문제 제기에 반박하는 과정에서 온갖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고, 그중 일부는 논리적 오류 여부를 차치하더라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그러한 주장들은 불법을 용납해달라는 호소 아닌 호소였고, 자신의 정체성과 가치를 깎아 버리는 행위였다.
이 사건을 포함한 일련의 상들을 보고 있으면 가치라는 것을 차등 부여하면서 정당화하는 경우를 많이 찾을 수 있었다. 자신의 음악과 타인의 음악에 다른 가치를 부여하는 것, 그리고 자신의 상황과 타인의 상황의 간격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당화하는 방식은 기분이 나쁘기 이전에 안타깝고 당황스럽다. 바로 말하자면, 어떻게 자신의 음악을 그렇게 낮게 평가할 수가 있을까? 그간 스스로가 들여온 노력과 투자가 아깝지 않은가? 칸예 웨스트(Kanye West)와 나의 음악은 정말 서로 다른 가치를 지닌 것인가? 내 음악을 싱글로 발표하면 결국 아이튠즈에서는 같은 가격에 팔릴 텐데?
이어서 이야기하자면, 당시 나는 별의 별 상황을 다 목격하였다. 굳이 누군가를 거론하며 이야기하지는 않겠다. 다만 '미국 랩퍼들도 하잖아요?' 혹은 '미국 랩퍼들이 우리를 신경이나 쓰겠어요?' 라는 큰 시류의 두 질문은 ‘그 어린 마음에는 그럴 수 있어’라는 생각과 함께 안타깝다는 생각도 스쳐 지나가게 한다. 나는 외국의 음원, 혹은 한국의 음원일지라도 그것이 비영리적인 목적이라고 제한하는 범위뿐 아니라 그것이 무료라면 상관 없다고 생각한다. 무료로 배포하는 것 역시 어떻게 보면 영리적인 목적을 위한 행위라고 할 수 있지만 어쨌든 그 자체로는 돈을 벌지 않는다는 것은 비영리에 해당한다고 본다. 외국 인스트루멘탈을 쓴다는 것, 창의적인 행위 맞다. 하지만 그것을 정당화하는 논리들이 훨씬 창의적이다. 샘플링과 재창조 등을 가져오며 온갖 궤변들로 의견에 장신구를 붙이는 모습들은 안타깝기만 했다. 동시에 미국의 경우를 우리와 다른 어떤 거대한 세계라고 보는 시각도 안타깝다. 미국의 경우 실제 그 음악에 지적 재산권을 가진 자들끼리의 친분이나 장기적인 협업의 형태로 그러한 행위들이 인정되고 묵인되는 것이지, 그렇지 않은 경우 우리보다 훨씬 더 큰 고소를 당하기 마련이다. 다이도(Dido)가 "Stan"의 저작권료로 에미넴(Eminem)과 피터지게 소송을 벌였던 일, "Guilty Conscience"라는 곡에서 썼던 원곡의 주인이 엄청난 돈을 받아낸 일 등은 힙합엘이 뉴스에 올라오는 수많은 고소 사건들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들이 무허가 혹은 무료로 무언가를 썼다면, 그것 역시 큰 대가를 치뤄야 할 범죄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 제리케이(Jerry.k)가 "숨이 차"를 썼을 때 그것이 믹스테입 수록곡임에도 원곡자에게 허락을 받았다고 트윗하지 않았나.
물론 미국 랩퍼들은 당신들이 어느 인스트루멘탈에 어떤 랩을 얹는지 모른다. 그래, 막말로 당신이 죽어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그 트랙을 이용하여 돈을 버는 것이 합당한가? 누가 당신이 힘들게 만든 트랙을 몰래 이용해 그걸로 돈을 번다면 아무렇지도 않을까? '걔네는 돈 많으니까 괜찮아요'라는 사고방식 역시 황당하다. 돈이 많아서 관대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멘션 하나, 메일 하나라도 보내서 허락 받고 써라. 어쨌든 그가 없었다면 당신은 그런 트랙 죽어도 가지지 못했을 것이니까 감사하게 생각하자. 샘플링이나 편곡이 아닌 그 트랙 그대로 쓰면서 자신의 행동이 재창조라고 하는 것도 우습다. ‘창조’에 대한 정의가 나와는 다른가 보다. 기존곡의 인스트루멘탈을 구하고, 거기에 랩을 얹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다. 쉽다고 해서 창조가 아니라는 말은 아니다. 나름대로 자기 아이덴티티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 곡에 내가 랩을 얹는 순간 또 다른 새로운 곡의 탄생이라고 생각하겠지. 그러나 그건 착각일 뿐이다.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사용한 곡은 대가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 자신은 무료로 썼으면서 유료를 바란다고? 돈 주고 시퀀서 사서 쓰는 사람이 몇이나 되냐는 말 역시 나에게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저격이 되는 듯한데, 해당하는 말을 한 사람에게는 미안함을 느낌과 동시에 반성했으면 한다. 그게 당연한 걸까? 가상악기나 시퀀서를 돈 주고 사는 것이 아니라 다운로드 받아서 쓴다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일까? 아마추어면 그래도 되는 것인가? 불쌍해서? 음악은 동정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앞의 모든 오류들은 결국 자신을 싸구려로 만드는 말들일 뿐이다. 비록 자신이 아마추어더라도 제값 주고 사서 소중하게 만지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자신이 가난하다 하더라도 최대한 자기 경제력이 되는 선에서 합리적인 소비를 통해 음악을 접하는 것이 타당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한 달에 5,000원도 안되는 돈으로 엄청나게 많은 노래를 들을 수 있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그 돈조차 쓰지 않으려는 인간들이 있다. 음악을 다운받아 듣는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누군가가 고민하고 노력하여 만든 예술 작품을 그냥 클릭 몇 번으로 취하고, 평가하고, 버린다. 심지어 이런 애들이 음악을 하고 평론을 하겠다고 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이며 정말 무서운 이야기이다. 물론 개인에게 행동의 자유와 책임은 있다. 그러나 자유와 책임은 동반하는 것이다. 대부분이 자유만 취하고 책임은 지지 않는 사이클은 잘못된 것이다. 차라리 소리헤다처럼 ‘감옥 한 번 갔다오죠’라고 말하는 것이 낫다. 소리헤다는 그것이 창조에 목적을 두고 사용한 것임에도 그것의 경중을 떠나 어떠한 정신적 각오를 가지고 임했다.
음악의 가치를 스스로가 절하시키면서 음악에 종사하겠다고 하는 행위는 스스로의 앞길에 오물을 뿌리는 행위이다. 암묵적으로 괜찮다고 넘어가는 행위에 있어 그 암묵적인 의사에 동의하는 집단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잘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그 범위가 국가가 아닌 이상, 범죄는 범죄일 뿐이다. 물론 범죄라는 것에 대한 범위나 생각 등 추상적인 차원의 논의로 넘어간다면 이야기는 훨씬 심화되고 확장되겠지만, 내 의사는 충분히 밝혀졌으리라 생각한다.
글 | Bluc
믹스테입 판매 비판 칼럼으로 리드머 댓글은 쑥대밭이 되었지요......
무단으로 사용하는게 옳은줄 아는 사람들 ㅡㅡ
너무 본인 입장에서만 생각하는거 같네요
돈 많으니 괜찮아요 라는 생각은 어떻게 나온거야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그 당시 타 사이트의 댓글들을 보면서 너무 어이가 없었는데
일부는 '한국적 특수성'이라는 말도 안되는 논리로 정당화하고 샘플링을 끌어드이며 논의의 본질 자체를 흐리던데 정말 그렇게 비 상식적인 것이 당연시 되는게 화가 나더군여
존중과 리스펙, 창의성과 특수성 전에 기본적인 정의선은 지켜져야하는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걔네는 돈 많으니까 괜찮아요'라니...
이런 마인드라면 삼성 매장에서 노트북 하나 들고 나오면서
'이건희 회장님 돈 많으니까 괜찮아요'라고 하는거랑 다를게 뭔지...
'괜찮다'라는 판단은 본인이 할 수 없는 입장인데도 너무 뻔뻔하게도 얘기하는 사람들을 보면 없던 정도 떨어지네요 진짜...
이런 사람들이 나중에 그렇게 번 돈으로 SWAG을 외치고
Stop Dumping Music을 외칠 생각을 하니 머리가 아프네요
뮤지션이라면 더더욱 당연히 알거같아요 ㅋㅋ
외국은 라디오헤드가 곡을줘도받지말라고 아무리노력해 도 너는라디오헤드가아니다라는 말로 자존심을강조하는데
대상이되신아티스트는 작품의자존이라는것은 눈 꼽만큼이라도있으신지 그냥 아기들 레고만지는 상태에서 몸만자라신건지
쓰레기보다안좋은표현을못찾겠습니다 하지만 이 말로도 그분의커리어를 정리해드릴수가없겠네요
한국에는 믹스테잎을 판매하는 랩퍼들이 많고 그 믹테들을 듣다보면 많이 들어본 비트도 많았습니다
이 글을 많은 랩퍼들이 보고 반성했으면 좋겠습니다
제목 그대로죠. 범죄는 범죄일 뿐. 솔직히 아예 경각심도 없는 사람도 있던데 놀랐었습니다
들어달라고 무료배포하는것도 아니고
돈 주고 판다고??
하 이거 참 모순투성이.
그때는 그냥 그렇게 해도 되는것처럼 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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