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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Big Sean - Dark Sky Paradise

Melo2015.03.27 12:01추천수 11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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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Sean - Dark Sky Paradise

Standard Version
01. Dark Sky (Skyscrapers)
02. Blessings (Feat. Drake)
03. All Your Fault (Feat. Kanye West)
04. I Don't Fuck with You (Feat. E-40)
05. Play No Games (Feat. Chris Brown & Ty Dolla $ign)
06. Paradise (Extended)
07. Win Some, Lose Some
08. Stay Down
09. I Know (Feat. Jhené Aiko)
10. Deep (Feat. Lil Wayne)
11. One Man Can Change The World (Feat. Kanye West & John Legend)
12. Outro
Deluxe Edition
13. Deserve It (Feat. PARTYNEXTDOOR)
14. Research (Feat. Ariana Grande)
15. Platinum & Wood


‘웰메이드’라는 말은 그럴 듯 해 보이지만, 사실은 적당한 수준의 작품을 도매금으로 퉁쳐서 표현할 때 유용하게 쓰이는 말이다. 이 말은 단일 작품으로서 장점이 꽤나 있고, 크게 모난 데 없이 잘 다듬어져 있으며, 아티스트의 커리어 한 켠에 걸려도 무리가 없다는 뜻을 품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듣기 좋게 들리는 정도와 혁신, 혹은 완벽함을 품고 있는 정도는 엄연히 급이 다르다. 단순히 시대에 발맞추고 자신이 이전에 보여줬던 아이덴티티를 또 다른 컨셉을 통해 재생산하기만 한다면 명작을 만들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더불어 또다시 이전과 비슷한 평작을 만들어내며,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굿 뮤직(G.O.O.D. Music)에서 스튜디오 앨범을 가장 건실하게 발표하고 있는 빅 션(Big Sean)은 이 ‘웰메이드’라는 수렁에서 빠져나오려고 첫 번째 앨범부터 이번 세 번째 앨범까지 매 순간 발버둥 쳐왔다. 아이러니한 건 이렇게까지 악전고투(?)하기에는 그가 현재 메인스트림 씬에서 가장 스타일리쉬한 랩 아티스트 중 한 명이라는 점이다.

확실히 빅 션의 커리어는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나아지고 있다. 믹스테입으로 기대치를 끌어올리고, 굿 뮤직의 신흥 주자로 군림한 채로 내놓은 첫 번째 스튜디오 앨범 [Finally Famous]는 많은 이가 엿본 그의 잠재력을 감안하면 다소 기대 이하였다. 노아이디(NO I.D.)가 주도한 프로덕션은 팝적인 요소로 인해 기청감이 가득한 편이었고, 또 한 벌스당 16 마디 이상을 쉽사리 내주지 않는 각 곡의 구성상 빅 션의 유려한 랩이 마음껏 춤추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심기일전하고 발표한 [Hall Of Fame]에서는 곡별로 스타일이 천차만별이어서 빅 션의 랩이 비트를 노니는 정도에서 편차가 있긴 했다. 하나, “10 2 10”, “Mona Lisa”와 같은 트랙을 통해서 래퍼로서의 역량(특히 플로우 디자인이 압권이다)을 충분히 볼 수 있었고, 각 곡의 특성도 더 뚜렷한 편이었다. 그렇지만 동시에 ‘Hall Of Fame’이라는 타이틀에 부합하는 수준의 작품인지를 기준으로 삼으면 쉽사리 앨범에 완전한 느낌표를 부여하기도 어려웠다. 그렇다면 이미 지난해 공개한 트랙들로 기대감을 높인 그의 세 번째 앨범 [Dark Sky Paradise]는 어떨까?

♬ Big Sean - Paradise


우선, 앞서 간략하게 설명한 두 장의 앨범에 비해 [Dark Sky Paradise] 속 빅 션의 랩은 비교가 성립되지 않을 정도로 발군이다. 그는 “I Don’t Fuck With You”와 “Paradise”는 물론, 대다수 트랙에서 타격감보다는 음의 고저와 텐션을 적절히 조절하는 유려한 플로우 디자인을 통해 자신만의 랩 스타일을 더욱 견고히 구축해내고 있다. 위의 두 특징은 빅 션의 랩을 묘사할 때 꼭 언급돼야 하는데, 타격감을 강조하지 않아 자칫 염불 읊듯이 지루하게 들릴 수 있는 그의 랩에 활기를 불어넣는 요소들이기 때문이다. 이는 실질적으로 앨범 안에서는 멜로디컬함, 순간적인 톤 변화와 많은 음절 쏟아내기로 드러난다. 빅 션은 그로써 다른 래퍼에 비해 한 마디, 한 벌스에 들어가는 음절이 많아 난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자신의 랩을 깔끔하고 세련되게 정돈하고 있다.

사실 빅 션의 랩을 오랫동안 들어온 사람이라면 익히 알고 있던 특징들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중요한 건 ‘완숙미’가 생겼다는 점이다. 이제는 파트가 잠식되든, 고조되든, 평탄하든 간에 각 파트에 맞춰 앞뒤로, 위아래로 잡고 끌며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최적화된 랩을 뱉을 정도다. 이는 같은 레이블의 아이콘과 같은 ‘예술가’라는 칭호가 잘 어울리는 칸예 웨스트(Kanye West)도, 스타일리쉬함, 플로우 디자인하면 쉽게 뒤지지 않는 최고의 팝스타 드레이크(Drake)도 가지지 못한 부분이다. 그를 플로우가 강조된 랩의 마에스트로라 칭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프로덕션 측면에서는 이전 앨범에 비해 통일감 있는 편이다. 특히, [Hall Of Fame]이 다채로움으로 승부를 본 앨범이었던 데에 비해 템포가 느리고 신스를 비롯한 각종 샘플과 악기가 무거운 톤을 지니고 있어 앨범 자켓처럼 전반적으로 어둡다는 인상을 준다. 또한, 몇몇 곡이 소울 음악 속 보컬 샘플을 적극 차용하고 있어 소울풀하기도 하다. 이는 그의 첫 번째 앨범과 두 번째 앨범 사이에 나와 오히려 그것들보다 더 뛰어나다고 평가 받고 있는 믹스테입 [Detroit]의 결과 흡사하기도 하다. 이와는 별개로 노아이디가 아닌 DJ 머스타드(DJ Mustard), 키 웨인(KeY Wane), DJ 다히(DJ Dahi)를 비롯한 검증된 프로듀서들을 다양하게 기용했음에도 앨범이 한 가지 색으로 통일된 건 또다른 인상적인 지점 중 하나다.

♬ Big Sean (Feat. Drake & Kanye West) - Blessings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Dark Sky Paradise]는 명작이란 칭호를 부여 받기에 ‘아직도’ 애매하다. 이렇게 말하면 빅 션 입장에서는 답답할 노릇이겠지만, [Dark Sky Paradise] 속 그의 랩은 다소 작위적이게 들릴 때도 있다. 그는 그간 선보였던 각종 플로우에 자기 자신이 너무 능숙해 져버린 나머지, 어느 타이밍에 어떻게 뱉어야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쩐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지를 알고서 그에 맞춰 랩 플로우를 운용하고 있다. 특히, “Paradise”나 “Stay Down”에서 한 톤을 올려 순간적으로 많은 음절을 내뱉는 방법은 마치 대전 게임에서 빅 션이란 캐릭터가 쓸 수 있는 최대의 필살기 같다. 이는 아이돌 그룹의 무대 퍼포먼스에서 리드보컬이 잔잔한 반주만이 깔린 채로 브릿지를 솔로 가창만으로 소화한다거나 클라이막스에서 애드립을 치는 것마냥 너무 작정한 탓에 그의 필살기 고유의 매력을 반감시킨다. 예상 가능한 음악을 청자에게 그대로 제공해주는 것도 그리 가치가 없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껏 들어보지 못한, 혹은 예상치 못한 그 무언가를 들려주는 것만큼 청자를 흥미롭게 하는 게 또 없다. 그래서 본 작에서 그의 랩은 “그래, 빅 션은 이거지.”라고 외치게 함과 동시에 충분히 쉽게 예상할 수 있기에 아쉽기도 하다.


앞서 본 작이 프로덕션 측면에서는 [Detroit]의 결과 비슷하다고 했다. 그러나 [Detroit]와 [Dark Sky Paradise]는 구성상에서 전혀 다르다. [Detroit]가 중간중간 주변 지인들의 말로 구성한 스킷을 곡 중간중간에 배치하며 나름의 신선한 구성을 보였다면 [Dark Sky Paradise]는 상당히 낯익은, 전형적인 앨범 구성을 띠고 있다. 빅 션은 앨범의 포문을 여는 “Dark Sky (Skyscrapers)”에서는 후렴 없이 내내 자신의 랩만을 뽐내며 집중도를 끌어올리고 있으며, 초반부에 등장하는 “Blessings”와 “All Your Fault”에서는 쟁쟁한 게스트와 함께 대등하게 벌스를 주고받으며 앨범 전반의 카리스마 있는 분위기를 건실하게 만들어나간다. 최고 하이라이트인 “I Don’t Fuck With You”와 “Paradise”는 청자가 빅 션에게 기대하는 모습을 그대로 선사하는 얼굴마담 같은 트랙들이며, 이 사이에 위치한 “Play No Games”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로 과열된 양상을 띠지 않게 한다. “Win Some, Lose Some”부터 “Deep”까지의 구간은 성공과 실패, 혹은 남녀관계를 주제로 삼고 앞서 “Paradise”까지 게스트들과의 콜라보, 화려한 빅 션의 랩 그 자체로 매섭게 몰아치던 분위기를 차분하게 하며 후반부로 끌고 간다. 이어 조금은 뜬금없지만, 가족을 아끼기로 소문난 그의 앨범에 왠지 하나쯤은 있어야 할 것 같은 누군가(할머니)를 향한 헌사의 내용을 담은 “One Man Can Change The World”가 등장한다. 마무리는 희망적인 톤의 “Outro”가 장식한다.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정점을 맞이하고, 다시 하강하고, 정리하기까지, 앨범은 너무나 정직하고 정석적인 스텝만을 밟고 있다. 어느 구간이든 다음 스텝이 어느 정도 예상되니 허를 찌르는 데서 오는 쾌감이 없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Dark Sky Paradise]는 작품 고유의 어두운 분위기를 지니고 있음에도 다소 매력이 반감된 채로 들린다.

기청감도 극복했고, 통일성도 부여했고, 랩도 물이 올랐다. 그는 여전히 자신의 실력을 바탕으로 한 스웩, 성공에 대한 철학, 남녀관계의 미묘함을 능글맞은 라인들을 곁들여 잘 표현해내고 있다. 그런데도 빅 션에게 그만의 궁극 스킬을 부리는 게 작위적이고, 클리셰에 갇혀 한계를 넘지 못하고 있는 거라고 하면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걸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빅 션은 이미 [Detroit]라는 뛰어난 작품을 만들어냈고, 여전히 현재 힙합 씬에서 가장 스타일리쉬한 래퍼기 때문이다. 이제는 방향 자체를 아예 색다르게 틀어보는 게 어떨까 한다. 그가 예상 가능한 범주 안에서 보여줄 건 이미 다 보여줬기에 아예 새로운 판을 짜는 것이다. 만약 그럴 수 있다면 그 작품이 빅 션의 커리어 최고의 참신한 작품이 되지 않을까? 그저 랩 좀 간지 나게 할 줄 아는 팝-랩스타에 멈춰있기에는, 별 3개 반에 만족하기에는 그가 가진 역량이 아까워 하는 나름의 제안이다. 


Big Sean - Dark Sky (Skyscrapers)


글│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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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1
  • 3.27 14:17
    빅션이 떨어진다는건 아니지만 비슷하게 나온 드레이크나 켄드릭에 비해 앨범 플레이 횟수가 극히 떨어지는건 사실
  • 1 3.27 16:23
    저는 상당히 좋았고 드리지 믹테보다는 좋았으나 뒤로갈수록 루즈해지고 약간 퀄이 떨어지는 부분은 HOF와 같은 현상인거같네요
  • 3.27 16:44
    개공감 실력이 너무 뛰어나지만 앨범을 이끌어가는게 너무 뒤쳐져서 아이러니함
  • 3.27 18:39
    초중반은 진짜 좋은데!!
  • 3.27 22:41
    아리아나 그란데랑 함께한 research는 들을수록 쫄깃하니 좋네요~ : )
  • 3.28 00:20
    Hall of Fame이랑 비슷했던 것 같아요. 이번 앨범 역시.
  • 3.29 02:35
    살짝 아쉬운 감이 있었어요
  • 4.1 08:34
    Swag
  • 4.4 11:58
    드리지보다 많이 들음 저는
  • 4.4 19:59
    좋은글 잘읽고 갑니다.
  • 5.16 23:21
    잘 읽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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