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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Nas - It Was Written

title: [회원구입불가]soulitude2014.01.08 20:44추천수 13댓글 18

itwaswritten.jpg

[디스커버리뷰] Nas - It Was Written

01. Album Intro
02. The Message
03. Street Dreams
04. I Gave You Power
05. Watch Dem Niggas
06. Take It In Blood
07. Nas Is Coming
08. Affirmative Action (Feat. The Firm: Nas, AZ, Foxy Brown & Cormega)
09. The Set Up
10. Black Girl Lost (Feat. Jojo Hailey of Jodeci)
11. Suspect
12. Shootouts
13. Live Nigga Rap (Feat. Mobb Deep)
14. If I Ruled The World (Imagine That) (Feat. Lauryn Hill)


[Illmatic]의 시다바리. 알파벳 순으로 씨디장에 꽂아도 [Illmatic] 다음에 올 수밖에 없는 필연적 숙명. 너무나 유명한 앨범이지만, 제대로 얘기해 본 적이 별로 없었던 앨범. 하지만 "The Message"를 들으며 나스(Nas)가 퀸스브리지(Queensbridge)에서 우리 집 앞까지 보내는 메시지에 쾌감의 눈물을 글썽이고, "If I Ruled The World (Imagine That)"을 술에 취해 연거푸 제창하며 청춘을 보낸 이들이라면 [Illmatic] 못지않게 사랑하는 앨범. 

바로 [It Was Written]이다.

이 앨범이 발매된 연도는 1996년, 이 시기는 힙합의 '골든 에라(golden era) 중의 골든 에라'라고 할 수 있는, 그 열기가 가장 뜨겁게 달아올랐던 시기라고 할 수 있겠다. 94년부터 96년 사이 뉴욕의 힙합 신(scene)에는 두 진영 사이에 묘한 긴장감 같은 게 있었는데, 비기(Biggie)-제이지(JAY Z)의 브루클린(Brooklyn) 진영과 나스-맙 딥(Mobb Deep)의 퀸스브리지 진영이 그것이다. 당시는 동부와 서부의 대결이 더욱 화두가 됐던 시기였기 때문에 두 진영 사이에 크게 눈에 띄는 비프는 없었지만, 그 살얼음 같았던 묘한 이스트 코스트의 긴장감 속에서 [Illmatic]을 시발점으로 쏟아져 나온 앨범들이 [Ready To Die], [The Infamous], [Only Built 4 Cuban Linx...], 그리고 [Reasonable Doubt]이었고, 이 클래식 마피오소(Mafioso: 마피아 등 범죄조직에 관련된 랩) 앨범들 이후 나스가 항변 내지는 나름의 자구책으로 내놓은 앨범이 바로 [It Was Written]이라고 할 수 있겠다. (더군다나 이 동부 내에서의 긴장감으로도 부족해 서부의 [All Eyez On Me]까지 가세해 그 긴장감은 일촉즉발의 최고조에 달했고, 덕분에 리스너들도 귀보신했다.)

그럼 나스는 어떻게 자구책을 마련했을까. 일단 캐릭터의 변신이 필요했다. 길거리의 젊은 시인 내스티 나스(Nasty Nas) 캐릭터로는 이들에게 대항하기 다소 약한 감이 있다 보니 마피오소 캐릭터를 앞세운, 보다 세속적이고 물질적이고 강한 캐릭터 나스 에스코바(Nas Escobar)를 창조했다. 또한 스테이튼 아일랜드(Staten Island)의 우탱(Wu-Tang)과 함께하기도 했고, 마침내는 더 펌(The Firm)이라는 수퍼 그룹을 결성해 집단화를 꾀하게 된다. 자,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더 펌의 프로듀서가 닥터 드레(Dr. Dre)였고 소속 레이블 역시 애프터매스(Aftermath)였다는 점이다. 그럼 어쩌면, (비약일 수도 있겠으나) 나스는 최후의 자구책을 위해 이이제이(以夷制夷)의 정신으로 웨스트 코스트와도 약간의 연합을 도모했던 것은 아닌지 조심스러운 추측을 해볼 수도 있겠다. (실제로 당시 투팍(2Pac)은 나스를 공격하는 가사를 썼었으나, 이 당시만 해도 나스는 투팍보다 '뉴욕의 왕좌'를 놓고 겨루던 비기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고 한다.)



♪ The Firm - Affirmative Action

일단 이 [It Was Written]이라는 앨범이 안고 있는 가장 큰 역설은, 발매 당시에는 '나스가 상업적으로 변했다.'라는 평가를 받게 한 작품인지 몰라도, 지금 시점에서 그것이 전혀 상업적으로 들리지 않는다는 데 있다. 트랙마스터즈(Trackmasters)를 주축으로 한 프로덕션을 통해, 몇몇 곡에서 [Illmatic]의 '생날것' 같은 느낌에서 벗어난 살짝 쪼개지는 하이햇 드럼 비트, 캐치(catchy)한 신디사이저음 혹은 어쿠스틱 샘플 멜로디, 알앤비 보컬 훅 등이 등장한다는 점이 그러한 평가의 이유가 되곤 했는데, [Illmatic]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중적'이라는 거지, 이것들을 가지고 '상업적 변질'로 치부하기는 매우 어렵다. 가사 면에서도 전반적으로 호전적, 공격적, 그리고 마피아적 성향이 강조돼 있는데, 그러다 보니 관조적이고 철학적이었던 [Illmatic]에 비해, 다소 물질주의적, 세속적 느낌을 내고 있다. 즉, 똑같은 스웨거(swagger)라도, '강하고 현명한 길거리의 왕'으로서 자신을 과시해보였던 [Illmatic]에 비해, 좋은 차, 여자, 보석, 브랜드, 술, 허슬링 등을 통해 과시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거다. 하지만 이것 역시, '상업적 변질'이라기 보다는 앞서 언급했듯이 '캐릭터의 변화'로 이해하는 것이 더 타당하지 싶다. 물론, 가사 전체적으로 듣는 이가 곰곰이 생각해 보게 만드는 '깊이'가 전작에 비해 얕아졌음은 부인할 수 없다. 이 앨범의 가장 큰 단점이라면, 세련된 메타포들이 전작에서처럼 유기적으로 맞물려 테마를 구성하지 못하고, 딱딱 끊기는 식으로 다소 어수선하게 분산되어 있다는 점이다. 안타깝게도 [It Was Written]은 (적어도) 가사 면에서는 [Illmatic]에 도전장을 내밀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건 난센스다. 완벽한 [Illmatic]의 리리시즘(lyricism)에 비할 수 없다는 거지, 여전히 그의 가사들은 세팍타크로 선수의 다리처럼 앨범 전체를 휘젓고 다닌다. "The Message", "The Set Up", "Shootouts" 등에서 드러나는, 상황을 연결시켜 마치 영화 장면을 보듯이 생생하게 묘사해내는 나스 특유의 테크닉은 오히려 전작보다도 현저하게 나타나며, "Take It In Blood"에서의 세련되고 멋들어진 메타포들, "Black Girl Lost"와 "If I Ruled The World (Imagine That)"에서의 솔직한 자기 고백, 그리고 (무엇보다도) 총을 1인칭 의인화시켜 "총도 살인을 싫어한다"는 역설적 메시지를 들려준 "I Gave You Power" 등은 여전히 그가 왜 당대 최고의 리리시스트인지를 입증해준다. 아직 충분치 않은가? 그럼 "Affirmative Action"과 "Live Nigga Rap"에서의 그의 가사를 다른 피처링 랩퍼들의 그것과 비교해 보라.  



nas_proud.jpg

진부할 수도 있으나 원곡 특유의 매력을 거부할 수 없는 "Shape Of My Heart"가 샘플링된 "The Message"로 시작되는 이 앨범은 전반부도 좋지만 중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더 뒷심이 발휘되면서 앨범 전체를 견고하게 다져주는 것이 특징이다. 앨범 내 베스트 트랙 중 하나라는 것에 이견이 없을 "Nas Is Coming"은 닥터 드레가 프로듀스한 곡으로, 당시로서는 꽤나 논란이 됐었다. '도프(dope)'라는 한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드레 스타일의 환각적인 신스 샘플링을 동부 스타일 비트에 맞춤형으로 퓨전시킨 멋진 곡이다. 닥터 드레와 손잡은 그룹 더 펌의 탄생을 화려하게 알리는 "Affirmative Action"이 곧바로 이어진다는 점도 역시 의미심장하다. 맙 딥의 해복(Havoc)이 비트를 맡은 "The Set Up"이나 "Live Nigga Rap"은 [The Infamous]와 [Hell On Earth]를 발매하던 리즈 시절의 맙 딥 사운드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으며, 우탱 사운드의 영향을 받았음이 분명한 "Shootouts" 역시도 앨범 후반부의 하드코어함에 일조한다. 그렇게 청자들의 고막에 연타석으로 둔상을 가하다가, 마지막에 "If I Ruled The World (Imagine That)"이라는 잊을 수 없는 '후크송'으로 마음을 보듬어주며 앨범은 끝을 맺는다. 글쎄.. 상업적 앨범? 모르겠다. 적어도 지금 현재 이 앨범은 몇 번을 돌려 듣고 또 들어도 여전히 솔리드한 '하드코어 힙합 앨범'이라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는다.  
  
솔직하게 말한다. 내가 나스를 알게 된 계기는 [Illmatic]이 아니고 [It Was Written]이었다. 96-97년 당시 동네 레코드점에 가보면 외국 음악 코너에서 항상 부리부리한 눈으로 날 노려보고 있던 나스를 만날 수 있었고, 그 눈빛에 이끌려 집어든 후, 이 찰지고 맛깔나는 앨범을 무척 좋아했다. 근데 문제는 이놈의 [Illmatic]이다. 이걸 어떻게 봐야 할지. [It Was Written]을 좋아했는데 사실은 [Illmatic]이 더 명반이랜다. 그래 한번 들어보자. 아.. 뭐랄까. 좋긴 한데 너무 로우(raw)한 느낌? 금방 잘 와 닿질 않는다. 이게 왜 그렇게 명반 소리를 듣는 거지? 난 [It Was Written]이 더 좋던데.. 그렇게 눈치를 보다가, 그러다가 그러다가 가사와 함께 느끼며 다시금 들어보고, 그 역사성, 시대성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고 나서 [Illmatic]이 왜 대단한 앨범인지를 깨달았다. 뭐 하지만 이제 커밍아웃 할 수 있을 것 같다. 왜냐면 이젠 누구도 [It Was Written]을 낮게 평가하는 사람이 없으니까. [Illmatic]의 시다바리면 어떤가. [Illmatic]과 비교할 수 있다는 자체가 이미 준클래식이라는 것 아닐까?


♪ Nas (Feat. Lauryn Hill) - If I Ruled The World


글│tunikut
편집│soulitu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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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8
  • 1.8 23:55
    Nas is coming 이 드레 프로듀싱 이었군요.. 평소에 생각없이 듣다보니 곡 첫부분에 드레목소리가 들렸는데도 그냥 지나쳐버렸내요 무튼! 귀 보신 좀하게 다음앨범 후딱 나왔으면 !
  • 1.9 00:31
    정말 멋진 앨범이에요
  • 1.9 00:31
    정말 명반입니다 일매릭땜에 평가절하된 불우의앨밤
  • title: Kendrick LamarIly
    1.9 00:34
    1집이 워낙 역사적인 앨범이라 좀 평가절하당하는게 있긴한것같아요ㅋㅋ인페이머스 ob4cl랑 견줄만한 명반인것같음ㅋㅋ
  • title: Kanye Westido
    1.9 01:19
    제가 좋아하는 리뷰어이신 tunikut님이 다소 저평가 받는 나스 2집을 재평가 해주셨군요. 고밉습니다.
    실제로 많은 랩퍼들이 일매틱보다 이 앨범을 더 높게 평가하는 경우가 많죠~~~ 제가 봤을땐 이 앨범은 명작~
  • 1.9 01:25
    리뷰랑 라이브영상 잘봤습니다! 죽이네요 역시
  • 1.9 02:40
    이것도 진짜 명반인데 솔직히 일매틱에 크게뒤지지는않음
  • 1.9 02:40
    이것도 진짜 명반인데 솔직히 일매틱에 크게뒤지지는않음
  • 1.9 03:07
    으아아아아 사랑합니다 정말 사랑해요 ㅋㅋㅋㅋ
  • 1.9 05:27
    Illmatic 다음으로 가장 많이 들은 나스 앨범은 it was written.. 나스를 처음 접한건 1집이었고 엄청난 가사와 플로우에 감탄했고 관심이 생겨 2집을 들었지만 가사에선 힘들지 몰라도 앨범 전체의 퀄리티는 전혀 뒤지지 않다고 생각.정말 명반이지만 역대급 데뷔앨범 후에 낸 앨범이라 좀 과소평가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Intro부터 버릴곡이 없는 명반!
  • 1.9 09:18
    최고의앨범
  • 1.9 17:31
    명반이죠
  • 1.9 23:10
    그놈의 소포모어 징크스...일매틱의 빛에 가려진 그림자 같은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절대 그림자로 남을 만한 퀄리티가 아니었음에도 말이죠.
  • 1.10 20:10
    개인적으로 일매릭보다 좋다생각함
  • 1.12 23:47

    나스 2집 정말 클래식 그자체죠.... 스쿨보이큐도 이음반을 베스트로 찍었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맨마지막에 If I rule the world 라이브 영상 간지...........

  • 1.13 19:59
    저는 나스,우탱,50센트의 두번째 앨범을 첫번째 보다 좋아합니다
    제이지,비기 포함 2팍도 포함^^
    전설의 탄생 보다는 전설의 ....

    그나저나 아폴로쇼 저 아저씨 ㅋ
  • 1.13 22:49
    하.. 나스.. 리릭시스트이자 언어재간의 마술사..
    정말 좋은 래퍼이고 명반인데 해석도 안되는데 듣고 있는 내 모습이 멍청하게 느껴져서 내가 이걸 다 해석할수 있으면 듣자고 결심한 최초의 음악..
  • 1.13 23:46
    그냥 미치는거죠 뭐 ~ 1996년 대구 타워레코드에서 나스의 저 얼굴에 이끌려 집어든후 18년동안 나랑 같이 살고있는 it was Written...
    저랑 군대생활도 같이했네요 백일휴가때 몰래 짱박아서 들고가서 제대할때 들고왔습니다 ㅋㅋ 매복나갈때 나의 밤을 책임졌었던 효자같은 앨범,, 절대 잊을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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