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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의 꽃, 셀프 타이틀

title: [회원구입불가]LE_Magazine2018.10.10 20:27추천수 2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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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새삼스럽지만, 앨범 타이틀을 정하는 일은 아주 중요하다. 타이틀은 곧 앨범의 테마이자 핵심이며, 아티스트의 의도를 보여주는 얼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티스트의 이름이 곧 제목 그 자체인 앨범들이 있다. 이른바 ‘셀프 타이틀 앨범’이다. 앨범의 흥망을 좌우하는 타이틀에 자신의 이름을 올려버린다니, 얼마나 신중을 기하면서도 과감한 행동인지 감히 예상하기 힘들 정도다. 웬만해서는 두 번 이상 써먹지 않는, 한 아티스트의 길을 바꿔버릴 수도 있는 셀프 타이틀 앨범은 그만큼 다른 어떤 앨범보다도 아티스트에게 의미가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발매 시기도 그 어떤 때보다 의미심장한 편이다. 그 시기를 세 갈래로 나누어 마음대로 몇 개의 앨범을 묶어 보았다. 소개하는 앨범 외에도 각자 알고 있는 셀프 타이틀 앨범을 댓글로 이야기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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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작을 장식하다


Case 1: Chris Brown

한 무명의 아티스트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아티스트의 이름을 세상에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가장 효과적일까? 일단 주목할 만한 재능과 실력이 있어야 할 것이며, 데뷔 앨범이 그에 걸맞은 퀄리티라면 인지도 또한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다. 그런 수준급 데뷔 앨범에 자신의 이름을 자신 있게 내걸었던 이가 있다. 첫 앨범 [Chris Brown]을 시작으로 세계를 아우르는 스타가 된 크리스 브라운(Chris Brown)이다. 크리스 브라운은 데뷔 전부터 이미 매력적인 보컬과 놀라운 춤 실력을 동시에 갖추고 있었다. 한 가지라면 모를까, 두 가지 재능을 모두 겸비한 재목을 그 당시에 쉽게 찾긴 힘들었고, 그는 대형 레이블의 금새 눈에 띄어 재빠르게 데뷔를 준비했다. 출사표 같은 싱글 “Run It!”은 발매와 동시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시원한 가창력과 뮤직비디오에서 선보인 찰진 댄스는 당시 크리스 브라운에게 ‘포스트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이라는 영광적인 별명을 안겨주었다. 아니나 다를까, 앨범에도 무수한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본디 앨범의 타이틀은 'Young Love'로 내정되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너무 유치한 제목이라는 이유로 크리스 브라운의 이름을 그대로 쓰기로 했다고 한다. 앨범은 “Run It!”, “Gimme That”처럼 당시 트렌드를 휘어잡던 클럽 뱅어뿐만 아니라 “Say Goodbye”, “Is This Love” 같은 달달한 알앤비 송들까지 전부 아우르는 크리스 브라운의 재기를 고스란히 담았다. 그 어리고 젊은 에너지를 한 줄로 표현하는 건 'Chris Brown'이 아니면 도저히 불가능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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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2, 3: Fetty Wap, Lil Pump

2015년과 2018년, 각각 차트에 혜성처럼 등장한 페티 왑(Fetty Wap)과 릴 펌(Lil Pump)의 경우도 비슷했다. 페티 왑은 2014년 초 발매한 데뷔 싱글 “Trap Queen”이 같은 해 11월 갑작스런 반응을 일으키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단 하나의 중독적인 멜로디를 중심으로 곡 전체를 뒤덮어 버리는 ‘멜로디 외골수(?)’ 작법이 제대로 먹혔다. 이 작법으로 만들어진 “My Way”, “679”, “RGF Island”도 뒤따라 인기를 얻었다. 페티 왑이 신인치고는 꽤나 이례적인 인기를 끌었던 순간이었다. 팬들의 마음을 들썩이게 했던 한 쪽 눈에 관한 이야기와 몇몇 미담도 한몫했다. 데뷔 앨범 [Fetty Wap]은 그야말로 페티 왑이 가진 모든 재능을 원기옥처럼 쏟아부은 앨범이었다. ‘소몰이 랩-싱잉’ 스타일로 재능이 폭발했고, 앞서 언급한 싱글들로 받은 스포트라이트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디자인이 실망스러웠던 싱글 커버 아트워크와는 달리 쓸 수 없는 눈을 당당히 치켜뜬 모습을 담은 아트워크까지 '간지 폭풍'을 일으켰다. 앨범은 빌보드 앨범 차트에 당당히 1위로 진입하며 대형 신인의 화려한 데뷔를 알렸다. 이 전격적인 등장에 어울리는 첫 앨범 제목은 오직 랩네임 그 자체뿐이었을 것이다. 이번엔 현재진행형의 인기를 이어가는 중인 릴 펌(Lil Pump)을 한 번 볼까. 그는 페티 왑보다 한술 더 떠 데뷔곡 제목에도 스스로의 이름을 하사했다. 약간 처지는 듯한 피아노 비트 위에서 “릴 펌 우! 릴 펌 야!”를 반복하며 분위기를 애매하게 끌어 올리는 “Lil Pump”은 이상하리만치 컬트적인 인기를 끌었다. 히트 싱글 “Gucci Gang”을 앞세우며 발매된 [Lil Pump] 또한 릴 펌의 인기 광풍을 성공적으로 이어갔다. 릴 펌은 앨범에도 오직 자신만이 제대로 할 수 있는 나사 빠진 음악을 꽉꽉 눌러 담았다. 그 점을 고려해보면 그저 앨범 제목을 따로 정하기가 귀찮아서 셀프 타이틀을 선택했을 수도 있겠다고 추측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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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황금기에 방점을 찍다

Case 1: Beyoncé

서술했듯, 재능이 분명하다는 전제하에 데뷔와 동시에 이름을 내걸며 존재감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전략은 효과적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자면 씬에 바람을 몰고 오는 ‘명품’ 데뷔 앨범들의 과반수는 셀프타이틀이 아닌 앨범들이다. 이는 ‘최고의 데뷔 앨범’을 논할 때 떠올릴 만한 수많은 걸작을 잠깐만 되뇌어 보더라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셀프 타이틀 앨범을 내놓는 또 다른 최적의 시점은 언제일까? 아마 커리어가 무르익어가며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거나 강력한 한 방을 날려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비욘세(Beyoncé)의 다섯 번째 앨범 [Beyoncé]는 이런 유형의 앨범 중 씬에 엄청난 파동을 가져온 가장 강력한 한 방이었다. 비욘세는 비욘세답게 솔로 데뷔 앨범 [Dangerously in Love] 때부터 미 전역을 박살(?)내왔다. 음반 시장이 많이 수축한 지금뿐만 아니라 당시를 기준으로 해도 넘보기 힘든 1,100만 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X맨> 같은 스튜디오 예능 프로그램에 늘상 있어 왔던 댄스 타임에서 리드 싱글 “Crazy in Love”가 연예인들의 무아지경 춤사위를 부추기는 단골 BGM으로 등장하며 뜻밖의 인지도를 얻은 바 있다. 이후 세 장의 앨범을 꾸준히 발매하며 몸집을 불려가던 비욘세는 2014년의 끝자락, 아무런 예고 없이 자신의 이름을 떡하니 내건 앨범 [Beyoncé]를 깜짝 발표한다. 풍성하고 아름다운 비디오가 동반된 비주얼 앨범이라는 말이 붙은 앨범은 시각적인 측면과 아울러 음악적으로도 압도적인 찬사를 받았다. “Drunk in Love”, “Partition” 같은 관능적인 트랙부터 “XO”, “Rocket”처럼 산뜻한 트랙까지, 갖가지 매력으로 가득한 ‘종합선물세트’ 같은 사운드 위에서 중심을 잡는 비욘세의 음악적 재능이 어느 때보다 빛을 발했다. 결국, [Beyoncé]는 일말의 프로모션 없이 발매 3일 만에 80만 장이 넘는 판매량을 달성했다. 이후 비욘세는 [Lemonade]와 남편 제이지(JAY-Z)와의 합작품 [EVERYTHING IS LOVE]로 음악계의 여왕으로서 통치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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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2,3: R. Kelly, Future

[Beyoncé]처럼 커리어가 농익을 때 야심 차게 발표했다는 점은 같지만, 발표 시기가 그보다 빨랐거나 성과가 대단하지 않은 경우도 상당하다. 일단 알켈리(R. Kelly)가 그렇다. 그는 퍼블릭 어나운스먼트(Public Announcement)와의 팀 활동을 통해 솔로 데뷔 이전부터 은근한 인기를 자랑했다. 그에 힘입어 데뷔 앨범 [12 Play]도 대중들을 사로잡았다. 이 앨범은 지금까지도 "나 좀 섹시하다?"라고 온몸으로 주장하는 알앤비 아티스트들의 교과서 혹은 레퍼런스 소재로 꾸준한 인정을 받는다(먼저 소개한 크리스 브라운은 “Songs on 12 Play”라는 곡 전체를 본 작의 레퍼런스로 채웠었다). 알켈리의 셀프 타이틀 앨범 [R. Kelly]는 [12 Play]의 성공 이후 곧바로 다음 타자로 세상에 등장했다. 주저하지 않고 쐐기를 박으려 했던 걸까? 앨범은 전작과 비슷한 듯 더욱 깊어진 메시지와 음악성을 보여주었고, 500만 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는 등 상업적으로도 좋은 성과를 거뒀다. 다만, 알켈리의 커리어에서 상징적인 [12 Play]와 최고 히트작인 세 번째 앨범 [R.] 사이에 끼어 있어 여러모로 언급이 덜 되는 편이다. 두 앨범 사이에서 본인의 음악적 정체성을 탄탄히 다지고, 그 시절 음악 시장에서 알켈리라는 이름을 보다 확실히 각인시킨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다. 한편, 퓨처(Future)는 비욘세와 마찬가지로 커리어의 가장 적절한 타이밍에 셀프 타이틀 앨범 [Future]를 공개했다. 때는 마침내 자신의 스타일을 완벽히 정제해냈다는 평가를 받은 [DS2]를 시작으로 네 번째 앨범 [EVOL]까지, 다수의 프로젝트로 꾸준히 퀄리티 있는 작품을 보여준 끝에 마지막 한 방만이 필요한 때였다. 문제는 [Future]가 그 타이밍에 발표되었지만, 그 역할을 완벽히 해내지 못한 듯하다는 것이다. 싱글 “Mask Off”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나, 앨범 자체로 의미 있는 성과를 일구진 못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앨범 발매 일주일 후 발표된 [Hndrxx]가 알앤비적인 요소를 한껏 끌어안은 듯한 스타일로 더욱 긍정적인 평가와 반응을 얻었다. 어쨌든 두 앨범은 또다시 퓨처의 더 확실한 모멘텀을 기대하게 하는 디딤돌 정도로 남아 있다. 그의 창작의 샘이 마르기는커녕, 끝없이 샘솟고 있으니 언젠가는 그가 결정적인 순간을 만들어낼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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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프로젝트 결성과 함께하다

Case 1: Run the Jewels

두 아티스트가 팀으로 만들어내는 합작 앨범은 각자의 스타일이 최고의 합을 이뤄내거나 약간씩 비켜 나가는 서로를 받치며 시너지가 발휘되곤 한다. 유달리 프로젝트 앨범이 궁금하고 설레는 이유다. 그럴 때면 앨범도 앨범이지만, 어떤 이름을 쓸지도 만만치 않게 궁금하다. 대개 팀 이름을 그대로 앨범으로 이어가면서 앨범이 자연스레 셀프 타이틀이 되는데, 그럴수록 새로운 이름에서는 그들만의 음악적 정체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가장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예시로는 런 더 주얼스(Run the Jewels)가 있다. 여러 수작을 발표하며 잔뼈 굵게 활동해온 래퍼 킬러 마이크(Killer Mike), 20년이 넘게 스테이지 활동을 거치며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래퍼이자 프로듀서 엘-피(El-P)가 뭉친 팀이다. 이들은 애니메이션 회사 카툰 네트워크(Cartoon Network)에서 처음 만나 서로의 음악을 서포트하기 시작했다. 2012년, 엘-피는 킬러 마이크의 다섯 번째 앨범 [R.A.P. Music]의 프로듀서를 맡았고, 킬러 마이크 역시 엘-피의 앨범 [Cancer 4 Cure]에 피처링하며 힘을 보탠다. ‘쿵짝’이 잘 맞는다는 걸 확인한 둘은 이내 투어를 함께 돌고, 나아가 프로젝트 앨범을 작업하는데, 그게 바로 슈퍼 그룹 런 더 주얼스의 시작이었다. 엘-피는 언젠가 킬러 마이크를 찾아가 올드스쿨 래퍼 엘엘 쿨 제이(LL Cool J)의 랩에서 들은 "Run the Jewels(보석을 훔쳐)"라는 구절을 팀 이름으로 정하고 싶다고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찬가지로 그 이름에 꽂혀버린 킬러 마이크는 제안을 수락한다. 이 무자비한 그룹의 이름은 음악적 방향에도 꼭 들어맞았다. 두 멤버는 자신들이 항상 생각하던 랩 음악의 무자비함을 도발적이고 날카로운 음악을 빚어냈다. 그 결과, 런 더 주얼스의 첫 앨범 [Run the Jewels]는 그들이 동경하던 랩의 매력을 청각화한 걸작으로 거듭났다. 이후, 듀오는 현재까지 활동을 이어오며 'Run the Jewels' 시리즈를 세 개째 발표해왔고, 이 세 앨범은 모두 무료로 공개되었다. 음악은 물론 발표 방식부터 이름까지, 런 더 주얼스야말로 진정한 '상남자특'의 집합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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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2,3: KID SEE GHOSTS, Huncho Jack, Jack Huncho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 영혼의 듀오로 함께한 런 더 주얼스같은 케이스도 있지만, 최고의 궁합을 자랑하다가 돌연 감정의 골이 깊어져 서로를 멀리하게 된 케이스도 있다. 칸예 웨스트(Kanye West, 이하 칸예)와 키드 커디(Kid Cudi)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일찌감치 칸예와의 합을 자랑한 키드 커디는 2008년, 레이블 굿 뮤직(G.O.O.D Music)과 계약했었다. 칸예와는 꾸준히 협업을 이어나갔고, “Erase Me”, “Father Stretch My Hands Pt. 1”, “Gorgeous”로 찰떡같은 케미를 보여줬었다. 괜찮은 관계를 지속하는 듯했으나, 둘의 사이는 키드 커디가 인디펜던트 활동을 하며 트위터에 쏘아 올린 작은 공으로 갑작스레 틀어진다. 키드 커디는 “칸예와 드레이크(Drake)가 내 강력함을 알고선 인연을 끊었다”며 둘을 향해 언성을 높였고, 칸예 또한 공연 중에 “내가 니 애비다” 식의 호통을 공개적으로 내지르며 반박했다. 하지만 서로를 향한 사랑이 남아 있던 걸까. 어느새 화해하고, 급기야 프로젝트 앨범을 발표하기까지 한다. 올해 힙합 씬 최대의 화제 중 하나였던 와이오밍 프로젝트의 세 번째 차례로 공개된 [KIDS SEE GHOSTS]다. ‘귀신 보는 아이들’이라는 그룹명의 탄생 비화는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대신 사이키델릭하고 감정적인 앨범의 내용물을, 특히 “Feel the Love”나 “Freee” 같은 곡을 듣고 있으면 정말 무슨 귀신에게 영감을 얻은 듯한 느낌이 든다. 칸예와 키드 커디도 멋있지만, 두 아티스트가 마치 하나인 것처럼 조화를 이룬 프로젝트도 존재한다. 트래비스 스캇(Travis Scott)과 퀘이보(Quavo)의 프로젝트 [Huncho Jack, Jack Huncho]는 둘의 인지도를 차치하고 취하는 형태만 봐도 흥미롭다. 헌초 잭(Huncho Jack)이라는 그룹 이름은 퀘이보의 별명인 헌초(Huncho, 일본어로 두목을 뜻한다), 트래비스 스캇의 레이블 칵투스 잭(Cactus Jack)에서 따온 잭을 합친 결과다. 이는 앨범 제목에 그치지 않고  한 명의 아티스트 명에 가깝다. 다분히 의도적인 게, 실제로 트래비스 스캇과 퀘이보는 각 곡에서 마치 하나의 자아마냥 융합된 에너지를 뿜어낸다. “Huncho Jack”, “Saint”에서처럼 파트 분배가 무의미할 정도로 서로를 뒷받침하며 물 흐르듯 곡을 완성해낸다. 단순히 트래비스 스캇과 퀘이보의 콜라보라고 하기에는 헌초 잭의 앨범이라는 인상이 강하다고나 할까.


CREDIT

Editor

snob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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