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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계도 함께 잘 살 수 있을까?

MANGDI2019.04.20 12:30추천수 2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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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디의 객관성 제로


'잘 산다'의 주어가 잘못 쓰여 있는 사회는 비극이다.


얼마 전 흥미로운 기사 하나를 접했다. "파타고니아(Patagonia)의 오픈 소스, 지속 가능한 사업의 열쇠일까?". 내용인즉슨,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가 오랜 연구를 거쳐 개발한 기술과 노하우를 만천하에 공개하고, 오픈 소스를 지향하는 업체에 투자하는 벤처 회사까지 설립했단다. '오픈 소스'란 무상으로 공개된 소스 코드 또는 소프트웨어를 뜻하는 IT 용어다. 최근 지속 가능한 발전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다양한 영역에서 발전돼 사용되고 있다. 쉽게 말해, 자신의 기술을 타인에게 공개하고 공유하며 협력을 도모하는 행위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실용성과 합리성을 갖춘 동시에 친환경 슬로건을 전면에 내건 파타고니아는 스트리트 패션 신에서도 잘 알려진 기업이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위 기사는 나에게 꽤 큰 충격을 주었다. 무한경쟁 시대에 과연 공익 추구와 공생이 가능하겠냔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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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AGONIA


파타고니아는 '사회와 환경에 최대한 악영향을 끼치지 않고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내며 환경 보호 운동을 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업을 운영한다'는 미션을 내건 패션 회사다. 파타고니아의 벤처 캐피탈, 틴 쉐드 벤처스(Tin Shed Ventures)는 2013년부터 지금까지 12개 기업에 약 4,000만 달러, 한화로 약 450억 원을 투자했다. 투자 대상 기업은 오픈 소스를 지지하는지, 단기적 수익보다 공익의 가치를 우선하는지 등의 심사 기준을 거친다.


브랜드 히스토리는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들은 잠수복 제작에 사용되는 네오프렌이 환경 보호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인지하고 소재의 이용을 중단한다. 대체재를 물색하는 과정에 난항을 겪었지만, 10년의 연구 기간 끝에 천연고무 제작사인 율렉스(Yulex)가 과테말라에서 채취한 식물성 고무를 활용하며 돌파구를 찾는다. 새롭게 개발한 이 소재는 환경을 보전하면서도 전보다 높은 품질의 제품을 제작할 수 있는 기반 재료로 사용됐다(영상 링크). 각고의 노력 끝에 태어난 이 기술력 역시 파타고니아는 거리낌 없이 공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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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idas x Kanye West(YEEZY) / Nike x Virgil Abloh


오픈 소스는 그리 낯선 얘기가 아니다. 아디다스와 나이키로 대표되는 스포츠 브랜드도 전략적 공생 정책에 적극적이다. 이것은 신제품 개발을 회사 내에서만 골몰하지 않고, 단순 스포츠웨어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일상복의 영역으로 접근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대형 생산 공정과 기술력을 기반으로 디자이너 개인의 개성을 투영해 확장된 의미의 사례를 만들고 있다(이지를 비롯해 버질 아블로, 톰 삭스 등). 분야를 바꿔, 영화 제작에 필요한 그래픽 기술을 공유하고 연구하는 할리우드 기술 연합체(Academy Software Foundation)와 TV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 사회 공헌 활동으로 전통시장 활성화가 목적인 현대카드 <1913 송정역 시장 프로젝트>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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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RBERRY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작년, 버버리는 3,800만 달러어치(약 430억 원) 재고를 세일해서 판매하느니 폐기해버리는 관행이 적나라하게 밝혀지며 대중의 몰매를 맞았다. 럭셔리 브랜드로 대표되는 에르메스, 샤넬 등도 비슷했다. H&M 역시 청바지 잔량 5만 벌(약 19t)을 불태우는 처사로 환경운동가들의 질타를 받았다. 까르띠에는 제품을 할인하느니 자신들의 브랜드 가치를 위해 생산자인 본인이 되사들인다.


스타벅스도 이와 같은 문제에 자유롭지 않다. 그들은 2000년대 초부터 제3세계에 거대자본을 투입하며 농지를 막대하게 사들이고, 원주민의 노동 착취와 소비자 폭리가 줄곧 문제 되고 있다. 이에 스타벅스는 공정무역 커피의 고정적인 매입량을 밝혔으나, 실상 전체 구매량의 미비한 수준이다. 그들의 커피를 존경을 담은 커피(카페 에스티마, Cafe Estima)라 부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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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AGONIA


물론 일부 이해되는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들을 무작정 비난할 수 없다는 것을 이미 많은 사람은 알고 있다. 타인을 위해 조건 없는 환원과 베풂을 기대하는 것 또한 이기적이고 오만한 생각일 수 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사회적 책임이 날이 갈수록 무거워지고 개인의 실패가 두려워지는 만큼, 나는 제2, 3의 파타고니아를 응원할 수밖에 없다. 왜냐면 공익과 공생으로 대표되는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브랜딩은 엘리트주의가 만연한 패션 신의 묵은 갈증을 해소하는 통쾌한 행보기 때문이다. 그들은 잘 해내고 있다. 이와 같은 이들에 아낌없이 칭찬하자. '잘 산다'의 주어가 잘못 쓰여 있는 사회는 비극일 수밖에 없다.


유해물질 측정 등 원천 기술을 공개하면 파타고니아가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어요. 하지만 저희로서는 경쟁사에도 우리와 함께하자는 사인을 보내는 것이에요. 환경을 보호하면서 회사 규모를 키우는 것이 양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고요. 나아가 공익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이 늘어나길 바라요. 저희와 같은 여정을 가는 회사가 많아져서 생태계가 커지면 좋겠죠.



CREDIT

Editor

MANG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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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 4.22 10:31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글이네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 4.23 11:57

    재고 폐기하는 저런 관행은 사람들 허영심도 한몫하죠

  • 4.23 13:18

    잘 읽고 갑니다!

  • 4.23 16:00

    그냥 할인해 해도 비싸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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