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은 케이팝만 잘하면 된다.>
樂 - STAR by stray kids

필자는 아이돌 음악보단 장르 음악을 더 좋아하는 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이돌 음악을 싫어하진 않는다. 아니, 제법 좋아하는 편이다. 단지 장르 음악보다는 자주 안 들을 뿐이다.(애초에 좋으니 싫으나 아이돌 음악을 어릴 때부터 계속 들어왔고, 그들이 어떤 간지를 가지고 있는지 목격한 내가 이제와서 아이돌 음악이 싫다고 하는건 어불성설이다) 그래서 돌판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하다. 하지만, 수요가 있어야 공급도 있는 법, 사람들이 보고 들으며 좋아한다는 건 이미 하나의 훌륭한 문화이자 컨텐츠란 뜻이다. 그리고 나는 애초에 화려한 비주얼을 좋아하는 탐미주의자다. (나는 히데의 광팬이다. 특히 로켓다이브 때의 팝스타 스러운 모습을 가장 좋아한다 그게 나의 팝에 대한 이미지다)
그런 나에게 K pop은 꽤나 애정을 가지고 공부하고 싶은 분야다. 비주얼 외에(비주얼은 너무 당연하다 0순위다) 내가 아이돌 음악을 들을 때 좋다고 느끼는 기준이 세가지 정도 있는데, 첫째는 끝내주는 멜로디, 둘째는 확실한 컨셉, 셋째는 포인트 있는 안무다. 첫째가 팝 음악으로서의 가치라면 둘째는 대중성에 대한 가치, 셋째는 k pop에 대한 가치다. K pop은 시각적 예술이 가장 중요한 분야라고 생각하기에 안무는 너무나 중요하다. 이런 내 기준에서 스트레이 키즈는 굉장한 합격점을 가진 보이그룹이다. 직설적이다 못해 단순하기까지 한 컨셉과 특이하다고 여길 정도로 개성있는 안무(특, 매니악 같은 곡에서 특히 돋보인다. 손목을 써는 듯한 코러스 안무는 필자도 가끔 따라해본다. 물론 힘만 엄청 들어가서 휴머노이드가 된다.) 그리고 제와피 아이돌들은 곤조가 있다. 엔믹스도 그렇고, 앨범도 제법 큰 규모로 자주 내고 음악성도 누군가에게는 유치할 수도 있지만 나름의 간지를 챙긴다고 생각한다.
MEGAVERSE

필릭스의 묵직한 목소리로 시작하는 첫 트랙은 시작부터 힘을 준 모습이 보인다. 이 그룹의 가장 큰 아이덴티티 중 하나가 필릭스의 목소리라고 생각한다. 그의 존재감은 그룹안에서도 독보적이다.

강렬한 사운드로 휘몰아치는 코러스 역시 돋보인다.

??? 형이 왜 여기서 나와?
안무
아무리 돈 벌자고 하는 산업이더라도 기본 양심은 있어야 한다. 그 기본 양심은 퀄리티나 실력, 시장윤리다. 그런 면에서 스트레이 키즈의 안무는 군더더기가 없다. 과하지 않으면서 필요한 안무는 무난히 소화한다. 과하지 않다는 건 지속 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쓸데없는 동작이 없다는 건 프로의 중요한 모습이다.

이런 느낌의 단체 안무 역시 스트레이 키즈가 매니악 때도 보여준 모습이다. 이런 느낌의 변주를 난 꽤 좋아한다.

제일 중요한 코러스 안무가 참 간지난다 특히 필릭스는 참 인간 자체가 간지다
락(樂)
퐁크와 아프로비츠 기반의 타이틀 곡 락이다. 좀 더 전형적인 케이팝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는 곡이다(벌스 - 프리코러스의 보컬이 강조되는 부분 - 후킹한 코러스) 클리셰는 그만큼 잘 먹히기 때문에 클리셰라는 말도 있듯이, 이 곡의 조회수는 아직 전형성이 먹힌다는 것을 보여준다. 흩날리는 자켓과 칼군무, 음악과 딱 들어맞는 안무는 다른 장르에서는 보여줄 수 없는 케이팝의 간지다
사각지대
팝이 가진 하나의 거대한 정신 중 하나는, 가장 넓은 공동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 이라고 생각한다. 케이팝은 그게 좀 과해서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긍정적인 가사와 곡은 아이돌들의 주 판매 타겟인 10대, 20대에게 좋은 감정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수면 아래 오리의 헤엄같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쏟은 노력에 대한 얘기는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가장 개인적이기도 한 좋은 소재다. 그런 소재를 청량한 보컬을 강조시키고 신스 소리로 화려함을 더했다. 맛도리 트랙이다.
COMFLEX
컴플렉스와 플렉스의 합성어로 ‘자신의 흠도 매력’이라고 말하며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포부를 담았다고 한다. 좀 유치하고 오글거리는 듯도 하지만 유치하단 건 다른 말로 직관적이라는 뜻이기도 하고 오글거린다는 건 깊이가 얕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얕은 깊이는 그만큼 이해하기 쉽고 모두에게 쉽게 받아들여지며 멀리까지 쉽게 퍼진다. 나쁠 것 없다. 음악도 신스 소리가 훌륭하다. 일관적으로 대중성과 케이팝의 정신을 유지하고 있다.
가려줘
꼭 하나씩 있어줘야 하는 서정적인 트랙이다. 이런 트랙들이 아이돌 멤버들을 구름위의 존재에서 옆의 존재로 격하시켜서 결론적으로는 심리적 접근성을 높이게 한다고 생각한다.
Leave
훌륭한 멜로디다. 크으 예전부터 케이팝에서 쿨하지만 서정적인 분위기와 감겨드는 멜로디는 필승 공식이다. 타이틀 곡으로 임팩트는 부족하지만, 훌륭한 수록곡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한다. 의외로 이런 트랙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내가 그렇다. 사실상 이후 트랙들은 번외라고 봐도 무방해서 이 앨범의 감정적 마지막을 담당하는 트랙이다.
Social path
일본어 곡이다. 수출 국가인 한국의 음악 산업 답게 이런 일본어 트랙들이 은근 맛도리다. 일본 아티스트 lisa는 곡에 양념을 추가하며 적절히 치고 빠진다. 의외로 안무는 이 곡이 더 자연스러워서 좋은 감도 있다. 솔직히 곡은 이쪽이 좀 더 취향이다
락(樂) rock ver
타이틀 곡 락(樂)의 메탈 버전이다. 밴드 아이돌 맛집 제와피 답게 이 곡 역시 메탈이지만 상당히 팝 스러운 훌륭한 곡이다. 악기 질감이 세련되게 잘 빠져서 그런 것 같다. 가슴을 뛰게 하는, 고개를 앞뒤로 흔들게 하는 기타소리라기 보단 고개를 좌우로 가볍게 흔들게 하는 가벼움을 가진 기타다. 멀리 퍼지게, 최대한 다수의, 최대한 많이 듣게 만들려는 팝의 기본이 메탈과 결합했다.
작사 작곡을 하는 아티스트 포지션을 가져가는 아이돌은 어느정도 있지만, 제와피는 기본을 지켜나간다.
나는 케이팝과 장르 음악은 결이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 말은 바꿔말하면 서로의 영역이 있다는 뜻이다. 이 둘을 섞어서 양쪽을 만족시키는 건 사실상 말도 안되는 말이다. 내 생각에 그것들은 지향할 수는 있어도 일어날 수는 없는 기적과도 같은 것이고 그런걸 항상 끌고 갈수는 없다. 차라리 한 쪽에서 독보적으로 성장해서 다른 판까지 영향력을 확대하는게 장기적으로는 더 가능성있다. 힙합의 묵직하고 낮은 음악과 락의 도파민 가득한 기타 소리는 케이팝과 섞일 수 없다기 보단, 그런건 수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듣는 사람이 없다면, 아무리 아름다운 소리도 공허할 뿐이다. 서로는 가장 서로 다울 때 아름답다. 케이팝은 케이팝 답고, 힙합은 힙합 답고, 락은 락 다워야한다. 이 ‘장르의 영역’은 늘 그 울타리를 깨부수고 새로 지어왔지만, 결국 어느 한쪽의 장르에 몸을 기댈 수 밖에 없다. ‘장르’ 라는게 결국 평론가들이 입맛대로 정한 말장난일지라도, 우리는 언어라는 감옥에 가두지 않고는 무언가를 두루뭉실하게라도 설명할 수 없다. 우리는 케이팝과 장르음악을 섞은 끔찍한 혼종들을 꽤 봐왔다. 시도는 좋지만, 데드 스탁은 그저 데드 스탁일 뿐이다. 요즘은 케이팝 내에서 장르 음악과 자연스러움을 표방한 그룹들이 많이 나왔다. 코르티스, 롱샷, 82 majer나 올데프, 영파씨가 좋은 예시일 것이다. 물론 이 들은 각자 다양한 잡음들을 겪고 있다. 코르티스는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의심과 지나치게 힙한 컨셉에 대한 일부 거부감을, 롱샷은 돌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시각을(박재범이 이런 일을 예상하지 못했을 것 같진 않은데 이상한 일이다), 82 majer는 앞선 그룹들에 비해 부족한 하입을, 올데프는 멤버들의 간지와 상업성 외에 다른 모든 것들이 부족하고 영파씨는 이번 쇼미에서 진정성에 대한 공격을 받고 있다. 반대로 장르 음악 내에서 케이팝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나온 음악들은 장르 팬들의 호응을 대부분 받지 못하거나 심한 경우 장르 팬과 케이팝 팬 둘 다 잡지 못하는(님들 귀는 당나귀 귀, 디아크의 지니어스 등) 악수 중의 악수가 되기도 한다. 물론 기획사나 레이블 입장에서는 비지니스 이기에 한번 해보고 안되면 버리면 끝이지만, 아티스트는 그렇지 않다. 이미지는 소비 되고 돌판이든 장르 씬이든 한번 선 밖으로 나가면 다시 돌아오기 상당히 힘들다. 진정성이란 그런 것이다. 국적이 불분명한 시민은 이방인일 뿐이다.
돌판의 진정성은 팬에 대한 사랑이고, 장르 음악 씬의 진정성은 음악에 대한 사랑이다. 회사 탓이라는 변명은 돌판에서는 통해도 장르 음악 씬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결국, 각자는 각자의 것을 잘해야 뭘 해도 한다는 뜻이다.
사견이 길었지만 앞의 장르음악과 케이팝에 대한 나의 생각을 말한 이유는, 제와피의 스트레이 키즈만큼 케이팝씬에서 할 것을 온전히 다 하는 그룹은 얼마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른 그룹들도 이런걸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들은 멤버들이 디렉팅을 하며 녹음을 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기술적으로는 도움을 받을지언정 음악적으로 어느정도 멤버들이 기여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도(‘척’ 이더라도 이런 모습은 제법 중요하다. 아티스트 본인에게도, 팬들에게도 말이다.) 아티스트돌이라는 이미지는 가져가지 않는, 내가 보기엔 ‘아티스트’라는 수식어를 가져갈 때 들어오는 태클들을 피해가는, (빅뱅같은 자기 음악들을 자기가 만드는 그룹들이 얻은 명성과 억까를 생각하면 된다) 버릴건 버리며 욕심 내지 않고 기본과 해야할 것에 집중하는, 잡음 많은 1등 보단 튼튼한 2등을 택한 제와피의 선구안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메이킹 필름도 만들어서, 마치 이들이 DIY 아티스트처럼 보이게도 한다(물론 그렇게 보일 뿐이긴 하지만 그렇게 보인다는 건 중요하다) 이들을 무대위 카리스마 있는 아이돌과 순수한 소년의 모습을 동시에 가져가게 하는 전략이다 진정성이 가장 중요한 언더와 인디씬에서는 기대하기 힘든 모습이다. 너네 왜 아이돌인척 하냐며 욕을 잔뜩 먹을 것이다. 무엇이 진짜 모습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애초에, 진짜 모습이란게 있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저스디스의 말처럼, 케이팝 씬의 자신도 자신이고 언더의 자신도 자신이다. 우리는 모두 연극 무대위의 배우일 뿐이다. 정체성이라는 건 때에 맞춰 바꿔끼는 가면일지도 모른다.
이래저래 말이 많았지만, 케이팝에는 스트레이 키즈나 엔믹스 같은 내실이 단단한 그룹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케이팝이 지금은 잘 나가지만 거품은 언젠가는 반드시 꺼진다. 세상에 영원한건 없으니까 말이다. 후발주자들은 치고 올라오고 큰 시장의 벽이 낮아 보이는 건 일시적인 파도일지도 모른다. 스트레이 키즈처럼 케이팝의 건강한 기본에 집중히는 그룹이 늘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추락할 때는 하더라도, 품위 있게 추락헤야 한다.
오늘 리뷰는 앨범이나 컨텐츠 자체보단 거시적인 관점에서 말한 게 많은데, 사실 케이팝은 산업이나 수익, 그들의 진정성이 장르음악의 진정성과는 다른 것에 대한 얘기를 안 할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저는 다시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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