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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Y - a beautiful blur 리뷰

euphoria6시간 전조회 수 74댓글 0

저는 뭔가 앨범을 들을 때마다 조각글처럼 곡이나 앨범에 대한 리뷰를 조금 써 두는 걸 좋아하는데, 가입 기념으로(?) 글을 보강해 리뷰로 만들어서 올려 봅니다

글이 좀 미숙하더라도 음 뉴비 재밌게 노네 ㅎㅎ 하고 넘어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LANY의 팬 된 입장에서, 알았지만 그닥 즐겨 듣는 앨범은 아니었다가 작년 한창 시험 공부 하던 중에 접한 이후로 제 인생 앨범이 되어 지금까지도 안 질리고 듣고 있는, 제 취향의 총본산 같은 음반입니다. 그닥 유명한 작품은 아니라 아시는 분은 많이 안 계시겠지만, 정말 좋은 앨범이니까...! 이 글로 약간이나마 홍보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저만 듣기 아쉬우니까 다들 한 번쯤 감상하시면서 읽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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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Y, 'a beautiful blur' 앨범 리뷰: 흐릿함 속에서 찾은 정교한 정체성

단순하다 못해 '어제 어도비 결제했냐' 라는 말이 레딧에서 돌 정도로 대충 만든 듯한 앨범 커버를, LANY의 폴 클라인은 "에어플레이 창도 보이고, 가끔 거울도 보이고, 물도 보여요. 아름다운 파란색이죠. 그리고, 아름다운 흐릿함도 있죠. 그리고 그 표지에는 사람들이 그 표지를 받아들이고 그 자체로 계속 바라보면서 공감할 만한 온갖 요소들이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라고 논합니다. 본작에 녹아 든 LANY의 '추상' 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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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앨범의 발매 과정을 지켜본 팬의 입장에서, 발매 과정이 가장 다이나믹했던 레이니의 앨범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앨범은 원래 2023년 5월 29일에 'i really really hope so'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었으며, 9월 29일에 발매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발매 불과 11일 전인 9월 18일, LANY는 앨범 제목을 'A Beautiful Blur'로 변경한다고 글을 올리며 이것이 원래부터 의도했던 제목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발매 후 인터뷰에서 폴은 발매를 불과 4주 앞두고 제목과 아트워크를 바꾸는 것이 "매우 불편한 일"이었으며 팀에게 큰 부담을 주었음을 인정했으나, 동시에 자신들과 청자들에게 진실해야 한다는 예술적 강박감을 느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대로 말해, 이렇게까지 굳게 밀고 나간 'a beautiful blur'라는 타이틀이 앨범 전체의 감정적 본질을 가장 완벽하게 포착하고 있음을 암시한다고 봐도 좋을 것입니다. 밴드 멤버들은 이 새로운 제목이 앨범이 담고 있는 복잡한 감정들의 '흐릿함(blurriness)'과 그 감정들을 느끼는 '빠른 속도(rapid pace)'를 완벽하게 포착한다고 느꼈습니다. 즉, 단절과 고통, 그리고 새로운 시작 사이에서 느끼는 혼란스럽고 모호한 상태 자체를 '아름다운 것(beautiful)'으로 미화하려는 의도가 앨범의 중심 서사를 관통하게 된 것입니다. 

팬 입장에서 너무나 짜릿한, LANY의 음악적 변화

a beautiful blur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밴드가 인디팝의 영역을 넘어 "정교한 록 페르소나(intricate rock persona)"를 수용했다는 점입니다. LANY는 본질적으로 R&B의 정서적 심장(R&B heart)을 가지고 있지만, 이 앨범의 프로덕션은 이러한 핵심에 광활한 팝 오버톤을 부여했습니다. LANY 고유의 몽환적 신스 멜로디와 부드러운 보컬 라인은 유지되지만, 프로덕션에서 (더 크고 건조해진 드럼 패턴, 넓은 리버브·패드 사용), 그리고 로킹한 기타톤이 더해져 전작들보다 ‘스케일이 커진’ 인상을 줍니다. 이는 그간 LANY의 이름값과도 같던 신스팝 사운드에 인디 록을 더한 확장적 변화입니다. 데모곡에서마저 신스팝의 향이 배어나오던 2집 'gg bb xx', 내슈빌과 오클라호마 향이 풍기는 컨트리 사운드가 스미던 3집 'mama's boy'에 이어, 본작은 보다 '록'에 회귀한 구성을 취합니다. 에코 같은 잔향이 남던 기타와 드럼이 보다 건조해졌고 일렉 기타를 메인으로 가져가던 'xxl' 등의 트랙이 이를 증명합니다.

이러한 사운드 전환의 결정적인 원동력은 수상 경력에 빛나는 프로듀서이자 믹싱 엔지니어인 마이크 크로시(Mike Crossey)와의 오랜만의 협업입니다. 그는 The 1975의 히트 데뷔 앨범을 작업한 경력이 있으며, 기타와 전자음악의 조화를 다루는 데 탁월한 전문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본인 프로덕션 접근 방식은 특히 1980년대에 강하게 영향을 받았는데, 이는 a beautiful blur가 지향하는 음악적 방향과 완벽하게 일치합니다. 

폴은 인터뷰에서 "이 앨범은 여러 가지 영향을 받았어요. 신선하면서도 친숙하죠. U2의 'The Joshua Tree'나 콜드플레이의 'A Rush of Blood to the Head' 처럼 어렸을 때부터 들었던 음악도 있고, 프레드 어게인이나 릴 야티 같은 아티스트들의 새롭고 진보적인 음악도 있죠." 라고 강조했습니다. U2의 전매특허인 향수 가득한 록 사운드는 뭉툭한 신스에 힘입어 "Home is where the hurt is"에 녹아든 식입니다. 그런 노력에도, 제이크 고스의 "펄 잼과 같은 무대에 서게 되었는데, 펄 잼 팬들이 무대로 야유를 보내 거의 쫓겨날 뻔했다" 라는 인터뷰를 보면.... 사운드가 록 팬의 마음에 들지 않게 녹아든 듯 하나, 저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함으로써 '팝 밴드'로서 굳건히 존재하는 lany의 정체성에 록이 한 스푼 얹어지는 정도의, 줄기는 지키고 가지를 바꾸는 수준의 업그레이드가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랑의 추상성과 다각화, 아름다운 흐릿함

앨범의 제목대로, 앨범의 이미지는 피상적인 사랑의 여러 단면을 모은 것입니다. 통상적인 팝 앨범에서 논하는 '서로에게 필수불가결한' 또는 '육체적으로 끌리는' 이런, 보편적으로 사랑을 논할 수 있는 인상까지도 완전히 선명해지지 않은 채, 시간과 경험 속에서 어쩔 수 없이 희미해지고 겹쳐지는 상태를 받아들이며 그 안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태도를 LANY는 이 앨범에서 전합니다. 본작의 곡 구성을 하나의 연애 서사로 해석할 수도 있겠으나, 저는 도시 생활·자기 정체성·부재와 연결된 감정의 파편을 스냅샷처럼 모아 보여주었다고 해석했습니다. 'heartbreak can wait' 에서 구질구질할 정도로 이별을 묻어 두는 집착적 심리를, 'cause you have to' 에서는 담담하게 이별을 권하는(?) 사랑의 세기를 시소에 올려 둔 태도를, 'congrats'는 상처와 함께 전 애인에 대한 악담을;; 록 사운드와 함께 외치는, 이게 진짜 하나의 앨범이 맞나? 싶은 사방팔방 다이나믹한 가사들이 개인적으로 더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다양한 음악이 같은 앨범에 수록된 것은, 사랑을 다각적으로 관찰하고 대입할 수 있게 하는 LANY의 장치가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본작의 곡들이 모두 결론적으로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 점이 투명히도 의도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현대인의 관계 및 자기 이해가 가지는 복잡성과 맞닿아 있으며, 청자가 곡 사이를 떠돌며 자기 경험을 투영하도록 만듭니다. 수많은 형태의 사랑의 서사를 논하는 트랙들의 가사를 흘려 보내며, '아, 내가 저 아이에게 느낀 사랑은 이 곡에 가까웠구나.' 라는 느낌을 곡 사이를 헤메며 반복해 받을 수 있고 - 이 특징은 본작이 메인스트림 팝에서 반복해서 말하는 사랑에 대한 맹목적 긍정, 혹은 맹목적 부정에 지친 청자들이, 거울에 간 실금처럼 수많은 방식으로 다각화되는, '사랑' 이라는 복잡한 감정을 흐릿하게 확인할 수 있게 만듭니다.

폴이 인터뷰에서 본작의 핵심이라고 했던 'It Even Rains In LA'가 이러한 심상의 대표인 듯합니다. 캘리포니아의 낭만적인 이미지에 대한 가혹한 현실을 전달하는 이 곡 속 비가 내리는 LA라는 설정은 낭만이 무너진 심리적 상태를 상징하며, a beautiful blur의 '아름다움'이 현실의 고통 위에 세워져 있음을 섬세하게 드러냅니다. Paul Klein이 인터뷰에서 말한 것처럼(그리고 가사들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이 앨범은 매우 개인적인 감정을 바탕으로 쓰였지만 ‘누구나 공감할 법한 방식’으로 다듬어졌습니다. 이렇게 함으로서 저는 사적인 상흔·외로움·희망이 각 곡에서 보편적 코드로 재구성된다고 여겼습니다.

감정적 정점, 'Cause You Have To'

저를 포함해 많은 팬들이 앨범 최고의 곡 중 하나로 꼽는라이브 듣고 극락 가는 줄 알았던 'Cause You Have To'는 a beautiful blur의 감정적 정점을 이룹니다. 이 곡은 연인에게 던지는 고통스러운 질문, 즉 "Do you only love me 'cause you have to? (네가 나를 사랑하는 것이 단지 의무감 때문이야?)"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가사는 일방적인 헌신과 상대방의 냉담함을 극적으로 대조시킵니다. 화자는 "I’d drive thru the night, walk a thousand miles"를 외치지만, 상대방은 "won’t even reach across the bed"하는 고통스러운 현실을 직면합니다. LANY가 자주 사용하는 서사인, 친구와 부모님이, 이 두 명의 과거가 얽혀 있어 이별이 더욱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이 강조됩니다. "침묵이 너무 차가워지고 있다(The silence is getting too cold)"는 구절은 격렬한 싸움보다 더 고통스러운, 관계의 본질적인 정지 상태를 문학적으로 표현합니다. 이 트랙은 LANY의 음악이 비록 서정적으로는 '아련하다'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하나의 묵직하고 단순한 감정을 주로 다룸에도, 이들이 다루는 감정적 깊이가 결코 가볍지 않음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폭발적인 사운드 전환과 함께 포텐이 터진 폴 클라인의 애절한 보컬, 레이니 특유의 잔향 어린 메아리와 함께 들어오는 아련하고 강력한 기타에 중독되어버린 제가 개인적으로 베스트 트랙으로 꼽는 'cause you have to'에서, 청자에게 하이라이트의 가사를 넘기는 색다르고도 애달픈 방식으로 곡의 정점을 찍는 방식이 서사를 통해 감정을 전달하는 본작의 스토리텔링 방식의 최고점을 찍는다 하겠습니다.

 

이 앨범으로 LANY가 꾀한 변화는, 음악적으로는 마이크 크로시와의 협업을 통해 80년대 아레나 팝/록의 웅장함을 끌어안았고, 감정적으로는 'a beautiful blur'라는 모호한 콘셉트를 통해 고통과 희망 사이의 복잡한 감정 상태를 정면으로 포용함으로써 달성되었습니다. LANY는 인디팝 밴드가 어떻게 사운드 아키텍처를 확장하고, 단순한 서정성을 웅장한 프로덕션과 이야기의 감정선으로 보완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모범적인 사례를 제시했습니다. 제게 다가온 a beautiful blur는 파편화된 사랑 이야기집이며, 불완전함 속에서도 여전히 사랑을 외치며 진실하려는 태도의 기록입니다. 흐릿하지만 분명한, 불안하지만 아름다운—LANY의 가장 인간적인 앨범입니다. 이들은 더 이상 'I Really Really Hope So'와 같은 불안한 희망이나, 과거의 사운드에 갇혀 있지 않습니다.

 

 

 

그니까 한국 단콘 좀 열어 줘요.
폴은 내한 공연 하루 전! 전날!! 심지어 이 앨범 투어를 돌고 있을 때!!!
공연을 취소한 전적이 있다!!!!
그건 건강 때문이니까 이해라도 하겠는데,
이번 신보 soft 앨범 투어에 한국 없더라?

야.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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