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앨범이 제작비, 발표 일정 등에 밀려 자기 기준 미완성으로 발매되는 것이 너무 짜증나고 힘들었던 모 프론트맨
새거 내긴 내야하는데 현실이 너무 좆같고 막막하던 어느 날 누가 새 앨범 나왔는데 들어봐라~ 하고 틀었는데
본인이 찾던 사운드의 질감이 거기 있었음. 내추럴한데 힘이 실려있는
듣고 너무 충격을 먹어서 이런 음악 해볼까 하고 스튜디오랑 엔지니어까지 똑같이 수배했으나
'저 사람이 노래하는 댐핑과 내가 노래하는 댐핑이 다른데 같은 사운드가 나올까? 스튜디오와 엔지니어 같은 사람 쓴다고?' 라는 근본적인 난관에 봉착
결국 아 씨발 안되겠다 그 음악 만든 사람한테 가서 '새 정규의 프로듀서가 되어달라'고 했으나 '니가 하면 되잖음' 라고 까임
결국 작업을 시작함. 조건은 단 하나 '내가 만족할 때까지'
그간 제작 여건에 질려있었는데 100번, 200번 믹싱 다 받아주는 생불 엔지니어를 섭외하고
밴드 애들하고도 합의 본 뒤에, 원하는 소리가 나올 때까지 무한대로 녹음 시작
곡을 만드는 과정도 남들은 안 하는 방식을 사용한 게
보통 곡은 멜로디 라인 하나 나오면 오~ 하고 거기서 확장을 시켜나감
멜로디라인 다 나오면 코드 붙이고 각 악기들이 자기 연주해보고 완성이 되는데
그 충격먹은 앨범 틀어놓고 우린 이런 사운드 절대 못 낼거야, 이런 음악 절대 못 만들지 하다가
우리가 해보는거야! 만들어보자 씨발꺼 하고 만들기 시작했는데
녹음기 켜놓고 합주를 무한대로 때려박다 어? 여기 이 부분 리프 좋은데??
그럼 그 리프만 따다가 거기서부터 합주를 무한대로 때려박다 어? 여기 진행 이렇게?
그리고 그 리프에 진행 끼워서 다시 반복
결국 마음에 드는 1마디 진행을 합주 때려박으면서 한 곡으로 키워갔음
그렇게 곡들이 완성되고 원하는 소스가 나오면 야 이거다 가자 하고 믹싱 마스터링 하면 되는데
여기에서 힘을 좀 더 붙여볼까? 하고 리버브 걸고 컴프레서 걸고 하는 순간 소스가 가지고 있던 그 느낌이 사라져버리는 것을 확인
근데 그 문제점이 무엇인고 하니
이 차이는 음악 만드는 본인만 알 수 있었고 본인에게만 느껴졌음. 같은 밴드 애들도 차이를 잘 몰랐음. 수치로도 나타나지 않음
작업기를 보면
베이스는 버전 6 소리가 참 좋은데 버전 4가 묘한 느낌이 있음. 그럼 기존 것들 픽스해놓은 거에 버전 6 베이스 끼운거랑 버전 4 끼운 거 2개 만들어서 틀어보자
근데 씨발 합쳐놓으니 따로 들을 때 좋았던 그 느낌이 안 나오네? 이거 빼고 다른 소스 붙여봐. 근데 스네어는 7번 버전이 더 좋아? 끼워 봐
이렇게 소스 다 합쳐놓고 베이스 소리 쪼금 키웠다가 줄이고 하이햇 땡겼다가 빼고 컴프레서 조금 걸었다가 빼고 이걸 연 단위로 진행
수많은 곡들 넣었다가 뺐다가 가사를 바꿨다가 말았다가 믹싱 도저히 답 안 나오는 건 폐기하기를 반복하기를 2년
정신병 걸리기 일보 직전에 결국 포기
'이 상태에서 틀어질 수 없다. 이 소스들에 조금의 왜곡이라도 있어서는 안 된다'라는 결론을 내리고
공간계 조금을 제외하면 컴프레서, EQ 등 믹싱 부분은 정말 극단적으로 최소화해서 마스터링을 했음
본인 말로는 '믹싱 아무것도 안 했다'라고 했을 정도
아이러니한 건
이 앨범 사운드를 들은 밴드들 국내외를 막론하고 이 소리 내고 싶어요 믹싱 어떻게 만진 거예요?? 하고 스튜디오로 호다닥 뛰어왔는데
담당 실장이 세션을 열어 보여줌
아무것도 안 걸려있음.
거기에서 여러 사람 미쳐버리고 돌아갔다고
https://www.youtube.com/watch?v=lFAB6EHrQzQ&list=RDlFAB6EHrQzQ&start_radio=1
이게 그 앨범의 합주 때려박아 만든 곡이며
이석원이 충격먹고 이번 앨범 이렇게 만들어야만 한다 라고 느껴졌던 앨범은
https://www.youtube.com/watch?v=ScWLO9T9bXs&list=RDScWLO9T9bXs&start_radio=1
이런 글 너무 재밌네요 개추 진짜 글만 읽어도 정신 나가는 작업이네요 ㅋㅋㅋㅋ
이적 저 앨범도 한번 들어봐야겠군요
아무것도 안 걸려있었다는 게 ㅈㄴ웃기네 ㅋㅋ
튜닝의 끝은 순정인가
소리 개깔끔하던데 믹싱 아무것도 안걸렸다니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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