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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yley Williams - Ego Death at a Bachelorette Party 피치포크 리뷰 해석

title: DMX공ZA7시간 전조회 수 53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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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면허도 따기 전, Hayley Williams가 마주한 비즈니스 결정은 십대 소녀가 감당하기엔 지나치게 거대했다. 열다섯 살이던 그는 Atlantic Records와 20년짜리 계약을 맺었고, 이는 그녀가 살아온 세월보다 더 긴 기간이었다. 당시 “360 딜”이라 불리던 방식은, 파일 공유로 음반 판매 수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레이블이 아티스트 활동 전반에서 수익을 챙길 수 있도록 만든 구조였다. 처음에는 솔로 아티스트로 구상됐던 Williams는 끝내 자신의 고집으로 밴드 Paramore를 중심에 세웠지만, 그 대가로 Atlantic은 투어, 머천다이즈, 퍼블리싱까지 광범위하게 수익을 나눠 가졌다. 세 번째 솔로 앨범 <Ego Death at a Bachelorette Party>의 첫 트랙에서 Williams는 싸늘한 어조로 그 계약을 되돌아본다. 'A lot of dumb motherfuckers that I made rich.'

<Ego Death at a Bachelorette Party>는 그녀가 평생의 절반을 묶여 있던 계약을 마치고 처음으로 내놓은 정규작이다. 충분히 오랜 싸움의 끝을 자축하거나 승리를 선언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Williams는 그 선택이 남긴 균열에 시선을 고정하고, 여진이 음악 밖의 삶으로까지 번져간 과정을 더듬는다. "Hard"의 거칠게 일렁이는 신스는 살아남기 위해 단단해진 외피를 반영하고, 후렴에서는 희생에 대한 감정이 절규로 분출된다. 레트로 팝 락 "Glum"은 더 깊은 자각을 꺼내놓는다. 'I do not know if I’ll ever know/What in the living fuck I’m doing here.' 고백조의 리듬 속에서 그녀의 목소리는 의도적으로 청소년기처럼 변조되어 울린다.

이 불안은 <Ego Death at a Bachelorette Party> 전반을 지배하는 더 큰 슬픔의 뿌리를 드러낸다. 이전 솔로 앨범들에서도 직접적으로 다뤄왔던 주제지만, 이번에는 정면이 아닌 옆길로 파고든다. 무너지는 상실 자체보다는 그 주변을 맴도는 감정을 끌어내며, 상대적으로 덜 위험한 지점을 건드린다. "Discovery Channel"에서 그녀는 'The hurt is hidden'이라며 감정을 차단한 듯 읊조린다. 곡은 Bloodhound Gang의 90년대 말 싱글 "The Bad Touch" 후렴을 삽입해, 흔들리고 지쳐가는 연애의 단면을 더욱 날것으로 보여준다.

여기서의 슬픔은 다면적으로 굴절된다. Jim-E Stack과 함께 만든 "True Believer"는 내슈빌의 과거를 그리워하는 어두운 엘레지다. "Kill Me"에서는 트라우마 이후 과도하게 독립적인 태도로 버티는 자신을 묘사하며, 각 구절은 무감각하게 흘러가다가 코러스에서는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듯한 보컬이 겹쳐진다. 연애의 상실을 노래할 때는 감정이 가장 선명하다. "Blood Bros"에서 어쿠스틱 기타와 부드러운 신스가 배경을 이루는 가운데, Williams는 떠나간 관계를 붙잡은 채 여전히 남아 있는 사랑을 놓지 못한다. 길게 이어지는 보컬의 떨림은 그 상실을 애도하는 흔적처럼 남는다. 앨범의 마지막 "Parachute"에서는 슬픔이 분노로 타오른다. 믿었던 파트너에게 버려진 경험을 날카로운 샤우팅으로 토해내며, 거친 브리지는 상처의 절정을 응축한다.

앞선 두 장의 솔로 앨범에서 Williams는 의도적으로 Paramore의 그림자를 벗어났다. 2020년 <Petals for Armor>는 아트팝으로, 2021년 <FLOWERS for VASES / descansos>는 절제된 친밀감으로 나아갔다. 이번 <Ego Death at a Bachelorette Party>에서는 하나의 사운드 팔레트에 자신을 가두지 않는다. 프로듀서 Daniel James와 함께, 그녀는 다채로운 보컬을 인디 팝, 팝 락, 드림 팝 등 다양한 장르 위에 올리며 자유롭게 움직인다. 덕분에 앨범은 통일된 서사보다는 플레이리스트에 가까운 흐름을 띤다. 이는 정식 트랙리스트를 발표하기 전, 곡들을 개별적으로 다운로드하도록 해 팬들이 직접 순서를 조합해보게 한 시도와도 맞닿는다. 완벽한 마침표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Ego Death at a Bachelorette Party>는 지난 세월을 정리하는 강력한 코다처럼 다가온다. 일종의 숨 고르기, 자신이 견뎌온 시간을 인정하는 신호다. "Whim"에서 Williams는 이렇게 되뇌인다. 'Something in the stillness/Gets you to the tru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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