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앨범 분석글 들고 왔습니다.
9월인데도 아직 많이 덥네요. 다들 더위 조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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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서 '우리'로의 변화 <레드벨벳 Psycho> https://hiphople.com/musicboard/31181999
국카스텐 1집 <Guckkasten> : 불완전함의 초상화 https://hiphople.com/musicboard/31295867
주체적 사랑과 지배적 사랑 : 아이브 <LOVE DIVE> https://hiphople.com/musicboard/31439959
본 글은 하현우의 인터뷰, 앨범 소개글 등을 참고해 작성했습니다.
오늘 이야기할 앨범은 국카스텐의 첫 EP 앨범 [Tagträume]이다.
이 앨범은 1집의 처절한 외침 이후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 놓인 또 다른 불완전함을 담아낸다.
정규 앨범이 자신을 증명하기 위한 치열한 몸부림이었다면 이 EP는 현실을 직시하는 대신
스스로 만들어낸 백일몽 속으로 침잠하는 과정을 그린다.
1집이 세상의 모순에 정면으로 부딪히며 이방인인 자신을 드러냈다면 [Tagträume]는 이제 세상의 불공평함과 외면당하는 고통을 마주하면서도 그 모든 것을 '백일몽'이라는 예술적 장치로 승화시킨다. 앨범의 제목은 독일어로 '백일몽' 또는 '각성몽'을 뜻하며,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저서 '꿈의 해석'에서 영감을 받았다. 하현우는 인터뷰에서 "예술가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무언가"라고 언급하며 이 앨범이 단순히 현실 도피가 아니라 내면의 혼란을 탐구하고 새로운 예술로 창조하려는 의지에서 비롯되었음을 암시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a3Qt_GN_kWg
"기쁨을 마셔 버린 붉은 천사야
마지막 불꽃으로 떨어져 보자
니가 베어 문 농염한 비명에
우리 모두는 춤추고
벗어 버린 허물을 잡고
태양을 만지러 가네"
<붉은 밭> 가사 중
앨범의 타이틀 곡인 <붉은 밭>은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곡은 하현우가 꾼 꿈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는데 선과 악, 허용과 금기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넘어 자신만의 신념을 위해 금기된 행동을 저지른 후의 상황을 그린다. 천사가 금기된 행위를 저지르고 새가 되어 떨어진 곳이 붉은 밭이 되었다는 내용은, 1집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이제는 스스로 금기를 깨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려는 밴드의 의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붉은 밭은 그들이 금기를 깬 결과이자 동시에 새로운 열정이 피어나는 공간인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nWAfbqLcSMo
"그대의 모션(motion)은 더러워
그대의 냄새는 지겨워
아무리 감추려 해도
비집고 나오는 손톱은
으스러진 몸을 긁어와
우아한 손짓으로 또
이리 오라고 얘기하네"
<매니큐어> 가사 중
이러한 태도는 앨범에 수록된 또 다른 곡 <매니큐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매니큐어를 바르는 행위는 본 모습을 숨기고 다른 색으로 자신을 감추려는 모습에 비유된다. 하현우는 "손톱이 계속 자라면서 벗겨지기 마련인 모순의 이미지"를 강렬하게 표현했다고 밝혔다. 이는 1집에서 보여주었던 자기 인식과 비판적 시선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증명하며, 화려하게 포장된 자아의 이면에는 결국 벗겨질 수밖에 없는 진실이 존재함을 암시한다. 이 곡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꽹과리 소리는 한국적 록에 대한 밴드의 욕망과 실험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PIEi5a8gvPM
결국 [Tagträume]는 1집이 치열하게 외쳤던 불완전함이라는 주제를 한 단계 더 심화시킨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의 절규는 이제 몽환적인 사운드와 국악적 요소까지 뒤섞인 독특한 예술로 표출되며 현실을 견디는 동시에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려는 의지로 이어진다. 하현우는 "음악을 하는 목적에 순위를 매긴다면 저 자신이 1번"이라고 말하며 음악을 통해 스스로를 정화하고 내면을 탐색한다고 밝혔다. 이 앨범은 바로 그 과정이 가장 깊이 있게 응축된 결과물이다.
다시 말해 국카스텐의 EP 앨범 [Tagträume]는 불완전함 속에서 피어난 백일몽이자 밴드가 가진 예술적 탐미와 치열한 실험 정신이 담긴 기록이다.
국카스텐은 이 앨범을 기점으로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음악적 발자취를 더욱 진하게 남기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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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나올 3집 개같이 기대중입니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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