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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로로 - 자몽살구클럽

title: Lil Uzi Vert (Pink Tape)JtotheLUNA7시간 전조회 수 141추천수 2댓글 1

긴 말 필요 없습니다...

이 앨범은 한 번 돌리고 소설 읽어보시고 다시 듣는 걸 추천드려요

감상 자체가 달라집니다....

그럼 리뷰 재밌게 읽어주세요!!

 

 

https://blog.naver.com/parzival0604/223966015814 

 

한로로, 그녀는 대한민국의 싱어송라이터다. 2022년 데뷔 싱글 '입춘'이 입소문을 타며 서서히 인지도를 올리던 그녀는20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신인에 노미네이트 되는 기염을 토했다. 특유의 시적인 가사와 곡을 통해 전하는 공감과 위로, 그리고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폭발적인 성량은 그녀를 어느새 청춘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만들었다. EP 1'이상비행'EP 2''에서 사랑이란 공통적인 주제로 각기 다른 매력을 선보인 그녀는, 이 두 장의 앨범으로 청년들의 외로움, 불안정함을 보듬어주며 음악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그렇게 두꺼운 팬층을 확보하고 페스티벌, 단독 공연 등 여러 활동을 이어가던 중 그녀는 2집 이후 약 2년 만에 자신이 집필한 소설과 동명의 EP 3'자몽살구클럽'을 발매하게 된다.

 

 

제가 직접 쓴 소설과 같이

배경음악처럼의 그런

효과를 낼 수 있는

EP를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 한로로, 유튜브 <VOGUE KOREA> '요즘 핫한 가수 한로로가 샤라웃하는 K-팝 아티스트는?' (2025)-

 

 

자몽살구클럽.jpg 

 

자몽살구클럽 (2025.08.04. / 7트랙 / 2240)

-트랙

1. 내일에서 온 티켓

2. 용의자

3. 갈림길

4. 0+0

5. _에게

6. 시간을 달리네 <Title>

7. 도망

 

 

 

 

* 본 리뷰엔 한로로의 소설 '자몽살구클럽'의 스토리가 일부 스포되어 있으며, 자살과 같은 민감한 소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자몽살구클럽'은 동명의 소설을 배경으로 그와 함께 만들어진 앨범이다. 따라서 이 앨범의 진가는 소설을 읽고 나서야 발휘된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소하, 자신의 상황 때문에 꿈을 망설이는 보현, 밝지만, 속사정이 있는 태수, 그리고 꿈이 없는 유민까지. 자몽살구클럽에 소속된 이 네 명의 등장인물이 돌아가면서 각자의 20일의 유예기간 동안 자살을 막고 생존해야 하는 이유를 서로에게 찾아주는 것이 전반적인 이야기이다. 중학생으로 설정된 아이들의 나이, 현실에 있을 법한 고민과 어두운 면들, 너무나 직관적인 묘사는 날카롭게 다가오면서도 소설의 몰입도를 높인다. 특히 서로를 통해 희망을 보다가도 몇몇 사건으로 다시 무너지는 것은, 어두운색에 밝은색을 덧칠하기 힘들듯 무력하게만 느껴진다.

 

 

현실성을 최대로 이끌기 위해

방학식뿐만 아니라

중간고사, 기말고사, 동아리 모집 기간 또한

어느 시기에 이루어지는지도

하나하나 알아봤어요.

-한로로, VOGUE (2025) -

 

 

소설을 읽지 않고 독립적으로 느끼는 앨범은, 각각의 표현이 뚜렷한 곡들의 집합체로 다가온다. 희망('내일에서 온 티켓'), 사랑('시간을 달리네'), 무력함('도망') 과 같은 감정들은 곡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일곱 개의 트랙은 이어지는듯 하면서도 무언가 아쉽다. 특히 단순한 코드 진행 잔잔하게 전개되는 '_에게'는 조금 갑작스럽게 느껴진다.

그러나 개별의 곡들이 이야기와 만날 때, 그제야 곡의 진짜 의미들이 드러난다. 불확실함의 두려움을 노래한 '갈림길'은 동생과 엄마를 위해 자신의 꿈을 망설이는 보현이가 덤덤히 고민을 털어놓는 모습으로 변하고, 우정을 노래하는 것 같았던 '0+0'은 서로에게서 힘을 얻었던 소하, 태수, 보현, 유민의 소소하지만 행복했던 어느 날로 청자를 데려가는 것만 같다. 심지어 '_에게'는 태수에게 보내는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작별 노래로 그 의미가 달라진다. 소설 속 장면에 노래는 휘발제가 되어 청자의 감정을 배로 폭발시키고, 이야기는 가사에 소녀들의 감정을 옮겨 넣어 그대로 청자가 느낄 수 있게 한다. 이 만남은 자몽살구클럽을 접하려는 자에게 권하는 최고의 세트 메뉴일 수밖에 없다.

 

 

부끄럽지만 이 소설과 함께하는 동안

많이 울었습니다.

자몽살구클럽 친구들이

우리 동네에 사는 아이들처럼 느껴져

가슴이 더 아팠달까요?

- 한로로, <자몽살구클럽> (어센틱, 2025) 196p -

 

 

삐뚤빼뚤 그려진 자몽과 살구, 열심히 색칠한 색연필 자국, 그리고 작게나마 보이는 먼지까지, 앨범아트부터 학생들의 순수함이 묻어있다. 앨범 역시도 그 풋풋함을 가득 머금고 있다. 가사는 비유적이면서도 직접적으로 화자의 감정을 전달하고, 그녀의 맑고 호소력 짙은 목소리는 청자가 그 감상에 푹 빠져들 수 있게 한다. 또한 신나다가도 번뇌에 빠지며, 끊임없는 생각과 의구심 속에 살아가는 4인방의 모습은 청자에게 끝없는 방황의 시간인 사춘기를 상기시킨다. 비록 그 정도는 달라도 모두가 겪는 시기이기에, 앨범이 그려내는 청록색의 공감각을 이해하기엔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도 그녀는 사랑이란 키워드를 앨범에 녹여냈다. 지금 옆에 있는 사람뿐 아니라 이미 떠나버린 사람이라도 영원히 사랑할 것이라 말하며 넓은 의미의 사랑을 그려냈다. 그러나 이 사랑은 '우정'이란 모습으로 더 가깝게 다가온다. 청년들의 아픔을 다뤘던 전작들과 달리, 이 앨범의 객체는 청소년이다. 그리고 각자의 아픔과 고민으로 죽음을 선택하려 했던 이들이 서로를 만나고, 서로를 지켜주고, 서로에게 희망이 된다. 자신의 아픔을 완벽하진 않아도 진심으로 느껴줄 수 있는 사람은 그 존재만으로 큰 힘이 되는 법이다. 소중한 사람들에 대한 사랑, 그로부터 얻는 내일에 대한 용기는 또 다른 사람에게로 퍼져나간다. 우정이라는 긍정적 순환은 그 시절 우리가 웃을 수 있던 큰 이유 중 하나였다.

 

 

그때는 누가 내 얘기를 들어주고,

함께 웃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잖아요.

실제로 그런 동아리에 있었다면

소중하고 든든한 추억

생겼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 한로로, VOGUE (2025) -

 

 

그러나 희망을 찾은 것과 희망을 찾으려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앞장서 살고 싶다는 것을 외치던 태수는 가장 먼저 떠나게 되었고, 소하는 자신을 괴롭게 하던 아빠를 결국 살해하지만, 그 후 앞으로 살아가야 할 세상에 큰 두려움과 좌절감을 느낀다. 희망에 가득 차 웃으며 행복한 미래를 상상하는 그녀들에겐 결국 벗어날 수 없는 그늘이 존재했고, 사회는 한 줄기의 빛마저 무심히 막아버렸다. 과일 이름을 사용해 친근하게 다가오는 앨범명이지만 결국 그것이 내포하는 게 자살이듯, 우정과 성장을 그린 듯한 이야기는 절망과 슬픔을 깊숙이 품고 있었다. 트랙 역시 신나는 리듬 속에 살고자 하는 갈망이 슬며시 드러나고, 행복을 느끼는 찰나엔 의구심이 피어오른다.

무엇보다 이 이야기는 해피엔딩이 아니다. 결국 끝없는 추락과 해석할 수 없는 세상의 정답들은 도망이란 선택지를 줄 뿐이었다. 드라마틱한 행복이 아닌, 바뀌지 않은 잔인한 하루가 다시 밝아오는 것은, 이 이야기가 가혹한 현실을 가감 없이 투영했다는 걸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몇몇, 혹은 수많은 아이에겐 내일이 새로운 하루가 아닌 반복되는 단두대로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날이

갈수록

죽음의 경계선을 쉽게 드나들

수밖에 없는 아이들에게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

좋은 어른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될 수 있는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한로로, 한로로 인스타그램 (2025) -

 

 

낙관과 비관을 차례로 확인할 수 있는 이 앨범은 그저 잔혹한 이야기, 앨범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앨범은 청소년의 하루를 고발하고, 조명한다. 어린아이들이 뭘 알겠냐며 어리광으로 치부할 수 있는 것을 모아, 가까이 다가가고, 관찰한다. 그리고 그 속을 깊이 들여다본다. 결국 청자가 마주하는 건, 삶의 갈림길에 서 있는 불안하고 힘든 여린 마음이다. 아무도 깊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마음들을 앨범은 할 수 있는 한 솔직하게 그 상태를 묘사하여 사회에게 알린다.

또한 이 슬픈 이야기에서 비상구로 작용하며, 그 속에서 아이들이 희망을 느꼈던 자몽살구클럽의 존재는 자그마한 위로로 다가온다. 힘든 나날에도 소녀들에게 웃음을 주었던, 그리고 잠시나마 현실의 존재를 잊게 해주었던 이 동아리는 일곱 곡의 곡으로 세분화되어 이제 앨범을 듣는 사람들에게마저 손을 건넨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아이들의 감정과 그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가사들을 흥얼거리며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몰입되어 우리의 그 시절이, 혹은 현실이 앨범에 동화된다. 그렇게 천천히, 우리는 그 따스한 손길에 우리의 상처를 맡기고 기대게 된다.

 

 

그치만 적어도

이 앨범이 위태로운 아이들의 마음을,

어쩌면 그 아이들을 겪었던

어른들의 마음을

천천히 감싸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고 있습니다.

-한로로, 한로로 인스타그램 (2025) -

 

 

 

 

소설을 읽지 않으면 이 앨범이 그저 OST 모음집으로 전락해 버리며, 트랙의 연관성이나 가사의 의미에 물음표가 생길 수 있다는 단점이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소하, 태수, 유민, 보현의 이야기를 읽고 들어본 앨범은 엄청난 몰입감과 감동, 비애, 그리고 전율을 선사한다. 그중에서도 앨범 감상을 위해 책을 읽는 걸 권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사의 뜻과 앨범의 메시지가 생명력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앨범과 소설을 연계시킨다는 건 위험한 시도일 수도 있지만, 이렇게 강력한 시너지를 보여줬다는 점은 그녀의 구성력과 표현력, 그리고 전달력이 무척이나 뛰어남을 증명하는 지표이기도 하다.

이 순간에도 몇몇 아이들은 잔인한 세상을 등지고 편한 곳으로 떠날 것을 고민한다. 그러한 아이들의 고민과 아픔을 세밀하게 살피고 고발한다는 점에서 이 앨범이 가지는 의미는 분명하다. 그러나 누군가 그들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었다면, 보살펴줬다면 최악의 결정은 충분히 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앨범은 우리에게 말한다. 만약 청자가 청소년이라면, '살구 싶다!'라는 네 글자를 기억에 남겨주며 자몽살구클럽이라는 조그만 피난처를 옆에 세워주겠다고. 그러나 그 시절이 지난 어른이라면 '우리는 어떤 사회에 사는가?', '우리는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졌는가?', 그리고 '그 시절을 지난 우리는 좋은 어른인가?'라고 말이다. 결국 아이들에겐 작은 위로이자 희망을, 어른들에겐 지향점과 아이들에 관한 관심을 명시한다.

첫 곡의 나레이션부터, 앨범은 청자를 자몽살구클럽으로 초대한다. 이 앨범은 불확실하고 잔인한 날들을 사는 아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티켓이 되었다. 그 티켓을 받고 다가간 이 클럽은 잠시나마, 언제나 들려 쉴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 될 것이다. 죽고 싶은 나날 속에서도, 쉽게 포기하지 말고 '살구 싶다'고 외치며 희망을 버리지 않으면 좋겠다. 자몽과 살구가 너무 셔서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누군가에겐 사랑받는 과일이듯, 그늘진 내 마음에 진심으로 다가와 줄 사람을 아직 못 만난 것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자몽살구클럽 가입 티켓은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이 힘들 때면

언제든지 이 클럽을 찾아오세요.

제가 악기 보관실에

상주하고 있을 테니까요!

-한로로, VOGUE (2025)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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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6시간 전

    2010년대가 빈지노 그리고 잔나비가 청춘의 목소리였다면 이제는 한로로인 듯요. 잘 읽었습니다. 한로로 팬이고 동나이대여서 신기함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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