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그 팀을 기억하는 팬들도 있었지만 그마저도 좋지 않은 시선을 갖고 있었던 게 현실이었죠.
그래도 해당 팀에 속해있던 선수들은 언젠가는 반드시 일어설 수 있다며 꾸준히 내실을 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폭행 사건이 점점 잊혀져 갈 때 쯤 그들은 다시 한 번 마운드를 밟았습니다.
그동안 내공을 잔뜩 쌓은 선수들은 타석에서 그 어떤 공도 받아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각자의 훈련은 실전과는 달랐고 비록 좋은 성적을 꾸준히 만들어 나갔지만 관중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어내기엔 다소 아쉬운 모습이었습니다.
이유인 즉슨 타율이 분명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극적인 장면을 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야구를 잘 아는 관중들이야 '와 저렇게 뚝 떨어지는 공도 친다고?' '와 저렇게 빠른 공도 쳐낸다고?' 라며 감탄했지만 경기보단 응원 문화와 도파민에 관심있었던 일반 관중들은 그저 언젠가 터질 것만 같은 홈런만을 기다릴 뿐이었습니다.
감독과 선수들 모두 고민이 많았습니다. 더 많은 응원과 후원을 위해 극적이고 자극적인 장면만을 위한 경기를 하기엔 선수들의 컬러와도 맞지 않을 뿐더러 자칫 예상치 못한 변수로 또 한 번 팀의 명성을 바닥으로 떨어트릴 순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지금의 처사를 유지하기엔 마니아들의 일부 관심만을 받을 뿐 일반 관중들에겐 '안타와 진루만으로 점수를 내는 재미없는 팀' 이라는 이미지를 벗을 수 없을 것만 같았습니다.
일반 관중들에겐 이들이 어떤 공을 쳐내는 지 어떤 좋은 전략으로 선수들을 기용해서 승리를 이끌어냈는 지는 중요하지 않았으니까요. 그저 눈이 즐거운 것만이 최대 관심사였습니다.
그 때 한 스카우터로부터 제안이 옵니다.
이 스카우터는 야구 쪽엔 전혀 발을 담았던 적 없었던 사람입니다.
근데 그런 사람이 야구를 전혀 해보지 않았던 선수 한 명을 추천합니다.
사실 이 선수 또한 취미로 야구를 하고 야구에 관심있다고 얘기한 적만 있을 뿐 프로 경험은 전혀 없던 유명 인플루언서였습니다.
감독은 갸우뚱 하긴 했지만 분명히 열정과 이미 갖고 있는 유명세, 그리고 꽤나 뛰어난 외모라는 장점이 있긴 했습니다.
고민 끝에 감독은 이 선수를 팀의 관심도를 높이려는 목적으로 영입합니다.
실제로 영입 후 높아진 관심도 만큼의 반발 또한 따라왔습니다.
특히 주된 팬층을 이루던 마니아 층의 반발이 거셌습니다.
"유소년 팀부터 차근차근 밟아온 선수들이 뛰는 프로 리그에 아마추어도 못될 것 같은 선수가 뛴다고?"
"쟤 배트는 휘두를 줄 알아? 진짜 야구에 관심있긴 하고?"
"그저 얼굴 반반한 거 믿고 대충 관심이나 받고 싶은 거겠지. 이 팀도 결국 별 수 없네. 저런 애들로 화제몰이나 하려고 하다니."
어쩐지 언급되는 횟수는 많아졌지만 그 절반 이상은 부정적인 시선인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서 해당 선수가 진심으로 피 땀 흘려 연습하는 모습과 얼마나 진심을 갖고 임하고 있는지를 인터뷰하는 영상을 업로드하기도 했지만 부정적인 시선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또 다시 안타와 진루로만 점수를 내던 해당 팀의 마운드는 어느새 만루가 되었습니다.
이 결정적인 순간 감독은 이 인플루언서 선수를 타석에 올립니다.
모두의 시선엔 의아함과 날카로움이 가득해졌습니다.
일반 관중들은 그래도 그 반반한 외모와 이전의 유명세에 환호했지만 주된 팬층을 이루던 마니아층의 팬들은 결정타를 날린다며 이마를 짚기도 하고 여긴 네가 설 자리가 아니라며 내려가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선수는 그동안 자신이 꾸준히 해온 연습을 믿고 있었고 표정 또한 마치 자신을 향한 야유는 들리지 않는 것 마냥 자신감에 차 있었습니다.
그렇게 그는 배트를 휘둘렀고,
결국 모두가 바랬던 만루홈런을 쳐 냅니다!
QWER을 볼 수록 들었던 생각입니다.
물론 저는 야구도 잘 모르고 락도 잘 모르기에 이 비유가 틀렸을 순 있습니다.
20년 좀 안되게 들어온 힙합도 잘 모르겠는데 이 쪽은 말해 뭐 하겠어요ㅋㅋ
다만 QWER의 커리어를 따라가다 보니 드디어 대중들이 원하는 밴드가 나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한국 락 씬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모두 아시겠지만 잊을 수 없는 최악의 사건이 있었잖아요.
카우치는 한국 락의 부흥을 적어도 10년은 늦췄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그 이후에도 좋은 밴드들은 나왔어요.
카우치로 인해 불모지가 된 락 씬에서 델리 스파이스, 검정치마, 10cm, 혁오, 새소년, 실리카겔 등등의 밴드들은 일반 대중들에게도 이름을 알렸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아주 천천히 락 씬은 파이를 키워 나갔고 이제는 그렇게 뜨거웠던 힙합을 넘어선 것만 같아요.
하지만 이들의 신비주의나 음악을 위한 이들만의 주체성은 너무 강했기에 일반 대중들은 여전히 쉽사리 다가가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신비주의를 그들이 직접 만들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다만 그들이 정말 하고 싶은 음악을 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아요.
혁오는 데뷔 초 하입을 받으며 무한도전에 나오기도 했지만 최근 선셋 롤러코스터와의 앨범을 들어보면 그 때의 음악과는 꽤 거리가 멀어졌죠.
실리카겔 또한 하입받아 올라왔고 특히 김한주가 꽤 좋은 이미지를 갖기도 했지만 그들의 음악성은 여전히 팝과는 거리가 멀지 않을까 싶어요.
그렇기에 일반 대중들이 그들을 보고 기타나 베이스를 잡기는 쉽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이무진의 사건을 보면 관련 업체 또한 그들을 위해 존중을 가지고 열정적인 움직임을 보이진 않았다고 생각하구요.
이런 락 씬에 QWER은 꽤 긍정적인 특이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밴드와는 달리 결성부터 연습하는 과정, 여러가지 일로 갈등하는 모습까지 모두 공개해 대중에게 친근하게 접근했고 음악 또한 굉장히 쉬워서 일반 대중들도 모두 들을 수 있게 했죠.
특히 본인이 맡은 악기를 자연스럽게 다루지 못했던 마젠타와 히나의 성장은 일반 대중들에게 '나도 할 수 있겠다!'를 심어줬습니다.
동시에 이시연의 서사는 QWER이 얼마나 간절하고 절대 이 활동에 가벼운 마음으로 임하는 게 아니라는 것 또한 알렸어요.
그런 모든 요소가 먹혔기 때문에 결국 이들은 성공 할 수 있었건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여전히 이들을 아니꼬운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은 아마 "얘네 그냥 얼굴 반반한 애들이 특이하게 락을 하니까 뜬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이렇게 접근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FNC라는 엔터는 FT ISLAND와 CNBLUE로 아이돌식 밴드가 먹힌다는 걸 알게됐고 실제로 얼굴 반반한 연습생들을 모아 걸밴드를 만들어 데뷔시키기도 했습니다.
위 영상의 그룹 이름을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결국 이들은...대차게 망하고 결국 섹시 댄스 컨셉으로 노선을 틀었죠.
이들과 QWER의 차이는 기획의 실패도 있었겠지만 간절함과 진정성의 차이도 분명히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락이나 밴드에 대한 열망 보다는 데뷔에 대한 열망이 더 큰 소녀들이 그저 소속사의 기획에 따라 핸드 싱크하며 활동한 것과 QWER은 시작부터 달랐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번 새 앨범을 들으며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 끄적여 봤습니다.
한국에서 하나의 음악 장르나 스포츠가 성공하려면 한 명의 대스타가 나와야 된다고 하더군요.
한국에서 김연아가 없었다면 그 때 당시의 피겨 인기는 없었을거라고 생각하고 여자 배구도 김연경이 없었다면 그렇게까지 인기있는 종목은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QWER의 이번 앨범에서 아쉬운 부분이 없었다면 거짓말입니다. 또 악기 세팅 비용이 생각보다 꽤 많이 들어간다던데 그로 인해 방송 활동도 제약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쉬운 음악으로 대중들에게 밴드 음악을 꾸준히 들려주고 있는 만큼 한국 락 부흥의 결정타가 되어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줬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앨범 타이틀 곡
이번 앨범 최애곡
좋으ㅠ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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