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검색

리뷰

[리 뷰 이 벤 트] Black Country, New Road - Ants From Up There

title: Daft PunkPushedash13시간 전조회 수 169추천수 9댓글 9

afut.jpg

 

Black Country, New Road - 『Ants From Up There』

4 February 2022 / Ninja Tune / Art Rock, Post-Rock, Chamber Pop

 

『Forever Howlong』이 발매되기 이전으로 돌아가 보자. 영국 런던 남부 브릭스톤에 위치한 라이브 클럽 the Windmill에는 포스트-펑크에서 파생된, 급진적이고 도전적인 음악을 선보이는 밴드들이 모였다. 곧 ‘윈드밀 씬 (the Windmill Brixton Scene)’이라는 이름 아래 주목 받은 젊은 모험가 중에서도 Black Country, New Road는 두드러지는 존재감을 내뿜었다. “현대 기타 음악의 중요한 초석이자 매우 절실한 변칙” (Clash), “라디오헤드가 그랬듯 록 밴드의 저변을 넓히는” (The Guardian), “백만의 추종자를 안겨줄 독창성” (musicOMH). 이들의 데뷔 앨범 『For the First Time』은 일관된 상찬을 받았고, 그럼에도 Black Country, New Road의 일곱 고전주의자는 망설임 없이 다음 스텝을 밟아나갔다.

 

그리고 2022년 2월, 프론트 퍼슨 Isaac Wood의 이탈과 Black Country, New Road의 두 번째 앨범 『Ants From Up There』의 발매가 닷새 간의 간격을 두고 동시에 들려왔다. 『Ants From Up There』을 들은 모두가 일관된 호평과 함께 이를 대중음악의 만신전에 봉헌하고자 하였고, 동시에 앨범 전반에 자신의 감각을 녹여낸 Isaac Wood의 상실을 Black Country, New Road가 가진 독보적인 전달력의 상실과 동치로 두었다. 『Ants From Up There』를 둘러싼 일련의 상황들은, Pitchfork가 언급했듯, 여러 방면에서 “더 이상 이런 걸 만들진 않을 거라는 갈망의 한숨”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럼에도 우리에게는 『Ants From Up There』을 선보인 Black Country, New Road가 있었고, 걱정과 기대가 섞인 시선으로 이들의 다음이 여전히 찬란하기를 바랄 뿐이었다.

 

『Live At Bush Hall』『Forever Howlong』이 세상에 나온 지금, Isaac Wood 없는 Black Country, New Road는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로 귀결된 듯하다. 치열하게 충돌하는 고전 악기들, (때때로) 매혹적인 서스펜스는 여전히 Black Country, New Road였다. “Look at what we did together! BC, NR, friends forever!”라는 구호는 전에 없이 활기찼고, 익스페리멘탈과 포스트-펑크에서 체임버 팝으로의 완만한 전환은 다소간의 아쉬움을 동반할지언정 사고 없이 목적지에 도달했다. 그러나 역시 Isaac Wood의 빈자리는 쉽사리 대체할 수 없었나 보다. Black Country, New Road는 모두의 우려대로 폭발적인 호소력을 상실했고, 그 결과 목가적인 체임버 팝이 품은 낭만과 애수가 여전함에도 정처 없는 방황에 다다를 수밖에 없었다. 이들의 여정은 앞으로도 이어지겠지만, 또 하나의 『Ants From Up There』를 만나는 일은 당장은 요원한 듯 보인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의 마음속에, Black Country, New Road의 시선 끝에는 『Ants From Up There』가 있다.

 

『For the First Time』을 보며 많은 이들이 Slint의 이름을 거론했던 것처럼, 『Ants From Up There』를 보며 많은 이들이 Arcade Fire를 떠올릴 것이다―아닌 게 아니라 이들 스스로 Arcade Fire를 언급했다. 확실히 절박함이 묻어나는 Isaac Wood의 보컬은 더욱 불안한 버전의 Win Butler라 해도 과언이 아니고, 다인원의 밴드가 빚어내는 풍성한 오케스트레이션은 Arcade Fire의 장기나 다름없다. 앨범을 가득 채운 고결한 체임버 팝이나 처연하게 울부짖는 미드웨스트 이모, 격정적인 상승과 처연한 하강, 그 사이를 메우는 무료한 파동의 연속까지. Black Country, New Road의 행로가 정말 ‘new road’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들이 제공하는 짜릿한 카타르시스는 틀림없이 새롭게 느껴진다.

 

앨범을 54초로 요약한 듯한 「Intro」로 막을 올리는 『Ants From Up There』는 마치 고전적인 이별 앨범처럼 보인다. 미니어처 게임 《Warhammer 40,000》에서부터 콩코드와 경제학, 각종 영화에서 Charli XCXBillie Eilish라는 팝 아이콘에 이르기까지, 광활한 레퍼런스는 이별과 상실, 고독과 부담의 고백으로 전이된다. Isaac Wood의 탈퇴 이후 “Oh, your generous loan to me, your crippling interest"와 같은 노랫말은 그가 밴드에서 활동하며 느낀 심적 부담의 표출로 읽히기도 했다. 그렇게 “So I’m leaving this body and I’m never coming home again”이라고 말하는 「Chaos Space Marine」는 불가피하게 연인의 곁을 떠나는 이의 이별 선언에서 Isaac Wood의 밴드를 향한 작별 인사로 모습을 바꾼다. 미루어 짐작건대, Isaac Wood도 다른 멤버들도 조만간 찾아올 마지막을 짐작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 노랫말이 씁쓸한 마지막을 암시하지만, 고고하게 광채를 뿜어내는 『Ants From Up There』는 이를 단순히 고통스럽고 어렵기만 한 상실로 남기지 않는다. 여전히 「Chaos Space Marine」의 극적인 클라이맥스나 「Concorde」의 서정성은 그 자체로 심금을 울리는 트랙으로 남아있다. 한편 「Bread Song」에서는 미완성 습작이 하나의 완성된 곡으로 자라나는 현장을 엿볼 수 있다. 반복되는 기타 위에서 상대를 향해 나지막이 말을 거는 듯한 Isaac Wood의 보컬이 앞장서면 바이올린, 색소폰, 피아노가 조심스레 합세한다. 제대로 정렬되지 않은 듯 보였던 합주는 Charlie Wayne의 드럼이 떨어지는 순간 하나의 대열을 이룬다. 얼핏 부산스럽게 느껴졌던 저마다의 연주가 유려하게 맞춰지는 것은 그야말로 마법 같은 순간이다.

 

『Ants From Up There』의 전반부가 선명한 멜로디와 꽉 찬 편곡을 토대로 감정을 풀어내는 팝적 감수성이 충만했다면, 「Mark’s Theme」으로부터 시작되는 앨범의 후반부는 기나긴 빌드업과 자기 조직적 시퀀스, 장황한 전개를 자랑하는 포스트-록의 방법론으로 채워져 있다. 세상을 떠난 Lewis Evans의 삼촌을 기리는 「Mark’s Theme」에서 서정성 가득한 색소폰을 피아노와 바이올린이 살며시 지탱하는 모습을 보면, 출처를 알 수 없는 따스함이 이들을 햇살처럼 감싸안는 듯하다. 이후 펼쳐지는 30분에 달하는 러닝 타임의 상당수는 위태롭고 조마조마한 연주를 통해 점진적으로 쌓은 서스펜스를 일순에 해소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알람 소리와 같은 기타 패턴으로 시작하는 「Snow Globes」는 격렬하게 터져 나오는 Charlie Wayne의 즉흥적인 드럼과 Isaac Wood의 절규에도 불구하고 정돈된 연주를 가지런히 유지하며 상승한다. 한편 「Basketball Shoes」에서는 들릴 듯 말 듯한 얕은 연주가 이어지지만, Lewis EvansGeorgia Ellery가 합을 주고받으며 내달린 끝에 거대한 격정의 소용돌이에 도달한다. 그리고 거센 바람이 잦아들고 나면 앨범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폭풍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Black Country, New Road의 여객기에 몸을 맡긴 채 1시간가량의 비행을 끝마치면, 이들이 선사한 경험이 그야말로 불가사의한 잔향을 남기는 유일무이한 경험임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우리가 이들로부터 또 하나의 『Ants From Up There』을 보게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Ants From Up There』는 아마도 Isaac Wood가 참여한 마지막 Black Country, New Road 앨범일 것이다. 그의 부재는 Black Country, New Road에게 다소 치명적인 손실이었을뿐더러, 남은 멤버들이 이끄는 밴드가 향하는 노선이 이전과는 분명히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작은 상상을 해볼 수 있다. 서로 다른 길을 걷기로 결심한 Black Country, New RoadIsaac Wood는 언젠가 저마다의 자리에서 다시금, 새로이 찬란하게 빛난다. 아마도 많은 변화가 있겠지만, 조심스레 뒤를 돌아보면 여전히 그 자리에 『Ants From Up There』가 남아있다. 한 장의 앨범이 이들을 묶어주는 연결고리가 되어주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지나간 과거를 살포시 끌어안으며 앞으로의 여정을 지켜보게 된다. 그날 함께 하늘을 누빈 한 대의 여객기는 시야에서 사라졌지만, 우리는 남겨진 비행운을 바라보며 여운을 만끽하면 되는 거니까.

신고
댓글 9
  • 12시간 전

    -이모- 계열의 음악이 좀처럼 귀에 안 맞는 편인데, 제가 사랑할 수 있는 최대치의 이모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너무 아름답다는..

  • title: Daft PunkPushedash글쓴이
    12시간 전
    @끄응끄응끄응

    정통 이모가 아니기도 해서 약간 거북함 있으신 분들도 좋아할 것 같아요

    AFUT랑 비슷한 계열이면 미드웨스트 이모 쪽으로 보시면 비슷한 느낌이거나 AFUT에 영향 준 애들 찾아보실 수 있을 듯...

  • 12시간 전

    명반

  • title: Daft PunkPushedash글쓴이
    11시간 전
    @thediamondsea

  • 11시간 전

    잘 읽었습니다. . . 필력 ㄷㄷ

  • title: Daft PunkPushedash글쓴이
    11시간 전
    @브라이언이노

  • 10시간 전

    리뷰 읽고 나서 커버를 보는데

    봉지에 담긴 여객기가 뭔가 밴드가 함께한 시간 동안 쌓았던 추억을 보관해 놓는다는 의미로 느껴지네요. ㅠㅠ

    잘 읽었습니다

  • title: Daft PunkPushedash글쓴이
    1 10시간 전
    @Satang

    커버 생각까진 못했는데 좋은 말씀이시네용

    감사합니다

  • 9시간 전

    으헤... 내 최애 앨범을 리뷰해주다니 감사히 읽겠수다

    ( ˘▽˘)っ♡

댓글 달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회원 징계 (2025.03.23) & 이용규칙22 title: [회원구입불가]힙합엘이 2025.03.23
[아이콘] Playboi Carti, yeule 등 아이콘 출시 / 4월 아이콘 설문109 title: [회원구입불가]힙합엘이 2025.03.17
화제의 글 그림/아트웍 뒷북 팬아트11 title: Yeezuswonjusexking 15시간 전
화제의 글 리뷰 [리 뷰 이 벤 트] Black Country, New Road - Ants From Up There9 title: Daft PunkPushedash 13시간 전
화제의 글 음악 . . .30 브라이언이노 9시간 전
15030 음악 슈게이즈 3x3 탑스터13 thediamondsea 10시간 전
15029 음악 푸근하게 생긴 아저씨가4 title: Daft PunkPushedash 11시간 전
15028 일반 팝씬 최고의 끼쟁이 title: Playboi Carti (MUSIC)Yeisdumbasf 11시간 전
15027 음악 위키피다안가뭔가들어보고있다16 title: yeule외힙린이 11시간 전
15026 일반 수학문지 풀때 들을음악 ㅊㅊ좀21 title: loveless빅티티우먼 12시간 전
15025 음악 오다주웠다 ㅋ1 title: Dropout Bear (2004)야마다료 12시간 전
리뷰 [리 뷰 이 벤 트] Black Country, New Road - Ants From Up There9 title: Daft PunkPushedash 13시간 전
15023 음악 TAK, DECO*27 방금 나온 따끈한 신보 감상4 자유낙하 13시간 전
15022 음악 오늘의 음악 title: MF DOOM (2)부개도름 13시간 전
15021 음악 오늘의 점수 변동 #123 title: lovelessHolidayCho 14시간 전
15020 음악 누자베스 그냥 미친사람이네7 title: Kanye West (Donda)Liforbeen 14시간 전
15019 음악 이승열 - 하루의 끝 Official M/V title: Hurry Up Tomorrow그린그린그림 14시간 전
15018 음악 임영웅 - 천국보다 아름다운 [Music Video] title: Hurry Up Tomorrow그린그린그림 15시간 전
15017 음악 [MV] Bye Bye Badman - Bad Timing / Official Music Video title: Hurry Up Tomorrow그린그린그림 15시간 전
15016 그림/아트웍 뒷북 팬아트11 title: Yeezuswonjusexking 15시간 전
15015 AD 앰비언트 드림팝/슈게이즈 EP 앨범이 발매되었습니다!6 siimoya 15시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