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데프헤븐(Deafheaven)의 다섯 번째 정규 앨범 <Infinite Grantie>는 이들에게 있어서 일종의 방황과도 같은 작품이었다. 이들은 본인들이 십수년간 쌓아온 본인들만의 미학과 매력, 그리고 정체성을 단 한 장의 앨범으로 전부 뒤집었고 — 결과적으로 잉태된 작품은 날카로운 가시 성벽 외각에 어색하게 놓여있는 빛바랜 푸른색의 보석 정도로 보였다. 조금 더 세게 말해보자면, Slowdive의 음악을 억지스럽게 모방해 보려는 시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달까. 물론 이는 분명히 강렬함으로 대표되던 이들에게 대담한 시도였다. 그러나 본작의 발매 직후 이들의 투어 공연장의 관객 수가 점차 줄어들고, 비평가들과 골수팬, 또 뮤직 너드들의 반응도 이전 작품들만 못하다는 사실을 눈치챘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데프헤븐의 새로운 앨범 <Lonely People With Power>의 제작에 기폭제 역할을 해준 사건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본작은 근본적으로 <Infinite Grantie>보다는 <Sunbather>과 그 궤를 같이하는 앨범이지만, 동시에 <Infinite Grantie>의 밝은 내음을 함께 머금고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기존에 본인들이 탐구하던 음악을 수용함과 동시에 — 새로운 음악적 시도를 마다하지 않으려는 태도. 그렇게 탄생된 <Lonely People With Power>는 다시금 데프헤븐이 '본인들처럼' 들리기 시작한 순간을 포착한 작품으로 귀결되었다.
이들의 영원한 매그넘 오푸스이자 불멸의 클래식인 2013년의 <Sunbather>이후 데프헤븐은 꾸준히 스타일의 변화를 추구해왔다. <New Bermuda>는 강렬하고 거친 모습이었고, <Ordinary Corrupt Human Love>는 지금까지 데프헤븐이 보여준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담아냈으며, <Infinite Grantie>는.. 이들의 아픈 손가락일지언정 처음으로 포스트 락 사운드를 도입한 신선한 시도였다. <Lonely People With Power>는 그러한 지난 3장의 앨범들을 집약시켜놓은, 나아가 더욱 발전시켜놓은 작품이다. "Magnolia"와 "Revelator"의 뜨거운 기타 리프는 이들의 골수팬이라면 두고두고 챙겨들어야 할 새로운 클래식 넘버들이고, "Heathen"의 아름다움은 <Ordinary Corrupt Human Love>의 그 어떤 트랙들보다 더욱 아름다우며, 그 중간자적에 위치한 트랙들 — "The Garden Route" — 은 <Infinite Grantie>와 달리 이질감 없이 조화를 이룬다. 이들은 본작에서 아름다움, 경의, 분노를 황홀하게 표출해 내었고, 나아가 이를 뒷받침해 주는 음악적 언어까지 완벽히 얻어냈다.
밴드 멤버들의 퍼포먼스 역시 본작에서 크게 빛을 발한다. 드러머 Daniel Tracy의 드럼은 폭발적으로 힘을 실어주기도 하고, 아름답게 절제된 연주를 선보이기도 하며 작품의 근간을 만들고, George Clarke의 구태여 설명할 필요 없는 보컬은 이번에도 우직한 강도와 감정적인 퍼포먼스를 일정하게 이어나가며 유효하게 작용한다. 나아가 본작의 메인 캐릭터라 칭해도 무리가 없는 Kerry McCoy는 지난 10년간 이들이 만들어온 음악들 중 가장 아름다운 순간들, 그리고 가장 존나 쩌는 기타 리프들을 탄생시켜냈다. 그의 기타 리프는 한없이 뒤틀리고, 또 왜곡되었으나 / 동시에 완전한 아름다움을 모두 머금어 앨범의 분위기를 말 그대로 휘어잡는다.
<Lonely People With Power>는 데프헤븐에게 있어 일종의 선언문과도 같은 작품이다. 범작 수준에 그쳤던 <Infinite Grantie> 이후, 자신들이 이룩해낸 크나큰 진일보를 세상에 당당히 공표하는 것. <Lonely People With Power>는 어쩌면 <Sunbather>와 <Infinite Grantie>를 어색하게 조합한 모조품 정도로 그칠 수도 있었을 작품이었다. 그러나 본작은 이들이 여전히 자신들만의 궤도를 유지하고, 또 본인들만의 사운드를 창조해내려고 노력한다는 사실을 리스너들에게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결정적으로 <Lonely People With Power>는 그러한 특정 장르의 영향과 발전을 모두 고려하지 않더라도, 그 어느 때보다 데프헤븐 그 자체로 들리는 음반이라는 점에서 훗날 더욱 고평가받아 마땅한 음반이다.
Revelator부터는 그냥 입 벌리고 들었습니다. 역시 블랙게이즈 하면 데프헤븐..
읽으면서 다시 들어볼게용
이번 앨범 진짜... 걍 GOAT
최고..
나만 못느끼네;;
님 메탈헤드 아님?
맞아요
근데 잘 못느끼겠어요
대 프 헤 븐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