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올리는 게 무슨 소신발언 올리는 것 같이 벌벌 떨린다만,
그래도 올려본다.
본인은 최근에 감상평을 많이 쓴다.
영화 감상평도 쓰고, 소설 감상평도 쓰고, 가끔식 오듣앨로 올리는 감상평도 쓰고.
하지만 늘 드는 고민이 있다면,
내 글은 어디까지나 정해진 선 안에서 노는 느낌이다.
어느정도의 비유, 어느정도의 감상, 어느정도의 불만.
내 스스로가 발전을 하고는 있는 걸까 하고 의심이 든다.
어떠한 초월적인 감상, 앨범을 완전히 보는 시각.
그런 것들이 내 글에서도 나올까.
그렇게 고민하던 차에, 깨달은 것도 있다.
애초에, 내가 애매한 인간이라서 였던 것 같다.
애매하게 음악을 들으며, 애매하게 소설을 읽고, 애매하게 작품을 보는 것.
그런 애매한 경험이 아마 그 선을 뛰어넘지 못하게 만든 원인 이었을 것이다.
원인을 찾았으니, 이제 해결을 하면 되는 것 아니냐 하겠지만,
나에게 그런 예술에 대한 사랑은 없었다.
최근에 위플래쉬를 봤었다.
거기서 주인공이 예술에 미치는 순간을 보며,
섬뜩함과 동시에 동경심 또한 들었다.
나는 저렇게 글을 미치게 쓸 수 있나?
라고 나 자신에게 물었을 때, 희망이 보이는 것 같기도 했지만,
난 그럴 수 없다는 것 또한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몇문장 적을 때 마다 20$에 결제한 chat gpt한테 물어보며 의존하는 게 나다.
난 예술이 아닌, 그저 나약한 인간이다.
여기에는 아마 음악에 제대로 미쳐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그런 사람들이 감상평을 정성스레 쓰고 올릴 것이다.
그 사이에 내가 있다는 것이,
처음 듣는 앨범을 끝까지 들어보지도 않고 일단 들으면서 감상평을 쓰던 내가 있다는 것이
참 가짜가 되는 기분이다.
예전에 나는 감상평은 실존적 가치를 지닌다고 말했었다.
그리고 그 말은 여전히 진실이다.
하지만 지금 나는 그저 내 감상평들이 남들보다 안좋게 보인다라기 보다,
내 감상이 아닌 것 같을 뿐이다.
뭐, 사실 이 글은 커뮤니티 맥락적으로 너무나 뜬금없을 것이다.
3시간 전만해도 감상평쓰는 거 즐겁다면서 갑자기?
같은 감정.
나는 감상평을 쓰는 게 즐겁지만,
또한 그것이 즐거운 일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서야 드러냈을 뿐이란 것을 알아주었음 싶다.
이거는 일종의 항복 선언이기도 하다.
위기를 넘지 못하고 좌절하는, 약자.
물론 나도 뛰어넘고 싶지만,
내가 약자인 걸 어떡하나.
이 글을 똥글로 전락하는 걸 막기 위해
이 글에 어울릴 노래를 찾았으나 못 찾았다.
다들 음악을 너무 잘하니까 그런가.
아니면 어느정도의 음악들은 썩어버려서 그런가.
그러니 그냥 이 곡 오랜만에 들으시길 바란다.
https://www.youtube.com/watch?v=rfKM0qER15I
과연 완전한 감상이란게 있을까요? 누군가의 감상을 슬쩍 빌리더라도 타인의 감상에 공감이 가니 빌리는 것이겠죠. 빌린 것을 자신만의 언어로 옮겨내는 행위도 애정 없이는 절대 불가능해요. 저는 감상평을 잘 쓰지도 않는 걸요.
결국 주관적인 거고, 제 눈에는 제가 애매해 보였던 것 뿐이겠죠.
님은 님만의 주관 속에서 살아가는 거고,
저는 저만의 주관 속에서 살아가는 거고.
그래도 자신이 느낀 바를 타인과 나눌 수 있을 정도라면 음악을 잘 듣고 있다는 것 아닐까요? 상대적으로 약자면 뭐 어떻습니까. 수동적으로 멜론탑백 받아들이는 것보다, 힙스터병 걸려서 소비재 소비하듯 수백개의 앨범 흘려보내는 것보다 음악을 잘 즐기시는 것 같아 보이는 걸요.
오히려 언어로 표현하는 순간 의미부여가 되고 이야기가 된다고 생각해요
음악은 그저 음악 그 자체겠죠
뭐든 의무적이게 되는 순간부터 그리 느끼는 것 같아요
그냥 나 하고픈 말 쓰는 것 자체는 별로 어렵지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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