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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듣앨ㅣ감상평

HaveㅣAㅣnICEㅣLife2025.03.24 22:06조회 수 466추천수 9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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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418 - Minecraft: Volume Alpha (5 / 5)

부자연스러운 자연을 탐험하는 것. 그것이 이 앨범의 내용이다. 이게 뭔 소리냐고 할 수 있지만, 이 앨범을 그냥 자연이라고 하기에는 이질적이다. 이 앨범이 묘사하는 자연은 풀잎 하나하나 섬세하게 비치며, 그 모든 초록잎들의 실존을 하나의 감상으로서 모아 우리의 감각에 강렬히 찔러온다. 아, 분명 음악인데도 느껴지는 이 자연은 실제로 나무를 갈아만들기라도 한것인가? 이 청각으로 오감을 주는 이 신비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러한 감상에 둘러싸인 우리로서는 그 감상에서 오감으로 휩싸이며 자연의 오만것을 탐험하게 한다. 하지만 이 감상은 자연의 본질이 아니다. 자연을 가공한, 절정감이다. 이 앨범에서는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만, 자연은 그렇지 않다. 자연은 처음이나, 중간이나, 끝이나 차이의 반복으로 우리를 맞이할 뿐이다. 또한, c418이 자연을 묘사한 도구가 전기라는 것 또한 본질적 측면에서 동떨어져있기에, c418의 이 앨범의 자연은 어디까지나 부자연스럽다. 그렇기에 이 앨범은 훌륭하다. 사실 알고보면 우리는 바깥세상을 해석하여 받아들인다. 즉, 가공한다. 그리고 이 앨범은 본질을 떠나 너무나 훌륭히 가공했다. 다시 말하자면, 자연을 넘어 c418만의 자연을 완성했다는 말이다. 또한 그의 이러한 해석은 본 게임이라 할 수 있는 마인크래프트를 훌륭히 서포트한다. 마크에는 자연이 펼쳐져있다만 판타지적 요소가 상당히 섞여있으며, 컴퓨터 게임은 본질적으로 전기적인 것이다. 이러한 부분에서 이 앨범은 본 게임과 꼭 맞는 퍼즐같이 맞춰져 있어 그야말로 완벽하다 할 수 있다.

 

2. 오도마 - 밭 (5 / 5)

   우리의 삶이 다 밭이었네. 그리고 그 밭에서 헤매는 우리들. 그 일면이 곧 이 앨범이다. 시작은 금방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금방 성공을 하고, 금방 나아갈 것만 같다. 하지만 들어오고나서, 다시 돌아보면 밭은 이미 시작과 끝을 모른다. 밭에서 이리저리 움직여보지만, 그저 헤매일 뿐이었다. 점점 헤매는데도 힘들어지기 시작하고, 바람은 더 거세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로 가야하는가. 또다시 힘을 들여 헤매이기만 해야할까, 아니면 여기서 무릎 꿇어야할까. 당신들은 어떻게 살아가겠는가? 물론 이미 삶을 살고 있는 이상, 이 질문을 이미 겪기도 했을 것이다. 이 앨범에서 오도마가 밭에 대해 당신에게 보여줄 답은, 계속해서 이 가시밭을 헤쳐나가는 것이다. 오히려 가시에 찔리면서 말이다.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그 가시를 새김으로서 깨닫는다. 그게 이 앨범이 선택한 야스퍼스의 유신론적 실존주의다. 그렇게 신의 선고를 기다리며, 처음 보았었던 장미밭의 기억을 간직한채 나아간다.

   이렇게 보면 밭이라는 앨범이 마냥 딱딱해보일 수 있다. 하지만, 오도마는 그런 예술가가 아니다. 밭이라는 메타포에 걸맞는 사운드를 보이는데, 노랗게 익은 밭을 보는 듯한 따뜻함이 느껴지지만, 왜인지 모르겠는 불안감이 서려있다. 정말 인생같다. 인생은 전반적으로 따뜻함과 불안감 속에서 살아가는 것, 그게 인생 아니던가. 이러한 사운드를 기반으로, 스토리에 따라 절망과 절정, 고통이 더해지는데, 이를 통해 사운드 또한 그자체로 밭이 된다.

   밭의 감각과, 밭의 이야기가 한데 완벽히 섞인 본작은 정말로 인생 그자체다.

 

3. Frank Ocean - Blonde (5 / 5)

 아마, 요즘을 살아가는 이들의 뇌파를 음악으로 변환한다면 이러한 음악일 것이다. 감정적으로 서툴고, 막 살아가는 막막함. 누가 척 들어도 그런 향이 느껴질 것이다. 그만큼, 이 앨범은 너무나 정교한 감정 그자체다. 방 한 구석에 가라 앉아 부유하는 사운드들이 서로 마주쳐 방 한구석의 외로움을 서로 버리며 쌓인 퇴적층은 우리에게도 열려있어 참여형 캠페인 같이 우리 또한 우리의 외로움을 쌓을 수 있다. 모두의 외로움을 받는 곳이 BLONDE다. 그리고 거기에 운영자는 당연 프랭크 오션의 보컬이라 할 수 있는데, 프랭크 오션의 보컬이 쌓아올린 우울함의 퇴적층을 해부해 감정을 우리에게 흘려넣으면, 우리또한 프랭크 오션의 감정이 되어 지배 당하게 된다. 정말로 지배 당하게 된다. 이쯤되면 프랭크 오션이 뭘 씨부리는 지 상관없다. 그냥 그 감정에 조종당하며 격정적으로 움직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어진다. 그리고 나는 BLONDE의 가사를 그닥 읽지 않는다. 솔직히 가사는 너무나 파편적이고, 개인적으로는 결국 사랑에 관한 외로움말고는 느껴지는 바가 없었다. 허나 가사가 알게 뭔가? 안보면 그만이고, 나는 앨범을 귀로 보고 듣는다. 그래서 내게는 완벽한 5점짜리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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