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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기쁠 때도 Emo를 들어...이모의 역사에 대한 좁고 얕은 지식 (2)

title: Tyler, The Creator (IGOR)Neti2025.03.07 21:01조회 수 352추천수 6댓글 7

https://hiphople.com/musicboard/31319329

<1부>

 

image.png 난 기쁠 때도 Emo를 들어...이모의 역사에 대한 좁고 얕은 지식 (2)

<이모는 중2병이 아니다. 아마도?>

 

본 글은 음악 장르인 이모, 그 중에서도 2세대 이모인 미드웨스트 이를 중점적으로 다룹니다.

 

저 역시 많은 것을 알지 못하기에, 어디까지나 이 글은 입문자가 입문자를 위해 쓰는 글이며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혹시나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인터넷에 조금만 검색해도 더 좋은 글들이 나오니 참고 바랍니다.

 

 

1. Sunny Day Real Estate와 Indie Emo

 

 이모코어가 워싱턴 D.C.를 휩쓸었을 때, 그 중심에는 이언 맥케이와 그가 설립한 디스코드 레코드가 있었다. 제레미 에닉은 그들의 열렬한 팬이었다. 그가 Sunny day Real Estate에 합류하게 되었을 때도 대단한 혁신을 일으키고자 하는 생각은 없었다. 그저 Rites of Spring을 잇는 멋진 하드코어 밴드를 만들고 싶었을 뿐이다. 허나 실제로 그들이 된 것은 제 2의 Rites of Spring 따위가 아니라 제 1의 Sunny day Real Estate였다.

 

 Sunny day Real Estate는 이전의 이모코어 밴드들을 충실하게 계승했다. 그들은 아무것도 새로 추가하지 않았다. 오히려 몇 가지를 덜어냈을 뿐이다. 지르는 보컬, 과도한 공격성, 필요 이상으로 빠른 템포 같은 것들 말이다. 한마디로 그들은 하드코어 펑크적인 요소를 조금 줄였다. 그래도 제레미 에닉은 이 정도는 사소한 변화이며, 밴드의 정체성이 흔들릴 일은 없다고 믿었다. 인터뷰에서 그는 이모라고 불리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으며 Sunny day Real Estate는 언제나 하드코어 밴드였을 뿐이라고 답했다.

 

 

 

<Diary는 곧 이모의 illmatic이 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이를 사소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은 어떤 가능성을 보았다. 이모코어에서 '코어' 부분을 드러냈을 때, 더 이상 하드코어의 하위 장르가 아닌 독립된 하나의 장르로서 나아갈 수 있는 이모의 가능성이었다. 그들은 서정적인 멜로디, 깊이 있는 가사, 역동성 등 이모 고유의 매력에 주목했다. 특히 역동성에 대해서는 하드코어의 거친 면과 인디 록의 부드러운 면을 같이 사용했을 때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평론가들은 이런 흐름에 대해서 Indie Emo라는 이름을 붙이게 된다.

 

 

 

<Mineral은 필자가 정말 편애하는 밴드이다>

 

 Sunny day Real Estate가 가능성을 제시했다면, 그 가능성을 현실로 바꾼 것은 Mineral이었다. 흐느끼는 듯한 보컬, 시적인 가사, 드라마틱한 빌드업 등 전형적인 Indie Emo의 요소들. Mineral이 이들을 처음으로 사용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Mineral의 손에서 모두 완성되었다.  이렇게 이모는 하드코어 펑크에서 한 번 더 멀어지게 되었지만, 하나는 장담할 수 있었다. 적어도 이전에 존재했던 어떤 펑크 밴드들보다도 '이모셔널'해졌다는 것 말이다. 

 

2. Cap’n Jazz의 유산들

 

 Indie Emo의 등장은 대단했지만, 혁신이라고 부를 정도의 것은 아니었다. 진정한 의미의 혁신은 미드웨스트, 일리노이 주의 버팔로 그로브에서 시작되었다.

 

 

 

<이모의 벨벳 언더그라운드>

 

 Sunny Day Real Estate와 마찬가지로, Cap’n Jazz 역시 이모 밴드가 되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이전의 하드코어 밴드들을 계승하는데도 큰 관심은 없었다. 밴드의 보컬이자 실질적인 리더였던 팀 킨셀라는 기인이었다. 밴드의 장르가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그는 Wierdo Punk라고 답했다.

 

 실제로 Cap’n Jazz는 기존에 듣지도 보지도 못한 형태의 펑크 밴드였다. 프렌치 호른을 라이브로 기깔나게 불어대는 팀 킨셀라의 모습은 동료들조차 당황시켰다. 멜로디, 리듬, 곡의 구성 중 그 어느 것도 정형화된 틀을 따르지 않았다. 밴드명은 시리얼 Cap’n Crunch에서 따온 것으로, 재즈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다만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그들은 펑크의 에너지와 재즈의 즉흥성을 결합하며 거칠고, 역동적이고, 이모셔널한, 그리고 정말 이상한 밴드가 되었다.

 

 Cap’n Jazz는 대중적으로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언더그라운드에서 컬트적인 인기를 끌었다. 팀 킨셀라의 아마추어스러운 보컬과 twinkly guitar라고 불리는 독특한 스타일은 많은 영향을 끼쳤다. 무엇보다 그들은 이모에 존재했던 규칙들을 모조리 깨부수며, 후배 이모 밴드들이 더 이상 이모코어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음악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모라고 무조건 어둡고 우울한 건 아니다>

 

 Cap’n Jazz가 해체한 후에도 멤버들은 흩어져서 각각 밴드 활동을 이어 나갔다. 기타리스트 데이비 본 볼런은 The Promise Ring을 결성, 밝고 경쾌한 멜로디로 이모에 팝을 결합했다. 드러머 마이크 킨셀라는 그 유명한 American football을 결성했다. 흥미로운 점은 American Football이 처음 활동할 당시 많은 이모 팬들은 그들을 이모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만큼 부드러운 멜로디의 기타 아르페지오를 극한으로 끌어올린 그들의 방식은 혁신적이었다. 

 

 그 외에도 많은 이모 밴드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장르를 확장시켰다.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의 중서부를 중심으로 일어났기에 자연스럽게 미드웨스트 이모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리고 이들은 Cap’n Jazz가 정한 단 하나의 규칙, 정해진 규칙은 없다는 규칙만을 충실하게 따랐다.

 

3. 미드웨스트 이모의 함정 

 

 따라서 미드웨스트 이모를 음악적인 스타일로 정의 내리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아마 필자의 깜냥으로는 불가능할 것이다. 

 

원래 미드웨스트 이모는 말 그대로 미드웨스트 출신의 이모 밴드들만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시애틀 출신의 Sunny Day Real Estate, 텍사스 출신의 Mineral, 덴버 출신의 Christie Front Drive 등 출신에 상관없이 다양한 밴드들이 포함되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용어는 한 층 더 애매모호해졌다. 어쨌든 미드웨스트 이모라는 말이 훨씬 더 널리, 많이 사용되면서 Indie Emo라는 말은 자연스럽게 사라져갔다.

 

 

 

<사실 American Football도 정석적인 미드웨스트 이모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

 

 이들 사이에서 공유하는 요소들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인터넷을 조금만 찾아보더라도 그럴 듯한 정의를 여럿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의 친구 위키피디아에서는 '하드코어 펑크의 뿌리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인디 록과 매스 록의 영향을 받은 이모의 서브장르'로 정의하고 있다. 틀린 정의가 아니며 이 글에서 이야기하는 내용과도 별반 다르지 않다. 문제는 이 중에서도 매스 록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밴드와 그렇지 않은 밴드, 하드코어 펑크에서 거의 벗어난 밴드와 그렇지 않은 밴드 등 경우에 따라서 완전히 다른 음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당장 위의 Sunny Day Real Estate와 American Football을 비교해 보자. 과연 입문자가 둘을 듣고 같은 장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음악적인 형식은 중구난방이었어도, 펑크의 DIY 정신을 비롯해서 그들이 중요시하는 가치들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허나 이는 글로 쓸 수 있는 것이 아닌, 직접 들어보면서 느껴야지 알 수 있는 것들이다. 결국 필자가 할 수 있는 조언은 입문자일수록 미드웨스트 이모라는 용어에 너무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밴드 한두 개 정도만 들어보고 내가 미드웨스트 이모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결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이런 설명에 별로 만족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다만 이전에 이모코어에 대해서 이야기했을 때도, 이모는 역동적인 음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애초에 문장 몇 줄로 정의될 수 있는 정도라면 이를 역동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래서 Cap'n Jazz가 더 대단한 이모 밴드이고, 미드웨스트 이모가 더 정의 내리기 어려운 것이 아닌가 하고 필자는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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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 1 3.7 21:04

    개굿

  • 1 3.7 22:33

    cap'n jazz 설명 잘 봤습니다 3편도 기대할게요

  • title: Tyler, The Creator (IGOR)Neti글쓴이
    3.7 22:45
    @소은자의지

    사실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거의 다 해서 3편이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 1 3.7 22:43

    개추

  • 1 3.8 14:49

    대단하십니다

  • 1 3.9 04:58

    설명을 듣고 나니 RYM 미드웨스트 이모 차트에 있는 앨범들이 하나의 장르로 묶이는 게 약간 이상하네요 ㅋㅋ

    항상 이모 글 감사합니다. 배워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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