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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영웅들

Parkta19582025.02.05 18:47조회 수 148추천수 2댓글 1

제가 숭배하는 작가들은 셰익스피어,멜빌,  카프카, 입센이고 경애하는 작가들은 체호프, 가르시아 마르케스, 베케트, 프리모 레비, 보니것, 빌리 와일더, 레이먼드 카버,존 치버입니다.


하지만 순전히 사랑으로만 뽑자면 아마 셋이겠죠.

바로 투르게네프, 피츠제럴드와 챈들러입니다. 후의 두 작가 하면 다들 하루키를 떠올리실 텐데 맞습니다. 둘 다 하루키가 본인의 전범으로 삼은 소설가들입니다.


둘의 공통점을 선택하자면 많기도 적기도 합니다. 먼저 아내와 지긋지긋한 애증의 관계였다는 것, 영화일을 했다는 것, 그들의 작품이 영화화되었다는 것들이 있겠죠.


저에게 내적으로 이 둘의 공통점을 고르자면 타고난 문체와 표현에 있습니다. 이들은 묘사와 표현의 재능을 가지고 있었죠. 


저는 셰익스피어, 조이스, 나보코프처럼 언어를 자유자재로 창조하고 다루는 작가나 카프카나 보르헤스같이 간명하면서도 단단한 문장을 보이거나 체호프처럼 간결하고도 많은 함의를 품어내는 세심한 문장을 쓸 수가 없습니다. 그럴 생각도 없고요. 


희곡과 시나리오라는 그 자체만으로 역사를 형성하고 시각과 결합되는 매체를 제외한다면 글 쓰는 이들은 운문과 산문 중 결정합니다. 삼류글쟁이인 저조차 선택해야 합니다. 저의 선택은 산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제 전범으로 피츠제럴드와 챈들러를 선택했습니다. 숭배와 경애하는 대상들이 글을 존경하게 만든다면 쓰게 만드는 것은 사랑하는 글들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소설가들, 시간 날 때마다 누워서 넘기는 작가들은 마치 목욕을 하고 한줄한줄 해독을 하며 성경을 읽듯이 보아야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셰익스피어나 입센, 조이스, 포크너,멜빌,세르반테스가 아니라는 겁니다. 잠옷을 입고 휴식 차로 풍족히 보낼 수 있는 글들이죠.


이 말이 챈들러와 피츠제럴드가 얄팍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물론 그들에게는 체호프나 베케트, 브레히트처럼 삶을 훌륭히 함축하는 이미지를 제시하는 능력이나 조이스나 멜빌처럼 언어의 박물관을 만들어내는 능력은 없습니다. (셰익스피어는 둘 다 가졌죠.) 

 제가 앞에서 열거한 작가들은 삶의 진실과 핵심을 거머쥐고 본인의 작품 단단히 형식과 결합시켜낸 존재들입니다.


하지만 챈들러와 피츠제럴드는 미묘하게 다릅니다. 이 두 작가를 빼고 제가 좋아하는 작가를 고르라면 투르게네프입니다. 


이제 다들 이 셋을 고른 저를 보면 짐작가실 겁니다. 아 너는 묘사에 열중하구나.

맞습니다. 저를 매혹시키는 것은 표현과 비유,은유 등입니다. 이 셋은 카프카나 셰익스피어, 세잔, 히치콕, 존 포드, 체호프처럼 삶의 핵심을 제시하는 예술가가 아닙니다. 


오히려 삶의 편린들을 핀셋으로 건져올리는 작가들입니다. 예컨데 모든 파국이 벌어진 여름의 날, 시니컬하게 본인의 생일임을 밝히는 장면이 주는 서글픔을 포착하는 능력, 혹은 롤스로이스를 모는 약하고 품위있는 노인을 묘사하는 능력, 작은 시골마을서 벌어지는 노래대결을 문학적으로 생생히 담아내는 능력 모두 편린을 잡아내는 관찰력과 표현력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나보코프는 투르게네프는 그의 뛰어난 묘사력에 비해 구조적인 틀을 만들고 전개하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평범한 작가라고 했죠. 후자는 아니지만 전자는 사실입니다. 


전자는 셋 모두에게 적용되는 말입니다. 챈들러에게 범죄소설의 플롯은 그의 문체를 담아내는 그릇이고 투르게네프의 사냥꾼의 수기는 그 묘사의 상찬입니다. 피츠제럴드

역시 그 신선하고 생생한 묘사는 그가 가지는 구조적 결함을 뛰어넘습니다.


위대한 작가들과 사상가들, 에세이스트들에게 미안한 얘기지만 제가 남기고 싶은 것은 삶의 순간들, 제 감정을 표현해내는 문장들입니다. 신선한 비유와 은유를 사용한 문장들을 새기고 싶고 이는 세 작가들이 저에게 준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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