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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헤라를 꼬시기 위한 Emo에 관한 좁고 얕은 지식

title: Tyler, The Creator (IGOR)Neti11시간 전조회 수 319추천수 12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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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내가 지난 몇 달 간 들었던 Emo 앨범들의 리뷰를 한 데 엮은 것이다.

 

Emo(Emotional hardcore)는 하드코어 펑크에서 유래한 우울한 찐따 음악을 총칭해서 부르는 것으로

 

국밥집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또는 어머니의 자매를 의미하는 이모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본 글의 정보에는 믿을 만한 출처가 존재하지 않는다.

 

썸네일이 레이인 이유는 어떤 매거진에서 '애니메이션 역사상 가장 Emo한 캐릭터 top 10'에 뽑혔기 때문이다.

 

에반게리온을 보지 않았기에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1. Samiam-Clumsy (1994)

 

Genre: Emo, Melodic hardcore, Pop punk

 

Green day 팬들 집합.

 

더 어둡고, 공격적이고, 비장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멜로디컬하면서 열정적인 펑크 음악을 좋아한다면 취향에 크게 어긋나지 않을 것이다.

 

90년대 네오 펑크의 유행에 힘입어, Samiam도 많은 기대를 받으며 애틀랜틱 레코드와 계약했고, 

 

이후 야심차게 발매한 메이저 데뷔작이 Clumsy다.

 

허나 안타깝게도 6달 동안 13000 장이 나가며 상업적으로 성공하지는 못했다.

 

rym의 한 유저는 이에 대해서 감명적인 한줄평을 남겼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아동 학대, 우울증, 과음과 마약에 대해 노래하는 밴드가 

 

제 2의 green day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Clumsy는 충분히 훌륭한 Emo 음반이다. 지금이야 Emo에 팝펑크를 접목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지만

 

Samiam은 해당 분야에 선조자 중 하나였고, 무엇보다 둘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맞출 줄 알았다.

 

신나면서도 가볍지는 않다는 부분이 오히려 좋다.

 

 

2. Texas is the reason-Do You Know Who You Are? (1996)

 

Genre: Emo, Post-hardcore

 

텍사스가 아닌 뉴욕에서 결성되었다.

 

밴드명은 전설적인 하드코어 밴드 Misfits의 곡 Bullet에 있는

 

'Texas is the reason that the president is the dead'라는 가사에서 따온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동시대의 다른 밴드들보다 더 하드코어하고 헤비한 연주를 보여준다.

 

인디 록/매스 록에서 영향을 받은 Midwest emo가 새롭게 부상하면서 많은 Emo 밴드들이 더 부드럽고, 섬세한

 

스타일을 추구하기 시작한 와중에도 Texas is the reason은 비교적 정통파 Emo에 가까운 모습을 유지했다.

 

(그래서 Texas is the reason을 Midwest emo로 분류해야 하는가에 대해 많은 논쟁이 있지만,

 

글을 읽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큰 관심이 없을 것 같아 굳이 다루지는 않는다. 포장이 어쨌든 내용물이 중요하니까.)

 

결과적으로 Do You Know Who You Are?에서는 American football처럼 아름답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지언정

 

직관적인 멜로디, 거친 보컬, 열정적인 연주로 여전히 심장을 뛰게 만드는 음반이다.

 

누구의 말처럼 변하지 않는 가치는 소중한 법이다.

 

 

3. Weezer-Pinkerton (1996)

 

Genre: Emo, Alternative rock, Power pop

 

아티스트가 불행해야지 좋은 작품이 나온다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Pinkerton은 거기에 딱 맞는 사례이다.

 

Weezer의 정규 1집은 크게 성공했지만, 프론트맨이었던 곧 록스타의 삶에 회의감을 느끼고 잠적,

 

그렇게 고독하고 우울한 나날들을 보내면서 Pinkerton을 완성했다.

 

그리고 본 앨범이 상업적으로 실패하면서 그는 한동안 더 우울해졌고, 다시는 이와 비슷한 음반을 내지 않았다.

 

그래도 Weezer 특유의 캐치하고 쾌활한 멜로디 속에 거칠고 어두운 노이즈가 뒤섞이면서 만들어낸

 

이 정신병적인 팝 음악은 후대 Emo 밴드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제목은 오페라 나비부인의 등장인물 핑커튼 장교에서 따온 것인데, 나비부인도 오리엔탈리즘에 관해서 비판을 받는 것처럼

 

본작도 일본인 소녀를 성적 대상화하는 내용이 있어 종종 까이고는 한다.

 

실제로 가사를 읽다 보면 생각 이상으로 노골적이고, 음험하고, 자기파괴적이며 찌질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나는 오히려 이런 뒤틀린 욕망들을 가감 없이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야말로 Pinkerton의 미학이라고 볼 수 있다.

 

애초에 1번 트랙부터가 제목이 Tired of sex인 음반에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정치적인 올바름을 기대하지 않을 것이다.

 

 

4. Penfold-Amateurs & professionals (1998)

 

Genre: Midwest emo

 

"저는 Emo라는 단어가 바보 같다고 생각합니다. Bad brains 같은 이전의 펑크 밴드들은 감정적이지 않다는 말입니까?

 

그들은 무슨 로봇이라도 되나요? 저에게는 별로 설득력이 없게 느껴집니다."

 

정작 이 말을 한 사람이 Emo의 탄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 중 한 명인 Guy Picciotto라는 것은 아이러니하지만,

 

어쨌든 Penfold는 이에 대해서 비교적 명확한 해답을 내놓는다.

 

Amateurs & professionals에는 하나의 공식이 존재한다.

 

잔잔하게 우울한 시작, 시간이 지나면서 멜로디와 함께 점점 격렬해지는 보컬, 그렇게 한 바탕 쏟아낸 후에는 다시 잔잔하게

 

이를 9곡 동안 그대로 반복한다.  

 

Penfold는 이 방법을 통해 이전의 그 어떤 밴드보다 감수성이 짙은, emotional한 앨범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때로는 너무 과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결국 이 지나침이 Emo를 다른 장르로부터 구분해주는 것 아닌가 싶다.

 

누군가에게는 눈꼴시렵게 느껴질 정도의 감정 과잉,

 

Amateurs & professionals를 좋아하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Emo 팬을 자처하기에 충분한 자격을 얻는 것이다.

 

 

5. One last wish-1986 (1999)

 

Genre: Emocore, Post-punk, Indie rock

 

많은 Emo 밴드들은 단명했다.

 

위의 Texas is the reason도 결성 후 3년 만에 해체했고

 

심지어 One last wish의 수명은 8개월도 되지 않았다.

 

밴드의 몇 안되는 작업물마저도 시기를 놓쳐서 발매되지 못했고, 그렇게 One last wish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 했으나

 

다행히도 녹음한 지 13년만에 레코드사에 의해 재발견되면서 1986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최초의 Emo 밴드로 잘 알려진 Rites of spring과 대부분의 멤버를 공유하고.

 

따라서 1세대 Emo 밴드 다운 거칠고 raw한 보컬은 여전하지만

 

그에 대비되는 세련된 분위기가 인상적인 앨범이다.

 

누군가는 The cure가 연상된다고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Joy division이 Emo 밴드였다면 이런 음악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어느 쪽이든 록 밴드에 있어서는 최고의 극찬이 아닐 수 없다.

 

 

6. Marietta-Summer Death (2013)

 

Genre: Midwest emo, Math rock, Math pop

 

여름이었다.

 

2010년 전후로 대거 등장한 Midwest emo 밴드들은

 

매스 록, 포스트 록, 익스페리멘탈 록의 요소들을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장르의 영역을 확장했다.

 

비정형화된 복잡한 박자, 의도적으로 못 부르는 보컬 등 Marietta 역시 그 전형적인 사례이지만

 

Summer Death가 보여준 풍부한 감수성과 드라마틱함은 단연 동기들 중에서 돋보인다.

 

개인적으로 이런 류의 밴드들을 아주 좋아하지는 않지만, 

 

취향을 막론하고 Cinco de Mayo Shit Show가 2010년대 최고의 Midwest emo 트랙 중 하나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훌륭한 빌드업과 이어지는 결정적인 한방, 거기에 쉴 새 없이 이어지는 후속타까지 

 

Emo 팬이라면 가히 눈물을 참을 수 없게 된다.

 

Marietta 역시 Emo 밴드의 숙명을 이겨내지 못하고, 한 장의 정규 앨범을 더 발매한 후 4년만에 해체했다.

 

그래도 최근에는 재결합 떡밥이 도는 중이니-아직 여름은 멀었지만-이번 기회에 한 번 들어봐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7. Cap'n Jazz-Shmap'n Shmazz (2025)

 

Genre: Midwest emo, Post-hardcore

 

'Cap'n Jazz의 1집은 고작 1000장 밖에 팔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걸 산 사람들은 모두 죄다 Emo 밴드를 시작했다.'

 

그 외에도 Cap'n Jazz의 위대함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여러 방법들이 있겠지만, 좀처럼 와닿지 않는다면

 

역시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느껴 보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Cap'n Jazz의 음악은

 

몇 년 동안 방치되어 있던 창고를 청소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매우 지저분하고, 난잡하지만 동시에 언제 어디서 무언가를 만나게 될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동반되는 설렘이 있고, 그러다가 우연히 추억의 물건을 찾아 깊은 회상에 빠지게 되기도 한다.

 

물론 다른 사람들의 감상은 다를 수도 있다. 이  혼잡하면서 아름다운 음반에 정해진 해석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Shmap'n Shmazz는 30주년을 기념으로 해 나온 리마스터반으로,

 

본래 제목은 'Burritos, Inspiration Point, Fork Balloon Sports, Cards in the Spokes, Automatic Biographies, Kites, Kung Fu, Trophies, Banana Peels We've Slipped On, and Egg Shells We've Tippy Toed Over'이다.

 

무슨 뜻이냐고 하면 나도 알 길이 없다. 해석하려 들지 말고 그냥 느껴 보자.

 

마치며

 

정말로 맨헤라를 꼬시고 싶은 거라면 슈게이즈나 양홍원, 한국사람 등을 듣는 것을 추천한다.

 

반응이 좋다면 조만간 2편으로 돌아올 것 예정이다.

 

사실 기록용으로 쓰는 글에 가깝기에 반응이 나빠도 돌아올 것이지만

 

그래도 좋게 반응해 준다면 고마울 것 같다.

 

그럼 이만 총총.

 

신고
댓글 7
  • 1 10시간 전

    정보글 감사함니다

    멘헤라를 꼬시기위해 열심히 슈게이즈를 디깅해야겠어요!!

  • 1 10시간 전
    @미오

    근데 멘헤라들이 슈게이즈 듣나요? 마블발 슬로우다이브 파란노을 이런거요

  • 10시간 전
    @현명한철학자

    사실 안들어요

  • 1 10시간 전

    멘헤라 꼬시기는 그래서 어딨나여

  • 1 10시간 전

    글 잘 쓰시네요

    추천 눌렀습니다

  • 1 6시간 전

    넓고 깊은데

  • 28분 전

    저번에 Penfold 추천 진짜 감사합니다.. 잘 듣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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