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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헤어질 결심 스포 있음

Parkta19587시간 전조회 수 125추천수 2댓글 2

기존의 박찬욱 영화와 다르다 라는 평을 보았기에 호기심이 일었는데 정작 보니 여전히 박찬욱의 개성은 형형하다. 그러면서도 아가씨에 이어서 다시 다른 영역으로 나아간 영화이니 개인적으로는 걸작이라는 것에 이견이 없다. 이 어질고 지혜로운 예술가는 산처럼 높아지고 바다처럼 깊어지고 있다. 


박찬욱의 인물들은 경계에 있는 존재들이다. 그의 인물들은 가해자와 피해자, 주체와 대상, 성인과 속인 사이에 존재했다.판문점,행복 한복집, 코우즈키의 저택과 같은 공간들은 이를 뒷받침한다. 여기서 인물들은 양쪽 모두에 속하고 그렇기에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다. (그가 스파이 장르에 지속적인 관심을 표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해준과 서래 두 인물들도 마찬가지다. 수사와 사랑의 경계서 그 둘은 헤매고 있다. 그리고 다른 박찬욱의 피조물들처럼 구원을 갈구한다. 


박찬욱의 헤어질 결심을 보고 떠오르는 영화를 고르자면 결국현기증이다. 박찬욱이 영화의 길을 걷게 만든 영화이고 박찬욱은 히치콕의 적장자에 가까운 거장이여서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는 내가 보기에 명백히 히치콕적인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현기증과 이 영화의 연결고리는 많다. 삼각관계,주인공의 직업, 엔딩, 높이, 물의 사용, 미행, 관음, 부감과 미묘한 앙각, 옆얼굴 등등. 그 중 핵심은 허상이라는 이미지다. 스코티는 허상에 사로잡힌 인물이였다. 해준도 마찬가지다. 영화가 해준과 서래의 심문과정을 보여주는 방식은 그래서 매우 훌륭하다. 거울에 그 둘이 비추는 앵글은 수사,사랑이라는 합일화된 이중의 플롯을 시각화하기도 하지만 허상의 이미지를 표현한다. 거울,모니터 등으로 나오는 서래의 모습은 결국 허상이다. 해준은 허상의 이미지와 함께하고 있었다. 이 점은 영화에서 감정을 표현하는 편집에서도 보인다. 해준이 서래를 관찰할 때 마치 해준이 서래와 함께 있는 것 같은 연결을 사용한다. 같이 있고자하는 마음의 표현이겠지만 나로서는 다르게 읽히기도한다. 그 장면은 결국 환상이다. 허상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안개라는 소재, 산인지 바다인지 알 수 없는 벽지 등등 결국 사랑인지 수사인지, 진심인지 허상인지 모르는 상황을 의미한다. 


 영화는 지속적으로 '시선'을 강조한다. 해준은 인공눈물을 사용하고 망원경을 쓴다. 그리고 그의 피해자의 눈에 관심을 기울인다. 그의 마지막 대사도 조금 있으면 아무 것도 안 보여 이다. 들뢰즈는 히치콕을 두고 '보다'라는 행위를 중요하게 만들었다 라는 평을 남겼다. 단순히 관음이 아니라 시선의 문제를 이 영화는 강조한다. 인물들의 시점쇼트만이 아니라 시체의 눈, 생선의 눈, 피로 가득한 물 등 다양한 사물들의 시점들이 등장한다. 특이하게 보이는 것은 이런 시점이 로우앵글로 인물들을 본다는 사실이다. 이 앵글은 교과서적으로 피사체를 강하게 만든다기 보다는 복수는 나의 것의 앙각과 유사하게 인물들을 위태하고 공허하게 만든다. 동시에 영화는 피사체와 사이에 장애물을 두고 피사체와 장애물이 겹치는 흡사 디졸브와 비슷한 느낌의 로우앵글숏을 자주 사용한다. 죽은 사물의 눈이, 피로 가득찬 물이, 사랑하는 이의 문자가 인물과 겹치는 이 연출은 죽음과 사랑에 일체화되어가는 인물들을 시각적으로 훌륭하게 보여준다. 

 동시에 이런 구성은 관객을 시선의 행위에 동참시키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더욱이 시체를 직접 마주하는 해준의 시선을 부각시킨다. 하지만 그보다는 비인격적인 카메라의 시선을 강조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박찬욱의 카메라는 히치콕의 그것처럼 비인간적이고 전지적이다. 감정적으로 냉정하다든가 객관적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 영화의 카메라워크와 편집에는 운명적인 힘이 있다.

영화는 달리숏, 인물들에게 다가가고 멀어지는 움직임을 자주 사용한다. 이는 인물들의 심리, 다가가고 싶으면서도 멀어지고 싶은 마음을 포착하는 카메라워크로서 그 강력한 힘을 시각화한다. 특히 서래가 해준의 집에 왔을 때 수평트래킹숏은가히 천재적이다. 이 때 카메라는 역방향으로 움직인다.

 편집은 어떠한가. 영화가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디졸브는 과거와 현재를 시각적으로 연결시키며 그 운명을 표현한다. 대표적으로 자살 때 서래의 손이 바닷가를 헤매는 해준에게 디졸브되는 장면이 그렇다. 헤어질 결심은 과거와 현재를 플래시포워드와 플래시백을 오가며 이어붙인다. 단순히 미스터리적 구성이 아니라 벗어날 수 없는 과거, 예정된 미래를 편집으로서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질곡동 사건서 드러나는데결국 질곡동 사건의 호산은 해준과 겹치고 그 사건은 해준과 서래 사이 사랑의 다른 모습이다. 이 두 사건이 교차편집되고 사운드와 장면이 만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 둘은 본질적으로 같다. 이렇게 과거와 현재를 분리시켜 교차시키는 편집은 인물의 충격받은 심리를 시각화하기도 한다. 


해준과 서래는 같은 종족이다. 바다를 사랑하고 사진을 보고 싶어한다. 경찰서를 미행할 때 둘을 같은 앵글로 교차해서 보여주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둘은 동시에 성실하고 유능한 직업인이다. 그런데 이 둘은 사랑때문에 형사로서 간병인으로서 직업윤리를 포기한다. 해준이 붕괴를 고백하는 장면서 영화는 오버 더 숄더 숏에서 달리를 이용해 해준의 싱글샷으로 전환한다. 이는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에 대한 오마주라고 보이는데 거기서 캐리 그랜트에게 실제로 빛이 비치고 그는 구원을 얻지만 해준은 반대로 어둠 속에 있고 추락한다. 이 싱글숏은 그래서 외롭다. 산에서는 방과 반대로 해준이 빛을 받고있고 서래가 어둠 속에 있다. 마침내 그들은 연인이 되었다.서로의 길을 따라온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구원까지 이를까.


안타깝게도 아니다. 해준은 사랑을 늦게 자각했고 그들의 사랑은 오묘하게 어긋났다. 서래는 그 자신의 존재를 미결로 만들어 해준을 사랑에 가두고자 하고 이는 파멸은 전제한다.

 주차하는 차를 높이서 잡은 부감은 그래서 아름답고 황홀하다. 운명 혹은 사랑 아래에서 그들, 특히 해준은 얼마나 연약한가. (이는 박찬욱의 시그니쳐숏이기도 하다)

영화는 2.39:1을 절묘하게 활용한다. 이 비율을 사용한 클로즈업은 보통의 그것보다 더 가까이 다가가고 감정을 곡진하게담는다. 눈 클로즈업에 담긴 박해일의 눈이 얼마나 깊던가. 동시에 클로즈업 후 나오는 마스터숏이나 롱숏은 인물들을 운명앞에 사랑 앞에서 작아지고 약하게 만든다. 바닷가를 헤매는 해준을 담아내는 롱숏은 처연하고 너무나 아름답다. 결국 그도 구원에 이르지 못했다.머그샷, 부감은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마력까지 이 영화는 박찬욱의 새로운 경지가 화면에 가득 차있다.

 무슨 말을 덧붙일까. 마침내 걸작이 당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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