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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민요 - 훵크 두 곡.

ILoveNY2024.08.12 11:05조회 수 258추천수 4댓글 4

(1)

 

68-69년도 김추자 - 신중현의 성공 이후, 한국 가요계에서 여성 소울 가수, 즉 훵키한 노래는 언제나 히트곡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장르였습니다. 안타 기획의 희자매, 노만 기획 - 데블스의 정난이 등등의 가수들, 서라벌 - 연석원/신병하의 문지영-주정이, 엄진이 손 댄 이미자, 윤복희, 옥희 등등도 모두 여기 속할 겁니다. 

 

오늘은 이중에서도 신민요의 느낌이 그대로 살아있는 훵크 곡 두 개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2)

 

https://youtu.be/3moDS2YWFBs?si=yTNjkIdxD3XqgXBj

 

옥희의 1977년 오아시스 전속 1집에 수록된 노래입니다. 

솔직히 리듬이 신민요풍인지는 모르겠습니다...(사실 그런 걸 분석하기에는 리듬 패턴 자체가 복잡해서 제 능력 밖입니다 @.@) 하지만 창법이나 가사만큼은 신민요 느낌이 납니다. 

이 곡의 프로듀서는 엄진인데, 엄진은 이미 소개했다시피 트로트-민요와 재즈/라틴재즈/훵크를 하나로 결합하려 했던 시도를 여러 번 했던 인물입니다. 

 

(3)

 

https://youtu.be/oj3QjhgDJsM?si=oDH1ONw72Djr6Rty

 

현숙의 1979년 서라벌 레코드 앨범입니다. 

이 곡은 신민요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게, 원곡이 신민요라고 발표되었거든요 (...) 

60년대부터 활동했던 신민요 가수들 중에서 김상범씨라는 분이 계십니다. 이 분이 70년대 키웠던 가수 중 한 분이 이 현숙입니다. (이 곡 자체도 원래는 김상범님이 만든 섭씨 100도가 원곡인데, 77년 원곡은 뒤져봐도 인터넷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여튼 창법이나 매기고 받기 같은 것, 장식음도 이 곡은 신민요 느낌이 여실합니다.

 

(4)

 

아쉬운 것은 LP만으로는 연주자 크레딧을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한국 대중 음악은 크게 작곡가 - 편곡자 정도까지 표기합니다. 여기서 작곡가는 멜로디와 화성 정도를 제시하고, 편곡자는 악기 편성 등등 담당합니다. 달리 말하면, 편곡자가 의외로 곡의 방향성과 장르를 정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편곡자가 프로듀서의 역할을 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다만 편곡자가 표기되어 있어도, 몇몇 곡들은 분명 세션들이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경우고 있고, 편곡자가 없을 경우 세션들이 사실상 편곡자였을텐데, 세션 크레딧이 누락된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 올린 두 곡도 다 세션 크레딧이 누락되어있어서, 많은 경우 추측으로 이루어집니다.

 

우선 현숙님의 경우, 편곡자가 기록 안 되어있습니다. 김상범님이 70년대 초반 아세아 레코드에 있던 시절, 데블스 연주를 받았으니 데블스의 연주자일까요? 그럴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70년대 후반 실제로 노만 기획 - 데블스는 서라벌에서 활동하기도 하고요. 아니면 서라벌에서 활동하던 또 다른 데블스인 연석원님?)

 

한편 옥희님은 조금 복잡합니다. 오아시스 레코드에 엄진님이 프로듀서-편곡자로 올라와 있습니다. 그렇다면 세션은 누구일까요? 몇 가지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선 오아시스 전속 하우스 밴드가 있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때에 따라, 사랑과 평화의 전신인 서울 나그네에서 오아시스쪽 세션을 꽤 많이 뛰었습니다. (김준님이나, 장미화님 앨범 등등) 아니면 엄진님은 항상 자기 기획사인 포시즌 소속 일 경우, 무지개 퀸텟이라는 하우스 밴드를 기용했는데 이 경우에 그럴 수도 있죠.

아니면 다 아닐 수도 있고요.

 

(5)

 

데블스가 연주했다는 김세레나의 곡 (나비타령), 김상범님이 손 댄 또다른 서라벌 신민요 앨범인 장주연님의 앨범 등등도 궁금한데, 아마 LP판을 실제로 구해야 들을 수 있을 듯합니다. ㅎㅎㅎㅎㅎ. 

 

인터넷이 넓어도, 아직 못 듣는 곡이 참 많습니다. 

 

(6)

 

여담 하나.

 

30년대 만요는 묘하게 타령 느낌이 섞여 있으면서도, 곡 자체는 재즈풍입니다. (아마 루이 암스트롱 같은 당대 보드빌 - 코미디 재즈 송들의 영향을 받았을 겁니다.)

이게 50년대를 물론, 60년대까지 살아남았는데 어느순간 보면 타령조면 신민요라고 불리고, 비음을 강조하는 창법이면 트로트라고 불리는 그런 느낌입니다. 

 

50년대 관현악 편곡으로 웅장해진 컨트리 폴리탄(이게 맞나)처럼, 일종의 신민요 폴리탄곡들이 50년대 꽤 나온 것 같기도 하고. 쩝. 50 - 60년대 대중 음악이 참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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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 8.12 11:31

    포스트 민요와 포스트 민요 리바이벌 같은 거군요

    생각해보면 훵크가 당시 히트 장르 중 하나였다는 건 예나 지금이나 일반적인 취향은 다양해질 수 있어도 격변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세션 표기가 불명확한 건 의식을 못 해봤네요 (LP까지 찾아 본 건 기껏해야 신중현과 더 멘 정도)

    한국의 음악에 대한 태도같은 것이라고 볼 수도 있을까요? 왠지 음악을 들으면서 세션이 어떻고 하는 이야기가 잘 나오게 된 것이 최근 같아서요

  • ILoveNY글쓴이
    1 8.12 12:51
    @hoditeusli

    (1)

     

    [세션 크레딧에 대한 제 생각]

     

    우선 음반 제작자와 청취자들 모두 세션 크레딧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은 것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연주자/세션 본인들도 크레딧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냥 그들에게는 이게 돈을 받고 하는 '부업'일뿐, 자신의 (예술적) 자아를 표출하는 본업이라 여기지 않은 것 같아요.

     

    예컨대, 60-70년대 유명했던 그룹 사운드 중에서 앨범이 거의 없는 밴드들이 꽤 많습니다. 흔히 70년대 가장 유명한 나이트 클럽의 4대 천왕이라 불린 키 브라더스, 데블스, 템페스트, 파이오니아 중에서 파이오니아는 앨범이 단 한장도 없습니다. 이 외에도 이들만큼 유명했던 피닉스도 정규 앨범은 한 장, 라스트 찬스의 경우에는 캐롤을 락으로 편곡한 앨범 하나가 전부입니다.

    신현준님이 한 인터뷰를 보면, 당시 그룹 사운드들은 공연이 자신들의 본업으로 여겼고, 앨범 발매는 (어차피 당대 대중 가요계와 타협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다지 구미가 안 당기는 일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세션 연주 활동도 비슷하게 여긴 것 같고요. (물론 지금 와서는 다들 후회하시지만요.)

     

    (2)

     

    [훵크 관련된 여담]

     

    전 옛날 가요들이 (평론가들에게는 락이나 포크보다, 대중들에게는 그냥) 무시당하는 것도 슬프지만, 이들이 모두 '트로트'로 묶이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한국에 소울이 어디 있었냐, 알앤비가 어디있었냐 하지만 사람들이 디깅을 안해서 그렇지 60-70년대에는 뛰어난 소울과 훵크 곡들이 많거든요. 제가 모든 곡을 들어본 것도 아니고, 모든 나라의 곡을 들어본 것도 아니지만, 시티팝만큼이나 70년대 한국 소울/훵크는 매력적인 영역이라 생각합니다.

     

    (조금 자세히 설명하면, 최희준 - 배호를 기점으로 남성 브루스, 즉 저음의 크루징 창법이 한국에 도입되었고, 이게 황규현, 윤항기 - 최백호, 조용필을 거치면서 트로트 부르스 창법으로 트로트화되기도 했죠. 물론 장현처럼 트로트 느낌이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한편 김추자를 기점으로 소울/훵크식 지르는 발성이 도입되죠. [남성 중에서는 박광수, 박인수, 연석원, 투 코리언즈, 김준 등이 이런 창법을 썼는데, 썩 유행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제가 볼 때, 솔리드를 비롯한 90년대 한국 알앤비의 도입을 말할 때, 이 알앤비는 콰이어트 스톰과 컨템퍼러리 알앤비라 여겨집니다. 즉, 기교를 부리지만, 지르는 것은 아닌 그런 창법 말이죠. 생각해보면, 이러한 창법은 한국에서는 거의 보기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 8.12 12:57
    @ILoveNY

    답변 감사합니다!! 기록(과 기록의 가치를 찾는 일)만큼 중요한 게 없군요

    그리고 장르만큼 양날의 검이 또 없다는 것도 6070에서 다시 느끼네요

  • 8.12 11:32

    세션이 누구인지 표시가 안되있는 곡들이 옛날 한국에는 많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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