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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엘이 줌터뷰 아흔여섯번째 손님 todd님 인터뷰

title: Quasimoto공ZA2024.05.11 20:26조회 수 364추천수 1댓글 0

인터뷰 전문은 제 블로그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항상 관심 가져주시고 재밌게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https://blog.naver.com/rhdgudtjs12/2232405465

줌터뷰 배경사진 ep.110.jpg

 

Intro : 자기소개

 

공ZA (이하 공) : 안녕하세요, 힙합엘이 줌터뷰를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는 공ZA라고 합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todd (이하 t) : 안녕하세요, 힙합엘이에서 todd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고, 국외 게시판에 한 번씩 탑스터나 좋아하는 앨범 인증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음반 리뷰나 인증 계정을 운영하고 있기도 해요.

 

 운채김 miK nairB(@moredrunkplease) •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팔로워 146명, 팔로잉 145명, 게시물 54개 - 운채김 miK nairB(@moredrunkplease)님의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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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전 인터뷰를 찾아보니까 올해 1월 달에 진행을 하셨더라구요. 9월에 다시 한 번 줌터뷰를 찾아주신 이유도 있으실까요?

t : 일단 제가 음악 이야기 하는 걸 좋아하는데 평상시에는 음악 취향을 거의 숨기고 사는 거나 다름 없어서 이런 기회가 흔치 않더라구요.

저는 일상생활과 은밀한 취미 생활을 완전히 분리해두는 스타일이거든요. 괜히 처음 만난 사람한테 음악 이야기를 하면 저도 모르게 계속 말을 하게 되더라구요.

다른 건 몰라도 특히 음악이라는 주제에서는 그런 모습을 많이 보여서 일상생활에서는 아예 이야기 자체를 꺼내지 않으려고 하는데, 줌터뷰에서는 그런 저의 욕구를 마음껏 해소할 수 있기 때문에 휴가도 나온 겸 다시 한 번 진행해보면 어떨까 싶어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 팔을 다쳐서 휴가를 나오신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다치게 되신 걸까요?

t : 설명하면 좀 길어서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잘못 넘어져서 이렇게 되었네요. 수술까지 해야되는 상황이라서 안타깝게 휴가를 나와 수술을 마치고 입원 중에 있습니다.

 : 안타까운 사연을 이야기해주셨고, 인터뷰 이전에 작성해주신 게시글을 몇 개 훑어보니 지인 분과 함께 전화 토론을 통해 명반 탑스터를 만들기도 하셨더라구요. 이런 건 어떻게 만들게 되신 걸까요?

t : 저희 부대에서는 당직 근무 시간에 위병소 개폐를 하는데, 위병소에 내려가면 정말 할 게 없거든요.

그래서 대학교 이전부터 지금까지 한 4~5년 정도 알고 지낸 친구와 통화를 하면서 명반 탑스터를 만들게 됐고, 처음에는 음악을 좋아하는 줄 몰랐어요.

그런데 그 친구 자취방에서 같이 술을 마신 적이 있는데 노래를 본인이 틀겠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들어보자 했는데 굉장히 재밌는 선곡을 하더라구요.

그 때 이후로 이 친구와 음악 이야기를 자주 하면서 지내고 있고, 줌터뷰 이외에 유일하게 음악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죠.

그런데 안타까운 건 힙합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는 거예요. 그런데 다른 장르는 정말 잘 알아요.

저는 힙합이라는 장르를 좋아하기 전에는 락을 좋아했고, 물론 제 딴에는 대중 픽들은 조금 거르는 경향이 있기는 했지만 엄청 딥하게 아는 정도는 아니였어요.

그런데 이 친구는 저와 다르게 한국에서 나고 자라 한국 음악에 엄청나게 깊은 조예를 가지고 있더라구요. 저와는 결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음악에 저만큼 진심인 친구예요.

 : 어떻게 보면 오프라인 줌터뷰라고 볼 수 있겠네요. 8개월 만에 다시 참여하시는 건데, 이전 인터뷰와 답변을 전부 다르게 준비해주셨을까요?

t : 사실 준비라고 할 것도 없는 게 이전에도 그렇고 저는 되게 즉흥적으로 대화를 하는 편이에요.

그래도 혹시 몰라서 제가 예전에 답변한 내용들을 보면서 최대한 다르게 대답을 해야 재미가 있지 않을까 싶어 중복되는 건 없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첫번째 질문 : 가장 최근에 들은 노래

한) 권기백 - <라디라디다>

외) Jean Dawson - <NO SZNS>

 

 : 워낙 음악을 즐겨들으시다 보니 알아서 이전 인터뷰 답변과 다르게 준비하셨을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역시 센스가 넘치시네요.

그럼 본격적인 인터뷰로 들어가서 오늘의 첫 번째 질문입니다. 가장 최근에 들은 노래는 어떤 곡이었을까요?

t : 오늘 줌터뷰에서는 매 질문마다 외국 곡과 한국 곡을 같이 소개하려고 해요.

외국 곡을 먼저 소개하자면 바로 스포티파이에 들어가서 확인해 본 결과 비교적 최근에 알게 되었지만 제가 정말 좋아하는 아티스트 Jean Dawson이 신곡을 냈어요. SZA와 함께 <NO SZNS>라는 곡을 발표했는데, 이 노래를 정말 계속 돌리고 있습니다.

 

 

 

이전에도 <MENTHOL*>이라는 곡을 추천하기는 했었는데, Jean Dawson의 매력이라고 한다면 음악이 되게 유니크한 편은 아니에요.

인디 락, 힙합, 알앤비/소울 같은 장르들을 짬뽕처럼 섞는 스타일인데, 그런 걸 또 잘 소화해내는 것도 능력 중 하나죠.

물론 Jean Dawson의 음악이 매번 그렇지는 않지만, 제가 특히 좋아하는 포인트는 그의 음악들에서 폭발적인 코러스 부분 같이 만족스러운 음악적 쾌감을 주는 거예요.

저는 보통 음악에서 현실에서 느낄 수 없는 감정들을 느끼려고 하거든요. 군인 신분이다 보니까 아무래도 환경적 제약을 많은 편인데 Jean Dawson의 음악을 들으면 자유로워지는 느낌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곡에 참여한 SZA 같은 경우도 제가 정말 좋아하는 가수 중 하나거든요. 특히 [CTRL] 앨범도 무척 애정합니다. CD를 정리하면서 음반 리뷰도 할까 생각 중이에요.

 : 그럼 SZA의 앨범 중에서는 [SOS]보다 [CTRL]이 좀 더 좋으셨나요?

t : 꼭 그런 건 아니에요. [CTRL]은 SZA의 매력을 잘 보여준 앨범이라고 생각하고, [SOS] 같은 경우에는 트랙 수가 워낙 많아서 정돈되지 않은 느낌을 주더라구요.

물론 그만큼 풍부하기 때문에 만족감을 주기도 하지만, [CTRL]은 간소한 곡들로 SZA의 음악성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SOS]가 사람들이 많이 듣는 작품이기는 하지만, 음악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생각보다 과소평가 받는 경향이 있더라구요.

그래서 [SOS]의 매력을 조명하고자 제가 한 번 리뷰를 해보려고 합니다.


최근에 듣기 시작한 한국 앨범도 하나 소개해볼게요. 권기백의 [KB 2] 중에서 비프리가 피처링한 <라디라디다>가 특히 마음에 들더라구요.

 

 

 

권기백이나 비프리 등 뉴웨이브 레코즈 아티스트는 앨범 나올 때마다 한 번씩 듣는 편인데 항상 아쉬웠었거든요. 그런데 이번 앨범은 정말 나쁘지 않더라구요.

프로듀싱은 두 말 할 것 없지만 래핑은 조금 아쉬웠어요. 하지만 거부감 없이 잘 들을 수 있는 이지 리스닝에 가까운 작품인 것 같아요.

이전 권기백 앨범처럼 욕과 패드립이 많지는 않아서 마음에 들었고, 비트가 너무 좋았습니다.

권기백과 일면식이 있는 건 아니지만 뉴웨이브 레코즈 공연을 갈 때마다 항상 봤었거든요. 생각보다 키가 엄청 크고 팬들에게 엄청 친절해서 놀랐고, 만나다 보니까 내적 친밀감이 생겨서 그런지 음악도 되게 좋게 들리더라구요. (웃음)

 : 저도 최근에 기백님과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되게 젠틀하고 진지한 태도로 임해주셔서 감사하더라구요.

 

ZOOMTerview EP. 106 - [KB 2]로 돌아온 뉴웨이브 레코즈 권기백님(08.23)

Chapter 1 : 자기소개 / [KB 2] 인터뷰 공ZA (이하 공) : 안녕하세요, 음악 관련 인터뷰를 기획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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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음악에서는 반전으로 폭력적이면서도 날 것의 매력이 돋보이는 게 인상적인 것 같아요.

t : 이 나이대에서만 할 수 있는 스타일인 것 같아요. 오히려 이런 스타일을 할 때는 비프리의 음악성을 물론 존중하지만 권기백이 좀 더 잘 어울리지 않나 싶어요.

그래서 [FREE THE MANE]보다는 [KB 2]를 조금 더 좋게 들었습니다. [FREE THE MANE]은 제 기준에서는 되게 누룽지 같은 느낌이었어요.

너무 술술 넘어가서 밍밍하고 맛도 별로 없고, 내가 음악을 듣는 건지 BGM을 듣는 건지 헷갈리는 느낌이었고, [KB 2]는 비슷한 누룽지이기는 한데 한 번씩 깍두기로 리프레쉬를 하는 듯한 작품이었습니다.

<라디라디다>를 비롯해서 <NO PAPER>라든지, 더콰이엇이 피처링으로 참여한 <어떻게 할거야?>나 후반부에 수록된 몇몇 곡들은 정말 좋았어요. 아직도 제 플레이리스트에 들어있고 피지컬 나오면 무조건 살 것 같습니다.

권기백 앨범 중에서도 피지컬로 [권기백 1집]을 소장하고 있고, 이 앨범은 처음 듣고 '그래서 얘 나이가 몇이라고?'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케이스를 자세히 보면 사인도 받았는데, 효도앤베이스와 함께한 [FREE THE BEAST 2] 쇼케이스에서 받은 걸로 기억해요.

 

두번째 질문 : 최근에 가장 많이 들은 노래

한) 1300 - <Smashmouth>, 빈지노 - [NOWITZKI]

외) By Storm - <Double Trio>

 

 : 이전 인터뷰에서 추천해주신 Jean Dawson과 더불어 권기백의 음악을 가장 최근에 들은 노래로 소개해주시면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보겠습니다.

최근에 가장 많이 들은 노래는 어떤 곡이었을까요?

t : 정말 멈출 수가 없는 노래가 하나 있어요. 제가 요새 빠진 한국 힙합 그룹인 1300의 <Smashmouth>입니다.

 

 

 

호주를 베이스로 뭉친 힙합 그룹으로 알고 있기는 한데 멤버 각각의 특이사항까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이 사람들의 노래가 되게 똘끼 넘치고 약간의 실험성도 첨가한 노래들을 만들더라구요.

이 트랙 제목인 'Smashmouth'가 제가 좋아하는 밴드 이름에서 따온 건데, 여담으로 이 밴드의 메인 보컬이 얼마 전에 돌아가셔서 마음이 좀 아팠어요.

트랙 이름 정도만 오마주한 것 같고, 가사 내용이나 뮤비를 보면 밴드와 관련된 별다른 내용이 없는 것 같기는 해요.

 : 1300의 음악을 들어보니까 우리나라의 Brockhampton 같다는 느낌도 들더라구요.

t : 정말 재밌고, 장르도 넘나들고, 한 곳에 묶어둘 수 없는 힙합 그룹인 것 같아요. 아쉬운 건 제가 이 친구들을 좀 늦게 알아서 피지컬 앨범이 품절되었더라구요.

너무 아쉽기도 하고 제가 디깅하는 걸 좋아하니까 호주에 있는 한 사이트에서 이 앨범을 파는 걸 발견했는데, 국내로 배송이 안 되더라구요.

그래서 문의를 넣어보니까 답장을 안 해줬어요. 아쉽지만 피지컬 구매는 언젠가 호주를 가게 된다면 매장을 직접 들려서 구매하는 걸로 생각 중입니다.

그 정도로 요즘 일상에서 정말 많이 챙겨듣고 있는 힙합 그룹입니다. [Foriegn Language]나 최근에 나온 싱글, EP들도 다 챙겨 듣고 있고, 그 중에서 <Smashmouth>는 딱히 엄청난 게 있는 건 아니지만 노래 자체가 너무 신나요.

그리고 보컬들의 카리스마가 뚜렷하고, 제가 마음에 들어하는 분위기의 트랙이라서 싫어할 수가 없는 곡인 것 같아요. 약간 펌핑되는? 그래서 운동할 때도 자주 듣게 돼요.

 : 헬스할 때 들으면 딱 좋겠네요. 뮤직비디오는 항상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기괴하기는 하네요.

t : 저는 아까 말씀해주신 것처럼 Brockhampton도 생각났는데, 살짝 결이 다르기는 하지만 Tyler, The Creator도 떠오르더라구요.

랩에서는 오메가 사피엔 생각이 날 수 밖에 없는데, 영어에 능숙한 한국 래퍼들의 특징이 돋보이는 것 같아요.

비프리, 화지, 오메가 사피엔 같은 래퍼들의 랩을 들어보면 특유의 부드러움이 녹아있어요. 영어가 어떻게 보면 랩에 최적화된 언어잖아요?

그런 부분을 랩 스킬에 적용하는 느낌이 있어서 이런 래퍼들의 공통점이 어느 정도 있는 것 같아요.

 : 말씀해주신 것처럼 한국어가 각진 언어기 때문에 운율을 물 흘러가듯이 자연스럽게 풀어내기가 어렵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한국어의 단점들을 상쇄시킬 수 있는 한영혼용이나 영어를 유려하게 사용하는 래퍼들의 특징을 언급해주셨습니다.

t : 10월 19일에 발매되는 바밍타이거의 앨범도 정말 기대돼요. 정말 이것만을 기다리고 있을 정도로요.

제가 이전에 바밍타이거 믹스테잎 피지컬도 보여드렸었는데, 이번 소금 LP도 예약 구매했고 너무 기다려집니다.

이번에도 8트랙 정도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볼륨이 되게 크더라구요. 과연 어떤 느낌으로 열네 트랙을 담아냈을지 궁금합니다.

국내 앨범을 하나만 더 소개하자면 빈지노의 [NOWITZKI]예요. 정말 과할 정도로 많이 들었어요.

Last.FM 어플을 참고해보니까 나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제가 가장 많이 들은 앨범 Top 5 안에 들어가요. 너무 잘 만든 작품이고 <Camp>는 들을 때마다 살짝 울컥해요.

 

 

 

뮤직비디오도 군대 배경이다 보니까 인상적이기도 하고, 군생활의 희노애락을 잘 담아놓은 음악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버릴 트랙이 단 하나도 없고, 앨범 자체도 재지팩트나 [24:26]과 비교했을 때 빈지노의 성숙함을 높은 완성도로 잘 표현한 것 같아요.

최근에 몇몇 분들이 과대평가 되었다고도 말씀하시던데 저는 전혀 과대평가 되지 않았고 오히려 시간이 흐르면 더 큰 빛을 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빈지노가 커리어의 길이에 비해서 디스코그래피는 그렇게 많지 않은 편이잖아요? 그런데 오히려 그러다 보니까 앨범끼리 명확하게 차이가 나는 것 같아요.

재지팩트 활동을 통해 20대의 청춘과 젊음, 자유로움을 표현했다면 이전 작품 [12]에서는 억지스러운 자유로움이 없잖아 있었거든요.

나이를 먹었음에도 애어른 같은 느낌을 보여줬었는데 본작에서는 지금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래도 너무 잘 받아들이고 음악으로 승화시켰어요.

덕분에 저는 앨범을 들으면서 너무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어 빈지노에게 감사하고, 언젠가는 꼭 라이브로 듣고 싶어요.


해외 곡으로는 제가 이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Injury Reserve를 굉장히 좋아해요. 입이 아프게 찬양했었던 것 같은데 최근 멤버의 죽음으로 팀에 큰 변동이 있었죠.

아예 Injury Reserve에서 By Storm으로 그룹 이름이 바뀌었어요. 최근에 이 이름으로 <Double Trio>라는 곡을 [By The Time I Get to Phoenix]의 마지막 트랙 <Bye Strom>과 함께 묶어 더블 싱글로 발표했어요.

 

 

 

<Double Trio>를 들어보면 새로운 이름으로 출발한 Injury Reserve의 음악을 잘 담아낸 길면서도 웅장하고, 인더스트리얼하면서도 이게 과연 힙합이 맞는 건가 생각이 드는 걸 보면 '포스트 힙합'이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것 같아요.

이전에 조선 펑크락을 들을 때의 충격과 공포를 외국 힙합에서 느끼게 해주더라구요.

그리고 <Double Trio>가 <Bye Strom> 이후에 나와도 유기성이 나쁘지 않게 잘 흘러가는 느낌이 있어요.

<Bye Storm>이 새로운 시작을 암시하는 느낌이라면 <Double Trio>는 알의 부화 과정을 보여주는 것 같더라구요. 뮤비도 재밌기도 해서 계속 보고 듣게 됩니다.

이번에 Injury Reserve가 박스 셋 발매도 했었는데, 군대에 있다보니까 구매하기가 정말 어렵더라구요.

 

 

이게 3분만에 품절이 됐는데 이걸 사려면 사지방에 새벽 두 시까지 있었어야 됐거든요. 제가 어찌저찌 1시까지는 버텨봤는데 결국 사지는 못 했습니다.

그래서 아쉬움을 달래고자 Injury Reserve의 초기작인 [Live from the Dentist Office], [Floss] LP라도 샀어요. 참고로 이건 아직 재고가 있는 걸로 알고 있으니 만약 못 사신 분들은 꼭 구매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Live from the Dentist Office], [Floss]

 

제가 이 팀에 빠지게 된 계기가 이 앨범이거든요. Injury Reserve가 항상 실험적인 음악만 했던 게 아니에요.

과거 음악을 들어보면 정통 힙합스러운 음악도 많이 했는데, 이 앨범들이 그런 부분을 가장 잘 나타냈어요.

예전에는 이 앨범들이 한 게이트폴드에 합쳐져 있었던 것 같은데, 최근에는 개별 판매를 하더라구요. 저번에 못 샀었는데 이 이빨 듀오 앨범이라도 건져서 정말 다행입니다.

 

세번째 질문 : 나만 알고 있는 노래

한) 효도앤베이스 - <응급실에서 사망 / 지옥행>, Precocious Neophyte - [Home In The Desert]

외) slowthai - <Mother>

 

 : 1300, 빈지노, By Storm a.k.a. Injury Reserve에 대해 이야기해주셨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나만 알고 있는 노래는 어떻게 골라주셨을까요?

t : 이 곡은 유튜브에 유출되어 업로드되어 있을 수도 있지만 공식적으로는 CD를 사거나 디지털 음원을 구매하지 않는 이상 들을 방법이 없는데요. 제가 좋아하는 영국 래퍼 slowthai의 [UGLY] 앨범의 CD Only 트랙인 <Mother>입니다.

 

​slowthai – Mother

[Verse] / My mother told me, don't be afraid / Workin' 9 to 5 'til you in the grave / My momma told me, don't be this way / Feed the fire, fuck you [?] / I wish I wasn't burdened

genius.com

 

 

 

이 앨범은 올해 나온 작품들 중에서 무조건 열 손 가락 안에 들 것 같고, <Mother>는 특히 어머니에 관련된 내용이다 보니까 심금을 울리더라구요. 가사에 어머니는 9시부터 5시까지 일하면서 나를 키웠다는 내용도 들어있구요.

그리고 일반적인 랩 트랙이 아니라 사이키델릭하고 포스트 펑크 느낌이 나는 락에 가까워서 더욱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 앨범은 많은 사람들이 구매하시면 좋겠어요. 너무 좋은 작품이고 절판될만한 앨범은 아니니까 아직 여기 저기서 판매하고 있거든요.

오히려 <Mother>가 미공개곡이라서 아쉬워요. 앨범에 수록되어 있었다면 꽤 떴을 것 같거든요.

Jean Dawson과 느낌이 비슷하기도 하고, 가사의 취지도 마음에 들고, 피지컬을 구매한 사람만 소장할 수 있는 곡이기 때문에 좀 더 마음에 드는 것 같아요.


한국 곡으로는 트랙 제목이 조금 긴데, 효도앤베이스 2집에 수록된 <응급실에서 사망 / 지옥행>이에요. '응급실에서 사망'과 '지옥행'이 합쳐진 트랙이니까 어떻게 보면 더블 싱글이죠.

 

 

 

첫 앨범보다는 조금 부드러운 반면에 효도앤베이스가 그 동안 보여주었던 파격적임을 여전하게 담고 있어요.

효도앤베이스는 항상 장르를 단순히 넘을 수 있는 벽에 불과하다는 식으로 음악을 해왔어요. 그러다보니 앨범에는 신나는 트랙도 있고, 사이키델릭한 감성도 있고, 또 어떤 노래들은 블루스스럽기도 하더라구요.

앨범 단위로 굉장히 듣기 좋은 작품인데 아쉽게도 사람들이 많이 안 듣는 것 같아요. 물론 힙합과 거리가 조금 멀기는 하지만 한국에서 이런 팀이 있다는 게 자랑스러울 정도니 많이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센스의 [저금통]을 전곡 프로듀싱한 허키 시바세키, 넘넘이라는 밴드 활동과 솔로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는 베테랑 뮤지션 이재, <한강 gang> 피처링이나 바밍타이거에서 활동했었던 말이 필요 없는 장석훈 등 음악을 굉장히 잘하는 세 명이 모인 팀이니까요.

1집보다 좀 더 펑크스러운 느낌을 담았고, 본인들의 색깔을 발전시켰다는 점에서 앨범을 청취하면서 너무 즐거웠어요.

 : 효도앤베이스는 대중들이 접하기에는 조금 접근성이 떨어지는 밴드캠프를 통해서만 활동을 하잖아요? 음악을 너무 잘 하는 팀인데 특정 사이트를 통해서만 활동을 하는 게 너무 아쉽더라구요.

 

Hyodo and BASS - 2집, by Hyodo and BASS

18 track album

hyodoandbass.bandcamp.com

 

t : 이 밴드의 포인트가 그런 것 같아요. '들을 사람들만 들어라'.

접근성의 한계로 대중들이 접하기에는 조금 어렵지만 밴드캠프 사이트에서 피지컬 구매를 하면 디지털 음원도 제공하거든요.

물론 사람들에게 지원을 하라고 강권하기는 뭐 하지만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생겼을 때 조금의 지원을 해주는 것만큼 좋은 게 없죠.

이런 점들이 뿌듯하기도 하고 피지컬을 수령할 수 있다는 것도 마음에 들어요. 어떻게 보면 일종의 마케팅을 하고 있는 거죠.

 :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효도앤베이스는 밴드캠프라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사이트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이 사이트를 통해 소장할 수 있는 LP나 CD 같은 실물을 제공함으로써 팬들과 아티스트 사이의 관계를 상호보완해주는 것 같아요.

t : 효도앤베이스 같이 덜 알려진 한국 밴드를 하나 더 추천하자면 Precocious Neophyte라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슈게이즈스러운 포스트락 밴드가 있어요.

이 팀의 [Home In The Desert] 앨범 두 번째 곡 같은 경우에는 뮤직비디오도 있고, 앨범의 모든 면이 저의 취향을 저격하더라구요.

제가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요소를 전부 담고 있어요. 제가 모임별을 좋아하기도 하고, 과거의 조월 느낌이 나는 트랙들도 있어서 엄청 잘 듣고 있습니다.

이 밴드도 그렇게 유명한 편은 아닌데 밴드캠프에서 피지컬로 카세트 판매를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혹시 관심이 생기신다면 음악을 한 번 들어보고 피지컬 구매도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너무 좋은 앨범이다보니까 많은 관심을 받았으면 좋겠더라구요.

 : 저도 처음 기타 사운드와 보컬이 나오는 순간을 듣자마자 왜 좋아하시는지 알겠더라구요. 느낌이 좋은 밴드네요. 앨범 커버도 굉장히 멋있구요.

t : 그렇죠. 어릴 때 모습을 앨범 커버로 사용하는 건 명반의 상징이죠. [보편적인 노래] 같은 경우에도 아기 얼굴이 나와있기도 하구요.

 

 

[Home In The Desert], [보편적인 노래]

 

앨범 커버가 좋으면 웬만해서는 음악도 좋다는 클리셰를 사용하면서 '우리 좋은 앨범 만들었어'라는 자신감이 싹 느껴지더라구요.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밴드이다 보니 피지컬을 구매하면 해외 배송이라서 받는 데 조금 오래 걸리긴 하지만 받으면 한 번 리뷰를 해 볼까 생각도 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한국스러운 주제들을 담은 노래들이 있고, 스트리밍 사이트에서도 청취할 수 있어 편하게 접근할 수 있으니 한 번 들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네번째 질문 : 라이브로 듣고 싶은 노래

한) 뉴진스 - <ETA>

외) JPEGMAFIA, Danny Brown - <Burfict!>, Black Country, New Road - [Live At Bush Hall]

 

 : 과하지 않게 10곡에다가 사운드도 마음에 들어서 인터뷰 끝나고 한 번 들어봐야겠네요. slowthai, 효도앤베이스, Precocious Neophyte의 곡을 나만 알고 있는 노래로 소개해주셨습니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서 라이브로 듣고 싶은 노래인데요. 어떤 곡을 선정해주셨을까요?

t : 이 질문은 너무 간단했어요. 일단 첫 번째는 뉴진스예요. 언젠가는 꼭 라이브로 보고 싶네요.

제가 좋아하는 노래는 <ASAP>이기는 하지만 라이브로 듣고 싶은 곡은 <ETA>예요.

 

 

 

군대에서도 CD를 꽤나 많이 보관하고 있는데, CD 플레이어를 사서 [NOWIZTKI]나 뉴진스의 이번 미니 앨범을 즐겨 듣고 있습니다.

뉴진스 멤버들 각각 비쥬얼도 너무 좋고, 노래도 좋기 때문에 라이브로 보면 되게 신날 것 같더라구요.

제가 이전 인터뷰에서도 <OMG>를 택시에서 들었다고 말씀드렸었는데 그 때에 비해서 발전된 것 같아요.

물론 곡 자체는 <OMG>가 제 취향에 좀 더 맞기는 한데 라이브에서 누구보다 재밌게 놀 수 있는 것 같은 노래는 <ETA>라고 생각해요.

브라스 사운드가 사람의 피를 끓게 하고, 안무가 엄청 힘들어 보이는데 편하게 잘 하더라구요.

그런 모습이 되게 존경스러웠어요. 어린 나이에 노래와 안무까지 소화해가면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게 대단하더라구요.

살면서 아이돌 덕질을 해 본 적이 없는데 뉴진스만큼은 진심으로 덕질 하고 있습니다.

 : 뉴진스의 곡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트랙으로 <ASAP>을 골라주셨는데 이유가 있으실까요?

 

 

 

t : 되게 간단한 이유인데 너무 듣기가 편해요. 제가 음악성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ASAP> 같은 경우에는 음악성도 좋은 것 같아요.

그런데 맨 정신일 때 들은지는 꽤 됐어요. 보통 졸릴 때 많이 듣는데 이게 앨범의 마지막 트랙이다 보니까 몽롱할 때 들은 기억 밖에 없네요.

<ASAP>에서 몽환적인 '틱 탁 틱 탁' 루프가 나오잖아요. 처음에는 뭐지 싶었다가 나중에 들어보니 그것만한 루프가 없더라구요.

그리고 앨범에서 가장 짧은 트랙인 <Get Up>과 <ASAP>이 멤버들 전원의 보컬 실력이 부각되었다고 생각해요. 사운드 자체가 미니멀하다 보니까 보컬이 바로바로 드러나잖아요?

그리고 뮤직비디오도 보다 보면 약간 최면 걸리는 듯한 느낌이 들고, 제가 아는 모든 아이돌 뮤직비디오에서 가장 인상 깊을 정도로 잘 뽑혔어요.

뮤직비디오의 분위기도 제 취향이고, 멤버들도 너무 예뻐서 여러 번 반복해서 보게 됩니다. 이런 부분들 때문에 <ASAP>을 가장 좋아해요.


해외 곡 중에서 라이브로 듣고 싶은 노래는 JPEGMAFIA와 Danny Brown의 [SCARTING THE HOES]예요.

제가 아직 올해 나온 앨범들을 순위를 매겨보지 않아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 중에서도 손 꼽힐 정도로 좋게 들었어요.

이 앨범도 당연히 피지컬을 주문해서 얼마 전에 CD와 카세트 테잎을 받았어요. 그리고 USB도 있는데 이런 점이 되게 센스 있고 멋있는 것 같아요.

사실 메인스트림까지는 아니지만 Danny Brown의 이름이 대중들에게 굉장히 친숙할 정도로 관심을 많이 받는 아티스트였어요. JPEGMAFIA 같은 경우에는 언더그라운드에서는 거의 신에 가깝구요. 둘의 접점이 이전부터 계속 있어왔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이 둘의 합작은 항상 바라왔던 거기는 했어요.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과 라이브로 듣고 싶은 노래가 다른데, 후자는 <Burfict!>예요. 정말 피가 끓는 트랙이죠.

 

 

 

제가 Danny Brown의 파격적인 목소리 톤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JPEGMAFIA도 예전부터 정말 좋아하는 아티스트라서 둘의 합작이 나온다고 했을 때부터 이건 정말 심상치 않은 앨범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내게 있어 정말 중요한 작품이 될 거라고 무의식적으로 느꼈는데 제 기대치를 한창 뛰어넘는 엄청난 앨범이 나와서 정말 놀랐어요.

사실 Danny Brown과 JPEGMAFIA는 제가 알게된 지 그렇게 오래되지도 않았고, 나이대에 비해서 활동 기간도 긴 래퍼들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이 둘의 앨범들을 피지컬로 많이 보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힙합엘이 회원님들께서 JPEGMAFIA의 최고작으로 뽑으시는 [LP!]와 일본에서 공수해 왔던 Danny Brown의 최애 앨범 [Atrocity Exhibition]은 가지고 있어요.

 

 

[LP!], [Atrocity Exhibition]

 

제가 한 때 가장 좋아하는 앨범 중 하나로 꼽을 정도로 [SCARING THE HOES]의 아성과 견줄만하다고 생각합니다.

 : 뉴진스의 앨범과 마찬가지로 좋아하는 곡과 라이브로 듣고 싶은 노래가 다르다고 말씀해주셨는데, [SCARING THE HOES]에서 가장 좋아하시는 곡은 무엇일까요?

t : <HOE (Heaven On Earth)>인데, 우선 이 앨범 자체가 커버에서 JPEGMAFIA가 성경을 들고 있는 것처럼 가스펠스러운 샘플들이 엄청나게 많거든요.

 

 

 

<HAZARD DUTY PAY!>처럼 과격하고 과감한 샘플링을 좋아하는데, 이런 샘플 루프들이 제 귀에는 너무 좋게 들리더라구요. 특히 앨범 전반적인 가스펠 소스들이 엄청 마음에 들었고 청각적 쾌감을 주는 트랙이라고 생각했어요.

 

 

 

또, 앨범의 후반부에 배치되어 있는 곡이다 보니 앨범을 마무리하면서 정말 좋은 작품이었음을 다시 한 번 각인 시켜주는 곡이라서 가장 좋아하는 것 같아요.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기 전에 하나를 더 소개드리자면 이전에도 말씀드린 Black Country, New Road의 [Live At Bush Hall]이라는 앨범이 있어요.

새로운 트랙리스트를 보유하고 있는 라이브 앨범인데, 이건 유튜브에 라이브 영상이 업로드 되어 있어요.

 

 

 

아시다시피 원래 메인 보컬이었던 Isacc Wood가 정신적 부담감으로 인해 팀을 떠난 뒤, 매 트랙마다 다른 보컬이 나오면서 앨범이 진행되는데 너무 좋더라구요.

라이브 영상 같은 경우에는 미국 고등학교의 하이틴스러운 콘셉트를 잡았고, 이 앨범을 너무 좋게 들었기 때문에 Black Country, New Road의 미래가 무척 기대됩니다.

첫 곡이 <Up Song>인데, 처음 시작할 때 내레이션이나 트럼펫 사운드, 코러스에서 나오는 'BC NR Friends Forever' 같은 청소년 시기의 친구를 강조하는 가사들이나 Tyler Hyde의 보컬도 너무 매력적이더라구요. 이 분은 아마 추후에 나올 BNCR의 앨범에서 메인 보컬을 맡지 않을까 싶어요.

 

 

 

영상 편집도 편집인데 복장이나 세트장만 봐도 콘셉트가 굉장히 뚜렷하고, 이 공연 자체에도 뮤지컬처럼 일종의 내용이 있어요.

물론 매번 라이브를 이렇게 진행하는 건 아니지만 재미있는 콘셉트이기 때문에 한 번 쯤 라이브를 통해 경험해보고 싶습니다.

얼마 전에 일본에 간다는 소식을 듣기는 했는데 군대에 있으니까 아마 또 놓치겠죠?

 : 모든 멤버들이 돌아가면서 노래를 부른다는 점이 브로콜리너마저의 과도기를 연상시키네요.

소개해주신 영상의 색채감이나 콘셉트가 예쁘고 재밌어서 한 번 풀 영상으로 보면 좋겠네요.

t : 좀 더 포스트락스럽고 아방가르드한 느낌의 브로콜리너마저라고 볼 수 있겠네요. 나중에 시간되시면 공연 보듯이 쭉 보면 정말 후회 없으실 거예요.

특히 마지막 곡 <Dancers>는 개인적으로 큰 감동을 받은 노래라서 언젠가 기회가 되실 때 들으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다섯번째 질문 : 여행과 관련된 노래

한) 윤지영 - <문득>

외) Lil Ugly Mane - <Headboard>

 

 : 뉴진스, JPEGMAFIA & Danny Brown, BNCR을 라이브로 듣고 싶은 아티스트로 소개해주셨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여행에 관련된 노래는 이전에 Daniel Ceasar의 <Japanese Denim>으로 골라주셨잖아요? 이번에는 올해 들어 여행과 관련된 인상 깊은 순간이 있으셨는지 궁금하네요.

t : 사실 제가 군대에 있다 보니까 여행지는 잘 못 갔고, 휴가 복귀를 하는 차에서 여행의 느낌을 많이 받았죠.

하도 거리가 멀다 보니까 휴가 출발과 복귀할 때 버스를 오래 타는데, 그런 일종의 여행 같은 느낌이 드는 몇몇 트랙이 있었어요.

그 중 하나가 TRPP라는 슈게이징 밴드에서도 활동하며 특이한 커리어를 가진 인디 솔로 가수 윤지영의 <문득>이라는 곡이에요.

 

 

 

인디 씬에서 나름 인지도가 있는 분이시고, 가사가 굉장히 매력적인 걸로 유명한데 이 곡은 가사와 상관 없이 노래 자체가 청량하고 자유롭고, 새로운 시작을 하는 듯한 느낌이 있어요.

노래 주제와는 살짝 상반되기는 하지만 제 마음에 드는 노래이기도 하고, 이전에 선정했던 <Japanese Denim>도 주제로만 따지면 사실 여행과 거리가 있잖아요? 그 곡이 여행의 편안함을 상징했듯이, <문득>은 여행의 설렘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 말씀해주신 것처럼 버스 안에서 눈 딱 감고 즐기기 좋은 사운드인 것 같고, 윤지영은 TRPP에서는 무슨 일본인 콘셉트로 활동을 하고 있더라구요?

t : 맞아요. 자기가 윤지영이 아니라면서 활동하고 있는데, 그건 음악적인 캐릭터니까 응원합니다. 항상 윤지영 같은 가수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약간 신세대 계피 같은 느낌이 있거든요. 보컬 자체의 역량을 떠나서 전달하려는 바를 조곤조곤하게 잘 전달하고, 음악성도 뛰어난 가수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TRPP와 윤지영의 피지컬도 가지고 있는데, 전자 같은 경우에는 국내에서 품절되어서 밴드캠프에서 눈물을 머금고 배송비를 덧붙여 구매했던 기억이 있네요.

EP 앨범인 [Blue Bird]나 최근에 나온 정규 [나의 정원에서]도 너무 잘 들었기 때문에 모두 LP로 구매했습니다.

 

 

 

[TRPP], [Blue Bird], [나의 정원에서]


여행에 관련된 외국 곡으로도 비슷한 느낌으로 골랐는데, Lil Ugly Mane의 <Headboard>라는 곡이 있어요.

 

 

 

이 사람 같은 경우에는 대표적으로 장르를 타지 않는 래퍼이기도 하고, 과거와 현재의 스타일을 비교해보았을 때 이 곡이 현재 스타일의 시초였던 것 같아요.

<Headboard>를 통해 Lil Ugly Mane이라는 아티스트가 이제 이런 음악을 하려는 거라는 걸 알 수 있었던 거죠.

윤지영의 <문득>이 여행의 설렘을 표현했다면, <Headboard>는 여행의 불확실함에서 오는 떨림과 긴장감이 느껴졌어요.

 : 안 그래도 힙합엘이에서 Lil Ugly Mane에 대한 여러 소식을 접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충격적인 건 재즈 앨범을 발매했다는 거였어요. 정말 다양한 스타일과 장르로 앨범을 꾸준하게 발매하는 게 무척 대단하더라구요.

t : 이 사람이 Lil Ugly Mane뿐만 아니라 다른 활동명으로도 워낙 많은 앨범을 발매해서 커리어를 훑기가 쉽지가 않아요.

재즈 앨범은 저도 들어본 적이 없는데 이왕 이렇게 된 거 한 번 확인해봐야겠습니다.

말씀해주신 것처럼 Lil Ugly Mane은 정말 다양한 음악을 시도했는데, [THIRD SIDE OF TAPE]이라고 2015년에 발매한 앨범이 있어요.

 

 

Lil Ugly Mane - [THIRD SIDE OF TAPE]

러닝 타임이 두 시간이 넘고, 50여곡이 수록된 작품인데 블랙 메탈, 데쓰 메탈, 디스코, 전자음악, 슬램, 쓰레시 메탈, 익스페리멘탈 힙합 등 이 앨범 하나에서만 다수의 장르를 넘나드는 시도를 하거든요.

들어보셨을지 모르겠지만 재밌는 작품이니 기회가 된다면 한 번 시도해보시는 걸 추천드려요. 여러모로 지루할 틈이 없는 앨범이에요.

이번에도 Mac Demarco가 러닝 타임이 8시간이 넘는 앨범을 발표했잖아요? 근데 그 앨범 같은 경우에는 2010년대의 Mac Demarco의 일대기를 담아냈다 보니까 아무래도 짜투리나 버리는 카드들이 다수 수록되었죠.

그런데 [THIRD SIDE OF TAPE]은 생각보다 버릴 트랙들이 많지 않아요. 실험적인 시도들이 웬만하면 성공적이라서 깜짝 놀랐습니다.

 : Lil Ugly Mane의 실험성을 이야기해주시면서 [THIRD SIDE OF TAPE]이라는 앨범도 함께 소개해주셨습니다.

<Headboard> 같은 경우에는 Lil Ugly Mane의 음악적 방향성과 더불어 여행의 혼란스러움과 두려움이 담겨 있다고 말씀해주셨네요.

t : 맞아요. 그리고 제가 여행을 갈 때 계획은 세우는 편이 아니거든요. 즉흥적으로 여기 가고 싶다 해서 일주일만에 해외로 떠난 적도 있어요.

친구들도 대부분 저랑 스타일이 비슷해서 아무런 계획과 준비도 없이 여행을 떠나곤 했는데, 그런 혼란 속의 낭만을 이 곡이 잘 캐치한 것 같아서 좋았어요.

 

여섯번째 질문 : 취미와 관련된 노래

외) Funkadelic - <Hit It And Quit It>, Open Mike Eagle - <CD Only Bonus Track>

 

 : 알겠습니다. 여행에 관련된 노래로는 <문득>과 <Headboard>를 소개해주셨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볼게요.

취미와 관련된 노래인데요, 이전 인터뷰에서는 외부적인 취미와 내부적인 취미를 나눠서 이야기해주셨어요. 이번에는 취미를 어떻게 골라주셨을지 궁금하네요.

t : 사실 이거 같은 경우에는 변함이 없어요. 다른 건 최대한 변화를 주려고 했는데, 인터뷰 초반부에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사적인 생활과 외적인 생활을 완전히 절단을 시켜놓는 편이에요.

사적인 생활로 들어가게 되면 제가 이것저것 많이 하거든요. 플레이스테이션으로 게임을 한다거나 밖에서 친구들을 만나서 즐겁게 노는 것 등등이요.

그런 저의 외적인 모습을 담은 곡은 Funkadelic의 가장 유명한 앨범 [Maggot Brain]에 수록된 <Hit It And Quit It>으로 골라보았어요.

 

 

 

이 노래가 자유롭고 재지하고 소울풀하면서 장난기가 많다고 느껴졌거든요. 그런 장난스러운 분위기가 약간 저의 외적 사화생활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사람을 만날 때 굉장히 텐션이 높은 편이거든요. 술 마시고 클럽 가고 이성 친구 만나는 걸 좋아하는 저와 이 곡의 결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외적인 취미와 관련된 곡으로 골라보았습니다.

 : 이 곡의 익살스러운 분위기가 todd님의 텐션과 잘 맞으시는 거군요. 그럼 보통 클럽을 가게 되면 어떤 식으로 일과가 흘러가나요?

t : 보통 저는 클럽을 여자를 만나려고 가는 게 아니라 술집을 간 다음 2차, 3차 느낌으로 가요. 이미 모인 사람들끼리 술을 마신 뒤에 심심하면 클럽으로 가는 거죠.

워낙 저희들끼리 많이 가도 보니까 이제 그 쪽에 아는 사람들도 몇 있고, 술을 얻어마시면서 놀곤 하는데 항상 늦게 시작해서 엄청 늦게 끝나는 술자리다 보니까 피곤하기는 한데 군대에 있다 보니 한 번씩 그립기는 하네요.

보통 클럽은 음악의 성지인 홍대 쪽으로 많이 가는 편이죠. 홍대 힙합 사이퍼, 인디 음악 등 홍대의 음악 씬이 엄청 유명하잖아요? 또, 공연도 좋아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홍대 근처를 즐겨 다니게 되더라구요.

어떻게 보면 공연은 내적인 취미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야기를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남들에게 음악에 대해서 강요를 하게 돼요.

그렇게 걷잡을 수 없이 이야기를 늘어놓을 바에 아예 음악에 관련된 말은 안 하는 게 낫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끼리 가끔 음악에 대한 주제가 나오면 빈지노 좋아한다고 이야기 해요.

실제로 많이 돌리기도 했고, 노래방 가면 빈지노 노래 밖에 안 부르거든요. 애들도 그만 좀 부르라고, 또 빈지노냐고 이야기해도 저는 어쩔 수 없어요.


취미와 관련된 노래로는 다른 질문들과 다르게 두 곡 다 외국 곡으로 준비했는데, 다른 하나는 Open Mike Eagle의 <CD Only Bonus Track>입니다.

 

 

 

현대판 셰익스피어라고 할 수 있는 Aesop Rock이 피처링으로 참여했고, 굉장히 위트 있고 너디하고 저와 결이 잘 맞는 트랙을 만들어냈어요.

훅에서 음악 기기의 이름이나 브랜드 명을 나열하는 점이 재미있기도 하고, 저의 음반 수집 취미와도 잘 맞는 것 같아요.

보통 외국 힙합 래퍼들이라고 하면 총, 마약, 여자나 가끔 사회적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이 사람들은 본인들의 정신적 문제들이나 소위 말하는 너디한 주제들로 트랙을 정말 잘 만들어요. 그런 부분 또한 저의 내적 취미와 잘 맞네요.

 : 힙합의 매력 중 하나가 Verse에 많은 단어를 넣을 수 있어 자신의 이야기를 곡에서 마음껏 풀어놓을 수 있다는 것이잖아요?

그런 점에서 Open Mike Eagle과 Aesop Rock이 트랙에서 풀어내는 너디한 주제들이나, 실제 보너스 트랙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CD Only Bonus Track'이라는 제목을 지으면서 둘이 깔깔거렸을 생각을 하니까 곡이 더 유쾌하게 다가오네요.

t : Open Mike Eagle의 전작이 내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발매가 되었는데, 본작 같은 경우에는 기존에 청자들이 큰 매력을 느꼈던 장난스럼이 가득한 코미디언 Open Mike Eagle의 복귀를 알리는 신호탄이었거든요. 그래서 이 앨범에 좀 더 정이 많이 갔네요.

 

일곱번째 질문 : 과거/현재/미래를 대표하는 노래

과거) 조월 - <Stay>

현재) 사뮈 - <두통 없는 삶>

미래) 델리스파이스 - <가면>

 

 : 본인의 정신적 컨디션의 회복을 알리는 듯한 Open Mike Eagle의 곡도 함께 소개해주시면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볼게요.

과거, 현재, 미래를 대표하는 트랙인데요. 혹시 국내/외 각각 세 곡 씩 여섯 곡을 골라주신 걸까요?

t : 제가 이전 인터뷰에서는 세 곡 다 외국 트랙으로 선정을 해서 이번 인터뷰에서는 한 번 꼬아서 세 곡 전부 한국 곡으로 골라보겠습니다.

과거부터 먼저 소개하자면 예전에 정말 많이 듣기도 했고, 놀랍게도 최근에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정식 발매가 된 조월 1집 [네가이곳에서보게될것들]에 수록된 <Stay>라는 곡이에요.

 

 

 

전형적인 한국 포스트록의 리바이벌의 시초를 알리는, 우리나라 음악계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앨범이기도 하죠.

조월 같은 경우에는 모임 별이라는 의미가 큰 밴드에서 활동하는 것과 더불어 제가 좋아하는 속옷밴드의 메인 보컬로서 자리잡고 있기도 하구요.

물론 제가 이 앨범이 나올 당시에 음악을 직접적으로 접한 건 아니지만, 당시 인디 씬에서는 음악 성향이 둘 중 하나였거든요.

델리스파이스의 모던 록 스타일이나 노브레인의 조선 펑크 식으로 갈래가 나뉘어졌는데, 미국의 포스트락과 슈게이징을 따온 다음 일렉트로닉한 사운드를 덮은 이러한 스타일은 어떻게 보면 한국에서 시초 격이었던 거죠.

어떻게 보면 한국 인디 씬의 돌연변이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죠. 제가 그 당시에는 너무 어려서 뒤늦게 깨닫기는 했지만, 그 시대를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면 아마 이 사람의 공연장을 막 찾아가지 않았을까 싶어요.

 : 그 당시 유행을 선도하는 건 아니었지만 매니아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스타일이었던 거네요.

곡 이름도 'Stay'다 보니까 왠지 과거를 되돌아보게 하는 느낌도 담겨있구요. 유튜브 영상 업로드 날짜를 참고해보니까 23년 9월인데, 정말 최근에 스트리밍이 풀린 것 같아요.

t : 그렇죠. 아마 포락갤 하는 사람들은 굉장히 공감할 거예요. 물론 제가 포락갤을 하지는 않지만 왠지 그 쪽 성향과 잘 맞을 것 같네요.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이 앨범을 들을 수 없다 보니 피지컬 앨범을 만선이라는 사이트에서 직접 구매했거든요. 좋은 앨범에 돈을 쓴 건 후회하지는 않지만 살짝 아깝게 된 케이스이기는 합니다.

아까 언급했듯 군대에도 CD를 몇 장 보관하고 있는데, [NOWITZKI], 뉴진스 미니 앨범, 새소년 앨범을 포함하여 이 앨범도 군대에 두고 자주 돌리고 있어요.


현재를 대표하는 노래로는 사뮈의 [농담] 앨범에 수록된 <두통 없는 삶>을 골라보았어요. 두통 없는 삶이 사실 모든 사람들의 목표 아니겠어요?

 

 

 

이 곡의 제목처럼 두통 없는 삶을 위해서 제가 살아가고 있다는 의미를 담아 선정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사뮈의 굵고 낮은 보컬 톤이 제 취향이기도 해요.

 : 목소리에서 King Krule이나 Bakar가 연상되기도 하더라구요. 두통 없는 삶을 지향한다고 하셨는데, 최근에 두통이 생길 만한 일은 어떤 게 있었을까요?

t : 군대가 두통이죠. 얼마 전에 군대에서 징계를 받기도 했어요. 사람이 되게 간사한 게 흡연장이 되게 가까운데, 가까우니까 더 가기 싫더라구요.

그래서 흡연장 외에서 흡연을 하다가 몇 번 적발이 돼서 징계를 받았어요. 물론 제 잘못이 맞기는 하지만 이것도 나름의 스트레스죠.

제가 다음 달에 병장이다 보니 현재 상춘기가 살짝 왔거든요. 내년 1월이 전역인데 시간이 정말 안 가고 있습니다.

 : 병장 때는 시간이 더 안 가더라구요. 혹시 군대에서 시간을 보내는 나만의 꿀팁 같은 게 있으신가요?

t : 그냥 운동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원래 군대에 스피커를 챙겨가서 체단실에서 스피커로 노래를 틀어놓고 운동을 했었는데, 최근에 손을 다쳐서 이제 못 할 것 같기는 하네요.

운동할 때는 주로 아까 소개한 1300 앨범이라든지, 최근에 발매된 Travis Scott의 [UTOPIA]나 비프리의 <부활절> 같은 트랙들도 운동하면서 듣기 좋더라구요.


미래를 대표하는 노래는 델리스파이스 1집 타이틀 곡인 <가면>으로 골라보았어요. 대부분 <챠우챠우>를 타이틀 곡으로 알고 있으시더라구요.

 

 

 

정말 좋아하는 노래이긴 한데 곡을 들어보면 미래와 전혀 상관 없는 내용이기는 해요. 그럼에도 이 곡을 미래를 대표하는 노래로 고른 이유는 제가 나이가 엄청 많은 편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지더라구요.

그리고 이 앨범 같은 경우에는 제가 처음 한국 인디 씬의 노래들을 제대로 감상하게 된 계기이기도 해요. 그래서 <가면>과 델리스파이스 1집을 들을 때만큼은 약간 옛날로 돌아가고 싶더라구요.

만약에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고,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과거에 대한 열망이 커져서 이 주제에 예전에 발매된 노래를 선곡해보았습니다.

델리스파이스의 앨범도 이 작품만 아시는 경우가 많던데, 디스코그래피를 한 번 훑어보시면 가장 최근에 발매한 앨범을 제외하고 전부 좋은 퀄리티를 보여줍니다.

7집 같은 경우에도 듣기에는 아쉬웠지만, 이렇게 오래된 밴드가 여전히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높은 점수를 줄 만해요.

제가 스파게티를 좋아해서 그런지 앨범 커버도 너무 예쁘고, 밴드 이름처럼 뭔가 인도 음식점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은 비주얼이 특히 인상적이더라구요.

그런데 앨범을 들어보면 전형적인 대한민국의 모던 락 감성을 느낄 수 있죠. 언니네 이발관이 이 장르의 시작을 이끌고, 델리스파이스가 완성시키지 않았나 싶습니다.

 

마지막 질문 : 인생 곡 혹은 인생 앨범

한) 비프리 - <WATER WORLD>, 모임 별 - <부드러운 인생>, 속옷밴드 - [우리는 속옷도 생겼고 여자도 늘었다네]

외) Marvin Gaye - <What's Going On>, Kanye West - <Famous>, MF Doom - [Born Like This]

 

 : 과거, 현재, 미래를 대표하는 노래로는 한국에서 발매된 인디 장르의 곡들을 골라주셨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보겠습니다.

어느덧 마지막 질문을 드릴 차례인데요. 인생 곡 혹은 인생 앨범을 소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t : 이 질문은 한국 곡과 외국 곡을 각각 두 곡씩 골라보았고, 힙합 장르에서 한 트랙, 힙합이 아닌 장르에서 한 트랙을 선정해보았습니다.

한국 곡 먼저 소개하자면 비프리의 [MacGyver] 앨범에 수록된 <WATER WORLD>입니다.

 

 

 

물론 발매된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지금 들어도 충분히 세련되었고, 어떻게 보면 이 앨범이 비프리의 커리어하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비프리의 랩 커리어에서도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던 것 같은데, 그 중에서도 가장 부드러운 스타일을 보여준 것 같아요.

가사도 정말 좋고, 플로우는 말할 것도 없죠.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영어를 잘하는 한국 래퍼의 전형적인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듯 해요.

비프리의 모든 곡을 정말 좋아하지만 그 중에서도 <WATER WORLD>는 한국 힙합 인생 곡으로 뽑을 수 있을 정도로 좋게 들었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비프리의 최고 명반으로 [FREE THE BEAST]를 고르시지만 저는 [MacGyver]가 비프리가 보여줄 수 있는 음악의 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힙합이 아닌 국내 곡은 앞서 잠시 소개드렸던 조월이 포함된 모임 별이에요. 지금은 새소년의 황소윤도 멤버로 활동하고 있더라구요.

모임 별은 밴드라고 하기에는 살짝 뭐 하고 여러 아티스트들이 모인 그룹이나 레이블이라고 할 수 있죠.

이 팀의 앨범 중에 [월간뱀파이어 다섯번째호 ‘지혜롭고아름다운사람을포기하는법’]라는 작품이 있는데, 이건 유튜브에 풀 앨범이 업로드 되어 있더라구요.

 

 

 

이건 사실 앨범이기 전에 이 팀의 매거진이라고 할 수 있어요. 매거진에 CD를 덧붙여서 발매를 하는 건데, 음악뿐만 아니라 영화, 뮤직비디오, 시청각 예술 등 다양한 방면으로 뻗어나가 있는 그룹이라고 할 수 있죠.

세이수미, 새소션, 조월, 속옷밴드 등 한국 인디 씬에 인지도 있는 사람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는 종합문화예술 단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그 중에서 <부드러운 인생>이라는 곡을 골라보았고, 제가 왜 한국 음악을 좋아하는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해준 노래입니다. 제 음악 취향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받았죠.

저에게 가장 좋아하는 한국 앨범 다섯 장을 뽑아보라고 한다면 한 장은 속옷밴드의 앨범을 말씀드릴 거고, 그 다음이 아마 이 앨범일 거예요.

한국 포스트락, 슈게이징 씬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월간뱀파이어 다섯번째호 ‘지혜롭고아름다운사람을포기하는법’]은 모두가 한 번쯤 들어보셨으면 좋겠어요.

어떻게 보면 이 앨범 전체가 제 인생 곡이기 때문에 <부드러운 인생>뿐만 아니라 모든 수록된 노래들을 무척 애정합니다.

인생 곡과 더불어 인생 앨범도 추가로 소개해보자면 지겹도록 언급했던 속옷밴드의 셀프 타이틀 앨범인 [우리는 속옷도 생겼고 여자도 늘었다네]예요.

 

 

 

한국 음악계의 가장 큰 업적이 아닐까 싶기도 한 앨범이라고 생각하고, 조월과 함께 슈게이징 장르를 토대로 활동했고 단 두 장의 작업물만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져버린 밴드입니다. 그럼에도 언더그라운드 인디 씬에서는 전설로 남아있죠.

현재 대한민국 슈게이징을 생각하면 파란노을이나 BrokenTeeth 정도가 떠오르는데, 이 밴드들이 파생될 수 있도록 가장 큰 역할을 해준 것이 속옷밴드죠.

아마 이 분들이 듣는다면 제 뺨을 후려갈길 수도 있는데, 감히 대한민국의 My Bloody Valentine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속옷밴드는 이전에 [Loveless] 헌정 앨범에도 참여할 정도로 mbv를 좋아하는 사람들인데 제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는 걸 알면 큰일 나지 않을까 싶네요. (웃음)

살짝 아쉬운 부분이라고 한다면 스트리밍 사이트에 앨범이 업로드되어 있지 않아 이 분들의 작품들을 듣기 위해서는 만선이라는 사이트에서 구매를 해야합니다.

나중에 시간과 돈의 여유가 생기신다면 꼭 한 번 들어보시는 걸 추천드릴게요. 언젠가는 조월의 1집이 풀린 것처럼 스트리밍 사이트에 업로드될 수도 있겠죠.


외국 노래로 넘어가서 힙합이 아닌 곡을 먼저 소개하자면 Marvin Gaye의 <What's Going On>이에요.

 

 

 

힙합엘이 회원님이라면 전부 다 아실 것 같은 노래인데, 흠 잡을 데가 없는 곡이죠. 보컬, 멜로디, 코드 진행, 가사 등 모든 음악적인 면에서요.

단 하나의 흠이라고 한다면 자신의 메세지를 청자에게 반복해서 주입하려는 느낌을 준다는 것? 하지만 그건 음악성이라는 요소에 너무나 간단하게 묻혀버립니다.

그런데 원래 Marvin Gaye가 이런 스타일의 앨범을 내는 아티스트가 아니였어요. 원래 Marvin Gaye는 미국 알앤비/소울 장르에서 섹스 심벌 같은 사람이거든요.

하지만 이 작품에서만큼은 기존 Marvin Gaye의 부드러움도 담아내면서 당시 시대에 대한 본인의 철학도 가감없이 나타내었어요.

그런 점에서 <What's Going On>은 음악 역사상 가장 위대한 노래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항상 들어도 질리지도 않고, 음악적인 면에서 이 노래를 능가하는 곡을 아직까지는 찾아본 적이 없어요.

앨범 자체로도 너무 훌륭한 작품이고, 그 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기 때문에 인생 곡으로 골라보았습니다.

외계인이 지구에 와서 인류의 음악을 들려달라고 한다면 자신 있게 <What's Going>을 들려줄 것 같아요.

 : 말씀해주신 것처럼 Marvin Gaye가 몸담고 있던 모타운 레이블은 싱어는 노래를 부르고 프로듀서는 노래를 만드는 철저한 분업화가 이루어지고 있었죠.

하지만 대중성과 상업성에만 신경을 쓰는 아티스트들이 이에 점차 반감을 드러내면서 Marvin Gaye의 [What's Going On]을 기점으로 앨범의 콘셉트나 주제 의식을 스스로 정하고 담아낼 수 있게 되었죠.

그런 의미에서 좀 더 역사에 남을 만한 앨범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Stevie Wonder 또한 Marvin Gaye의 덕을 톡톡히 보기도 했구요.

마지막으로 소개해주실 외국 힙합 트랙은 어떤 곡으로 골라주셨나요?

t : 이걸 고르는 건 너무 간단했어요. 워낙 유명한 Kanye West의 <Famous>인데, 이 곡은 개인적으로 제게 의미가 커요.

 

 

 

Rihanna가 초반부를 멋지게 장식해주고, 미친 프로듀싱을 통해 후반부에 청각적 쾌감을 선사하는 완벽한 노래인데, 이전까지 저는 Kanye의 노래를 <Black Skinhead> 밖에 몰랐어요.

물론 이런저런 곡들을 들어보기는 했지만 그렇게까지 깊게 탐구하지 않았는데, <Famous> 덕분에 Kanye라는 아티스트에 대한 존재를 좀 더 확고히 알게 된 거죠.

뮤직비디오도 여러 유명인들의 나체로 도배가 되어 있고, 특히 비프가 있었던 Taylor Swift의 모형도 넣었다는 게 충격이었죠. 원래 정신 나간 줄은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더 제정신이 아니더라구요. (웃음)

그래서 Kanye West가 점차 궁금해졌고, 그렇게 [The Life Of Pablo]를 처음 앨범 단위로 온전하게 듣게 되었죠.

아마 사람들마다 Kanye를 접하게 된 경로나 앨범이 다를 거예요. 저 같은 경우에는 처음 접하게 된 [The Life Of Pablo]를 아직까지도 Kanye의 최고 앨범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속옷밴드처럼 외국에서도 인생 앨범을 하나 골라보자면 LCD Soundsystem의 [This Is Happening]이에요. 이 앨범을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아마 이런 음악들을 들어보면 당연히 Iggy Pop이 떠오를 수 밖에 없어요. 물론 Iggy Pop도 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 중 하나지만, 이 앨범은 Iggy Pop의 작업물보다 훨씬 좋더라구요.

Iggy Pop과 자신을 비교했다는 이야기도 James Murphy가 들으면 욕하지 않을까 싶네요. 왜냐하면 그런 과거의 음악들을 몇 번 언급하면서 리스펙트를 보여주기도 했거든요.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언급하자면 힙합 장르에서는 MF Doom의 [Bore Like This]예요.

최근 탑스터에서 가장 첫 앨범으로 이 작품을 고르기도 했었는데, Kanye와 비슷하게 이 앨범을 통해 MF Doom을 접했기 때문에 더 기억에 남는 것 같고 다른 작품들보다 상대적으로 과소평가 받는 것 같아요.

저는 [MadVilliainy]보다 [Born Like This]가 좀 더 좋은 앨범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Doomsday]나 [Mm.. Food] 같이 훌륭한 앨범을 발매했었지만 [Born Like This]는 특별함이 있어요.

이 앨범에는 여러 프로듀서들과 MF Doom이 협업을 했기 때문에 제 2의 [Mm.. Food] 같은 느낌이 나거든요. 피처링진도 화려한 편이고, 우탱 클랜의 멤버들과 라임을 주고받는 것도 되게 듣기 좋아요.

 

 

 

<That's That>에서 MF Doom이 갑자기 노래를 부르기도 하는데, 이건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이라 너무 신선했고 놀랐어요.

노래를 정말 못 부르는데 그런 뛰어나지 않은 보컬 실력까지 이 앨범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정감이 많이 가는 작품이고, 가장 많이 돌리는 MF DOOM의 앨범이기 때문에 마지막 인생작으로 꼽아보았습니다.

 

Outro : 인터뷰 참여소감

 

 : 마지막 질문에서 정말 다양한 노래들을 소개해주신 걸 끝으로 오늘의 인터뷰가 모두 마무리되었습니다.

두 번째 인터뷰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었는데요. 새삼스럽지만 줌터뷰 참여 소감도 한 번 들어볼 수 있을까요?

t : 역시 너무 재밌죠. 제가 음악 이야기를 하는 걸 정말 즐겨하기도 하고, 또 언제 이렇게 제 꽁꽁 숨겨놓은 피지컬들을 보여드리겠어요.

이걸 다 인증하려면 아마 힙합에 박혀 살아야 할텐데 그러기는 또 싫어서 이렇게나마 자랑할 수 있어서 좋네요.

 : 피지컬 인증과 함께 다양한 노래를 추천해주셔서 저도 너무 즐겁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줌터뷰를 다시 한 번 찾아주셔서 무척 감사드리고 오늘 고생 너무 많으셨습니다!

 

[힙합엘이 줌터뷰 모음집 링크] https://hiphople.com/fboard/24321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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