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벌진트 (Feat. Car, the garden) - 그것이알고싶다
‘너는 뭐가 그렇게 잘나서 그러는데?’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기에 그 누구든 무력하게 만들 수 있는 한마디다.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싶을 때, 자신의 떳떳하지 못함을 무마하기 위해 쓰이는 마법의 논리이기도 하다. 이 말에 동의하는가? 나는 우리 사회가 그 말에 동의했기에 수단과 과정이 올바른지에 대한 문제를 둘째로 제쳐두고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물질적인 상태에 비해 정신적인 상태가 따라가지 못하는 '문화 지체'를 겪고 있다고 하면좀 더 쉽게 설명이 될까. 그렇다고 해서 손을 놓을 순 없는 일이다. 어렵겠지만 지금이라도 더 나은 세상이 되기 위해 조금씩 병든 부분을 고쳐나갈 줄 알아야 한다. 이에 ‘너는 뭐가 그렇게 잘나서 그러는데?’ 같은 식의 말이나 계속해서 수단과 과정을 차치하는 태도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버벌진트(Verbal Jint)는 이번 신곡 “그것이알고싶다”에서 그와 비슷한 맥락의 메시지를 개인적인 이슈와 버무려 던진다. 사람은 살면서 배우고, 그 배움에서 성찰하며, 결국에는 바뀐다고.
광장에 모인 모두가 그를 혐오한다는 것을 알아도그가 여성인 것을 걸고넘어지는 순간부터 하나도말 안 되는 거 작동 안 되는 거 산이에겐 미안하지만상대는 더 해상도 높은 Vision으로 까야만 한다는 거"
곡 안에서 버벌진트가 선보이는 랩의 움직임이나 자신의 사고를 전개하는 방식은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다. 힙합엘이와의 인터뷰에서 스윙스(Swings)가 버벌진트를 두고 디스할 때도 상대를 싫어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짚는 스타일이라고 했듯 그는 최근 혼란의 시국에 대한 생각을 차례차례 명료하게 늘어놓고 있다. 첫 번째 벌스에서는 지난 앨범에서 일종의 떳떳함에 대한 강박을 그대로 꺼낸 것처럼 독백하듯 머릿속 생각을 있는 그대로, 조금은 자조적으로 털어놓는다. 이어 두 번째 벌스에서는 시선이 조금 더 외부 세계로 향한다. 가사상으로는 "나쁜X (BAD YEAR)"으로 미소지니(Misogyny: 여성혐오)적 논란을 낳은 산이(San E)가 그의 시선이 도달한 가장 명확한 대상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동료인 산이를 비판의 대상으로 지목했다는 것보다 해상도라는 워딩으로 표현되는 버벌진트 개인의 통찰이다. 그 통찰은 곧 벌스 마지막에 나오는 자신을 두고 터진 일련의 사건으로 이어진다. 결론적으로 버벌진트는 더 정의로운 인간이 되어 삶을 살고, 이전보다 더 올곧은 방식으로 목소리를 내자는 쪽으로 자신의 의견을 귀결한다. 이 과정에서 논하고자 했던 사안이 가진 맥락과 아티스트 개인이 가진 맥락은 충돌을 일으키지 않는다. 두 맥락을 통해 말하려 했던 바가 정확히 ‘성찰’이라는 코드로 일치되기 때문이다. 나이브한 말일지도 모르지만, 버벌진트가 그랬듯 꾸준히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다 보면 그도, 우리도 언젠가는 더 나은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지 않을까? 올해는 이 말이 그저 나이브하게만 들리지 않길 바라본다.
글 | Melo
전 SNS를 일체 이용하지 않아서 SNS상에서 어떤 욕이 더 많이 쓰이는진 모르겠지만 여자들에게 둘러쌓인 환경에서 자란 경험으로 '년' 소리도 충분히 사용자와 그 대상에 따라 다르게 들릴수있음을 겪은 저로서는 그렇게 일방향으로 치우치는 의견에 동의할순 없네요. 근 몇년간 만연한 남녀혐오 문제는 지켜지지않는 중도때문에 골이 더 깊어진다고 봅니다.
산이보다 더 높은 해상도로 까야한다는건?
남성혐오는 불가능하지만 여성혐오는 존재한다고 믿는
엘이가 좀 더 과감한 글을 써줬으면 합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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