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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 the Chicago Kid - In My Mind
01. Intro (Inside My Mind)02. Man Down (Feat. Buddy & Constantine)03. Church (Feat. Chance the Rapper & Buddy)04. Love Inside (Feat. Isabella)05. The Resume (Feat. Big K.R.I.T.)06. Shine07. Wait Til the Morning (Feat. Isa)08. Heart Crush09. Jeremiah / World Meeds More Love (Feat. Eric Ingram)10. The New Cupid (Feat. Kendrick Lamar)11. Woman's World12. Crazy13. Home14. Falling On My Face15. Turnin' Me Up
누구에게나 가슴 속에 품고 사는 고향이 있다. 그곳은 그 사람의 실제 고향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와 상관없이 마음의 고향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행복감 혹은 안도감을 안겨준다. 누군가는 더 크게 생각하여 고향이 지금의 삶이 형성되는 데에 근간이 되어줬다고까지 생각할 수도 있다. 특히나 출신 성분을 꽤나 철저히 따지는 힙합/알앤비 계열의 아티스트들은 이를 언급하는 것도 모자라 극히 강조하기까지 한다. 그렇기에 해당 지역에서 성행한 음악이 가진 특색이 그 아티스트의 음악에 짙게 배어나는 경우도 당연히 허다하다. 최근 두 번째 스튜디오 앨범 [In My Mind]를 발표한 싱어송라이터 비제이 더 시카고 키드(BJ The Chicago Kid)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자신의 고향인 시카고, 그리고 시카고 소울을 이번 작품을 만들어낸 원동력으로 삼았다.
비제이 더 시카고 키드는 2014년, 힙합 프로젝트라며 앨범 [The M.A.F.E. Project]를 공개한 바 있다. 실제로 그는 앨범에서 힙합에 무게를 둔 여러 트랙을 선보이며, 나름의 실험적인 태도와 독창적인 아이덴티티를 드러냈었다. 하지만 [In My Mind]가 모타운(Motown)이라는 유서 깊은 메이저 레이블 소속으로 내는 첫 번째 스튜디오 앨범인 만큼, 그는 본 작에서 좀 더 자신의 뿌리를 드러내려 한다. 이는 “The New Cupid”(필리 소울), “Woman’s World”(두왑)을 비롯한 여러 트랙에 고전적인 알앤비/소울 스타일이 묻어난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더불어 굳이 장르명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한없이 섬세하게 부드럽게 청자를 감싸는 보이스와 가스펠 형식의 화음을 적극 활용한 코러스의 조합에서도 그가 트레디셔널함을 자신만의 현대적 방식으로 풀어내려 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Love Inside”, “The Resume”, “Heart Crush”). 비제이 더 시카고 키드는 이를 바탕으로 때로는 극도로 외설적인, 때로는 극도로 순애보적인 태도로 사랑을 논한다.
♬ BJ the Chicago Kid - The Resume (Feat. Big K.R.I.T.)
단순히 복고 자체가 지향점은 아니기에 [In My Mind]에는 트렌디한 스타일의 트랙들도 다수 있다. 트랩과 같은 느린 템포에 타격감 있는 힙합 스타일의 프로덕션이 빛나는 “Man Down”, “Church”가 그렇다. 물론, 중반부에 배치된 “Wait Til The Morning”은 분위기 전환과 앨범 전체적으로 굴곡을 형성해내기보다는 외려 발라드한 넘버 “Shine”이 조성해놓은 서정적인 무드를 깨기도 한다. 하지만 이후부터 격정적인 악기 구성에 맞춰 격정적인 구애를 표하는 “Jeremiah/World More Love”,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의 “It’s A Man World”를 꼬아 여성에 대한 찬사를 보내는 “Woman’s World”, 개인의 진중한 반성과 성찰이 담긴 “Falling on My Face”가 등장하며 앨범은 안정된 마무리를 선보인다. 그 사이에서도 “The New Cupid”는 클럽에 큐피드가 돌아다닌다는 독특한 발상에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의 텐션을 확 올리는 랩이 더해지며 킬링 트랙의 역할을 도맡는다.
알앤비/소울이 등장한 지도 어느새 반세기가 다 되어 가는 시점에서 최근 많은 흑인음악 아티스트가 복고, 혹은 레트로를 외친다. 개중에는 과거의 것을 또다시 온전히 구현해내려 하는 경우도 있고, 그것을 좀 더 현재적으로 풀어보려는 경우도 있다. 근래 앨범을 발표한 대표적인 아티스트로 예를 들면, 전자로는 리온 브릿지스(Leon Bridges)가 있고, 후자로는 비제이 더 시카고 키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뭐가 됐든 음악 자체가 완성도 있다면 되기에 그 두 방향 중 어떤 방향이 좀 더 옳고 그르냐를 판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만, 비제이 더 시카고 키드는 본 작을 통해 레트로 혹은 얼터너티브라는 특정한 단어에 포섭되지 않은 채로 자신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유니크하다는 걸 여실히 드러냈다. 어쩌면 그것이 과거 웨스트 코스트 음악의 전형과 트랩을 비롯한 최신의 스타일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자신만의 것을 만들어 나가는 블랙 히피(Black Hippy)의 멤버들과 자주 조우할 수 있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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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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