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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Pick LE (2015.12.)

Melo2015.12.31 01:43추천수 7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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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LE (2015.12.)


픽 엘이(Pick LE)는 지난 2012년 1월을 기점으로 약 3년여 동안 진행되어 온 장기 연재 시리즈다. 그간 각 메뉴를 담당하고 있던 스태프들은 매달 그달을 통틀어 자신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생각하거나 붐업되지 못해 못내 아쉬웠던 것들을 추천해왔다. 다만, 시간이 갈수록 대상 선정을 비롯한 여러 부분에서 모호한 점이 생겨나면서 본래 시리즈가 만들어졌던 취지가 흐려지는 감도 있었다. 그래서 49회를 마지막으로 연재를 종료하게 되었다. 2015년의 마지막이자 시리즈의 마지막, 12월의 앨범, 믹스테입, 트랙, 뉴스, 자막뮤비, 가사, 아트워크다.





1. Album of December | Pusha T - [King Push - Darkest Before Dawn: The Prelude]


'이옄'으로 대표되는 푸샤 티(Pusha T)의 톤은 날카롭다 못해 독하기까지 하다. 그가 내뱉는 말에는 자부심이 넘치며, 정체성에 대한 프라이드와 'Coke Rap'으로 대표되는 하나의 부류에 있어 정통한 면모까지 담겨 있다. 지난 앨범만큼 고유명사도 많고, 여전히 미국 문화를 모르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좀 남아있지만, 전작보다 더 공격적여진 만큼 직설적으로 닿는 부분이 많아졌다. 특히, 팀발랜드(Timbaland), 제이콜(J. Cole)부터 허드슨 모허크(Hudson Mohawke), 바우어(Baauer)까지 엄청난 라인업의 프로듀서에게 받은 곡은 높은 완성도로 푸샤 티의 랩을 뒷받침하며 어둡고 습한, 통일된 분위기를 갖추게끔 한다. 여기에 푸샤 티는 앨범 전체를 통해 깔끔하게 떨어지는 느낌을 선보이며 특유의 살벌함을 더한다. 새 앨범을 위한 발판이라지만, 전작보다 높은 완성도의 정규 앨범. - bl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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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Mixtape of December | 50 Cent - [The Kanan Tape]


‘Kanan’과 ‘가난’의 발음이 유사해 오해하기 쉽지만, 절대 가난해서 낸 믹스테입이 아니다. 파산 신청했다고 믹스테입 이름을 그렇게 막 짓지는 않는다. 이 타이틀의 진짜 주인공은 드라마 <Power>에서 50 센트가 직접 연기하는 캐릭터인 카난(Kanan)이다. 카난은 거리의 삶, 감옥과 맞닿아 있는 인물이다. 믹스테입의 내용은 그의 성격과 배경에 기초한다. 돈, 여성, 거리에 대한 이야기가 난무한다. 그러나 이는 카난뿐만 아니라, 총을 아홉 방이나 맞고도 살아났다는 50 센트의 서사와도 충분히 중첩되는 부분이다. 이러한 배경 아래 50 센트는 녹슬지 않은 실력을 십분 발휘한다. 랩은 여전히 부드러우면서도 폭발적이고, 훅은 귀에 착착 감기며, 가사는 간단하지만, 중심을 잃지는 않는다. “Tryna Fu*k Me Over”에서는 전혀 다른 성격의 뮤지션 포스트 말론(Post Malone)과 의외로 깔끔한 호흡을 선보이기도 한다. 런던 온 다 트랙(London on da Track), 일마인드(Illmind), 알케미스트(The AlchemisT) 등이 프로듀싱한 비트는 어두운 분위기를 조성하며 작품의 중심과 완성도를 확실히 잡아주는 요소. 그간의 행보가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50 센트’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이다. - Pepnorth







3. Track of December | Anderson .Paak (Feat. The Game & Sonyae Elise) - Room In Here


금년에 앤더슨 .팩(Anderson .Paak)의 활약은 대단했다. ‘올해의 피처링 아티스트’라는 타이틀을 부여해도 어색함이 없을 정도로 그는 각종 트랙에서 준수한 모습을 보였고, 그만의 색깔과 정체성을 적절히 드러냈다. "Magnus Carlsen", "The Strip", "Unique" 등이 대표적이고, [Compton]에서의 존재감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앤더슨 .팩은 이번에새로운 싱글 "Room In Here"로 한층 더 풍부해진 감성을 드러낸다. 이번 활약 역시 느낌표를 주기에 충분하다. 건반 진행이 중심을 이루는 복고적인 사운드와 약간 쇳소리가 낀 듯한 그의 음성은 어색함 없이 어우러진다. 큰 기교 없이도 끈적한 찰기를 가지는 음색은 곳곳에서 약간의 섹슈얼함을 내뿜고, 이는 다소 지루할 수 있는 미드 템포의 진행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앤더슨 .팩은 말하듯 가사를 이어가다가도 리듬을 얹어내고, 어미를 이색적으로 끌어올리는 등 독특한 강약조절을 선보이며 자신의 개성을 드러낸다. 풍성한 울림을 더하는 백업 보컬과 여유롭게 랩을 연주하는 더 게임(The Game)의 지원도 준수하다. 진폭의 큰 변화 없이도 기승전결이 느껴질 정도로 곡은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고, 앤더슨 .팩은 그 위를 여유롭게 거닌다. 단단하게 꽃봉오리의 내실을 채우는 시기를 보낸 그는 이제 만개를 준비하고 있다. 다가오는 [Malibu]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키워 봐도 좋을 듯하다. - Beas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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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News Of Decemberㅣ오바마 대통령 부부의 힙합계 나들이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미 대통령은 잘 알려져 있듯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다. 위치가 위치인 만큼 인종적 색채를 마구 드러내지는 않지만, 만찬 행사에서 힙합 음악에 맞춰 입장하고, 직원들과 힙합 악수를 하는 모습은 분명 이전 대통령들에게서는 볼 수 없던 모습이다. 올해 6월에는 총기 난사 사건 희생자를 위한 추도 연설에서 직접 가스펠을 부르며 흑인 사회에 위로와 공감을 전달하기도 했다. 그러한 그가 힙합을 좋아하는 게 이상할 것도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인터뷰를 통해 2015년 최고의 곡으로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의 앨범 [To Pimp A Butterfly]의 수록곡 "How Much A Dollar Cost"를 꼽았다. 켄드릭 라마 본인은 '잘됐다'는 쿨한 답변뿐이었지만, 많은 힙합 팬들에게는 왠지 반가운 소식이었을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영부인 미쉘 오바마(Michelle Obama)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아예 직접 래퍼로 데뷔까지 했다. 코미디언 제이 패로(Jay Pharaoh)와 팀을 이뤄 고등학생들에게 대학 진학을 권유하는 내용의 랩 뮤직비디오 "Go To College"를 발표한 것이다. 영부인의 랩이라니 당연히 폭발적인 반응이 일어났고, 각종 바이럴 차트에 오르는 등 화제가 되었다. 여러 '#FlotusBars(#영부인의 라임)' 패러디들은 보너스다. - soulitude







5. Subtitle Video of December | Joey Bada$$ - Paper Trail$


너무 늦게 이 곡의 자막뮤비를 소개하게 된 것 같아 힙합엘이의 모든 유저분께 죄송한 마음이 앞선다. 그래도 그 덕에 2015년과 픽엘이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자막뮤비로 이 멋진 작품을 택할 수 있었으니 다행이라 해야 할까. 조이 배대스(Joey Bada$$)의 "Paper Trail$는" 기본적으로 랩이건, 가사건, 비트건 시종일관 타이트하고 진지한 분위기를 이어나가고 있는 곡이다. 사실 뮤직비디오 자체가 세련된 영상미를 가졌다거나 슈퍼카, 호화 저택, 쭉쭉빵빵한 여인 등으로 보는 이들에게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하는 건 아니다. 투박한 흑백 카메라 앵글은 오직 조이 배대스가 읊조리고 있는, 가사 속 미화되지 않은 현실 그 자체만을 묵묵히 따라간다. 뒷골목을 지나는 허름한 옷차림의 청년들과 그들의 가족, 친구, 꿈, 그 모든 것과 돈 사이의 뗄 수 없는 관계가 그것들이다.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기 위해 발버둥 치던 모습부터, 한순간의 어리석은 선택이 가져오는 파국까지의 과정은 마치 그들의 뒤에 숨어 지켜본 것처럼 생생하게 전해진다. 간간이 모습을 보이며 덤덤하게 내용을 읊어가는 조이 배대스의 모습도 마치 무성영화의 해설자 같아, 뮤직비디오의 묵직하지만 질척하진 않은 분위기에 절묘하게 젖어든다. 올해 갓 스무 살이 된 신인 래퍼의 작품임을 어떻게 믿을 수가 있을까? 이렇게나 깊고 황량한 감상이라니. - Jamiroqu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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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Lyrics of December | Kendrick Lamar - Black Friday


I like my raps extra prolific
내 랩은 엄청 넘쳐나게 준비해두고 싶어

So freestyling on lunch tables and park benches
점심 테이블과 공원 벤치들에서 프리스타일을 하지

And I won’t mention my ten thousand hours in training
굳이 연습에 수만 시간을 들인 걸 말 해야 하니?

While juggling gang-banging, my balancing was tremendous
동시에 약 팔고 갱스터 짓하고, 밸런스 잡는게 장난 없지

And now we look at the competition as quick submission
이제 우리는 적들을 그저 순식간에 제압할 상대로 보고 있어

They tappin’ out before we even get a chance to miss ‘em
걔넨 공격이 빗나갈 기회가 생기기도 전에 먼저 항복을 하는 걸

What this about, is it money or skill?
이게 뭐야, 돈이니 아니면 스킬?

Maybe it’s both and I got large amounts of it, it’s real
어쩌면 그 둘 다, 그리고 난 다 많이 갖고 있지, 진짜야


12월에도 수많은 곡이 왔다 갔고, 그만큼 수많은 가사가 우리의 기억에 남았겠지만, 그중에서도 특별히 12월의 첫 포문을 열었던 이 곡을 뽑아보았다. 블랙 프라이데이 기념으로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와 제이콜이 서로의 곡을 바꿔 랩한 특별한 이벤트에서 켄드릭 라마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불처럼 쏘아대는 플로우 안에 뼈 있는 메시지를 곳곳에 담아내었다. [good kid, m.A.A.d city] 덕분에 컴턴의 우여곡절 많은 청년의 이미지가 박혀버린 탓인지, 돈을 자랑하는 그의 가사는 자못 신선하다. 그러나 이번 가사 역시 스킬을 통해 일궈낸 그의 랩 씬에서의 입지를 강조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가사는 다른 내용과 달리 듣는 것만으로 그 진정성을 입증할 수 있다. 이런 멋들어진 랩을 듣고도 누가 그의 스킬 자랑을 반박하겠는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로서는 오랜만에 갈증을 해소해주는 시원한 곡이었다. - Danc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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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Artwork of December | Pusha T - [King Push - Darkest Before Dawn: The Prelude]


이달에는 트위스타(Twista)나 예리미야 블리젠(Jeremiah Bligen) 등의 신보를 통해 새가 날아다니는 완성도 높은 커버들이 여럿 등장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푸샤 티의 앨범 커버가 유독 멋져 보였던 이유는 그저 그의 이름값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이 아트워크는 이미 픽엘이에서 여러번 소개했던, 칸예 웨스트(Kanye West)가 만든 크리에이티브 회사 돈다(DONDA)의 또 다른 작품이다. 아직도 이 이름이 낮설다면 굿 뮤직(G.O.O.D. Music)의 [Cruel Summer], 칸예 웨스트의 [Yeezus], 푸샤 티의 [My Name Is My Name] 등 많은 관심을 끈 앨범과 아트워크들을 떠올리면 된다. 얼핏 보면 대동소이하게 느껴지는 무드의 작업들을 다른 아티스트들 역시 선보이고 있지만, 그 와중에서도 돈다의 작품은 그들의 수준이 이 영역의 가장 바깥쪽이자 가장 높은 지점에 있다는 느낌을 꾸준히 자아내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 같은 전문적이고 도전적인 크리에이티브 그룹들이 이제 좀 더 많아질 때도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 이번 [King Push - Darkest Before Dawn: The Prelude]의 아트워크는 일반 앨범 커버에서 그치지 않고 60 페이지 분량 잡지 형태의 특별 디럭스 에디션으로도 발매된다고 하여 소장 욕구를 한층 더 자극하는 중이다. ATO



글│힙합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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