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소울의 재구성, 소울 커버 앨범 13 (2)
많은 사람이 커버송은 원곡을 넘어설 수 없다고 말하지만, 그렇다고 시작도 전부터 커버송을 문전 박대할 이유는 없다. 커버송은 그 나름의 감상 포인트가 있다. 생각보다 많은 커버송이 원곡과는 다른 지점에서의 해석을 요구한다. 원곡을 경험했던 이들은 커버송을 큰 부담 없이 즐기게 된다. 커버송은 감상자와 원곡이란 경험을 공유하여 일정한 공감대를 형성해내기 때문이다. 다만, 커버송에서 그 공감대는 일정 수준만 유지된다. 나머지는 온전히 커버 뮤지션의 몫이자 재량이다. 커버 뮤지션은 자신의 스타일로 더 끌어갈 수도, 원곡의 느낌을 중시할 수도 있다. 커버송의 매력은 감상자들이 만족할 만한 적절한 타협점을 찾는 데 있다.
소울 음악을 커버한 앨범을 열세 장 골라 두 편에 나누어 소개해보려 한다. 알앤비/소울 뮤지션은 물론이고 록, 재즈 뮤지션의 앨범까지 포함시켰다. 앞서 말했듯, 커버송은 경험재로서의 비중이 큰 음악인 탓에, 감상자들마다 의견이 많이 엇갈릴 수밖에 없다. 나는 본문에 언급되는 곡 대부분을 원곡으로 먼저 접했기 때문에, 원곡 고유의 느낌이 많이 훼손된 경우엔 그리 좋은 인상을 받지 못했다.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평일 수밖에 없단 이야기다. 따라서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이 부분을 염두에 두고 자신의 앨범을 고르면 될 것 같다. 자, 각기 나름의 매력을 지닌 소울 커버 앨범 열세 장이다.
Joss Stone - [The Soul Sessions]
소울 커버 앨범을 논하면서 조스 스톤(Joss Stone)의 [The Soul Sessions]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만 13세의 나이에 탤런트 쇼에서 아레사 프랭클린(Aretha Franklin)과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의 노래를 불러 영국을 충격에 몰아넣었던 조스 스톤의 데뷔 앨범이다. 어린 나이에 발표한 결과물이지만, 그는 앨범에서 어린 나이가 무색할 만큼 성숙한 목소리로 과거의 소울 음악을 소화한다. 재미있는 점은 이 앨범에 수록된 소울 곡들은 그리 친숙한 곡들이 아니란 점이다. 그녀가 2012년에 발표한 [The Soul Sessions Vol.2]도 사정은 같다. 하지만 원곡이 덜 유명하다고 해서 그 곡의 가치를 폄하할 수는 없다. 수록곡들은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편은 아니지만, 각자 뚜렷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이 앨범에서 조스 스톤은 감상자에게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소울 명곡을 만날 기회를 제공한다.
Phil Collins – [Going Back]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제네시스(Genesis)의 멤버이자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를 수차례 거머쥔 록 뮤지션 필 콜린스(Phil Collins)도 자신의 음악적 뿌리를 흑인음악에서 찾는 듯하다. 필 콜린스는 자신의 앨범 [Going Back]에서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 미라클즈(The Miracles), 템테이션스(The Temptations), 슈프림스(The Supremes), 마사 앤 더 반델라스(Martha and the Vandellas)와 같은 모타운(Motown) 뮤지션들의 곡들을 중심으로 커버를 했다. 특히, 당시의 사운드를 실감 나게 재현하기 위해 깨끗한 음질보단 다소 거친 음질로 녹음한 것이 눈에 띈다. 소울 음악을 통한 새로운 도전은 그의 전성기의 시도만큼 인상적이지는 않지만, 감상자 입장에선 또 하나의 색다른 경험이 될 것 같다. 여타 뮤지션들의 소울 커버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Jimmy Barnes – [Soul Deep]
레이블 로고부터 스테레오 사인, 큼지막한 타이포그라피, 그리고 시선을 돌린 아티스트의 모습까지, 여러모로 지미 반스(Jimmy Barnes)의 앨범 [Soul Deep]의 커버 아트워크는 50년대 전후의 재즈/리듬앤블루스 음반을 연상시킨다. 본 앨범에는 아이작 헤이즈(Isaac Hayes)의 작사로 유명한 샘 앤 데이브(Sam & Dave)의 서던 소울 넘버 "When Something Is Wrong With My Baby", 마빈 게이(Marvin Gaye)와 타비 테렐(Tammi Terrell)의 듀엣 리듬앤블루스 넘버 "Ain't No Mountain High Enough"와 같은 흑인 체취가 짙은 곡들이 수록됐다. 여기에 지미 반스는 자신의 블루지한 느낌을 가미하여 원곡이 지닌 느낌을 잘 복원해냈다. 그로울링과 샤우팅을 적절히 활용해 남부 음악의 거친 질감을 시원하게 표현한 지미 반스의 [Soul Deep]에 한 표를 던진다.
Yesterdays New Quintet - [Stevie]
예스터데이스 뉴 퀸텟(Yesterdays New Quintet)은 매들립(Madlib)의 가상 재즈 밴드다. 몇몇 세션 연주자를 기용하기도 하지만, 보통은 매들립이 직접 여러 악기 연주를 오버 더빙하여 녹음한다. 재미있는 점은 앨범 크레딧에 가상의 연주자들의 이름을 올려 마치 여러 연주자가 참여한 것처럼 꾸민다는 점이다. 이렇기 때문에 예스터데이스 뉴 퀸텟에서 그가 사용한 예명만 해도 수십 개에 이른다. 이 프로젝트는 주로 재즈와 힙합, 일렉트로니카를 조합하는 방식으로 음악을 만드는데, 이 앨범은 조금 다르다. 바로 스티비 원더의 히트곡들을 자신이 다시 연주한 것이다. 스티비 원더의 역동적인 소리는 많이 옅어졌지만, 리드미컬한 힙합 드럼을 가미해 색다른 감상 포인트를 제공한다.
소울 음악을 커버한 재즈 음반을 논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그로버 워싱턴 주니어(Grover Washington Jr.)의 [Inner City Blues]다. 그로버 워싱턴 주니어는 1980년도에 빌 위더스(Bill Withers)와 함께했던 “Just the Two of Us”로 더 잘 알려졌지만, 사실, 이보다 8년 앞서 소울 명곡들을 재즈로 편곡한 [Inner City Blues]를 발표했었다. 이 앨범에서 조지 그로버 워싱턴은 기존의 소울 넘버들을 소울 재즈의 형식으로 재탄생시켰다. 앨범의 타이틀이기도 한 마빈 게이의 ”Inner City Blues”를 포함하여, "Mercy Mercy Me (The Ecology) ", 빌 위더스의 "Ain’t No Sunshine", 조지 거슈인(George Gershwin)의 "I Loves You Porgy" 등이 수록됐다.
Lee Ritenour – [A Twist Of Motown]
리 릿나워(Lee Ritnour)는 훵키한 스타일로 대표적인 퓨전 재즈 기타리스트다. 그는 몇 차례 ‘재해석 앨범’을 발표한 바 있다. [A Twist Of Jobim]에선 안토니오 조빔(Antoni Carlos Jobim)의 보사노바를, [A Twist Of Marley]에선 밥 말리(Bob Marley)의 레게를, 그리고 [A Twist Of Motown]에선 모타운의 소울 명곡을 재해석했다. 그는 스타 뮤지션들을 대거 기용한 것으로도 유명한 뮤지션인데, [A Twist Of Motown]에서는 크리스 보티(Chris Botti), 조지 벤슨(George Benson), 데이브 그루신(Dave Grusin), 밥 제임스(Bob James), 리처드 엘리엇(Richard Elliot) 등의 스무스 재즈 스타들을 대동했었다. 템테이션스의 "Just My Imagination"과 "Papa Was A Rollin’ Stone", 마빈 게이의 "I Heard It Through The Grapevine"와 "Inner City Blues" 등이 대표적이다. 훵키함과 리듬감이 진하게 전달되는 작품이다.
BWB - Human Nature
BWB는 트럼페터 릭 브라운(Rick Braun), 기타리스트 노먼 브라운(Norman Brown), 색소포니트스 커트 웨일럼(Kirk Whalum)으로 구성된 재즈 트리오다. BWB는 스무스 재즈 밴드인데, 사실 스무스 재즈는 소울/훵크 음악에 많은 부분을 빚진 음악이다. 그런 까닭에 스무스 재즈 뮤지션은 70년대 전후의 곡을 연주할 때 강점을 보이기도 한다. BWB의 2집 앨범 [Human Nature]는 앨범 제목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곡을 수록했다. 잭슨 파이브(The Jackson 5) 시절의 훵키한 음악부터 마이클 잭슨이 전성기를 구가했던 80년대의 음악까지, 마이클 잭슨의 음악이란 범위 내에서 폭넓게 선곡했다. 세 멤버가 각자의 악기를 통해, 80년대의 날카로운 신스와 마이클 잭슨의 음성을 어떻게 표현했느냐가 이 앨범의 핵심 감상지점이라 할 수 있겠다.
글 | greenplaty
이 둘은 처음 듣는 사람한테는 꼭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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