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E (2015년 8월 1주)
윅엘이(WeekLE)는 힙합엘이(HiphopLE) 내에서 유일하게 진행되고 있는 국내 관련 정기 콘텐츠다. 2년 차를 맞은 윅엘이는 이전보다 더 싱글, 앨범, 믹스테입, 믹스셋, 뮤직비디오, 프로젝트와 같은 '결과물'에 집중할 예정이다. 에디터들은 항상 자신들이 생각하는 좋은 것들을 소개하려 하고, 함께 공유하기를 원하기에 윅엘이 작성에 매주 임하고 있다. 그렇기에 에디터들의 취향이 당신과 맞지 않아 공감하지 못하더라도 '이런 걸 좋게 들었구나.',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즐겁게 읽어주셨으면 한다. 윅엘이 2015년 8월 1주차다.
돕덕이 - “철산”
딥플로우에게 양화가 있다면, 돕덕이(Dope’Doug)에겐 철산이 있다. 부산에서 꿈을 좇아 상경한 그는 한때 초심을 잃고 방황하기도 한다. 실수로 일어난 사건에 대한 합의금을 내지 못해 지명수배자가 되고, 경찰에 연행되기도 한다. 그러나 돕덕이는 이러한 사건으로 쓰러지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과오를 바로잡으려 노력하고, 사랑하는 이들에게서 힘을 얻어 꿈을 향해 나아간다. 계속해서 날카로운 시선으로 현실을 바라보며 이야기하는 돕덕이지만, 그의 랩에는 순수함 또한 함께 느껴진다. “철산”에서의 그는 거칠고 뜨겁다. 돕덕이의 랩 스타일 또한 날 선 톤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랩과 가사의 화학적 결합은 “철산”이 지닌 간절함을 배가한다. 미래의 일은 확신할 수 없지만, 적어도 "철산"에서처럼 랩을 뱉는 돕덕이라면 그의 행보는 나쁘지 않을 것만 같다. 랩에 자신의 삶을 녹여낼 줄 아는 또 한명의 래퍼를 만났다. - HRBL
유성은 - "마리화나"
제목만 보면 노이즈 마케팅인가 싶을 것이다. 하지만 트랙은 생각보다 준수하다. 보도자료에 써있듯이 "마리화나"는 빅밴드 사운드를 중심으로 한 블루스 스타일의 트랙인데, 나름 해당 스타일의 공식이라면 공식을 철저히 잘 따르고 있다. 또, 섹스송이라고 말하기까지는 무리가 있지만,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 줘요 / 사랑한다는 그 말도 잊지 말아요 / 조그만 내 손은 애꿎은 이불만 꼬집어요 / 이 작은 공간 속 그댄 날 미치게 만들어요"와 같은 가사가 꽤 은밀하고 도발적인 매력을 갖고 있다. 다만, 조금 과하게 구성진 유성은의 보컬이 곡에 '뽕끼'를 첨가하고 있어 그가 알앤비/소울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생각하게 하진 않는다. 그래서 듣는 사람에 따라 한국적인 보컬이 장르 음악에 접합되었을 때 주는 괴리감 또는 은근한 조화로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여담이지만, 2005년 발표된 가수 린(Lyn)의 노래 "보통여자"와 스타일 측면에서 상당히 흡사한 곡이기도 하다. - Melo
루이 & 돕플라밍고 (Feat. Kasper) - "바래"
루이(Louie)는 [靈感(영감)]을 통해 자신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증명하기도 했지만, 긱스(Geeks)를 떠올리면 "Officially Missing You"를 필두로 한 말랑말랑하고 예쁜 사운드가 즉각적으로 연상된다. 돕플라밍고(Doplamingo)가 제조한 "바래"의 비트는 그런 사운드의 연상 선상에 놓여있다. 루이 역시 부드러운 랩을 얹었고, 훅은 캐스퍼(Kasper)의 청량한 보컬로 마감했다. 기존의 스타일을 답습했기에 크게 새로울 부분은 없는,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산뜻한 느낌이 가득한 러브송이다. - greenplaty
크림빌라 - "격"
피아노 트릴이 가장 먼저 등장한다. 그 소리가 멎어지는 찰나에 묵직한 드럼, DJ의 스크래치, 간결하게 짜 맞춰진 피아노 샘플이 동시에 엄습한다. "격"에서 크림빌라(Cream Villa)가 들려주는 소리는 그들이 지향하는 90년대 힙합에 긴밀하게 맞닿아 있다. 컷앤페이스트 작법으로작업한 피아노 샘플과 드럼의 둔탁한 소리를 조합한 비트는 90년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이 곡의 벌스에는 멤버들은 현역 래퍼들을 향한 비판으로 채워졌다. 비판의 촉은 래퍼들이 힙합이란 문화를 대하는 태도를 향한다. 그런데 이 곡에는 훅이 없다. 마치 랩 벌스로만 이루어졌던 우탱 클랜(Wu-Tang Clan)의 초기 곡들처럼 말이다. 덕분에 청자들은 온전히 랩 벌스에만 집중하게 된다. 90년대의 소리와 형식을 빌려 자신들의 생각을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 greenplaty
심바 자와디 - "구제시장"
언젠가 웹 서핑을 하다 이런 말을 본 적 있다. 어떤 걸 먹어도, 뭘 입어도, 어떤 곳에 살아도 어쨌든 모두가 자신이 주체가 되어 삶을 살아간다는 점에서 인생은 비슷하다고. 부를 기준으로 계층 사회를 가장한 계급 사회가 된 요즘 시대에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겠다. 하지만 누리는 것의 금전적 가치가 다를 뿐, '행동'만 놓고 보면 위의 말은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것을 연애에 대입하면, 애인과 나란히 어떤 길을 걸으며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는 걸 하나의 예시로 들 수 있다. 심바 자와디(Simba Zawadi)의 "구제시장"에는 그런 돈으로 살 수 없는 연애에서의 소중한 경험이 담겨 있다. 청자에 따라 그 장소가 구제시장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그런 건 중요치 않다. 이 노래를 들으며 사람들은 자신이 사랑하는(했던) 사람과 거닐었던 거리의 풍경을 상상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구제시장"은 보편적인 행동을 기반으로 하여 넓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사랑 노래다. 물론, 이는 심바 자와디의 정석적이지만, 결코 비루하지는 않은 탄탄한 랩과 스트레이트한 표현법이 바탕에 깔린 덕분이다(비프리(B-Free)와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요즘 트렌드라 할만한 스타일의 프로덕션이나 랩이 아님에도, 그 흔한 보컬 피처링 하나 없음에도 그의 노래는 소박하기만 할 뿐, 초라하진 않다. 멋지기만 하다. - Melo
식케이 - [My Man]
가수라면 누구나 자신이 아끼고 사랑하는 것에 대해 노래한다. 하지만 무엇을 노래하느냐는 중요한 게 아니다. 무엇을 어떻게 노래하느냐가 중요하다. 식케이(Sik-K)가 [My Man]에서 들고나온 주제인 ‘더 나은 삶’과 자신이 이끄는 ‘크루에 대한 애정’은 특별하다면 특별하지만, 사실 그 자체로 새로운 주제는 아니다. 어쩌면 식상함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식케이는 ’솔직함’을 바탕으로 그 주제들을 꽤 설득력 있게 전개한다. 쓸데없이 과장하지도 않고, 청자에게 자신이 말하는 바를 강요하지도 않는다. 그저 마음속에 간직한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논할 뿐이다. 그래서 “Better Life”에서 말하는 삶의 중심이 릭 오웬스와 조던으로 대표되는 물질이어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My Man”에서는 크루 옐로우즈맙(YELLOWS MOB)에 대한 깊은 애정이 느껴지기도 한다. 다만 두 곡의 프로덕션, 스타일 자체는 평이해 래퍼 식케이만의 매력은 묻어나지 않는다. 다른 아티스트들과 차별화된 자신만의 매력을 가꾸고 선보이는 것. 이것이 앞으로 식케이가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닐까. - Pepnorth
포커페이스 & 케이피 - "Run Away"
메인이 되는 드라이하고 차가운 신스가 가장 처음 모습을 드러낸다. 이내 여러 개의 신스가 겹겹이 쌓이고, 케이피(Kay P)는 유명하진 않지만 젊고 유망한 음악가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드럼이 등장함과 동시에 그의 감정선은 격앙되기 시작하며, 곡은 점차 큰 소용돌이로 변해간다. 두 번째 벌스로 접어들며 케이피는 자신의 진짜 목소리와 변조된 목소리를 동시에 내며 시선을 내면에서 외부 세계로 옮겨간다. 그에게 빛이 꺼진 골목의 공기는 무겁고, 주말 예능은 역설적으로 즐겁다. 하지만 복잡한 머릿속 생각은 여전히 정리되지 않고, 결국 일어나 맞는 아침 해가 아닌 잠들지 못해 맞는 아침 해를 맞닥뜨리게 된다. 이러한 표현들은 어쩌면 청자가 화자의 감정과 생각을 이해하기에는 다소 단편적일 수 있다. 하지만 다르게 바라보면, 오히려 각 표현이 파편인 채로 곡 안에 산개해 있음으로써 케이피가 가진 불안감, 패배감 등을 더 효과적으로 드러냈다고 할 수도 있다(격한 감정과는 반대로 그의 랩이 비교적 뚜렷한 스타일이었던 것도 이에 기인한다고 본다). 포커페이스(4kapas)와의 합작이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게 아쉬울 정도로 감정선이 명확하게 드러났던 트랙이었다. 케이피의 삶이 어땠는지 잘은 모르지만, 부디 하늘에서는 편안했으면 한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 Melo
국게에 이런 글이 있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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