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들의 뜨거운 무대가 있었던 'UMF Super Rookies'를 기억하시나요?
최근 엠넷(mnet)에서 방송됐던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Show Me The Money)가 한동안 힙합 팬들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였다. 방송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제작진이 현직 언더그라운드 랩퍼에게 출연 제의를 한 사건으로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었고, 본 경연에 들어가면서부터는 프로그램 자체의 퀄리티와 출연하는 참가자들과 아티스트들에 대한 이야기가 힙합 팬들 사이에서 오갔었다. 나는 이렇게 힙합 팬들이 쇼미더머니라는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던 이유를 다른 여러 가지 요인들도 있겠지만 뛰어난 실력을 가진 신예 랩퍼들의 무대를 보고 싶다는 근본적인 욕구를 가장 큰 요인으로 봤다.
나는 쇼미더머니를 초반부까지만 봐서 그런지, 사실 쇼미더머니를 그렇게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편이 아니다.초반부까지 본 쇼미더머니의 모습에선 그저 제작진의 역량부족이 여실하게 드러나기만 했었으니까 말이다.하지만 다른 건 다 제쳐두고 뛰어난 실력을 가진 신예 랩퍼를 발견하겠다는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는 긍정적으로 바라봐야 하지 않나 싶다. 나는 입소문 혹은 특정 레이블의 직접적인 컨택으로만 이뤄지는 아마추어 랩퍼들의 확실치 않은 데뷔 루트를 공식적인 오디션을 통해 넓히려고 한 부분을 고무적으로 바라보려고 한다.그리고 불과 몇 년 전,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 씬에서도 쇼미더머니처럼 스케일이 큰 편은 아니었지만 오디션 형식의 공연으로 신인 랩퍼들을 발굴하려고 했던 공연 브랜드가 있었다. 지금부터 이야기할 그 공연 브랜드는 바로 ‘UMF Super Rookies’다.
UMF Super Rookies는 2007년 여름에 DJ 스킵(DJ SKIP) 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으며 2007년 11월에 본격적으로 선보여진 오디션 형식의 언더그라운드 공연이다. 공연은 2007년 11월, 2008년 6월, 2009년4월 이렇게 총 세 번 UMF Super Rookies라는 타이틀 아래 진행됐었다. 당시에 나는 1회 공연을 관람했었는데, 공연이 진행됐었던 클럽 마이너리그는 협소한 공연장이었지만 오히려 신인들의 바이브를 느끼기엔 넓은 공연장보다 더 좋았던 걸로 기억한다.
* 3회 UMF Super Rookies
LE: 본 공연에 올라가기 전에 거치는 오디션에는 총 몇 팀이 참가했었나요? 또, 총 몇 차에 걸쳐서 오디션이 진행되었으며, 어떠한 기준으로 합격과 불합격을 결정지으셨었나요?
SKIP: UMF Super Rookies는 3회의 경연을 했었습니다. 예선은 4-500여 팀이 참가를 했었는데요. 2회부터는 예선을 이메일로 먼저 보는 방식을 채택했었습니다. 두 번의 예선을 봤었고, 본 공연엔 10여 팀을 선별해서 올렸습니다. 합격과 불합격을 나누는 기준은 가사를 숙지하였는가/퍼포먼스가 있는가/지금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의 가능성이 더 있는가 등등 이었습니다. 본선은 제가 심사하지 않았고요.
UMF Super Rookies는 현재 여러 방송사에서 진행되고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들처럼 예선과 본선이 따로 있었다. 2~3주에 걸쳐서 예선을 보고, 참가자들에게 합격여부를 통보 후에 한 달 간의 준비기간을 주고 본 공연에 돌입했었다. 이렇듯 UMF Super Rookies는 현재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유지하고 있는 방식을 몇 년 전부터 언더그라운드에 적용하고 있었다. (심사위원의 평가와 관객들의 투표를 합산하여 최종 합격자를 뽑는 것 역시 오디션 프로그램들과 비슷한 방식을 취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그 어떤 방식보다도 아마추어 MC들을 수면위로 끌어올리기에 적합한 방법이었다. 그 이유인즉슨 자신을 효과적으로 프로모션 하지 못했던 MC들로서는 특정 레이블과 크루에 입성하는 것보다 접근성이 좋았고, 또한 합격여부에 음악 외적인 요인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UMF Super Rookies의 참가자들은 특정 방송사나 회사의 압력도 받지 않고, 비주얼의 중요성(?)을 강요 받지도 않으며, 또한 살아남기 위해 누군가를 선택하거나 전략적인 움직임을 보일 필요도 느끼지 않으면서 그들만의 음악을 들려주는 데에만 집중했었고, 그 결과 신선하고 좋은 무대들을 보여줬었다.
LE: 당시 본 공연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고 가장 실력이 좋았던 참가자는 누구였나요? 또, 그 참가자에 대한 DJ 스킵 님의 간단한 평가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SKIP: 1회 때는 디즈원(Diz’One), 아날로그 소년, 앤덥(Andup)이 인상 깊었어요. 특히 앤덥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2회 때는 영보이즈(Young Boyz)와 방사능이 기억에 남고요. 3회 때는 3수만에 본선 합격을 했던 88kids가 기억납니다.
LE: 당시 참가자들의 랩 스타일의 큰 흐름, 전체적으로 공통된 성향에 대해서 기억 나시는 대로 말씀해주세요.
SKIP: 1회 때는 소위 말하는 “먹통비트”를 가지고 온 참가자가 너무 많아서 놀랐었죠. 그래서 일부러 더 안뽑았던 기억이 나네요. 한가지 색깔로만 가고 싶지 않았거든요. 2회 때부턴 다양한 색깔을 가진 참가자들이 늘어났던 걸로 기억합니다.
UMF Super Rookies는 취지도 좋고, 형식도 좋고, 과정도 좋아서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 씬에서 기억될만한 의미 있는 공연 브랜드였다. 하지만 신인을 발굴하겠다는 목표로 진행됐던 공연이었기에 취지, 형식, 과정만 좋고 결과가 좋지 않았다면 아마 의미 있는 공연 브랜드로 기억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UMF Super Rookies는 결과 역시 좋은 공연 브랜드였다. 현재 씬에서 이름을 알리고 활동중인 여러 아티스트들을 배출해냈기 때문이다.
일단 1차적으로 당시에 UMF Super Rookies의 최종 합격자들이 주축을 이루고 DJ 스킵에 의해 설립된 레이블, 킹더형 레코드(King The 兄 Records)는 확실히 리스너들의 눈에 보이는 결과였다. DJ 스킵은 단순히 아마추어 MC들을 발굴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레이블을 만들어 그들을 씬의 수면위로 끌어올려 데뷔시키고 대외적으로 이름을 알리며 자체적인 프로모션을 했었다. 그 결과 앤덥과 방사능, 영보이즈, 88kids가 리스너들에게 인정을 받았고, 이들은 킹더형 레코드 이후에도 자체적으로 제작한 결과물들을 발표하며 자신들의 역량을 한껏 보여줬다. 특히 방사능은 다이나믹듀오(Dynamic Duo)의 회사, 아메바컬쳐(Amoebaculture)와 계약하고 리듬파워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하면서 UMF Super Rookies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남아있다. 그 외에도 인디언팜(Indian Palm)의 아날로그 소년과 참가 당시엔 Tureal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저스트 뮤직(Just Music)의 기리보이(Giri Boy), 깐모(Gganmo), Luk2, 디즈원이 과거에 활동했었거나 지금에 와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 방사능 - 리듬파워
LE: 주최자로서 생각하시는 UMF Super Rookies가 한국힙합 씬에서 갖는 역사적 의미는 무엇일까요? 또한 개인적으로는 어떤 의미로 다가오나요?
SKIP: 그냥 어느 날 힙합플레이야(Hiphopplaya)에 갔었는데 너무 많은 신인들이 매달 쏟아져 나오고 있더라고요. 저는 그들이 잘하든 못하든지 간에 그들에게 공연할 기회를 주고 싶었고, 스튜디오에서만 작업하는 분들을 무대로 불러보고 싶었습니다. UMF Super Rookies가 한국힙합 역사에 뭘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본선 출신자들 중 몇몇이 지금 씬에서 자리를 잡고 활동하고 있는 모습을 볼 땐 개인적으로 뿌듯합니다.
사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UMF Super Rookies의 결과가 마냥 만족스럽고 대단하다고 보기는 어려운 편일지도 모른다. 킹더형 레코드는 긴 시간을 버티지 못하고 금방 쇠락했는데, 그 원인을 꼽아보자면 근본적으로UMF Super Rookies로 데뷔한 아티스트들이 아마추어와 프로 수준 사이에 걸쳐져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나는 아직도 몇몇 아티스트의 실력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고 있다.) 어쩌면 UMF Super Rookies는 아티스트로서 아직 완성이 되지 않은 아마추어 MC들을 데뷔시키며 씬의 질적 저하를 불러일으킨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런 부정적인 부분을 보면서도 긍정적인 부분을 더 크게 보려고 한다. 앞서 서문에서 말했던 아마추어 랩퍼들의 확실치 않은 데뷔 루트를 공식적인 오디션을 통해 넓히려고 한 쇼미더머니의 기획 의도는 UMF Super Rookies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즉, 쇼미더머니와 UMF Super Rookies는 같은 궤를 달리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차이점은 UMF Super Rookies가 쇼미더머니보다 더 순수하게 참가자들의 실력으로만 합격여부를 판단했다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나는 아마추어들의 데뷔 루트의 확장과 판단기준의 순수성 때문에 UMF Super Rookies를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지금에 와서 보면 UMF Super Rookies는 그저 한국힙합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정도에 그치는 공연 브랜드 정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냥 간과하고 넘어갈 수도 없는 게, UMF Super Rookies는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 씬에 새로운 피를 어떤 방식으로 수혈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한번쯤은 이 씬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UMF Super Rookies가 보여줬던 파급효과를 곱씹으며, 지금 신인들이 리스너들에게 공개되고, 인지도를 얻어가는 과정과 개성 있는 아마추어 MC들을 데뷔시킬 수 있는 좀 더 폭넓고 다양한 방법을 다 같이 생각해봐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만 더 신선하고 새롭고 개성 넘치는 신인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가끔씩 UMF Super Rookies가 펼쳐졌던 마이너리그의 조금은 서툴지만 신선했던 신인들의 무대들이 머릿속에 맴돌곤 한다. 그리고 나는 그런 신인들을 다시 또 만나보고 싶다.
이 글에 도움되는 정보를 제공해주신 DJ 스킵 님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3년전인데 새록새록 기억나네요
당시에 킹더형 레코드 진짜 좋아했었는데 군대가서 별 관심을 못가진 사이에 어느새 없어지고ㅠㅠ
공연때 보이비의 중심을 잡아주고 행주와 지구인이 날뛰어서 대박 신났던 방사능(+flipside) 이랑
기존의 진부한? 이미지를 버리고 신선하게 다가온 INC에다가
허스키한 보이스의 XL, 나중에 들어온 비프리까지 완전 맘에 쏙드는 조합 개쩔었는데..
그나저나 INC음악 다시 듣고 싶네요 ㅠ
아 UMF 그때 앨범도 하나 나오지 않았었나요...
Meta 님이 Intro 하셨던.. 그러고보니 그때 루키라고 참여했던 뮤지션들이
Andup, 리듬파워 처럼 지금은 꽤나 수면위로 올라왔네요. 앨범 재밌게 들었었는데ㅋ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