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티스트 열전] Freddie Gibbs
인디애나(Indiana) 주는 힙합 신(scene)에서 별로 주목받지 못하는 지역이지만, 프레디 깁스(Freddie Gibbs)가 나고 자란 게리(Gary) 시는 그래도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이 태어난 곳으로 꽤 알려져 있다. 과거 최고의 제철공업도시 중 하나였으나 지금은 슬럼가로 변해버린 이곳, 버려진 땅에서 프레디 깁스는 태어나고 자랐다. 2001년 랩을 하기 시작해 2004년 자신의 첫 믹스테입 [Full Metal Jackit Vol.1]을 발표했고, 지금까지 총 열 장의 믹스테입과 다섯 장의 EP, 최근 [Pinata]를 포함한 두 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했다. 그리고 이렇게 시간이 지나는 동안 그는 어느덧 힙합 신에서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독자적인 존재가 되었다.
한때는 그도 인터스코프(Interscope Records)와 계약한 앞날 창창한 신인이었다. 하지만 이후에는 꽤 오랫동안 조용한 시간을 보냈다. 남몰래 고스트라이팅 작업을 하는 등 활동이 전무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도 그야말로 조용한 활동이었다. 허나 그렇게 일이 잘 풀리지 않던 그에게도 2009년 조금씩 빛이 보이기 시작한다. 사실상 프리 앨범에 가까운 두 장의 믹스테입 [The Miseducation Of Freddie Gibbs]와 [midwestgangstaboxframecadillacmuzik]이 크게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이 흐름을 타고 2010년에는 XXL이 뽑은 'Old Freshmen'에 선정되었고(이게 마냥 기쁜 일인지는 모르겠다), 계속해 EP와 믹스테입을 발표하며 쿨 키즈(The Cool Kids), 스목 드자(Smoke DZA), 커런시(Curren$y), 빅 크릿(Big K.R.I.T.) 등과 함께 투어와 공연을 다니는 등 활동량을 늘려나갔다. 2011년에는 쿨 키즈, 칩 다 리퍼(Chip Tha Ripper)와 함께 P.O.C.(Pulled Over by the Cops)라는 팀을 결성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그는 오랜 활동 끝에 드디어 지지(Jeezy)의 레이블인 CTE 월드(CTE World, 이하 CTE)에 들어가게 된다. 나도 당시 그의 CTE 입단을 반가워 했던 이들 중 하나인데, 그 이유는 무엇보다 그의 랩에 담긴 내용과 분위기가 지지와 흡사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듬해 발표한 믹스테입 [Baby Face Killa]는 이러한 기대에 보답하듯 그의 열혈 랩과 좋은 프로덕션이 들어맞은 훌륭한 작품이었고, 많은 이들이 좋은 반응을 보였다. 당연히 CTE에서의 후속작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그는 지지와의 갈등을 드러내더니 2012년 말 CTE를 탈퇴한다. (지금까지도 지지에게는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데, 갈등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이와 같은 행보와 태도는 그의 음악이나 삶과 일치하는 부분일지도 모른다. 그는 정말 갱스터로서의 삶, 후드에서의 거친 삶을 이야기한다. 어찌 보면 갱스터 랩보다 느와르 랩인 셈이다. 그렇다고 그의 랩이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도 절대 아니다. 앞에서 인디애나의 게리 시 이야기를 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빈민가에서 그가 보고 듣고 느껴온 것들을 담아낸 가사는 그의 투박한 목소리와 플로우를 거쳐 나온다. 투박한 만큼 진실성이 묻어 나오고, 그래서 듣는 맛이 있다. 혹자는 그를 두고 투팍(2Pac)의 재림이라고까지 표현한다.
게다가 그는 비트를 가리지 않는다. 알케미스트(Alchemist), 스타틱 셀렉타(Statik Selektah), 매드립(Madlib)과의 작업부터 서부, 남부 스타일의 비트들까지. 그에게 비트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자신의 이야기만 전달할 수 있다면 괜찮다는 식의 모습이다. 하지만 그는 역시 남부 스타일 비트일 때 제일 멋있다. 그래서인지 불과 네 달 간격을 두고 나온 작품들임에도 스타틱 셀렉타와의 EP는 반응이 좀 시큰둥했으나 CTE에서의 첫 믹스테입 [Cold Day In Hell]은 꽤 많은 호평을 얻었다. 그가 이렇게 남부 스타일에서 강세를 보이는 것, 그리고 실제로 자신의 뿌리를 남부로 두는 것은 어릴 적 들었던 음악들의 영향이 크다고 한다. 인디애나는 위치적으로 힙합의 불모지나 다름없기 때문에 주위 환경보다 자신이 들었던 음악에 정체성의 기반을 둔 것이다. 그럼에도 인디애나를 잊지는 않는다. 그는 스스로가 인디애나 랩 신의 미래이고 희망이기를 바라며, 인디애나에서 자신의 뒤를 이어 더 많은 래퍼들이 등장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다시 인디펜던트 아티스트로 돌아온 그는 지난해 [ESGN]이라는 앨범을 통해 어느 정도의 반향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그는 자신이 영향을 받아 온 것들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고스란히 소화해낸다. 거친 가사와 찰지게 내뱉는 맛은 여전하다. 또한 매드립(Madlib)과 꾸준히 만들어 온 EP도 올해 정규 앨범으로 꺼내왔다. 지금은 벌써 두 번째 정규 앨범을 작업 중이고, 믹스테입 역시 하나 준비 중이라고 한다. 아주 긴 시간 동안 묵묵히 달려온 그이기에 좀 더 나은 작품을 가지고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여전히 가지고 있다. 그리고 가끔은 고개를 갸웃하더라도 끝까지 신뢰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변치 않는 그의 가사, 그리고 랩에 있다.
글│Bluc
편집│soulitude
Freddie Gibbs has full-ready gifts of r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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