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의 2019년은 어땠는가? 어느 자리에도 빠지지 않았던 거너(Gunna)처럼 ‘인싸’의 삶을 살았을 수도 있고, 릴 나스 엑스(Lil Nas X)처럼 눈부신 커리어의 시작을 만끽했을 수도 있다. 어쩌면 릭 로스(Rick Ross)처럼 원래부터 걷던 길을 묵묵히 걸었을지도 모르겠다. 어느 쪽이건, 새해는 다가왔고 지난 1년은 완전히 마무리된 과거가 되었다. 이를 잊지 않기 위해 한 해 동안 힙합 씬을 이끌어온 주역들을 A부터 Z까지, 한번 슬쩍 제멋대로 끼워 맞춰봤다. 이 글이 지난 2019년을 찬찬히 돌아보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A$AP Rocky
2019년은 에이셉 라키(A$AP Rocky)에게 혹독한 정신수련의 해로 각인되지 않을까. 우선, 지난 7월 초 스웨덴에서 얼떨결에 일반인을 폭행한 이후 약 두 달간 폭풍 같은 시기를 보내야 했다. 이후 싱글 “Babushka Boi”를 발표하며 다시금 힘찬 발걸음을 준비했으나, 지난 12월 말 유출된 성관계 영상 속 실력(?) 논란으로 다시 한번 고난의 시기가 닥치고 말았다. 온갖 멋있는 행보만 보여왔던 그에게는 이미지에 큰 타격이 간 상황. 그러나 ‘작은 채소’보다는, 자신을 매몰차게 대했던 스웨덴에 제 발로 다시 돌아가 공연을 선보인 대인배의 모습이 더욱 크게 역사에 남을 것이다.

British Man (21 Savage)
21 새비지(21 Savage)는 2019년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를 획득했다. 지난 2월 영국 국적으로 13년간 미국에서 불법체류를 해온 사실을 들켜버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카리스마가 쏙 빠져버린 이후, 그의 우수에 찬 눈빛과 중얼거리는 말투는 ‘입덕 포인트’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21 새비지 역시 본색이 드러나 편안했던 건지, 충격의 태권소년 썰을 푸는 등 아예 대놓고 친근함을 어필했다. 그 결과, 음악 안에서는 무자비한 이미지, 대외활동에서는 신사다운 영국남자의 이미지를 동시에 챙길 수 있었다. 이제는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댓글창에 “신사답네요”라는 댓글이 달리는 건 부작용이긴 하지만.

Chance the Rapper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는 법. 세 장의 믹스테입으로 기라성 같은 커리어를 쌓았던 챈스 더 래퍼(Chance the Rapper)는 첫 정규앨범 [The Big Day]로 크게 미끄러졌다. 최악의 퀄리티는 아니었지만, 챈스 더 래퍼라는 뮤지션의 첫 정규작에 우리는 너무나 큰 기대를 걸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음악 외적으로 2019년은 그에게 행복한 해였을 것이다. 3월에는 결혼식을 올렸고, 곧이어 둘째 임신 소식까지 들려왔으니까 말이다. 혹시 모른다. [The Big Day]로 무릎을 꿇었던 건, 새 프로젝트에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을 수도 있다. 챈스 더 래퍼는 이 정도의 믿음은 충분히 줘도 될 만한 인물이다.

Dreamville
10일 동안 진행된 드림빌(Dreamville)의 세 번째 컴필레이션 프로젝트에는 무려 343명의 뮤지션이 참여했다. 절대적인 머릿수로도 충분히 놀랍지만, 이렇게 수많은 이들이 제이콜(J. Cole)의 부름에 즉각 달려왔다는 사실이 새삼 더 놀랍다. 어느새 제이콜은 힙합 씬에서 그러한 존재가 되었고, 이제는 드림빌의 뮤지션들도 힙합 팬들의 뇌리에 당연하다는 듯 남아있다. 실제로 컴필레이션 앨범을 잘 쳐주지 않는 그래미(Grammy Awards)는 [Revenge of the Dreamers III]를 ‘베스트 랩 앨범’ 후보로 선정했으며, 그들은 요만큼의 어그로(?) 없이도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묵묵히 증명하고 있다.

Emo Rap
몇 년 전부터 씬의 주류가 되기 시작한 이모 랩은 2019년에도 여전히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그 불같은 인기의 온도만큼, 이모 랩 씬은 여전히 뜨거운 열병을 앓는 중이다. 주역이라 불리던 뮤지션들이 매년 세상을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감정을 애써 증폭시켜야 하는 장르적 특징, 가사의 주요 카테고리가 된 ‘마약에 찌든 삶’이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날개를 펼치던 주스 월드(Juice WRLD) 역시 약물 과다 복용으로 인해 숨을 거뒀고, 남은 뮤지션들은 뒤늦게 약물 중단 선언에 뜻을 함께하는 중이다. 2020년에는 조금이라도 더 건강한 이모 랩 씬이 되길 바라본다.

Freddie Gibbs & Madlib
2019년 인터넷 방송 씬을 휘어잡은 ‘아재 듀오’에 침착맨과 주호민이 있었다면, 미국 힙합 씬에는 프레디 깁스(Freddie Gibbs)와 매드립(Madlib)이 있었다. 그들의 두 번째 합작 프로젝트 [Bandana]는 평단과 매니아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매드립의 치밀한 샘플 운용, 알갱이가 굵은 프레디 깁스의 랩이 서로 찰싹 달라붙으며 눈물 나는 케미를 만들어낸 덕이다. 전곡의 비트를 아이패드로만 만들었다는 사실, 둘의 합작 앨범이 앞으로 한 장 더 존재한다는 사실로 밀려오는 감동은 덤이다. 미국 힙합 씬에 <연예대상> 같은 프로그램이 있었다면, 그들은 이미 ‘베스트 커플상’을 수상하며 유쾌한 소감을 읊고 있었을 것이다.

Gunna
한국 제품에 무조건 ‘KC마크’가 붙는 것처럼, 2019년의 메인스트림 힙합 음악에는 모조리 ‘(feat. Gunna)’라는 품질보증마크가 붙었다. 나라에서 피처링으로 무조건 거너(Gunna)를 쓰라고 명령을 하지도 않았을 텐데, 대체 그는 어떻게 수많은 뮤지션과 함께 붙어먹은 걸까? 몽환적인 싱잉랩, 은근히 넓은 스펙트럼, 왠지 친해지고 싶은 푸근한 인상(?) 등이 동료들의 마음에 쏙 들었던 것이 그 이유 아닐까. 수많은 피처링 활동 이외에도, 그는 첫 스튜디오 앨범 [Drip or Drown 2]를 통해 가장 트렌디한 힙합 사운드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줬다. 이제 그는 더이상 영 떡(Young Thug)의 아들이라 불릴 필요가 없다.

Hollywood's Bleeding (Post Malone)
점점 늘어가는 얼굴의 타투처럼, 포스트 말론(Post Malone)의 인기는 멈출 줄 모르고 계속해서 그 양을 불려왔다. 2019년은 그런 그의 인기를 한층 업그레이드시킨 해다. “Sunflower”의 폭발적인 인기를 이어가며 한 해를 열었던 그는 “Wow.”와 “Goodbyes” 등의 싱글을 연이어 히트시켰고, 마침내 “Circles”로 커리어 사상 첫 솔로 1위 곡을 만들어냈다. 3집 [Hollywood's Bleeding]으로 평단에서도 괜찮은 평가를 받으며 ‘히트만 노리는 뮤지션’이라는 오명을 벗는 데 성공하기까지 했다. 2020년에는 연기에 도전할 것이라는 포스트 말론. 정말로 내한 공연 빼고는 뭐든 다 해먹을 심산인 걸까?

IGOR (Tyler, The Creator)
[Flower Boy]로 놀라운 변화를 보여준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or)는 또 한 번의 진화에 성공했다. 물론, 막걸리색 똑단발 가발만 가지고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2019년 발표한 5집 [IGOR]는 그만의 감성이 넘실거리는 수작으로 인정받았으며, 각종 결산에서 순위권을 차지하며 위력을 뽐냈다. DJ 칼리드(DJ Khaled)를 제치며, 처음으로 앨범 차트 1위 달성에 성공한 것도 강조할 만하다.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 본인도 앨범의 완성도가 참 자랑스러웠던 걸까? 그는 발매 후에도 몇 달에 걸쳐 [IGOR]에 관한 TMI를 잔뜩 쏟아냈다. 정말이지, 즐기는 자는 절대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저절로 떠오르는 인물이다.

JESUS IS KING (Kanye West)
칸예 웨스트(Kanye West)의 2019년을 정의하는 세글자는 바로 ‘역대급’이 아닐까 싶다. 그는 [Yandhi]로 쏘아올린 작은 예고를 1년이 넘게 아득바득 끌며 역대급 밀당을 선사했다. 또, 매주 ‘선데이 서비스’ 공연을 진행하며 역대급 신앙심을 보여줬다. 신보 [JESUS IS KING]의 내용물마저 짙은 종교색을 띠며 역대급으로 호불호가 갈렸다. 덕분에 그를 향한 팬심 역시 역대급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었던 한 해다. 그러나, 두 가지의 역대급 변화 덕에 우리 모두 그 화를 누그러뜨리지 않았을까. 그 어느 때보다도 평온해진 그의 심리상태, 그리고 어느 때보다도 환했던 그의 미소 덕분에 말이다.

Kevin Abstract & BROCKHAMPTON
2017년, [SATURATION] 트릴로지로 급격한 성장을 이뤄낸 그룹 브록햄튼(BROCKHAMPTON)은 어느새 힙합 팬이라면 당연히 알아야 하는 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런 그들의 2019년은 내실을 다지는 데 큰 도움이 된 해였을 것이다. 폭발적인 관심이 쏠린 지도 벌써 2년, 거품이 걷힌 만큼 멤버들은 힙합 팬들의 객관적인 입맛을 만족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들은 새 앨범 [GINGER]로 그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보이며, 덧붙여 리더 케빈 앱스트랙트(Kevin Abstract)는 솔로 앨범 [Arizona Baby]와 함께 본인 만의 음악 세계를 탁월하게 세상에 펼쳐 놓았다.

Lil~
‘릴가네 식구들’의 족보는 정녕 영원히 이어지려는 걸까? 여느 해처럼, 2019년에도 역시 새로운 릴가 놈들이 우후죽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릴 테카(Lil Tecca)는 히트 싱글 “Ransom”과 함께 ‘찐내 래퍼’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추가했고, 릴 키드(Lil Keed), 릴 티제이(Lil Tjay), 릴 갓잇(Lil Gotit) 등의 뉴페이스들 역시 그들의 인지도를 한껏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릴 우지 버트(Lil Uzi Vert), 릴 더크(Lil Durk) 등의 릴 선배들 역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며 명성을 이어갔다. “Old Town Road”로 큰 성공을 거둔 릴 나스 엑스(Lil Nas X)는 워낙 그 영향력이 컸기 때문에 아랫부분에서 따로 언급된다.

Money in the Grave (Drake)
2010년대 초중반의 미공개 곡들을 묶어낸 컴필레이션, [Care Package]만을 공개하며 드레이크(Drake)는 비교적 조용한 2019년을 보냈다. 그러나 조용했던 한 해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앞으로 이어질 10년의 청사진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크다. 새 지평을 열었던 믹스테입 [So Far Gone]을 시작으로 드레이크는 매년 힙합 씬의 판도와 차트 기록을 갈아치워왔기 때문이다. 2019년 공개한 싱글 “Money In the Grave”에서 그는 무덤에 돈을 함께 묻어달라고만 요청하지만, 그의 무덤에는 온 세상 사람들의 리스펙이 더 많이 함께하지 않을까. 힙합의 형태를 바꿔놓았던 지난 10년간의 업적만으로도 말이다.

Nipsey Hussle
2019년 4월 1일, 닙시 허슬(Nipsey Hussle)은 거짓말 같은 죽음을 맞이했다. 큰 호평을 받은 첫 정규앨범 [Victory Lap]으로 본격적인 날개를 펼친 지 고작 1년 후였기에, 그리고 게토에 새로운 순환고리를 만들기 위해 했던 노력이 결실을 보고 있었기에 더욱더 안타까운 소식이었다. 그의 추모식에는 수천 명의 이들이 모여 떠나간 그를 기렸으며, 여정을 함께했었던 동료 래퍼들은 닙시 허슬의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여전히 사회 운동에 힘을 보태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나, 로스앤젤레스에서 떠난 서부 힙합 씬의 영웅은 분명 시민들의 마음 속에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Old Town Road (Lil Nas X)
방 한 칸과 노트북만으로도 뮤지션이 될 수 있는 요즘 시대, 이제 단순히 ‘좋은 퀄리티의 음악’만으로는 정상을 차지하기 힘들다. 릴 나스 엑스(Lil Nas X)는 이 흐름을 꿰뚫어 본 후, 성공적으로 씬에 이름을 각인시킨 신예다. 장난처럼 툭 던진 싱글 “Old Town Road” 안에는 치밀한 전략과 번뜩이는 독창성이 담겨있었으며, 본격적으로 유행을 타기 시작한 소셜 앱 틱톡(TikTok)과 함께 그는 빌보드 역사상 최장기간 1위 아티스트로 군림하는 데 성공했다. ‘컨트리 트랩’이라는 혼종(?)으로 장난 섞인 주목을 받았지만, 인터넷 밈을 적극 활용하는 시대에서 릴 나스 엑스는 분명 중요한 뮤지션으로 역사에 남지 않을까.

Pi'erre Bourne
피에르 본(Pi'erre Bourne)은 단순히 플레이보이 카티(Playboi Carti)의 충신으로 그친 아쉬운 인식을 깨뜨리는 데 성공했다. 영 누디(Young Nudy)와의 합작 믹스테입 [Sli'merre], 그리고 첫 솔로 정규 [The Life of Pi'erre 4] 모두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또한, 샘플 클리어 문제로 누락된 [Sli'merre]의 미수록곡 “Pissy Pamper”는 인터넷에 끊임없이 떠돎으로써 생명을 획득했다. 피에르 본이 빚어낸 중독적인 비트가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미공개곡’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는 어느새 트랩 씬의 역사에서 가장 아이코닉한 프로듀서 중 하나가 되었으며, 2019년은 그 입지를 어느 때보다도 견고히 다져준 해다.

Quality Control Music
미고스(Migos)의 2019년은 그리 시끌벅적하지 않았지만, 그들이 소속된 레이블 퀄리티 컨트롤 뮤직(Quality Control Music)은 알찬 해를 보냈다. 릴 베이비(Lil Baby)는 수많은 싱글을 발표하며 차트에 들락날락했고, 씨티 걸즈(City Girls)는 싱글 “Act Up”의 인기와 함께 그들의 넘치는 흥을 세상에 알리는 데 성공했다. 릴 야티(Lil Yachty)는 어울리지 않게 조용한 한 해를 보냈으나, 첫 내한공연을 진행하며 ‘국뽕 찬스’를 사용했으니 질타는 자제하도록 하자. 무려 36곡이 담겼던 새 컴필레이션 앨범은 그 트랙 수가 너무 징그러워 크게 언급하고 싶지 않다.

Rick Ross
릭 로스(Rick Ross)의 찬란했던 데뷔 앨범 [Port of Miami], 그리고 13년 후 발표한 후속작 [Port of Miami 2]를 차례로 들어보면 참 꾸준한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여전히 장엄한 비트 위에서 성공을 자축하고 있으며, 여전히 무게감이 느껴지는 육중한 추임새를 뱉는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모습이 멋진 뮤지션도 있지만, 릭 로스는 평생 이대로만 해줬으면 좋을 것 같은 인물에 해당하지 않을까. 그러니 목소리의 기름기는 유지하되, 너무 고기만 먹고 지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긴 마라톤을 마친 뒤 다시 마이애미의 항구로 돌아온 그를 더욱더 오래 보고 싶으니까 말이다.

ScHoolboy Q
21 새비지의 13년간 준비한 개꿀잼 몰카에 가려졌을 뿐, 스쿨보이 큐(ScHoolboy Q) 역시 한 해 동안 카리스마 속에 감춰뒀던 민낯을 드러낸 인물이다. 그는 게임 속 세상에서 미국 초딩들과 키배(?)를 뜨는 삶을 가감 없이 드러냈으며, 방탄소년단(BTS)의 음반 판매량에 겁을 먹고 “사재기 기계를 구하고 싶다”라며 귀여운 질투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4월 발표한 정규앨범 [CrasH Talk]에는 웃음기 쏙 빠진 살벌한 음악만이 담겨 있다. SNS에서 동료 래퍼들에게 놀림을 당하는 푸근한 아재, 그리고 무자비한 갱스터의 이미지를 동시에 챙긴 그는 힙합 씬에서 가장 호감 가는 인물이 되었다.

Travis Scott
트래비스 스캇(Travis Scott)이 본격적으로 씬의 정점에 서기 시작한 해가 2018년이라면, 2019년은 단순한 대세가 아닌 ‘아이콘’이 되는 과정을 거친 해로 기억되지 않을까. 그와 나이키의 협업 모델은 공개되는 족족 신발 마니아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며, 포장지를 디자인한 시리얼 제품에 약 200달러의 리셀가가 매겨지게까지 했다. 이쯤 되니, 그의 오토튠 목소리 안에 비밀 최면 주파수가 설정된 게 아닐까 싶기도 할 지경. 그는 직접 세운 레이블 캑터스 잭(Cactus Jack)과 함께 이미 씬의 큰형님이 되어가고 있으며, 후대에 남겨질 힙합의 역사에서 아주 중요하게 다뤄질 가능성까지 충분히 넘보고 있다.

Uknowhatimsayin¿ (Danny Brown)
음악 스타일은 원체 과감했으니 놀랄 게 없었지만, 대니 브라운(Danny Brown)의 생김새가 말끔해졌다는 사실에 힙합 팬들의 어안은 벙벙해졌다. 새벽 4시 PC방에서나 볼 수 있는 머리, 괜히 손가락을 넣고 싶은 앞니 사이 빈 공간으로 대표되던 그였기 때문이다. 2019년 발표한 앨범 [uknowhatimsayin¿]에는 멀끔해진 외관만큼 한층 더 정제된 사운드, 그리고 여전히 곱씹을 맛이 있는 가사가 가득 차 있었다. 신보의 첫 트랙 첫 소절에서 그는 “떠난 줄 알았지, 무덤에서 돌아왔다”라고 외치지만, 그가 한 번이라도 고꾸라진 적이 있었던가. 3년 만에 돌아온 그는 새로 한 임플란트만큼 견고한 음악성을 증명했다.

Ventura (Anderson .Paak)
2018년 11월 발표한 앨범 [Oxnard]에 이어, 앤더슨 팩(Anderson .Paak)은 2019년 [Ventura]를 공개하며 흐름을 이어갔다. 안드레 3000(Andre 3000), 스모키 로빈슨(Smokey Robinson) 등 귀하신 분들(?)의 참여도 흐뭇했지만, 알앤비라는 장르를 향한 앤더슨 팩의 사랑이 잔뜩 묻어났기에 더욱 미소가 지어지는 앨범이 아니었나 싶다. 특히, 고인 네이트 독(Nate Dogg)의 목소리로 장식한 엔딩은 올해 발표된 모든 앨범 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을 만한 엔딩이다. 앤더슨 팩은 2020년으로 넘어가기 직전 밴드 프리 내셔널즈(The Free Nationals)의 리더로서 또 한 장의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으니, 꼭 체크해보자.

Woptober II (Gucci Mane)
구찌 메인(Gucci Mane)이 2019년 한 해 동안 세 장의 앨범을 발표했다는 사실은 이제 놀랍지도 않다. 그런데, 그가 진짜 구찌(Gucci)와의 첫 협업에 성공했다는 소식에는 절로 눈이 동그래진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가 하이엔드 브랜드와 손을 잡는 일은 평행세계에서만 존재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이 협업 소식은 트랩이 주류가 된 현 음악 시장에서 가지는 구찌 메인의 상징적인 위치를 보기 좋게 증명했다. 누가 뭐래도, 그는 이제는 트랩 씬의 인간문화재로 인정받아야 한다. 단지, 모양이 조금 빠그러진 장독대라도 망치로 깨뜨리지 않고 잘 포장해 팔아치우는 점이 약간 다를 뿐이다.

XXL Freshman 2019
애매한 평가를 거뒀던 2018년 라인업과 달리, 2019 XXL 프레시맨 클래스는 뮤지션들과 힙합 팬들 모두에게 좋은 반응을 끌어냈다. 실제로 멤버들 대부분이 씬에서 인상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 해 동안 엄청난 활약상을 선보였던 거너와 다베이비(DaBaby), 2020년을 잡아먹을 준비 중인 로디 리치(Roddy Ricch), 선배 래퍼들의 총애를 받는 YBN 콜대(YBN Cordae)가 특히 회자될 만한 커리어를 일궈냈다. 메간 디 스탈리온(Megan Thee Stallion)은 니키 미나즈(Nicki Minaj), 카디 비(Cardi B) 이후 오랜만에 메인스트림 시장에서 활약하는 여성 래퍼로서 각인되었다.

Young Thug
그 얼마나 긴 여정이었던가. 너무나도 튀는 스타일로 인해 씬의 이단아 취급을 받던 영 떡(Young Thug)은 인고의 시간을 거쳐 힙합 씬 최고의 선구자 중 하나가 되었다. 당시에는 과하다 싶었던 추임새는 현세대 래퍼들의 기본적인 덕목이 되었고,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못했던 삑사리 플로우(?)는 수많은 아류 래퍼들을 생산해냈다. 영 떡의 과감한 시도가 없었더라면, 지금의 힙합 씬은 훨씬 단조로운 상태로 흘러왔을 것이다. 2019년은 그런 영 떡이 대중적인 성공마저 챙겨갈 수 있었던 기념비적인 해다. 마침내 발표된 첫 정규앨범 [So Much Fun]과 함께, 그는 커리어 처음으로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기록했다.

Zuu (Denzel Curry)
[ZUU]의 수록곡 “RICKY”를 설명하며, 덴젤 커리(Denzel Curry)는 본인을 “Ultimate”로만 기억하고 있는 이들 때문에 두 배 이상의 노력을 해야 했다고 밝혔다. 2019년 발표한 네 번째 정규작 [ZUU]는 그 노력이 훌륭한 열매를 맺어낸 프로젝트다. 나고 자란 도시 마이애미를 대표하고자 하는 그의 야망, 영혼의 듀오로 함께하고 있는 FnZ의 프로듀싱이 합쳐치며 순도 100%의 아드레날린을 주조해낸 것이다. 신과 구의 연결고리를 다른 어디서도 못 본다고 했던 래퍼가 국내에 존재하지만, 덴젤 커리의 [Zuu]는 남부 힙합의 과거와 현재를 훌륭하게 결합하며 그 연결고리를 쨍하게 보여줬다.
Editor
snobbi




와 A부터 Z까지 다 차네요 억지스러운 것도 없이..
일단 닙시랑 주스월드 너무 안타깝습니다 진짜로.. 최근에 힙합씬에 너무 슬픈 일들이 자주 일어나서 힘들었네요
그리고 또 인상깊었던 게 챈스더래퍼.. 정말 완벽한 커리어 그 자체였고 이번 정규가 칸예의 MBDTF 처럼 커리어의 정점을 찍기 딱 좋은 타이밍었는데.. 사람들이 너무 실망한 나머지 많이들 등을 돌리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저도 챈스가 역대 최고의 앨범 중 하나를 만들거라 생각했던 사람으로서 너무 아깝습니다. 투어도 취소하고 본인도 조금은 당혹스러워하는 거 같은데, 다음 앨범에서 너무 부담갖지 말고 그냥 자기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네요. 이번 앨범은 너무 힘을 많이 넣다보니 음악이나 가사가 조금은 억지로 다가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British Man ㅋㅋㅋㅋㅋㅋㅋㅋ
양질의 글 감사합니다!
대니엉아 유남쌩 많이 들어주세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와 넘 꿀잼 거를타선 하나두 없네요
덕분에 재밌고 쉽게 2019년 돌아봤읍니다 감사합니다
힙합엘이는 역시 사랑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걸 이제야 보네여 잘읽었습니다.. 진짜 많은 일이 있었네요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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