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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었던 당신, 그곳은 편한가요?

title: [회원구입불가]LE_Magazine2018.10.30 21:53추천수 11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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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 밀러(Mac Miller)가 세상을 떠난 지 50일이 넘었다. 그의 음악을 즐겨 들었고, 많은 연결점을 느껴왔기에 한동안 마음이 힘겨웠다. 그를 생각하면 간신히 틀어막은 눈물 마개가 빠질 것 같아 최근까지도 생전의 음악을 잘 듣지 못했다. 마침내 말문을 열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건 맥 밀러를 위한 추모 콘서트 소식을 접하면서였다. 세상 그 누구보다 맥 밀러를 열렬히 지지했을 가족과 동료들은 맥 밀러 써클스 펀드(Mac Miller Circles Fund) 재단을 만들고, 콘서트를 열며 추모의 메시지를 보낸 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 결심을 하기까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큰 상실감과 슬픔을 견뎠을 거라는 생각에 부끄러움이 느껴졌다. 혹 익사를 뜻하는 'Drowning'이 아닌 헤엄친다는 뜻의 'Swimming'을 앨범 타이틀로 선택한 맥 밀러의 의지를 무색하게 한 건 아닌가 싶어서였다.


그 의지를 이어받으려는 것만 같은 추모 콘서트는 10월 31일, 내일 LA에서 열린다. 이 콘서트에는 챈스 더 래퍼(Chance The Rapper), 스쿨보이큐(ScHoolboy Q), 트래비스 스캇(Travis Scott) 외 20명 이상의 아티스트가 함께할 예정이다. 이 콘서트로 출연진들은 맥 밀러라는 소중한 사람을 잃었다는 슬픔을 기념(Celebration)으로 승화하기를 선택했다. 이처럼 아티스트들은 상실의 아픔을 음악적 영감으로 새롭게 풀어내고, 더 나아가 그 음악을 통해 망자에게 새 생명을 불어넣곤 한다. 이젠 음악으로만 함께할 수 있는 노토리어스 비아이지(Notorious B.I.G.)나 투팍(2Pac) 같은 누군가의 별들도 소중한 이를 잃고 "Miss U"나 "Life Gose On" 같은 노래를 세상에 내놓은 적이 있다. 여기, 그 연장선이라 할 수 있는 비교적 최근 곡들을 소개한다. 맥 밀러가 됐든, 누가 됐든,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아직은 마음이 힘겨워서 '이제 그만 잊어'라는 말을 들을 준비가 안 되어 있다면 이 노래들이 위로가 되길 바란다.





XXXTentacion - Jocelyn Flores


조셀린 플로레스(Jocelyn Flores)는 텐타시온(XXXTentacion)을 실제로 만나고, 며칠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SNS로 알게 된 사이였기에 그 만남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텐타시온은 자신이 가진 우울증 같은 고통을 이해할 수 있었던 그녀에게 큰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사운드클라우드로 공개했던 "garatte's REVENGE"도 그녀에 관한 자신의 심정을 담은 곡이었다. 그로부터 3개윌 뒤 발표된 앨범이 [17]이다. 텐타시온은 이 앨범의 모든 수록곡을 조셀린 플로레스에게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 하지만 정작 그녀의 이름을 제목에 그대로 써넣은 "Jocelyn Flores"에는 감정적인 오열도, 극적인 서사도 없다. 그저 샘플링한 팟수(potsu)의 "I'm closing my eyes" 속 가사를 빌려와 텐타시온 자신의 고통을 읊조릴 뿐이다. 그녀를 앗아간 세상을 향해 복수를 다짐하다 무기력하게 절망하기까지, 그는 어떤 고통의 시간을 보냈던 걸까. 깊은 아픔엔 긴 수식어조차 필요 없으니 1분 59초라는 짧은 곡 길이가 적절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괜찮아' 같은 말로는 위로받을 수 없었던 그들의 고통이 하늘에서는 조금이나마 나아졌기를 바란다.








Joey Bada$$ - On & On


2012년 크리스마스 이브날, 17살 밖에 되지 않았던 조이 배대스(Joey Bada$$)는 자신의 음악적 파트너이자 절친이었던 캐피탈 스티즈(Capital STEEZ)를 잃었다. 2년 뒤인 2014년 12월에는 이듬해 발매할 예정이었던 데뷔 앨범 [B4.DA.$$]를 한창 준비하던 중에 프로 에라(Pro Era)의 멤버이자 또 다른 절친 주니어 비(Junior. B)를 잃었다. 막 세상을 향해 날아가려던 조이 배대스로서는 양쪽 날개를 잃은 셈이었으니 가슴이 미어졌을 것이다. "On & On"은 그 슬픔에 걸맞게 단조의 피아노 음으로 조심스럽게 시작한다. 하지만 그는 곧이어 들리는 드럼 비트와 함께 슬픔에만 머무르지 않고 강한 의지를 내비친다. 지금쯤 전성기 시절 일찍이 세상을 떠난 노토리어스 비아이지, 투팍 같은 전설들과 함께 있을 것이라며 자신의 파트너들을 위로한다. 마치 어린 소년이 아닌 성숙한 어른이 '신이 그를 너무 사랑해서 자신의 곁으로 먼저 데려가신 거야'라고 위로하는 듯하다. 자신 또한 훗날 때가 되면 그들에게 합류할 거라는 말에서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하늘에서 보고 있을 캐피탈 스티즈와 주니어 비도 그런 친구 조이 배대즈가 자랑스러울 것이다. 조이 배대즈가 이 노래의 훅처럼 사람이라면 누구나 날개 없이도 한 번쯤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고, 그때까지 살아남은 이들의 삶은 계속된다는 걸 어린 나이에 벌써 깨달았으니.







Meek Mill - We Ball


공동묘지에 모여 슬픔에 잠긴 사람들, 땅을 파는 포크레인, 그 속에 누이는 시체… "We Ball"의 뮤직비디오는 실제 장례식의 풍경을 보여주며 추상적인 단어에 불과했던 '죽음'을 뭍 위로 끌어올린다. 삶을 꽤 살았어도 겪어보지 못할 수도 있는 이 과정을 험난하게 살아온 믹 밀(Meek Mill)과 영 떡(Young Thug)은 일찍부터 여러 차례 겪어야 했다. 둘은 디트로이트 출신의 래퍼 덱스 오사마(Dex Osama)와 드림 체이서스 레코드(Dream Chasers Records) 소속이었던 열일곱의 릴 스누프(Lil Snupe)를 포함한 많은 래퍼의 죽음을 군인의 그것에 빗댄다. "F*ck it, we ball"이라는 가사가 전우의 죽음에 오열하면서도 꼭 그 몫까지 살아남고 말겠다는 다짐을 연상케 한다. 뮤직비디오에는 '죽은 이를 기리는 방법은 문화마다 다르지만, 이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우리가 작별한 이들의 가슴 속에 사는 방법은 죽지 않는 것이다.'라는 문구가 나온다. 또, 이 곡의 메시지가 비단 믹 밀과 영떡 둘에게만 국한된 게 아니라는 듯 성별과 연령, 인종과 문화 구별 없이 다양한 사람들의 슬픔을 한데 보여주기도 한다. 지구 반대편에서도 누군가의 죽음에 흐느끼고 있음을 알고 있다는 느낌에, 이들도 그 아픔에 함께한다는 사실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된다. 괜스레 'Forever, We ball'이라는 문구를 되뇌며, 현실 앞에 마음을 다잡아본다.







Lil Wayne - Don't Cry


릴 웨인(Lil Wayne)은 야속하게도 텐타시온의 존재를 잘 몰랐다고 한다. [Tha Carter V]의 작업 중 피처링 목록에서 망자의 목소리를 처음 접했다고 한다. 세상을 떠나기 전, 어린 시절 자신에게 음악적 영향을 미친 사람 중 하나로 릴 웨인을 꼽은 텐타시온과는 입장이 다르다. 텐타시온을 포함해 많은 이들의 우상이었던 릴 웨인이지만, 이제는 그때보다 심신은 약해지고 위상은 낮아졌다. 2012년부터는 종종 간질로 발작을 일으켰다. 2017년 말, 의식을 잃었을 때는 텐타시온이 인스타 스토리를 통해 빠른 쾌유하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그래서인지 "Don't Cry" 속 울부짖는 듯한 텐타시온의 목소리는 릴 웨인이 텐타시온을 추모한다기보다는 오히려 죽은 텐타시온이 세상에 남은 릴 웨인을 위로한다는 느낌을 준다. 실제로 릴 웨인은 이 곡에서 약물 남용으로 죽어 버릴 수도 있었던 과거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마지막에 가까워지고 있는 약한 자신을 인정하기도 한다. 그가 솔직한 내면을 담은 [Tha Carter V]의 사실상 첫 곡 "Don't Cry"에 뒤늦게 텐타시온의 목소리가 담긴 건 아마도 죽음의 순간을 마주했던 릴 웨인의 과거와 죽은 텐타시온 사이에 통하는 길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릴 웨인은 텐타시온의 이름을 제대로 읽을 줄 몰라 '트리플 익스텐션'이라 부른다. Extension, 연장. 이 어이없는 실수는 텐타시온에겐 이제 더 연장할 생명조차 남아 있지 않기에 아이러니하게도 슬픔으로 다가온다. 어쨌든 텐타시온은 곡에서 계속해서 울지 말라고 소리친다. 진정 슬픔을 겪어본 자만이 다른 이의 슬픔도 진심으로 위로할 수 있다는데, 릴 웨인에게는 자신이 만나본 저승사자와 이미 함께하는 텐타시온이 그런 존재일지도 모른다.







Logic - YSIV


로직(Logic)은 "YSIV"에서 "Rest in peace, Mac Miller"를 외치며 경쾌하게 시작한다. 우울한 반주나 서글픈 랩도 없어 단번에 슬픔과는 거리가 멀다는 걸 알 수 있다. 로직 본인과 힙합 씬을 이야기하는 내용 또한 어쩐지 앞서 언급한 곡들과는 결이 다르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 곡은 처음 한 번 들어서는 알 수 없는 맥 밀러를 향한 로직의 섬세함이 묻어나는 곡이다. 나스(Nas)의 "Life's A Bitch" 속 "삶은 X같고, 이러다 죽겠지, 그러니 우리는 마약을 해(Life's a bitch and then you die; that's why we get high)"라는 가사는 로직의 초기 곡 "Young Sinatra"에서 샘플링된 바 있다. "Young Sinatra"는 "Life's A Bitch" 외에도 맥 밀러의 "Kool Aid & Frozen Pizza"와 똑같이 로드 피네스(Lord Finesse)의 "Hip 2 Da Game"을 샘플로 삼은 곡이다. 로직은 이를 기념이라도 하듯 "YSIV"에서도 "Life's A Bitch"를 다시 샘플링했다. 이는 당연하게도 맥 밀러가 약물 과다 복용으로 세상을 떠났기에 단순 샘플링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크게 보면 영 시나트라(Young Sinatra) 시리즈의 처음과 끝 모두에 자신에게 많은 영향을 준 맥 밀러를 담은 거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니 로직이라고 어찌 슬프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 단지 그는 세상을 떠난 이를 기릴 때, 눈물을 흘리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며, 맥 밀러는 우리 곁에 영원히 남을 거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눈물 자국만을 남기기보다는 멋지게 맥 밀러를 기억하고 싶은 로직의 마음이 덤덤한 척하며 글을 다 쓰고 나서야 와닿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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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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