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음악은 많아졌고, 기억 남는 음악은 적어졌다. 그 순간들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힙합엘이 매거진 에디터들이 한껏 마음 가는 대로 준비했다.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큼은 들어보면 좋지 않을까 싶은 9월의 앨범들. 순서는 발매일, 알파벳 순이다.
Joey Purp - QUARTERTHING
발매일: 2018/09/07
추천곡: Godbody, Elastic, Fessional/Diamonds Dancing
[QUARTERTHING]에는 예측할 수 없는 신선함이 있다. 과감한 고음이 불안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애초에 "Elastic"처럼 흥행만 하고 끝날 '안전빵' 톤으로만 진행됐다면 개성 없이 밋밋한 앨범으로 남았을 것이다. 일렉트로니카와 복고풍 사운드가 섞여 지루할 틈없는 비트와 생목으로 랩을 들었다 놨다 하는 이 앨범은 기존의 잣대로는 설명하기 힘들다. 그 기존에는 없는 매력이 있기에 같은 시카고 출신 챈스 더 래퍼(Chance the Rapper)도 응원 대열에 합류한 건 아닐까. - limstagram
Masego - Lady, Lady
발매일: 2018/09/07
추천곡: I Had A Vision, Lavish Lullaby, Queen Tings, Black Love
트랩하우스재즈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나가고 있는 마세고(Masego)의 데뷔 앨범이 드디어 발매되었다. 전작들을 통해서 자신의 능력을 어느 정도 입증해낸 그는 이번 앨범에서 색소폰 외에도 다양한 악기, 그리고 다양한 뮤지션들과의 조화를 통해 새로운 음악을 선보였다. 제목만큼이나 부드럽고 가녀린 피아노 선율의 “Silk...”를 시작으로 알앤비, 소울, 트랩, 붐뱁, 라틴, 자메이칸, 훵크까지, 다양한 스타일을 한꺼번에 소화해냈다. 마치 달콤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진하고 쌉싸름하기도 한 13가지 맛의 초콜릿 세트 같은 앨범이다. - JANE
MNEK - Language
발매일: 2018/09/07
추천곡: Correct, Paradise, Language
좀처럼 수면 위로 떠오르지 못했던 엠넥(MNEK)이 정규 1집을 들고 왔다. 이전까지는 비욘세(Beyonce) 같은 팝스타 뒤에서 작업을 도우며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슬슬 뜨고 싶다 말한 그의 인터뷰를 보면, 이해는 되지만, 한 장의 앨범으로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 했던 거 같다. 흑인 게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담은 분명한 서사와 2000년 초반, 90년대 후반을 연상케 하는 알앤비 사운드라는 두 가지 큰 줄기가 꼬여 있다. 의도한 바겠지만, 그 때문에 올드한 느낌이 너무 강한 감이 있다. - Kimioman
$uicideboy$ - I Want To Die In New Orleans
발매일: 2018/09/07
추천곡: Bring Out Your Dead, Coma, I No Longer Fear The Razor Guarding My Heell (IV)
우리나라 말로 바꾸면 자살소년단의 '뉴올리언스에서 죽으리렸다' 정도 될 듯하다. 자살 기믹을 가장 성공적으로 활용하는 로우파이 호러코어 힙합 듀오가 새로운 스튜디오 앨범으로 돌아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저분한 사운드에 대한 매니아들의 수요를 성공적으로 채운다. 마지막 곡 속 긴 호흡의 변주는 수어사이드보이즈($uicideboy$)의 정수를 담고 있다. 수록곡 제목 그대로 'FUCK the Industry' 같이 행동하지만, 산업(Industry)는 항상 그들을 원한다. - Kimioman
The O’My’s – Tomorrow
발매일: 2018/09/07
추천곡: Starship, Baskets, Tomorrow
소울 듀오 오마이스(The O’My’s)가 선보인 [Tomorrow]는 시카고의 음악 씬이 탄탄하게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모범 사례다. 듀오는 고전 소울 음악의 여러 요소를 차용해 현대적으로 잘 버무려 낸 음악을 들려준다. 앨범 구석구석에서 장르에 대한 애정을 확인할 수 있어 매우 인상 깊다. 다만, 주로 팔세토 창법을 구사하는 보컬과 후반부로 갈수록 별 특이점이 없는 무던한 프로덕션 때문에 몰입감이 점차 갈수록 덜해지는 건 함정. 앨범으로 듣기에는 아쉽지만, 초반부의 강렬함이 상당한지라 추천해본다. - Geda
YBN Nahmir, YBN Cordae, YBN Almighty Jay - YBN: The Mixtape
발매일: 2018/09/07
추천곡: Target, 2 Tone Drip, Feel Like, Kung Fu
아무리 봐도 어학원 이름 같은 YBN 크루이지만, 이번 믹스테입은 정말 인상적이다. YBN 나미르(YBN Nahmir), YBN 콜대(YBN Cordae), 올마이티 제이(Almighty Jay) 모두 발군의 실력을 보인다. 아쉬운 점은 다른 트랩 스타들과 똑같은 스타일로 한다는 것이다. 다만, 기존 트랩의 틀을 벗어난 신선한 시도는 없되, 적어도 그 틀 안에서는 완벽한 모습을 보인다. 릴 펌(Lil Pump), 페이머스 덱스(Famous Dex)부터 릴 비(Lil B)까지, 다양한 래퍼들이 연상된다. 오리지널리티가 아쉽긴 해도 양질의 뱅어로 가득해 스물세 곡이나 됨에도 결코 지루하지 않다. - Kimioman
6lack - East Atlanta Love Letter
발매일: 2018/09/14
추천곡: East Atlanta Love Letter, Pretty Little Fears, Stan
그 누구도 서 있는 곳이 달라지면 풍경도 달라지는 걸 막을 순 없다. 그러니 시차가 생겼을 때는 현재의 자신이 정확히 어떤 상태로 어느 위치에 서 있는지를 적절히 파악해야 한다. 블랙(6lack)은 [East Atlanta Love Letter]로 그걸 해내며 시대를 뒤흔들 정도는 아닌 범재들이 많이 겪는 소포모어 징크스없이 커리어 한 편을 채웠다. 아무래도 "Nonchalant"에서 엿보이는 음악가적 의지가 도움이 된 듯하다. 이제 그는 트랩 소울이라는 말로만 퉁치기는 어렵게 팝적인 색채까지 유려한 움직임으로 더 할 줄 알게 됐다. 전작을 들을 때보다 좀 더 건방지게 허리 빼고 소파 혹은 의자에 앉은 채로 위스키 온 더 락 한 잔과 함께 들어보시길. - Melo
Jungle – For Ever
발매일: 2018/09/14
추천곡 : “Heavy, California”, Beat 54 (All Good Now), Casio
여러 뮤지션의 인터뷰를 보다 보면, LA가 창작에 많은 영향을 주는 도시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 기운이 정글(Jungle)의 음악에까지 영향을 끼칠 줄은 몰랐다. 정글의 음악은 LA의 풍경처럼 좀 더 편해지고 느슨해졌다. 데뷔작처럼 기존의 틀을 깨버리는 강렬한 사운드를 찾기는 힘들지만, 디스코, 소프트 록 등 다양한 장르를 차용해 한층 넓어지고 유연해진 듀오의 음악 세계를 만끽할 수 있다. - Geda
Noname - Room 25
발매일: 2018/09/14
추천곡: Don't Forget About Me, Ace, No Name
전작에 이어 또 한 번 잔잔한 충격을 가져왔다. [Telefone]에서 시인 출신의 독특한 배경을 바탕으로 랩인 듯 낭송인 듯한 유연함을 뽐냈다면, 본 작에서는 보다 박자감이 돋보이는 랩이 듣는 맛을 보탠다. 덧셈만 있고 뺄셈은 없다. 메시지는 여전히 반짝이며, 생생한 세션 사운드는 가사 속 노네임(Noname)의 소망을 예쁘게 장식한다. 속박을 피하려 ‘이름 없음’으로 랩 네임을 정했지만, 올해를 마무리할 때 반드시 기억되어야 할 이름일 것이다. - snobbi
Wale - Free Lunch
발매일: 2018/09/14
추천곡: Dummies, 3 Days 3 Hours, My Boy
올해도 왈레(Wale)는 참 바쁘게 지냈다. 2018년 들어서 벌써 세 번째 EP다. 워너 브라더스(Warner Bros.)와 계약하고 난 후 첫 EP라서 그런지 퀄리티도 준수하다. 짧은 다섯 곡 구성이지만 꽤나 알차다. 특출나지는 않지만, 안정적인 랩스킬을 바탕으로 한 "Dummies"는 왈레의 컨셔스함을 잘 보여준다. 말랑한 사랑 노래 "3 days 3 hours"로 완급 조절도 했다. 후반부는 피처링진인 제이 콜(J. Cole)과 에릭 벨린저(Eric Bellinger)가 튼실하게 받힌다. 짬을 내서 간단하게 듣기에 좋다. - Kimioman
Brockhampton – iridenscence
발매일: 2018/09/21
추천곡: J'OUVERT, HONEY, SAN MARCOS
아는 사람은 다 아는 크리에이티브 콜렉티브 브록햄튼(Brockhampton)이 네 번째 스튜디오 앨범 [Iridescence]로 돌아왔다. ‘Saturation’ 시리즈를 끝마치고 돌아온 이번 작품은 이들에게 꽤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올해 5월, 초창기 멤버였던 아미어 밴(Ameer Vann)이 성추행 문제로 방출되었기 때문이다. 꽤나 타격이 있을 법하지만, 이들은 무너지지 않는다. 여전히 다채로운 시도를 선보였고, 다양한 사운드 안에서 그들만의 에너지와 감성을 보여준다. 열다섯 곡이 끝난 후 왜 앨범 명이 무지갯빛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 Loner
Father - Awful Swim
발매일: 2018/09/21
추천곡: Mirror Mirror, We had a Deal, Lotto
우주 최강 내스티 보이 파더(Father)가 RCA 레코드(RCA Records)와 계약하며 스튜디오 앨범을 발표했다. 어풀 레코드(Awful Records) 본연의 개성이 사라지는 게 아닌가 했는데,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오히려 더욱 정돈되고 잘 짜인 파더만의 스타일이 돋보인다. 애니메이션 <릭 앤 모티(Rick and Morty)>를 샘플링하고, 게임 <파이널 판타지(Final Fantasy)의 캐릭터를 노래하기도 했으니 서브컬처에 대한 적절한 이해가 있다면 앨범을 더욱 풍부하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나머지 어풀 레코드의 멤버들이 발표할 신보들 역시 기대하게 하는 앨범이다. - Kimioman
Young Thug – On The Rvn
발매일: 2018/09/24
추천곡: On The Run, High, Climax
[On The Rvn]는 한마디로 재미있는 EP다. 예정된 EP 발표일에 영 떡(Young Thug)이 총기 소지 혐의로 체포돼 발매가 미뤄졌고, 영떡스럽게도(?) 그는 자신의 체포 뉴스를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홍보 방식을 택했다. 골 때리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어서인지 작품이 더 흥하는 듯도 하다. 참여진인 블랙(6LACK)이나 제이든 스미스(Jaden Smith), 또 엘튼 존(Elton John)의 목소리도 돋보이지만, 그래도 가장 빛나는 건 여전히 영 떡이다. - Loner
Lil Wayne - Tha Carter Ⅴ
발매일: 2018/09/28
추천곡: Uproar, Let It Fly, Mona Lisa
거의 7년에 가깝게 온갖 기대치를 높여놓은 채 [Tha Carter Ⅴ]의 다소 처지는 트랙들을 들어야 했을 땐 '박수칠 때 떠나라'가 괜한 말이 아닌가 싶었다. 허나,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예정했던 앨범을 내지 못한 릴 웨인(Lil Wayne) 본인의 마음은 정작 오죽했을까. 이 앨범은 7년을 갈고 닦은 그의 최고작은 아닐지라도 세월을 이겨낸 그 어느 때보다 진솔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는 아티스트들의 피처링 사이에서 존재감을 잃지 않고 팬들에게 친숙한 릴 웨인 스타일과 또 새로운 스타일이 "A Millli"나 "6 Foot 7 Foot"를 그리워하는 와중에도 여전히 반가울 따름이다. - limstagram
Logic - YSIV
발매일: 2018/09/28
추천곡: Everybody Dies, 100 Miles and Running, Street Dreams II
영 시나트라(Young Sinatra), 바비 타란티노(Bobby Tarantino), 그리고 로직(Logic)으로서 지난 8년의 세월을 쉼 없이 달려왔다. 본래 예명에 비견할 만큼 애착을 보였던 또 다른 이름 영 시나트라로서의 마지막 장만큼 그는 그간 자신이 보여준 모든 것을 다시금 고스란히 증명한다. 역경을 딛고 외치는 희망적인 메시지, 귀가 짜릿짜릿한 극한의 스피팅, 한 편의 시나리오 같은 유려한 스토리텔링이 바로 그것들이다. 무엇보다 사람과 시간, 그리고 기억을 소중히 여김을 마음껏 드러내기에 로직의 커리어 2막이 기대되는 앨범이다. - Melo
Reason - There You Have It
발매일: 2018/09/28
추천곡: There You Have It, Colored Dreams / Killers Pt. 2, Better Dayz
아이재아 라샤드(Isaiah Rashad)의 감성을 지닌 제이락(Jay Rock). 리즌(Reason)을 이렇게 평하면 적절할까. 데뷔작 [There You Have It]에는 다양한 사운드가 녹아 있지만, 유난히 후반부에 배치된 우울하고 잔잔한 감성이 돋보인다. “Colored Dreams / Killers Pt. 2”부터 이어지는 몇 곡은 TDE가 최고의 원석을 발견했다는 확신까지 줬다. 더 매력적인 건 이 감성에 하드웨어는 제이락과 닮았다는 것. 묵직한 톤과 진솔한 가사가 전하는 감동한 게 비단 나뿐만이 아니리라. 앨범 하나로 TDE에 합류한 ‘이유’를 증명한 리즌에게 무한한 기대와 신뢰를 보낸다. – Urban hippie
CREDIT
Editor
힙합엘이
2명의 모르는아티스트를 건지고 1개의 빠트린 앨범을 찾았네요ㅠㅠ 이시리즈 너무 유익해요! 오래갔으면 좋겠습니다!
자살소년단 개조아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다 들어보고 10곡 추려서 구입했습니다
처음들어보는 뮤지션이 많아서 설레이네요
안녕하세요.
기사 등록된 지 조금 시간이 흐른 상황이라 조심스럽긴 하지만, 기사에 언급된 아티스트 중 MNEK는 엠엔이케이em-en-ee-kay라고 읽습니다. ( 참조: genius.com/album_cover_arts/28337 )
Language에 수록된 트랙들 중에 본인 아티스트명 발음에 대한 이야기를 대놓고 다루는 트랙도 포함되어 있는데 (Background, Correct) 미처 감안하지 못하셨던 걸까요?
뒤늦게 이 기사를 읽었는데 늦게나마 바로잡아야 할 내용이라 판단하여 댓글을 씁니다. 너무 잘못된 발음 사례 그대로 답습하는 내용이어서요.
그럼 아무쪼록 검토를 부탁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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