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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아티스트 열전 - Janelle Monae

title: [회원구입불가]soulitude2013.09.16 22:25추천수 27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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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열전] Janelle Monae


한 아티스트가 자신만의 세계관과 컨셉을 지니고 작품을 선보이는 것은 장르를 불문하고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특히 상업적인 면모를 구체적으로 지니고 있는 지금의 팝 음악 시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사려면 사고 말려면 말아라는 식의 뻔뻔함은, 차트와 세일즈 성적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위치라면 애초에 시도조차 생각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그러나 자넬 모네(Janelle Monae)는 메이저 레이블의 이름을 걸고 그러한 작품을 발표했다그것도 어느덧 세 번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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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넬 모네라는 아티스트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먼저 자넬 모네라는 아티스트를 설명하자면그녀는 아주 어릴 때부터 음악을 하는 것을 꿈꾸었다고 한다노래를 하고 무대에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것을 자신이 가야 할 길로 삼았고이후 그녀는 뉴욕에서 연기와 극작 등을 공부했다고 한다그러다 이내 다시 음악으로 발길을 돌린다.그리고 자신과 뜻이 맞는 네이트 원더(Nate Wonder, 사진에서 왼쪽), 척 라이트닝(Chuck Lightning, 사진에서 오른쪽)과 함께 원더랜드 아츠 소사이어티(Wondaland Arts Society)를 결성하며 본격적인 음악 활동에 들어선다그렇게 2003년 인디펜던트로 EP [The Audition]을 발표한 것이 그 첫 발걸음이었다.

 

이즈음 자넬 모네는 든든한 지원군인 빅 보이(Big Boi)를 만난다빅 보이는 그녀의 음악적인 역량과 야망을 단번에 알아보았다고 한다이는 빅 보이가 속해 있는 아웃캐스트(Outkast)나 과거 던전 패밀리(Dungeon Family) 자체가 실험적이고 넓은 음악적 행보를 선보였기에, 거기서 얻게 된 그의 역량으로 가능한 포섭이라고 본다이후 그녀는 지금도 함께하고 있는 레이블 배드 보이(Bad Boy)와 계약을 맺는다레이블의 수장이자 오랜 시간 음악 비즈니스를 해온 디디(Diddy)는 여러 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태어나 계약한 아티스트 중 손으로 꼽을 정도의 성공을 이야기할 때 자넬 모네를 빼놓지 않았다. 그만큼 자넬 모네라는 아티스트는 배드 보이라는 큰 레이블에게도디디라는 힙합 아이콘에게도 많은 의미를 주는 아티스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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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작품 기반을 준 두 사람, 프리츠 랑과 옥타비아 버틀러


앞의 두 명이 그녀의 음악적 행보에 있어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주었다면그녀의 작품 세계를 받쳐준 가장 큰 두 명은 프리츠 랑(Fritz Lang, 왼쪽 사진)과 옥타비아 버틀러(Octavia Butler, 오른쪽 사진)일 것이다우선 프리츠 랑은 독일 출신의 영화 감독으로자넬 모네가 영감을 받은 작품은 <메트로폴리스>라는 영화이다. <메트로폴리스>는 영화사적으로도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최초의 SF 영화인 이 영화는 1927년 작품으로바이마르 공화국 시절의 독일 내 사조 중 하나인 표현주의를 대표하는 영화이다표현주의 영화들은 주로 복잡한 내용들을 다루며 표현주의라는 단어처럼 극단적이고 기하학적인심하게 이야기하면 편집증적인 미장센을 가지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프리츠 랑은 독일 표현주의 사조의 대표적인 감독 중 한 명으로그는 이후 미국으로 도피 겸 이민을 가서 헐리우드 영화의 발전에 기여한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어떤 내용일까굉장히 길지만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미래의 사회 속 부르주아인 남자 주인공이 프롤레타리아 여자 주인공을 알게 된다여자 주인공을 통해 남자 주인공은 프롤레타리아들의 수동적이고 비참한 삶을 알게 된 후 자신의 아버지를 설득하지만 실패로 돌아간다이후 남자 주인공의 아버지는 여자 주인공이 노동자들을 주도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그녀와 똑같은 로봇을 만들어서 노동자들을 교란한다그러나 공장이 파괴되고 뒤죽박죽이 되는 과정에서 로봇은 가짜라는 것이 드러나고 결국 진짜 여자 주인공과 남자 주인공이 사태를 해결하며 남자 주인공과 아버지가 악수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영화 <메트로폴리스>의 배경은 미래 사회이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인간은 사라지고 이성만 남은 물질과 기계 중심의 사회와 흡사하다영화의 핵심은 계급 갈등이고아이러니하게도 그 화해의 열쇠는 메시아에 가까운 깨어 있는 여성과 남성이며, 여성은 노동자를남성은 자본가를 대변하며 이상적인 화합을 꿈꾼다.  그렇다면 자넬 모네가 이 작품에서 차용한 컨셉은 무엇일까구원자에 가까운 계몽된 노동자아니다그 반대편에 있는노동자들을 교란하기 위해 자본이 만든 결과물인 가짜 로봇이다로봇은 수동적으로 생산되어 제멋대로 춤추고 공장을 망가트린다선과 악의 논리로 보았을 때 로봇은 악에 해당하지만, 자넬 모네가 이야기하는 것은 단순히 선악의 구분이 아니다. 여성을 성녀 혹은 창녀로 구분하는 마리아 이데올로기는 가부장적 사회에서 발생한 지배적인 시각이며, 자신에게 순종하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를 구별하는 단순한 논리이다. 자넬 모네는 그러한 시각에서 벗어난 새로운 관점으로 로봇을 이해하고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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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메트로폴리스>의 로봇(좌)와 자넬 모네의 로봇 컨셉(우)

자넬 모네는 로봇의 컨셉을 그대로 차용한다(로봇의 이름은 지금은 구글에서도 사용하고 있는 ‘안드로이드이다). 로봇은 혁명가의 모습을 복제한 것으로 수용자들을 이끄는 마녀인 동시에 다른 의미에서의 진정한 혁명가이기도 하다기존 사회를 전복시키기 위해 태어났으며 기존의 ‘인간과 다른 이질적 존재이다자넬 모네는 스스로가 ‘여성이고 ‘흑인이라는 점에서 로봇과의 공통점을 찾아낸 듯싶다기존의 통념이 인정하지 않는 모습그것이 흑인 여성이었다물론 시대는 많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백인 중산층 신교도가 ‘인간이라고 했을 때, 그에 반하는 것으로 가장 먼저 나타나는 형태이다이러한 맥락 때문에 그녀는 스스로를 로봇과 일치시키면서 기존의 관념과 정면 돌파를 시도한다.


여기에 자넬 모네는 SF 작가인 옥타비아 버틀러의 컨셉들을 가져와 완성된 형태를 구축한다시리즈로 묶일 수 있는 장편을 만들며 SF라는 장르 속 주인공이 미래와 과거를 오간다는 점그러한 과정에서 현실의 문제들이 미래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는 점 등 여러 부분들을 차용하였다여기에 그녀는 아프로퓨처리즘과 페미니즘이라는 버틀러의 가장 큰 키워드를 가져온다아프로퓨처리즘은 아프리카의 정신과 서구 국가들의 테크놀로지가 결합된 형태의 예술 흐름인데, 그녀는 이러한 사조를 자신의 앨범 속에 녹여냈던 것이다. 이러한 차용과 해석그리고 자신의 작품 세계 구축을 통해 스토리가 만들어진다서기 2719년, 사랑을 했다는 이유로 폐기처분의 위기에 놓인 안드로이드 로봇 '신디'는 자넬 모네를 토대로 만들어졌으며, 이후 사람들을 억압하는 조직과 정면으로 맞선다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줄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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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uite" 시리즈; [Metropolis EP], [The ArchAndroid], [The Electric Lady]


물론, 그녀의 앨범들은 위에서 설명한 다른 부차적 의미를 배제하고 그 자체로만 바라보더라도 충분히 많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단순한 팝 알앤비 형태에서 벗어나 다양한 장르의 매력을 차용하였다는 점에서 최근 유행한 피비알앤비(PBR&B) 장르의 원조 격으로 해석되기도 한다지금이야 우리가 피비알앤비라고 편하게 정의를 내리지만 그녀의 음악은 소울훵크힙합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음악과 예술 작품들에게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그녀가 리듬 앤 소울 어워드(Rhythm & Soul Awards)에서 찰리 채플린(Charlie Chaplin)의 곡 “Smile”을 커버했다는 것도 그녀가 가진 수많은 음악적 맥락 중 하나이다이 곡은 찰리 채플린의 노래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가 사랑했던 노래이기 때문이다그녀는 가시적인 측면이나 사운드 구현 자체에 있어서도 기존의 공식을 많이 벗어났다과거 장르들의 사운드를 차용하면서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 역시 그녀가 노린 탄탄한 구성 중 하나이며자신의 장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음악적 방법이었다.

 

애초 4부작이었던 것이 7부작으로 바뀌면서, 두 번째 정규 앨범은 자넬 모네가 고향 캔자스로 돌아와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상기하며 작품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나왔다고 한다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들을 되짚어보며 다시금 질문을 던지고성별인종에 관한 문제들을 꺼내어 직접 겪어 온 이야기들을 하면서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가 앨범 커버를 그렸을 법한옥타비아 버틀러가 가사를 썼을 법한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그래서인지 이번 앨범의 내용은 좀 더 '강한 여성'에 집중한다자신이 보고 싶었던 인물가까운 미래에 존재할 법한 거칠고 반항적인 인물그녀가 본받고 싶은상징적이고 힘 있는 인물을 그려내고자 하였다굉장히 구체적이고도 길었던 소설은 자넬 모네 자신의 이야기와 좀 더 밀착되었고 결과적으로 좀 더 본격적으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꺼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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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세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방식, 뮤직비디오


이렇게 복잡한가끔은 부담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커다란 그녀의 음악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뮤직비디오이다우선 “Tightrope”에서 그녀는 춤이 금지된 닫힌 공간에 백인 중산층 남성의 복장을 하고 나타난다바로 정장이다그리고 바로 그 공간에서 춤을 춘다말 그대로 미친 발놀림과 현란한 춤사위들은 자유분방하면서도 기계적이다자넬 모네는 남성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금기를 깬다이 뮤직비디오는 사실 극의 초반과 후반에 더 많은 내용이 담겨 있다특히 1943년 발표된 단편영화 <오후의 그물>에서 레퍼런스를 가져온 부분에서이다극의 초반과 후반에 선보이는 미장센과 결국 방 안에서 맞이하는 엔딩은 실제의 그녀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존재라는 것을 암시하는 것일 수도 있다잠시 영화 <오후의 그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본편이 되는 오후의 그물은 극단적으로 표현되는 화면들 속 거실의 의자에 앉은 여자가 다양한 춤과 움직임을 선보이지만 결국 그녀는 아무런 움직임을 하지 않았음을 선보이고그녀가 상상했던 꿈들은 그녀를 파괴한다는 내용이다결국 여성이라는 존재는 무기력한 존재이며실제로 많은 여성들이 집이라는 한정된 물리적 공간 안에서 대부분의 일생을 할애하는 것이 얼마나 큰 고통인지 시사한다.

 

더불어 “Cold War” 뮤직비디오의 경우에는 러닝타임 내내 클로즈업 샷(얼굴만 크게 촬영한 샷)을 선보이기도 한다외에도 그녀는 자신의 유투브 채널을 통해 첫 정규 앨범 발표 이전부터 단편 영화들을 통해 자신이 말하고 싶은 바를 영상이라는 매체를 통해 꾸준히 선보였다. “Tightrope”에서의 무기력을 깨트리는 이번 뮤직비디오 “Q.U.E.E.N”은 보다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전한다박물관 속 박제된 자신이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정적인 부분들을 깨트리는 동시에똑같은 모습의 여러 사람들이 등장하며 가사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마지막 랩을 하는 구간에서 영상은 온전히 자넬 모네만을 비추며 한 차례의 연설을 보는 듯한사뭇 비장한 느낌마저 준다이어 등장한 “Dance Apocalyptic”은 그녀의 섹시함과 본격적인 세계 파괴힘을 선보이는 적극적인 화면들을 보여주는 동시에 자신이 지금까지 롤 모델로 삼아왔던 프린스(Prince),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 등의 아티스트가 가진 면모들을 거침없이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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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을 마치며


자넬 모네의 첫 앨범 [The ArchAndroid] 2010년 가장 좋은 평을 받은 앨범들 중 하나이다앨범 발표 후 평단은 너나 할 것 없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앨범은 2010년과 2011년에 걸쳐 그래미 어워드를 포함하여 많은 시상식 후보에 올랐고 소울 트레인 어워드를 포함한 몇 곳에서 수상하였다신인 아티스트의 첫 정규 앨범이 이 정도로 극찬을 받은 것은 당연히 드문 일이며그녀의 작품은 그만큼 특별함을 지니고 있었다무엇보다 현재 발표되고 있는 수많은 앨범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큰 세계관과 실험적인 음악 색채그리고 기성 아티스트들도 쉽사리 해내지 못했던 컨셉을 지니고 있었다는 것이다이러한 극찬은 작품의 주인공이 중심이 되어 확실한 실력과 신념을 가지고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녀는 자신의 앨범들을 이야기할 때 이모션 픽처(Emotion Picture)”라는 단어를 사용한다불완전한 형태의 예술이라는 음악을 이 시대 유일한 이모션 픽처, 즉 감정을 통해 시각적인 부분들을 연출하겠다는 방식을 통해 완성시키며 '음악' 그 자체를 끌어올리겠다는 야망마저 지니고 있다. [The Electric Lady]는 그녀의 높은 목표에 한층 더 다가서 있다게다가 음악적인 완성도나 실험도 중요하지만 결국 몸이 반응하는 음악이 좋은 음악이라는 사실을 놓치지 않은 이번 작품은 이러한 설명이 없어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그러나 단순히 좋은 음악이구나라고 생각하며 지나치기에는 굉장히 많은 이야기들이 자리하고 있으며곡마다 전달하는 멋진 메시지들까지 함께한다면 그 기쁨은 배가 될 것이기에 이렇게 길게 글을 풀어보았다적어도 이 글을 읽는 이들은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한다이러한 놀라운 작품을 만들어 준 자넬 모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모두들 이번 앨범을 다양하게 감상하였으면 좋겠다때로는 흥얼거리며 가볍게 듣고때로는 진지하게 가사와 의미를 찾아보며 집중하기도 하는 감상을 통해 하나의 앨범이 한 가지 맥락의 즐거움만 주지 않는다는 것을 느껴보기 바란다.



글│Bluc

편집│soulitude


신고
댓글 14
  • 9.18 02:32
    정말 좋은 글이네요ㅜㅜ 수고하셨습니다 ..
  • 9.18 03:08
    쟈넬모네 정말좋아요!!
  • 9.18 03:08
    글 잘 읽었습니다
  • 9.18 10:32
    Swag 버튼이 닳아서 없어질 때까지 누르고 싶습니다.

    좋다...
  • 9.18 12:19
    새로운 뮤직비디오는 어떨지 또 기대되네요ㅋㅋ
    좋은글 감사함니다
  • 9.18 15:55
    와우 ~ 좋은글이네요 !!! 잘봤고 고생하셨습니다 ^^
  • 9.18 15:56
    엘이 감사해요 ㅜㅜㅜ
  • 9.18 19:07
    이번 앨범 최고....
    이 글 자체는 저한테는 뭔가 조금 버겁네요ㅠㅠ
    그래도 몇번 읽다보면 도움이 될거같습니다
    뮤직비디오에 이런 이야기들이ㅠ
  • 9.19 00:48
    항상 진짜 궁금했던아티스트였는데 감사합니다 ㅎㅎ
  • 9.19 02:11
    정말 천재같음.

    지금도 찬사받지만 나중에는 전설이 될 아티스트임.
  • 9.19 02:51
    충격으로 다가왔죠. 아니 세상에 이렇게 실험적이라니!
  • 9.20 16:06
    멋있네요..
  • 3.2 01:55
    그저진리...
  • 2.21 22:39
    댓글 더 한 번만 달고 가야겠습니다 ㅠㅜ 사ㄹ.. 아니 많이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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