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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2주의 선곡 - 2017년 9월 2회차

title: [회원구입불가]LE_Magazine2017.09.25 17:36추천수 3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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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엘이(HiphopLE)의 매거진팀은 격주로 일요일마다 오프라인 회의를 한다. 회의에서는 개인 기사에 관해 피드백하며, 중·장기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체크하기도 한다. 열띤 논의 끝에 회의를 마무리할 시점이 오면 그때부터는 특별하다면 특별한 시간을 갖는다. 지난 2주간 에디터 개인이 인상 깊게 들었고, 다른 팀 멤버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노래를 소개하고, 하나씩 감상한다. 처음에는 그저 각자의 취향을 공유해보자는 차원에서 시작했던 이 작은 습관은 실제로 서로 극명하게 다른 음악적 성향을 알아가며 조금씩 외연을 확장하는 효과를 낳았다. 그래서 우리들의 취향을 더 많은 이와 공유하기 위해 <2주의 선곡>이라는 이름의 연재 시리즈로 이를 소화하기로 했다. 가끔은 힙합/알앤비의 범주 그 바깥의 재즈, 훵크 등의 흑인음악이 선정될 수도 있고, 아니면 그조차도 아닌 아예 다른 장르의 음악이 선정될 수도 있다. 어쨌든 선정의 변이라 할 만한 그 나름의 이유는 있으니 함께 즐겨주길 바란다. 9월의 두 번째 매거진팀 회의에서 선정된 일곱 개의 노래를 소개한다.





바비 - RUNAWAY


바비의 첫 솔로 앨범 [Love and Fall]의 리스닝 세션 진행을 맡았었다. 그가 가진 이미지라고 전해 들은 엉뚱한, 혹은 공격적인 면을 보지는 못했다. 오히려 약간은 해탈한 듯한, 그리고 쿨한 태도를 볼 수 있었다. 음감회를 통해 느꼈던 인상이 워낙 강했고, 그래서 이 곡을 택했다. 리스닝 세션에서 음악이 나오는 동안 뻘쭘해 하는 바비에게 이런저런 말을 걸며 얘기를 나눴는데, 차마 그 내용을 말할 수는 없지만, 그는 생각보다 멋진 음악가였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말은 "저는 음악은 진지하게 말고 재미있게 할래요"였다. 그 자체가 얼핏 들으면 가볍게 느껴질 수도 있는 말이지만, 재미있게 하겠다는 그의 선택 자체가 하나의 철학처럼 다가왔다고 해도 과장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재미있게 음악 하는 바비에게도 슬럼프 같은 건 찾아오고, 또 고민의 순간은 찾아오나 보다. 이 곡은 그 순간의 증거다. - bluc







Ani Klang - [Worst of All Time]


베를린과 뉴욕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프로듀서, 애니 클랑(Ani Klang)의 첫 번째 EP다. 음산한 커버 아트워크, '인생 최악의 시간'이라는 제목만큼이나 음악은 스산하고 어둡다. 왜냐하면, 이 음반은 애니 클랑이 가장 친한 친구의 자살을 겪고 만든 음반이기 때문. 하지만 그 이면에는 댄서블한 리듬과 강렬한 비트가 존재한다. 그리고 마지막 곡의 중후반부를 지나치며 분위기는 밝고 희망찬 느낌을 담는다. 그렇다. 이 EP는 애니 클랑이 친구의 죽음을 인식하고, 좌절한 후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 <2주의 선곡>에 어떤 걸 고를까 고민하다가, 마침 내가 너무 아파서 입원하여 올해 최악의 상황을 겪고 있었기에 이 EP를 골랐다. 우울하거나 힘든 시간을 겪고 있다면 재생해보자. - 심은보(GDB)







리코 – Paradise

 

고백한다. 그동안 리코(Rico)라는 아티스트에게 지나치게 편견이 있었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그는 지난 1집을 슬로우 잼(Slow Jam)으로 꽉꽉 채워 넣었다. 이 때문에 새 싱글 발매 소식을 듣고도 ‘똑.같.을.거.같.은.데.’ 하는 마음으로 지나치고 있었다. 반성한다. 우연한 기회로 듣게 된 리코(Rico)의 “Paradise”는 디안젤로(D’Angelo)가 연상되는 정말 진한 네오 소울(Neo Soul) 넘버로, 그에게 가지고 있던 편견을 부순 트랙이다. 선악과를 언급한 가사, 완급조절이 자유자재로 이루어지는 보컬, 그루브로 가득한 프로덕션 등이 하나로 어우러져 듣는 내내 지루할 틈을 한순간도 주지 않는다. 90년대 말에서 00년대 초의 네오 소울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함박웃음을 지을 곡이라고 생각한다. - Geda







Cory Henry - Billie Jean

코리 헨리(Cory Henry)의 내한 공연에 다녀왔다. 현재 젊은 음악 마니아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재즈 밴드 스나키 퍼피(Snarky Puppy)에서 건반을 담당하는 연주자다. 이번에는 자신의 밴드 훵크 어파슬즈(The Funk Apostles)와 함께 내한했다. 정규 앨범과 라이브 앨범을 한 장씩 냈었지만, 내게 별 감흥을 주진 못했다. 크게 인상적이지 않았고, 무엇보다 자신이 어떤 음악을 하겠다는 건지가 명확하지 않았다. 공연은 달랐다. 해먼드 오르간, 코르그 크로노스, 무그, 하르페지 등 다양한 건반악기를 대동한 그는 자신의 음악관을 자신 있게 펼쳐냈다. 60년대의 소울 재즈 연주였고, 70년대 훵크였고, 70년대 마빈 게이(Marvin Gaye)였다(마빈 게이를 떠올린 데는 그가 공연에 쓰고 나온 비니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비지스(Bee Gees)의 “Stayin' Alive”, 프린스(Prince)의 “1999”가 마치 자신의 곡인 양 완전히 새롭게 편곡해서 불렀다. 오르간을 잡고 가스펠을 부르는 모습은 영락없는 미국 흑인 교회 목사였다. 특정한 영역을 의미하는 단어로 정의하기엔 코리 헨리가 활보한 범위가 너무 넓었다. 멍한 상태로 집에 돌아와 다른 공연 영상을 찾아봤다. 그의 앨범들이 그랬듯, 어떤 영상도 무대에서의 인상을 재현하지 못했다. 그나마 이 “Billie Jean” 커버 영상이 가장 근접하다. 밴드 편성도 다르고 곡도 다르지만, 대략 이런 느낌이었다. 감동적이고 황홀했다. - 류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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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셜 스타 - 야식


좋아하는 사람과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같은 건 행복한 일이다. 자랑하는 건 아니고 내가 그렇다. 어렸을 때부터 닭으로 만든 음식은 다 좋아했는데, 그중에서도 닭도리탕은 아무리 갖가지 맛의 치킨이 출시되어도 늘 닭 요리 중 페이보릿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닭도리탕 레시피만큼은 철저하게 필기해가며 어머니에게 직접 전수(?) 받을 정도였다. 물론, 배워봤자 평생 혼자 해 먹는 데만 쓸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다 나처럼 닭도리탕을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애인을 위해 닭을 씻기고, 야채를 썰고, 양념을 칠 때의 촌스러운 두근거림과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가사처럼 사흘을 연속으로 닭도리탕을 시켜 먹을 만큼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이 노래가 공감되는 건 당연했다. 비록 소위 힙합적인 면모는 많이 줄었을지라도 "Flat Shoes"를 비롯해 많은 곡에서 일상을 순간 포착해내는 크루셜 스타(Crucial Star)의 장점이 또 한 번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부부도 아닌데 벌써 부부 같이 오손도손 같이 요리해 먹는 게 즐거우니까 진짜 부부가 될 수 있다면 이 노래를 같이 들으며 닭도리탕을 자주 해먹어야겠다. - Melo







Nothing But Thieves -Sorry


처음엔 앨범 커버 때문에 끌렸다. 까만 배경 속의 여성, 그리고 가슴부터 시작해 목을 지나 얼굴까지 이어지는 갈라진 틈이 딱 내 취향이었다. 무심코 재생 버튼을 눌렀고, 중성적인 보이스 때문에 보컬이 남성인지 여성인지 헷갈렸다. 궁금증은 자연스레 이들이 누군지 찾아보게 했다. 결론만 말하자면, 보컬은 남자였고, 이들은 영국 씬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얼터너티브 록 밴드, 나씽 벗 띠브스(Nothing But Thieves)였으며, 내가 들은 곡은 이들의 2 [Broken Machine]에 수록된 “Sorry”였다. 연인에 대한 미안함과 자책을 노래하는 코너 메이슨(Conor Mason)의 중성적인 보컬은 호소력 있으며, 왠지 모르게 뮤즈(Muse)의 매튜 벨라미(Matthew Bellamy)를 떠올리게도 한다. 이 곡을 한 번 듣고 마음에 들었다면, 뮤직비디오에 집중하면서 한 번 더 들어보길 바란다. 세상의 종말이라는 상황에서 각자의 방법(?)으로 마지막을 보내는 사람들의 모습과 그 속에서 유일하게 연인에게 사과하는 한 남자의 모습이 당신을 더욱 감성에 빠지게 할 것이다. - Loner







St. Vincent – New York


어릴 때부터 막연하게 뉴욕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매체에서 접한 뉴욕이 풍기는 분위기와 그곳을 걷는 사람들, 빽빽하게 들어선 건물을 비롯한 모든 게 마음에 들었다. 그곳이 마음에 들었던 순간부터 영화, 소설, 음악을 가릴 것 없이 뉴욕에 관한 모든 걸 찾아봤다. 여전히 동경을 품고 있던 2015년 겨울, 나는 운 좋게도 뉴욕으로 향할 수 있었다. 꿈의 도시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세인트 빈센트(St. Vincent)의 음악을 계속해서 들었던 기억이 난다. 긴장과 설렘이 공존하는 비행기 안에서 들었던 그녀의 목소리는 단순한 음악 이상이었다. 설렘을 더하고 긴장을 가라앉히는 데 더할 나위 없었다. 그리고 그녀의 목소리와 함께 뉴욕에 닿았다. 건물들이 이룬 마천루를 보자 눈물이 났다. 그렇게 나의 ‘이상’을 함께 맞았던 세인트 빈센트가 얼마 전 우연히도 “New York”이라는 곡을 발표했다. 듣자마자 그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걸음걸음이 설렘이었던 그날의 공기가 여전히 생생하다. - Urban hippie



글 | 힙합엘이 매거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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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 title: MBDTFBadMToneBest베스트
    3 9.26 17:47
    처음에는 그저 각자의 취향을 공유해보자는 차원에서 시작했던 이 작은 습관은 실제로 서로 극명하게 다른 음악적 성향을 알아가며 조금씩 외연을 확장하는 효과를 낳았다. 그래서 우리들의 취향을 더 많은 이와 공유하기 위해 <2주의 선곡>이라는 이름의 연재 시리즈로 이를 소화하기로 했다. 가끔은 힙합/알앤비의 범주 그 바깥의 재즈, 훵크 등의 흑인음악이 선정될 수도 있고, 아니면 그조차도 아닌 아예 다른 장르의 음악이 선정될 수도 있다. 어쨌든 선정의 변이라 할 만한 그 나름의 이유는 있으니 함께 즐겨주길 바란다

    이거 안읽으셨을리는 없고 왜 그런말씀을 하시는지..
  • 1 9.25 17:55
    선곡 좀 맘에 안드네요.. 세인트빈센트??? 이제 다른 웹진이 부럽나
  • 3 9.26 17:47
    @타일러귀욤
    처음에는 그저 각자의 취향을 공유해보자는 차원에서 시작했던 이 작은 습관은 실제로 서로 극명하게 다른 음악적 성향을 알아가며 조금씩 외연을 확장하는 효과를 낳았다. 그래서 우리들의 취향을 더 많은 이와 공유하기 위해 <2주의 선곡>이라는 이름의 연재 시리즈로 이를 소화하기로 했다. 가끔은 힙합/알앤비의 범주 그 바깥의 재즈, 훵크 등의 흑인음악이 선정될 수도 있고, 아니면 그조차도 아닌 아예 다른 장르의 음악이 선정될 수도 있다. 어쨌든 선정의 변이라 할 만한 그 나름의 이유는 있으니 함께 즐겨주길 바란다

    이거 안읽으셨을리는 없고 왜 그런말씀을 하시는지..
  • 9.28 15:39
    @타일러귀욤
    좀 읽고 삽시다
  • 낫띵벗띠브스 1집 엄청 좋아하는데 2집 너무 실망했네여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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