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1. Tequila (Feat. Hoody)
02. 술버릇 (bad habit)03. One More Interlude04. Can't (아직도 난)05. Circles (제자리)06. Found You
‘만약 그가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Love Me Again"을 불렀다면 어떤 심사위원은 첫 숨소리, 첫 소절부터 합격 버튼을 누르지 않았을까.’ 지소울(G.Soul)의 커리어 두 번째 작품 [Love Me Again]을 두고서 했던 말이다. 미성과 허스키함이 섞여 있어 살갗이 오돌토돌해질 정도로 짜릿하고 아름다운 음색이 독보적으로 다가왔다. 감정을 고조시키는 팔세토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보컬로서 가진 메리트는 데뷔 준비를 오래 한 탓에 돈 영혼설 같은 우스갯소리를 단숨에 지워냈다. 더욱이 고무적이었던 건 데뷔 연도인 2015년에 내놓은 세 개의 결과물이 장르적 지향점도 명확하고, 소리적으로 공들인 티도 팍팍 났었다는 점이다. 특히, 데뷔작 [Coming Home]은 작곡가 이우민과 솔란지 놀스(Solange Knowles)의 키보드 세션인 루셔스 페이지(Lucius Page)가 함께 만든 몰입감 높은 프로덕션으로 매끈함을 자랑한다. 앞서 언급한 [Love Me Again]와 [Dirty]는 각각 다운 템포 + 발라드함과 딥하우스를 중심축으로 핏한 구성을 띤다. 마치 무엇을 어떻게 만들지 그 이상으로 자신의 음악을 어떻게 포장하고 전시할지를 잘 알고 있는 것만 같았다.
♬ 지소울 (Feat. Hoody) - Tequila
그러니 거진 2년 만에 내놓은 새 미니 앨범 [Circles]가 반가울 법도 하다. 그것도 소속 가수를 보물처럼 아껴놓는 YG 엔터테인먼트(YG Entertainment)는 아닐지언정, 두 장의 싱글이 2016년 활동의 전부였던 JYP 엔터테인먼트(JYP Entertainment)에서 나와서 내놓은 규모 있는 첫 결과물이다. 실제로 많은 이가 하이어 뮤직(H1GHR MUSIC)에 합류하자마자 “Tequila”와 “술버릇 (bad habit)”을 내놓은 걸 보고 반색했다. 하지만 [Circles]는 생각보다 음악적 감흥이 덜하다. 전작들처럼 적당 것 트렌드를 끌어오거나 충분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특정 장르가 튼튼한 기틀이 되는 편이 아니다. 그보다는 특정한 스타일, 장르적 문법에 기대는 편에 좀 더 가깝다. 이를 테면, “Tequila”는 드레이크(Drake)를 위시하여 유행을 탄 댄스홀을 섞어 만든 팝 랩 넘버, “Circles (제자리)”는 위켄드(The Weeknd) 스타일의 과장된 얼터너티브 알앤비와 많은 부분을 공유한다. 이는 데뷔작에서 각 곡이 가리키는 장르, 스타일, 사운드가 안에 담긴 정서나 무드를 극대화했던 것과는 다른 지점이다. 딥하우스 넘버 “Coming Home”은 첫 등장을 알리는 곡인 만큼 둔중한 신스 베이스로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변명(Excuses)”은 날카로운 기타와 퍼지는 드럼 주도하에 이별의 감정을 더 절절하게 담는다. 꼭 감정선이 앞서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그에 비해 [Circles]는 대체로 트렌드를 그대로 따라가기만 하는 듯한 인상이 정서적 측면을 가린다. 여전히 애정 관계를 노래하지만, 이전과는 다르게 많고 많은 사랑 노래처럼 들리는 건 이 때문이다. 되려 단점이라면 단점인 크게 특출 나지 않았던 가사가 도드라져 보인다.
지소울이 보컬로서 가진 메리트는 분명 음악의 다른 요소들을 차치하고도 남을 정도로 매혹적이다. 기본적으로 많은 대중 층을 매료시킬 수 있는, 시쳇말로 ‘음색깡패’다. [Circles]에 아쉬움을 표하는 건, 그가 기존의 결과물들을 통해 그 정도의 워딩으로만 인식되는 단계에서 남지 않고 더 멋스러운 음악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올해 참여작 중 진보(Jinbo)의 “아주 오래된 연인들”이라든지, 코드쿤스트(Code Kunst)의 “FIRE WATER”에서처럼 부여받은 롤을 유려하게 소화해내는 정도에서 그치기에는 아티스트로서 가진 것이 많아 보인다. 자주 작품을 내놓아 그의 목소리를 많이 듣는 것도 좋다. 하나, 개인적으로는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Coming Home] 때만큼의 치밀함이 엿보이는 디테일, [Love Me Again] 때만큼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서정성을 내뿜는 지소울의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내년에는 입대해야 한다니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게 아쉽지만, 그 방편이 대중들에게 좀 더 강한 인상을 남기는 쪽 아닐까.
♬ 지소울 - Can't (아직도 난)
글 | 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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