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하와 얼굴들 싱글앨범 <싸구려 커피> - 싸구려 커피
제가 살면서 처음으로 좋아했던 가수가 장기하였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두번째가 아이유;)
특이하게 끌리던 진정한 한국식? 랩을 하는 게 나레이션같기도 하고 뭔가 흥겨웠던 기억이 있었습니다.
물론 그 위에 신해철이 '모던 뽕짝'이라 정의했던 음악스타일이 금상첨화였죠.
한동안 잊고 있다가 최근에 리드머에서 장기하가 랩에 대해 굉장한 관심을 가졌다는 동아일보 기사를 찾았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락보다 힙합을 좋아했다. 서태지와 아이들 팬이었다. 그때만 해도 한국에서 랩을 한다는 것 자체가 혁신적인 느낌이었다. N.W.A(닥터 드레, 아이스 큐브가 속했던 미국의 갱스터 랩 그룹)도 즐겨 들었다. 흑인들이 영어를 대하는 것처럼 나도 한국어를 대하고 싶다는 생각을 그때부터 했던 것 같다. 흑인들은 평소에 말하듯이 랩을 하잖나. 한국 사람이 평소에 한국말 하는 운율을 그대로 랩으로 옮길 수 있다고 믿는다. 한국어에서, 내 말투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장기하와 얼굴들 4집 <내 사랑에 노련한 사람이 어딨나요> - 빠지기는 빠지더라
사실 장기하의 랩이 일반적인 힙합의 기준에서 워낙에 스타일이 심하게 달라 힙합의 잣대로 장기하의 랩을 평가할 수 있을지조차 의문입니다. 하지만 장기하의 랩철학은 되게 생각해볼 만 한것 같습니다. 사실 장기하 노래를 듣고 자라서 그런지 어릴 땐 오히려 이게 맞고 한국힙합이 틀렸다는 몹쓸 생각도 했었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국은 한국적인 억양과 말투로 랩을 하는 것이 옳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대해서? 지금 와선 이미 힙합을 엄청나게 듣고 그 의의에 공감을 많이 하는 터라 쉽게 동의하기 어렵지만 장기하의 생각에도 아직 조금 미련이 있네요.
장기하와 얼굴들 정규 2집 <장기하와 얼굴들> - 우리 지금 만나
오랜만에 장기하노래 뒤져보다가 개인적으로 제일 좋았던 랩이 나오는데다 LE분에게도 친숙할만한 리쌍노래의 다른버전이라 가져와봤습니다.
장기하와 얼굴들 1집 <별일 없이 산다> - 아무것도 없잖어
멜로디 부분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장기하식 랩으로 힙합으로 치면 벌스 - 훅 - 벌스 - 훅 를 가진 노래입니다.
이것들 말고도 장기하의 노래들을 뒤져보면 장기하 특유의 랩으로 만들어진 곡들이 많습니다. 한번 뒤져보시면 얻을 수 있는 게 있을 것 같습니다.
(댓글보고 추가)
밑에 댓글 보고 UMC 관련 언급이 있대서 가져왔습니다. 없어진지 오래인 보다넷 웹진에 있던 인터뷰인데, 다행히 다른 블로그에 보존이 되어있어 퍼왔습니다. 근데 여기선 힙합은 거의 듣지 않는다고 하네요. 모순인데? 뭐 기억이 꼬였나 몰라 하여튼 뭐. 핵심적인 방법론에 관한 이야기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장기하: 힙합 음악은 내 취향이랑 가깝지 않아서 거의 듣지 않는 편인데, 일부 오다가다 좋아하게 되는 노래들이 있다. 힙합
음악으로서 갖춰야 할 덕목들을 갖춰서가 아니고 내가 좋아하는 좋은 가요의 덕목을 갖췄기 때문에 좋아하는 경우다. 그럼 면에서 리쌍
1, 2집 되게 좋아했었고, UMC 음악도 많이 좋아했다.
김학선: <싸구려 커피> 영상이 리드머라는 흑인음악 사이트에 올라온 적이 있었는데, 장기하 씨 랩에 대한 반응이 되게 뜨거웠다. 그루브 타는 게 장난이 아니라며.(웃음) 일단 그걸 랩이란 생각을 갖고 시도한 건가?
장기하: 그렇다. 랩이라고 생각을 하고 한 거다. 그런데 어떻게 생각하면 리쌍의 개리가 1, 2집에서 했던 랩의 영향도 어느
정도는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한창 산울림의 음악을 들으면서 한국어로 가사를 쓴다는 것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할 때가 있었는데,
그때 리쌍의 음악을 들었다. 당시에 개리의 랩은 라임이란 측면에서 그렇게 뛰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그걸 들으면서 '이게 한국어
방식이다'란 생각을 했다. 라임이란 게 영어권에선 영시에도 다 라임이 있고, 그냥 랩 말고 일반 노래에도 다 라임이 있는데 그게 그
언어문화에 그대로 녹아있는 거다. 근데 우리나라는 그게 아니지 않은가. 리쌍이 그걸 이론적으로 의도한 것 같진 않지만 되게
자연스럽게 한국어에 알맞은 방식으로 랩을 한 것 같다. 가사도 전달이 잘 되고. 오히려 라임 칼같이 맞추는 노래들은 가사도 귀에 잘
안 들어온다. 리쌍의 노래들은 가사도 잘 들어오고 나와 다른 삶이지만 가사에서 느껴지는 울림이 있었다. UMC도 마찬가지
경우다.
김학선: 이 인터뷰 내용이 만약 흑인음악 커뮤니티에 올라간다면 또 한 번 라임론에 대한 논란이 일어날 것 같다.(웃음)
장기하: (웃음) 아무튼 나는 라임을 많이 따지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비중을 두진 않는 편이다. 내 노래할 때 각운을 이용하긴
하지만. 그리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평소에 말을 할 때 어떤 억양을 쓰는가를 포착해서 그걸 음악으로 만드는 거다. 흑인들이
그걸 잘 했기 때문에 힙합이란 음악이 생겨났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런 식으로 해서 한국말로도 랩과 노래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지금 내가 '평소에'란 말을 했을 때 '평' 발음이 더 길고 음도 더 높다는 걸 포착해서 잘 가져간다면 듣기에도 무리가
없으면서 운율감이 살아있고 재미있는 가사를 쓸 수 있는 거다. 나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거에는 관심이 없고 원래 내가 갖고 있는
것들을 잘 조합해서 만들어내는 것에 더 관심이 많다. 그걸 언어로 얘기를 하면 한국어의 원래 있는 것들 중에서 억양에 대해서
연구를 하고, 그렇게 하다 보면 소재가 정말 무궁무진한 거다. 원래 다 있는 거니까 새로운 걸 만들 필요도 없다.
전 그래서 버벌진트 노래는 개인적으로 잘 안듣게 되었죠. 별로 들을 기회도 없었다가 맞긴 합니다. 근데 빈지노 억양은 어느나라 억양도 아니지 않나요? 개인적으로 빈지노 노래는 갤러리에 온 기분으로 듣습니다. 나플라는 교포크리에 랩이 쫄깃해서리...
근데 사실 한국에서 유독 한국억양 꺼리게 된 배경이 좀 이해는 갑니다. 동아시아권 언어와 억양이 특히 유럽언어랑 어울리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어요. 미국국립교육기관에서 영어사용자 입장에서의 최악, 최고난도의 언어 네개로 아랍어,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를 들었더랬죠? 정확히는 모릅니다만 언어학적인 뭔가가 있지 않을까요?
엉엉엉엉 울 기력이나
정신 머리가 전혀 없이
나는 침대로 직진
그러나 잠이 들어버리기 직전
어김 없이 니 냄새가 진동
정신은 번쩍
그 많고 많았던 밤들이
와르르르르르르르르르
억장을 무너뜨리는 날들이
절대로 안 끝날 줄 알았더니
목이 늘어나버린 티에서 나던
니 냄새마저 빠지기는 빠지더라
이 부분 진짜 쩌네요 이센스만 이런 스타일로 쓴다고 생각했는데 그걸 장기하한테서 볼 줄은 몰랐네요 뭔가 충격적입니다
그나저나 전에 쓰신 댓글에 뭐 이상이라도 있나요? 나쁘지 않았던 내용인 것 같았는데 왜 삭제하셨지..
있네요. 이제는 없는(!) 보다넷 음악웹진에 기사가 올려져 있었다고 합니다. 댓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은 관계로 본문에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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