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뉴스나 신문은 말할 것도 없고,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나 심지어 현재 연재되는 각종 웹툰의 댓글마저도 최순실-박근혜 에 대한 얘기들로 가득차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세간의 관심이 한 곳으로 쏠림에 의해서, 불똥이 튄 집단중 한 곳은 저희가 좋아하는 랩퍼 집단입니다.
'평소에 그렇게 쎈 척하더니 왜 이런 시국엔 가만히 있냐'
'잘못된 것이 있으면 랩으로, 노래로 꼬집어 주는게 너네 임무 아니냐.'
'역시 한국에서 힙합은 무슨 힙찔이새끼들. 평소엔 그렇게 디스디스 하더니 이런 시국엔 닥치고 가만히있네'
등등 각종 커뮤니티에서 몰매를 맞고 있고, 상황이 조금 지난 지금, 제리케이나 가리온등 시국에 뛰어든 랩퍼들은 면죄부를 얻었지만, 그 외에 랩퍼들(특히 도끼,스윙스)들은 아직도 사람들 입에 오르락내리락 당하며 평가절하 당하고 있습니다.
대중들이 보기에 '항상 화나 있는' 랩퍼들이, 그리고 나아가 힙합 문화가 평가절하 당하는 도중에 보다못한 딥플로우 외 많은 랩퍼들이 SNS에 좋은글을 남겨서 일단락 되는듯 했으나 산이가 '나쁜x' 이란 곡으로 시국선언에 참여해서 파장을 일으킨탓인지 다시 페이스북이나 각종 커뮤니티 그리고 힙합LE 에서도 랩퍼들의 시국선언의 의무에 대한 얘기가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는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현상은 랩퍼들이 SNS에 남긴 글들의 파급력이나 설득력이 대중들한테는 좀 떨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힙합은 매니악한 문화이고, 대중들한테 더콰이엇의 랩이 왜 잘하는건지에 대해 하루종일 설명해도 많은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들에게 '시국선언을 하건 안하건 랩퍼들의 자유이고, 랩퍼들도 그저 음악하는 사람들이며, 그들에게 강요할 의무는 없다' 라고 말을 해도 대중들을 완벽히 설득하는건 불가능합니다. 그렇지만 힙합 문화를 정말 사랑하는 저로써는 대중들의 힙합을 덜 떨어진 양아치 문화로 보는 시선은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심지어, 힙합커뮤니티에서도 랩퍼들이 시국선언에 동참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랩퍼들을 부추깁니다. 저는 이것이 잘못됐고, 힙합팬들이라도 랩퍼들의 시국선언의 의무에 대한 얘기를 그만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 얘기해보기 전에, 관점을 한번 바꿔서 생각해봅시다. 박근혜-최순실이 너무 큰 잘못을 한건 명확한것이고, 수많은 비리가 적발돼었습니다. 그리고 대다수의 국민들이 분노했고, 현 정부에 등을 돌렸죠. 그렇다면 모든 랩퍼들이 시국선언에 동참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대중들도 힙합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질것이고 랩퍼들의 파이 역시 커질테니까요. 그렇지만 그럴 수 없습니다. 대다수의 랩퍼들이 현 시국에 대해 침묵하는건 다음과 같은 이유들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첫째로, 딥플로우가 말했듯이 랩퍼들도 그저 음악하는 사람들 일뿐입니다. 물론 힙합음악이 대체적으로 다른 음악 장르보다 가사가 훨씬 많고, 자기 자신의 생각을 가사에 드러내는 부분이 비교적 훨씬 큰 장르이지만, 큰 범주에서 그저 음악일 뿐입니다. 가사를 써보신분이면 알겠지만 가사에 써야될 말이 많아질수록 랩의 미학적 관점은 낮아지기 마련입니다. 대부분의 랩퍼들은 음악가로서, 자신 음악의 미학적 관점을 포기하고 싶지 않을겁니다.
둘째로, 정치적인 발언은 한국에서 너무나도 위험합니다. 랩퍼들이 아무리 I DONT GIVE A FUCK 하는 사람들이더라도, 그들에게 랩퍼란 직업이고 , 유일한 수입원입니다. 특히, 국민들이 유명인의 정치적인 발언에 매우 민감해서 정치적인 말을 하다가 하나라도 삐끗해서 잘못말하면 온갖 몰매가 쏟아지는건 다 잘 아실거라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시장이 그렇게 크지 않은 만큼, 발언 하나하나에 무게를 두고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본토랩퍼들은 하던데? 미국랩퍼들은 정치비판많이 하던데? 라고 하는건 말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시장 규모가 적어도 백배는 차이날텐데 말이죠.
셋째로, 사실 박근혜-최순실 문제 뿐 아니라 잘못된것은 충분히 많고, 많아 왔습니다. 하나만 꼽자면 군대 문제가 있죠. 선진병영 한다고 5조를 쓰고도 2조가 더 필요하다 라든가, 세계 GDP 11위인 나라에서 군인 시급을 700원돈에 부려먹는다든가 등등 너무 불합리하죠. 이것도 명백히 잘못된 문제입니다. 그런데 랩퍼라는 이유로 그런 모든것에 대해 분노하고 가사를 써야하는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그건 국회에서 논의해야 할 문제이죠. 좋은 음악을 만들고 싶어하는 랩퍼들이 아니라.
넷째로, 현재 침묵하고 있는 랩퍼들중에 어느정도는, 자신이 이런 기류에 편승하는 느낌이 드는것이 싫어서 침묵하고 있는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창적인것이 가장 큰 무기인 랩퍼들인만큼, 남들 다 하니까 하는건 싫게 느낄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자신이 시국선언을 해야할 자신만의 이유를 찾아야 되는데, 그렇게까지 에너지를 쓰긴 싫겠죠.
다섯째로, 랩퍼는 대체로 기믹을 잡은채로 음악을 만듭니다. 기리보이 같은 경우엔 살짝 철없는 것을 기믹으로 잡고, 스윙스같은 경우엔 쎈 이미지를 기믹으로 잡죠. 제리케이나 가리온등은 이 문제가 생기기 전에 이미 기믹을 정부에 대해 비판을 하는것으로 잡았었고, 그래서 이 시국선언에 대해 발언하기가 훨씬 용이합니다. 하지만 기리보이나 스윙스의 경우엔 어떨까요? 아마 훨씬 어렵겠죠.
이것 외에도 많은 이유들이 있을것이라고 생각하고, 저 역시 랩퍼들이 여러문제들에 대해 소리를 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에 대해 부추기거나, 강요하는것은 옳지 못하다고 봅니다. 힙합문화를 사랑하는 팬으로서, 멋있는 랩퍼들이 많이 나오기 위해, 팬들이 좀 더 랩퍼들의 고충을 알아주고 격려해줘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마무리가 좀 급 마무리 느낌이 있네요 ㅎ;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물론 읽진 않았구요.
2번째 논거는 설득력이 좀 떨어지네요.
지금은 정치적인 게 아니라 그냥 정의와 악의 구도라..
5번째 이유는 인상적이에요.
각자 그들만의 언어로 소화해내겠죠.
이런 역대급 사건은 어떻게든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음.
좋은 글 잘봤습니다. 스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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