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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벌진트-고하드를 소설로 읽어보자.(후편)

title: Eminem (MTBMB)우주b행2016.10.27 00:00조회 수 944추천수 5댓글 9

(전편에 이어)



현관에 들어서자 조명이 어두운 집을 비춘다. 빛에서 느껴지는 온기 뒤로 피부에 와 닿는 정적.
그동안 괜찮다고 여겼지만, 오늘 겪었던 일들이 불 꺼진 집을 유난히 싸늘하게 만든다.
몸을 짓누르는 정적을 떨치기 위해, 남자는 서둘러 거실의 티비를 켠다.

흘러나오는 뉴스를 안주 삼아, 그는 냉장고에서 소주를 꺼낸다.
외로움을 잊고자 할 때 남자가 자주 쓰는 방법이다.

문득 부모님이 보고 싶어진 그. 부모님에게 전화를 걸어보지만 연결음만이 이어진다.
주무시는 모양이다. 아무래도 시간이 좀 늦긴 했다. 전화를 끊자 문득 이런 생활이 어디까지 갈
지 생각이 드는 그였다.

핸드폰을 꺼낸 김에 자신의 싱글에 대한 반응을 보기로 한 남자. 화면을 만지작거리며 낄낄대던 그의 눈에 어떤 댓글이 보인다. '고 이지부터 솔직히 좀 별로였는데, 오랜만에 돌아오셨네요! 역시 진태형님!'
아직도 자신을 힙합이란 틀안에 가둬 놓은 댓글에, 그는 괜스레 그 댓글을 단 사람이 불쌍해진다.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의 의견들을 비웃고, 또 공감하던 도중에, 전화가 울린다.

"한 잔 해요. 오빠!"

메세지다. 평소라면 응했을 메세지다. 그러나, 오늘은 아니었다. 불현듯, 해야 되는 작업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집의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놓기 위해, 재빨리 컴퓨터를 켜고 fl studio를 연다.

학교를 관두고 다니며 자극을 받았던 클럽. 그리고, 자신이 던졌던 돌과, 꽤나 거대하게 이어진 디스전 등. 자신이 불러온 것들과 업에 대한 얘기들을,
적어본다.

남자는 곡을 쓰면서 자신을 돌아본다. 업보를 두려워 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러나 툭하면 누군가를 시기하고 경멸하는 자신을. 이미 자신이 경멸하는 이 도시에 찌들어버린 자신을.

한 곡을 마친 후 늦은 저녁에 뒤척거리며 잠을 청한다.

월요일 아침.
오랜만에 스케줄이 빈 날. 머리를 비우기 위해 산책을 선택한 남자. 꽤 먼 거리를 걷는다.
오랜만에 자주 들렀던 분식집에 들러 떡볶이나 먹을까 했으나, 도착하고 보니 이미 재개발로 사라져버린지 꽤 된 모양이었다.
씁쓸해진 기분을 안고 발길을 돌리던 그는 속을 긁는 소리에 멈춰선다.
고개를 돌려보니 꽉 막힌 도로에서 사람들이 서로를 경적소리로 떠밀고 있었다.
그 위로 가득찬 역겨운 매연들. 익숙하게 밀려오는 메스꺼움에 남자는 진절머리가 난다.

신호등을 건넌 후 차분해진 그는 근처 벤치에 앉아 사람들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하나같이 비싼 가방을 드는 등 꾸며놓은 모습. 하지만 그들의 표정은 피곤에 절어있었다.
남자는, 그들이 측은해진다.

낮을 맞이하는 도시를 뒤로 한 체 집으로 돌아온 남자. 집에 두고 갔던 핸드폰을 살피니 아는 기획사 대표에게 부재중 통화 몇 통이 와있었다.

전화를 걸어보니 대표가 연말 파티를 연 모양이었다. 참여의사를 묻는 대표에게 남자는 흔쾌히가겠다고 말했다. 기분전환을 할 필요가 있었으니, 그에게는 어쩌면 당연한 대답이었다.

도착한 후 보니 파티의 규모는 크지는 않았으나, 분위기는 나름대로 흥겨웠다.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 후, 아무도 없는 식탁에 앉아 분위기를 음미하는 그에게 한 여성이 기획사 대표와 함께 다가온다.

"새로 들어온 연습생입니다. 노래는 괜찮게 부르는데, 한 번 살펴주시겠어요?"

고개를 끄덕이자 그 여자가 노래를 시작한다. 그냥저냥이었다.
반응을 요청하는 대표에게 괜찮다고만 해둔 뒤, 그는 대표에게 위스키를 부탁한다.
대표가 자리를 뜬 후, 자리에 남은 둘.
남자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연애도 실패하고, 단 한 번의 스포트라이트도 받지 못했던 그녀였다.
그런 얘기를 꺼낸 후, 거울을 꺼내 화장을 손보는 그녀에게, 남자는, 진심을 말하기 시작한다.
대표에게는 괜찮다고 했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괜찮다는 뜻.
다시 말하면, 성공할 만한 무언가가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남자는 이러한 현실을 여자에게 말한다. 매출이 기껏해야 천 정도일 것이란 말도 덧붙인다.
여자는 믿지 않는 눈치. 그 때 대표가 위스키를 들고 돌아온다.
믿지 않으면 상관없다고 말하며, 남자는 여자에게 잔을 건낸다. 남자는 목만을 축인 후, 자리를 떠난다.

파티를 떠난 후, 어둑해진 집에 도착한 그는 불을 켠 후 컴퓨터를 켠다. 계정 관리를 위해
네이버에 로그인을 하니, 메일이 쌓여있었다.

그는 메일을 읽어가면서 정리하다가, 팬이랍시고 현재의 음악이 어쩌구 저쩌구하며 지랄을 떨어 놓은 메일을 보았다. 초심을 찾으라는 말을 조언이랍시고 던져놓은 자칭 팬의 의견에 그의 미간이 찌뿌려진다.

'아둔한 새끼'

그 남자에게 메일을 보낼까 싶었지만, 놀아주기도 귀찮아서 메일을 휴지통에 버리는 것으로 일단락지었다.

컴퓨터를 끈 후, 티비를 튼 남자는 한 시사프로에서 안타까운 사연을 만나게 된다.

한 연예인 지망생에 관한 이야기였다. 열 여섯부터 학교에서 여신으로 통하던 아이가
어머니가 고르고 고른 회사에 들어갔으나, 반복되는 성 상납과 투자금 빼돌리기에 지쳐 자살을 선택하기에 이른 것이다. 다행이 목숨은 건졌지만.

뉴스때문에 잠이 달아난 남자. 어제도 그렇고 최근들어 그는 12시 전에 잔 적이 전혀 없었다.
항상 이럴 때면 그는 자신이 누군가의 먹잇감이 될 듯한 기분을 느낀다.
또 그의 안에서 치밀어오르는 화. 어금니를 깨물어 억누르다, 집을 뛰쳐나와 벤틀리를 끌고 목적지 없는 운전을 시작한다.

고속도로를 타고 서울을 벗어난 남자는 근처의 어느 바에 들어간다. 단지 눈 앞에 보였단 이유만으로 들어선 가게는 꽤나 깔끔하고 적당히 밝은 곳이었다.
바텐더에게 맥주를 주문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잠깐 꺼내다, 남자는 바텐더의 이야기 위주로
대화를 진행해줄 것을 요청한다. 단지, 무게없는 대화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맥주도 가게를 닮아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었다. 좋은 가게를 찾았다.
운이 좋았다는 생각에, 남자는 살며시 미소를 짓는다.
오늘 밤은 그에게 좋은 추억이자 원동력이 될 것이다.
추천을 받은 여관에서 오랜만에 기분좋은 잠에 빠진 후, 그는 서울로 돌아왔다.

밤이 되자 어제의 그 술집 생각에 옛날 자주 다니던 술집이 있던 거리에 들어선 남자.
만취한 체 돌아다니는 학생들이 보인다. 그는, 못 알아볼 정도로 바뀐 거리가 당황스럽다.
추억을 머금었던 술집은 커피 체인점으로 바뀐지 오래.
남자는, 마음둘 곳 없는 거리를 방황한다.

그의 걸음에 안타까움이 베어나왔다.



드디어 끝냈네요.
세 번을 날려먹을 뻔하고 실제로 한 번은 날려먹은 끝에 글을 마칩니다. 근데 로그아웃 되면 글이 등록되버리네요.
다음 앨범은 화지의 eat을 예상합니다.
즐감하세요.
신고
댓글 9
  • 10.27 00:05
    와 고하드가 이렇게 유기성이 좋은 앨범이었나요ㄷㄷ 잘 읽었습니다
    화지도 기대할게요!
  • title: Eminem (MTBMB)우주b행글쓴이
    10.27 01:35
    @키th에이프
    전반은 조금 끊기는 느낌이 있었는데, 후반은 정말 좋더라구요.
    양가치적인 모습을 담은 것 같아요.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10.27 01:07
    정성글 스웩! 잘읽었습니다
  • title: Eminem (MTBMB)우주b행글쓴이
    10.27 01:35
    @trmn
    감사합니다!
  • 10.27 01:42
    잘 봤습니다.
  • title: Eminem (MTBMB)우주b행글쓴이
    10.27 01:46
    @태풍
    감사합니다!
  • 10.27 05:14
    고하드 한번 더 돌리러 가야겠습니다
    VJ가 보면 좋아할듯
    잘읽었어요
  • 10.27 09:44
    Jintae Kim likes this.
  • 10.27 10:36
    잘 봤어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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