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센스에게 힙합이란.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를 여의고 ‘나보다 먼저 성장한 남자의 존재’를 항상 갈구했는데 힙합이 그 자리를 채워줬어요. 고1 때
빠져들어서 매일 이어폰 꽂고 가사를 썼죠. 인생에서 처음 만난 재미있는 일이었어요. 고등학교를 그만뒀다가 다시 복학한 것도 힙합
때문이었어요. 랩을 통해 한국 이야기를 하려면 우리나라에 대해, 다른 사람들의 삶에 대해 배우고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 사이먼디와 재결합할 가능성이 있나.
“둘이 얘기했는데 그럴 것 같지는 않아요. 제가 형한테 ‘형이나 나나 뭔가를 이뤄낸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 말자’고 얘기했어요.
당장은 슈프림팀에 대해서 생각 안 하려고 해요. 하지만 기석이형이랑 저는 10년을 넘게 알고 지낸 사이예요. 서로의 아들에게
삼촌이 되겠죠.”
※ 힙플: 말씀하신 대로 메이저와 언더그라운드의 차이는 영향력의 차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런 것 같아요. 언더그라운드라는 게 없다고 생각해요. 그니까 언더 안에서 시장성이 있잖아요.
'이렇게, 이렇게 코드를 잡고 하면.. 3천장은 팔리는 앨범이 나온다.' 그런 게 알게 모르게 있단 말이에요. 그건 이미 메이저의
시장성이랑, 똑같은 모습이잖아요. 작다 뿐이지.. 그렇기 때문에 언더그라운드라는 건 뭐냐면 이런 거라고 생각해요. 시장의 크기
차이는.. 제껴 두고. 아까 말한 예술적 통념을 깨는 그게 언더라고 생각하는데..
만약에 메이저에서 십 만장 판 두 가수가 있단
말이에요. 근데, 두 가수는 일단 한 가수가 힙합으로 팔았는데, A같은 사상을 가지고 있고, A 같은 사람이란 말이에요. 근데,
4천 만중에 음악을 듣는 몇 백만의 대중들은 A 같은 타입을 너무 싫어해요. 한국인의 통념상.. 근데 B 라는 걸 좋아하는데,
A같은 사람이 A에도 B와 맞는 면이 있다 해서.. B 같은 A의 이야기를 사람들한테 들려줘서 성공한 거는 언더그라운드라고
생각하는데,
자기는 A라는 사람이에요. 근데, 대중의 통념은 B라는 사람들에게 손을 들어주는 통념이기 때문에 자기는 A라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B 인척해서 성공하면 그건 fake, sucker 라고 생각해요. 아까 언급한 사람들은 자기 사상을 배신하지
않고, 자기 할 말을 해서, 사람들한테 호소력 있게 다가갔다고 생각하는데요, 그게 바로 음악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음악이 힘이 크면 메이저고, 똑같은 걸해도, 음악의 힘이 작으면 알아주는 사람들만 알아주기 때문에 언더그라운드라고
생각해요. 그거는 방송 나오기 때문에 메이저고.. 그런 거 아니라고 생각해요. 물론 그런 것도 있지만, 방송 나와서 랩을 하고,
토크쇼에서 이야기를 해도, 자기 이야기를 하고 한다면.. 언더그라운드 마인드라고 생각해요.
제가 작품을 하지만 상품으로써의 가치도 가지고 있어야 사람들이 들어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옷 멋있게 잘 입고, 외모 가꾸고
하는 거에 ‘힙합이 왜 저래?’ 전혀, 그런 편견 없어요. 어차피, 문화적 힘을 가져야 돼요. 상업적인 힘만 가지는 거랑,
문화적인 힘을 가져서 상업성도 땡 기는 거랑 다르죠. 근데, 언더인데도 메인스트림(mainstream)일 수 있고.. 메이저일 수
있죠. 그게 제가 바라는 꿈이에요. 전 그렇게 되고 싶어요.
그리고 제가 상품이 될 준비를 해야죠. 그냥 실력이 없으면 wack인거고, A인데, B 인척하면 fake 이고. 랩을 하는
사람이고, 지가 언더라고 할 거면. 실력 없으면서 그딴 소리 안했으면 좋겠어요. 실력 없으면, 언더그라운드고, 메이저고 다 없이
그냥 아마추어거든요. 실력도 없으면서 괜히 아는 척하면서 ‘언더그라운드 제가 지킵니다.’ 이딴 소리 fucked up. 그게 제일
구려요.
+)
대중이 어떤 특정한 이미지를 기대하는 것에 신경 쓰는 건 언더그라운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대중을 ‘내 노래를 사줄 사람들’로
보면 안 된다는 거죠. 이 얘기를 꼭 해야겠다고 판단해서 그대로 밀고 나가면 그게 바로 언더그라운드예요. 미디어를 등지고 기성
질서를 거부하는 게 언더그라운드가 아니고요. 그런 의미에서 전 언더그라운드입니다(웃음).”
※ 얼마 전까지 <쇼미더머니3>가 인기였는데, 내가 출연해도 됐겠다, 이런 생각은 없었어요?
전혀요.
<쇼미더머니>는 힙합에 포커스를 맞춘 프로그램이 아니에요. 솔직히 홍대 지나가는데 여자들끼리 싸우면 X나 재밌거든요.
그들에게 무슨 사정이 있는지는 누구도 관심 없죠. 내가 <쇼미더머니>에 나간다면 방송국 입장에선 진짜 재미있을 거예요.
‘악마의 편집’ 하기엔 나처럼 좋은 캐릭터도 없으니까요. 방송에 나간 형들도 스트레스받을 거예요. 지금은 앨범을 기다려주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작업에 집중해야죠.
※ < Show Me The Money3 >봐요? 거기에 어마어마한 환호가 있는데. 하필 그걸 보면서 이센스를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글쎄요. 저도 이런 생각을 해요.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 힙합 뮤지션들이 가요계의 문제를 욕하는 포지션을 잡는 경우가 있잖아요. “너희들은 가짜다, 공장 음악이야.” 그런데 래퍼들이 거기 나가서 그러고 있는 게 좀 보기 싫은 거예요. 그런데 또 한편으로 얼마 전에 발표한 ‘Everywhere’ 가사에서 전 걔들을 씹으면서 제 존재감을 확인시켰잖아요. 참 웃기는 게임이라고 생각했어요.
※ 출연했으면 어떤 모습이었을까, 꽤 궁금해지기도 해요.
저도 출연 제의 받았어요. 출연자 형들도 알 거예요. 이제까지 한국에서 방송으로 힙합 건드려서 어떻게 됐는지. 그런데 알면서도 나가는 거죠. 자기가 어떤 식의 소재로 팔릴지. 그것도 받아들이겠다는 태도일 거예요. 편집 어떻게 하든지 X발 모르겠고, 나 랩 잘한다고. 그런 태도만큼은 존중해요. < Show Me The Money3 > 욕하면 출연자들 전부 인정 안 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는데 그건 아니에요. 프로그램이 계속 존재하고 인기를 얻는 것 자체가 한국의 현실이라고 생각해요.
정신 똑바로 박힌 뮤지션입니다
나이 40, 50 먹는거 계속 지켜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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