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YEAH THE BOOK CALLED COLOR ME REALITY
THEN COLOR ME REALITY MANAGER’S AUTHORITY ···
7번 트랙 <Street Science> 中
2010년, 재지 아이비의 정규 앨범 《Illvibrative Motif》가 발매됐다.
'각나그네'라는 이름으로 2006년 발매되었던 《Green Tour》 이후 4년 만의 정규 앨범이었다.
각나그네, 슈퍼맨 아이비, JAZ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활동해 오던 재지 아이비는 이 앨범을 끝으로 힙합 씬에서 종적을 감췄다. 그러나 이 앨범은 놀라울 정도로 생동력이 넘친다. 마치 당장 내일이라도 좋을 평범한 오후에, 새로운 이름을 가지고 나타난 그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우리 앞에 나타날 것만 같다. 한 손에는 이 앨범의 스테레오 버전을 들고 말이다.

《Illvibrative Motif》라는 제목은 즉 '강렬한 자극으로 이끌린 예술적 충동'을 뜻한다.
'충동'
즉흥적이고 폭발적인 동시에, 가장 원초적이며 자연스러운 이 단어가 바로 이 혼란스러운 앨범을 관통하는 키워드이다.
1. 일(ILL)진동(VIBRATIVE), 언어적 충돌
리스너분들이 아셨으면 하는 건, 한국의 힙합아티스트들이
한국힙합을 하지만, 원초적인 영감은 미국힙합이라는 거에요. (중략)
중요한 건 그대로 따라 하느냐, 연구를 해서 더 발전시키느냐인 것 같아요.
재지 아이비, 2010 리드머 인터뷰 中
한국계 미국인인 재지 아이비는, 적극적으로 한국 힙합의 자생적 한계를 주창한 래퍼였다. 이를 증명하듯, 앨범은 도발적인 한영 혼용 가사들, 또는 전에 없던 한/영 창작 어휘들로 이루어져 있다. 재지 아이비의 정체성이 투영된 이러한 장치들은 두 언어의 교집합에서 탄생하는 새로운 가치를 제시한다. 그것은 바로 언어적 충돌이며, 그의 말마따나 재조합과 건설/붕괴의 과정을 그려내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첫 트랙인 <Jindong>부터 앨범은 그 교포적 감성과 야심 찬 충동의 땅울림을 느끼게 한다.
WE RIDING THIS SHIT ALL DAY NAM SAYIN 강한
서울의 진동 살아 뛰는 심장 YO 동의 늪 ILL VIBRATIVE MOTIF
1번 트랙 <Jindong> 中
특히 이 곡의 백미라고 볼 수 있는 연출은, 한/영 음성이 한꺼번에 포개지며 병치되는 사운드이다. 마치 반투명한 검은색과 흰색의 필름이 겹쳐, 회색 필름을 만들어내는 것과 같다. 순식간에 뒤섞인 텍스트들과, 혼란스럽게 융합된 음성들이 춤을 추는 것 같은 이 곡은, 바로 뒤에 나올 두 번째 트랙인 <Yadan>과의 기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어 더욱 재미있게 들려온다.
붙잡히면 그땐 정말 큰일이야 야단야단
이게 바로 한국이야 늠의 아들 PUNISHMENT FOR REAL
2번 트랙 <Yadan> 中
<Yadan>속 일상적인 이미지로 도배된 한글 라임은, 영어에 치중되어 있던 첫 번째 곡과 큰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는 미국에서 자란 재지 아이비가 한국 어머니의 풍경을 보며 느꼈던, 어딘가 새롭고 이질적인 초상이기 때문이다.
난 뿌리 그 뿌리 깊숙이 뿌리까지 뿌리
4번 트랙 <Organic Props> 中
그 후엔 유려한 비트와 재치 있는 의성어가 돋보이는 3번 트랙 <Simjang Talk>, 재빠르고 공격적인 4번 트랙 <Organic Props>가 이어진다. 특히 이 곡은 앨범 내내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서울특별시, 특별 City의 몽타주적인 이미지와 재빠르고 변칙적인 플로우로 본인의 정체성을 확립시키는 곡이다. 그의 정체성은 어느 국가로부터 오는 것이 아닌, 힙합이라는 문화 자체에서 온다. 곡의 제목처럼 진실한, 유기농 신용(혹은 인정)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 앨범의 전개가 늘 그렇듯, 역동적인 곡 바로 다음 이어지는 5번 트랙 <Whatever Works>과 6번 트랙 <Lady Lady>는 소소하지만 섹시한 사랑 고백이 주가 된다. 특히 자신이 가져올 커다란 음악적 충격(진동)이 여성에게 옮겨지는 전희의 과정을 통하여, 앨범의 위치를 은유적으로 각인시키고 있기도 하다.
당시 많은 평론가들의 과녁이 되었던 '과도하게 많은 영어가사'는 이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리듬을 즐기는 시대가 찾아왔다.
뭐든 괜찮지 않은가!
2. 충동이라는 방법론, 그리고 재즈
힙합은 그냥 라이프스타일이라고 생각해요. 설명해줄 필요도 없고 배울 필요도 없는 거죠.
그래서 힙합만큼 자연스럽고 매력적이고 자유스러운 게 없는 것 같아요.
재지 아이비, 2010 리드머 인터뷰 中
어쩌면 힙합과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은 재즈인 것 같다. 어떠한 형식이나 규격에도 제한받지 않는 자유 때문이다.
그 뿌연 환영들의 착시는 즉
어쩌면 정확한 시야로 바라본 현실의 LOOKBOOK
7번 트랙 <Street Science> 中
7번 트랙은 앨범이 적극적으로 선보인 재즈 힙합 장르가 가장 잘 드러나는 곡 중 하나이다. 쉴 틈 없이 쏟아지는 의식의 흐름, 수많은 단상들을 통해 사회의 은밀한 성질들을 포착하고 개인의 주체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밀도 있게 쌓아가는 음성과 음악의 층이 청각을 통쾌하게 자극한다. 또한 가사에서 반복되는 모티프인 무의식과 환각, 환영 등의 개념은 앨범을 관통하는 주제인 '삶의 방식으로써의 힙합의 무규칙성'을 말한다. 경직된 권력 혹은 규격화된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비극에서 탈피하여 진정 자유로운 '거리의 법칙'을 전하는 것이다.

곡에서 언급된 <Flamenco Sketches>가 수록된 마일즈 데이비스의 《Kind of Blue》는,
<Flamenco Sketches> 단 한 곡을 제외한 모든 수록곡이 원테이크 방식으로 녹음되었다.
재밌는 것은, 재지 아이비 역시 《Illvibrative Motif》의 전체 곡을 단 하루만에 모두 녹음했다는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건넬게요
i'm your awhu babe
날 잊지 마요 형님 언제 어디서든
항상 형의 곁에10번 트랙 <Ahwu> 中
한영이 혼용된 독특한 리듬을 형성하는 8번 트랙 <Eighty2Deep>와 9번 트랙 <Namhee&>, 10번 트랙 <Ahwu>는 모두 주변 사람들, 친구와 어머니, 그리고 형제에 대한 헌사와 예찬이 담긴 곡이다. 튀는 듯한 피아노와 색소폰 연주가 힙합의 드럼비트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서울스타 Seoul Star
특히 앨범의 타이틀 곡인 <Ahwu>에선 'Seoul Star'라는 이름의 그룹으로 함께 활동했던 정기고(당시 큐빅)에 대한 솔직한 뜻을 말하고 있다. 재지 아이비(당시 각나그네)와 정기고는 같은 힙합 크루에 속해 있었는데, 앨범이 나온 해인 2010년 4월, SNS를 통해 둘 사이의 불화가 드러난다. 이후로 서울스타는 한 장의 앨범을 남겨놓고 활동을 중단했으며, 재지 아이비는 6개월의 시간이 흐르고 이 곡으로 정기고에 대해 자신이 느끼는 형제애를 전한다.
또한 가사 중에는 "I N I를 이해하는 교감 속의 MISSION"이라는 구절이 있는데, 여기서 언급되는 'I N I'는 라스타파리 종교의 개념으로서 나와 너, 신, 전 우주를 포함하는 하나 됨을 뜻한다.
이 장사꾼 새끼들 도무지 느낄 수가 없다니깐
니 친구 왜 이리도 변한거야?
11번 트랙 <Kickin' Points> 中
<Kickin' Points>는 전과 대조되는 공격적인 태도가 돋보인다. 평론에 움직이는 아티스트, 실험정신이 없는 복사 붙여넣기식 랩, 안이한 샘플링 등을 비판하고 있으며, 개개인의 진실된 이야기를 추구하고 있다. 일상적인 한국어 내레이션과 명상적인 영어 내레이션, 과감한 한영 혼용 대사는 여전히 그 존재감을 뽐낸다.
둘 방안에 we 덩기덕 we bangin'
it yo 쿵 치 딱 고민해요12번 트랙 <Vnivy> 中
재지 아이비의 중독적인 시그니처가 지배하는 곡 <Vnivy>는 앨범 전체의 작곡, 프로듀싱을 맡은 비니셔스(전하림)의 빈티지하고 생동감 넘치는 비트와, 재지 아이비의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플로우가 놀라운 팀워크를 만들어내며 탄생했다. 힙합씬 전체의 사랑과 평화를 외치는 신나는 곡으로써 제격이다.
이후 원주율처럼 끊김이 없이 이어지는 13번 트랙 <3.14>의 속도감, 속삭이는 듯한 14번 트랙 <마구마구>의 여유로움은 역시나 앨범의 변칙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한 괴리감이다. 그럼에도 리듬감을 수반한다. 언어적 이중성과 원초적이고 자연스러운 운동력이 강렬하게 요동치며 재즈 힙합 비트의 청각적 쾌감을 자극한다. 앨범에서 여인과의 사랑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감각과 느낌, 전율의 중심에 있는 것 중 하나가 사랑이기 때문이다.
지금 어서 당장 너 microphone과 이혼해
보너스 트랙 <Last Rose / 서울특별기준법> 中
마지막 보너스 트랙은 <Last Rose>와 <서울특별기준법> 두 곡이 합쳐져 있다. <Last Rose>는 전체가 영어 가사로 이루어져 있으며, 몽롱한 비트와 빈틈을 없앤 연속적인 랩 구조로 타이트하면서도 차분한 이중적인 감성을 담아낸다.
구분을 알리는 침묵 이후 등장하는 <서울특별기준법>은 동양적인 현악기의 공격적인 비트가 가장 먼저 들려온다. 이 곡은 한국어 가사가 주를 이루며, 앨범 내내 자유를 뜻하던 서울특별시에 법이 도입되는 듯한 제목과, 그것에 대한 재지 아이비의 비판이 담겨 있다. 특히 "넌 존중을 모르니깐 니 무한류 압류"라는 구절에서는 자신이 몸담았던 크루 '뉴 소울 클래식'의 멤버인 넋업샨과, 크루의 전신이 된 '무한류'를 디스하기도 한다.

제 8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랩&힙합 음반 후보에 꼽힌 《Illvibrative Motif》는 현재까지도 한국 힙합씬에서 듣기 힘든 사운드와 실험 정신으로 무장한 보석 같은 앨범이며, 힙합 문화를 대한민국에 정착시켜 새로운 의미를 도출하려 했던 명반임에 틀림없다.
어쩌면 오래 전에 시작되었던 한국힙합의 새로운 운동, 뉴웨이브의 흔적이 아니었을까.
베스트 트랙 : Ahwu





재지아이비가 2021년인가 하던 프로젝트가 있었던 것도 같은데
어떻게 됐으려나
퀄리티 미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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