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iphople.com/kboard/32883368
1편도 보고 와주시면 더욱 좋습니다!
안녕하세요! 힙합 좋아하는 01년생 남자입니다. 제가 지난번에, 2020년대를 대표하는 앨범 5개를 힘겹게 뽑아보았는데요!
제가 원래 반골 기질이 센 편이기도 해서, 상을 받고, 메이저하게 인기가 많았던 앨범만 뽑기보다, 그 당시에 평가를 잘 받지 못했어도, 한국 힙합에 길이길이 남아야 할 음악적 매력이 강한 앨범들을 뽑으려 했습니다!
(물론, 비프리의 『FREE THE BEAST』라던지, 식케이 & 릴 모쉬핏의 『K FLIP +』 같은 희대의 명반들은 당연히 포함되어야 했지만요!)
원래는 15~19년까지의 명반들을 써보려고 했는데, 앨범들을 찾다 보니, 20년대에 못 담은 명반들이 너무 많았고, 또 이 앨범이 19년도에 나온 줄 알았는데, 20년대에 나온 앨범들도 많아서 부득이하게 추가로 5개의 앨범을 더 써보게 되었습니다! 그럼 어떤 앨범들이 20년대를 수놓은 명반에 들었는지 한번 같이 살펴보실까요?
(저는 음악을 전공한 사람도 아니고, 힙합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함께 2020년대를 정리한다는 기분으로 가볍게 읽어주시고, 댓글로 자유롭게 의견 남겨 주세요!
추가로, 앨범 순서는 순위를 의미하는 게 아닌, 발매일 순이라는 점 알려드립니다!)
1. 최성 (전 한국사람) - convalescent#1 (발매일: 2022.04.21)

https://youtu.be/eBfdg3L19go?si=t5Qs-8OkRI8L-zXK
첫 앨범은 제 사심픽입니다! 지난 1편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가 올해 가장 많이 들은 앨범이 최성(전 한국 사람)의 『전설』이거든요. 개인적인 생각으로 『전설』은, 비슷한 색깔의 음악을 많은 래퍼들이 시도했지만, 그 누구도 같은 수준에 달하지는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최성이 MIC SWG 6에 등장했을 때 나왔던 댓글인 "겨울에 아파트 단지에서 눈사람 깨부수려고 일찍 일어나는 진짜 힙합을 하는 남자 최성!!!!!" 이라는 댓글이 생각납니다. 양아치 같고 문제적인 메시지의 음악이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순수함'. 『전설』이라는 앨범과 최성이라는 아티스트를 이러한 말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설』 이후, 최성의 앨범 중 저는 가장 좋았던 앨범이 바로 이 『convalescent#1』였습니다. 『convalescent#1』에는 크게 2가지 색깔의 음악이 혼재한다고 생각하는데요. 2번 트랙 'S (feat. halfslxt)', 3번 트랙 'karma fiction', 그리고 6에서 8번 트랙까지는 이전에 『전설』에서 그가 보여주던 'EMO 힙합'에 가까운 느낌이 돋보입니다.
그리고 1번 트랙 '분신', 4번 트랙 '청춘_靑春(2022)', 5번 트랙 '지나고 이어져 망가진' 은 기타 소리를 베이스로하여 노래인지 랩인지 구분 안가는 음악이 들어가, 힙합보다는 인디 음악에 가깝게 들리는 트랙들입니다. 제가 이 앨범에 대표곡을 '분신'으로 선정한 것처럼, 『convalescent#1』 속 3곡 모두, 들었을 때 그 여운이 정말 길게 간 트랙들이고, 특히 '분신'은 최성에 수많은 명곡 중 단연 최고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 릴체리(Lil Cherry) & 골드부다(GOLDBUDDA) - SPACE TALK (발매인: 2022.04.28)

https://youtu.be/8Hu5qPMVihM?si=jXuF0oSZivD-Y4a6
예전에는 '윤미래말고 한국 힙합에 제대로 된 여성 래퍼가 없다.'라는 말을 종종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2010년대 후반부터, 씬에 엄청난 재능의 여성 래퍼들이 등장하면서 이 말은 더 이상은 통용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릴체리는 재키와이와 함께 국내 여성 래퍼 중 음악적 역량 면에서 단연 주목 받았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재키와이는 케릭터성과 랩 실력도 좋지만, 가장 돋보이는 것이 '가사'라고 생각되는, 이른바 '리릭시스트(lyricist)'에 가깝다고 생각되어서, 음악적인 역량만 본다면 릴체리가 한국 힙합 여성 래퍼 중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릴체리, 그리고 골드부다의 음악성이 폭발한 앨범이 『SPACE TALK』입니다. 이전까지 저에게 릴체리라는 래퍼는 랩을 뱉는 방식이 굉장히 독특해서, 신선하지만 자주 듣기에는 피곤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SPACE TALK』는 릴체리의 랩이 주는 일종의 피로감이 확실히 덜어지고, 가볍게 듣기 좋은(easy listening) 앨범으로 만들었다고 생각됩니다. 확실히 이러한 점에서는 12곡 중 9곡을 엔지니어링한 골드부다의 역할이 컸다고 할 수 있겠네요.
3. 판다곰(Panda Gomm) - VERTIGO (발매: 2022.06.02)

https://youtu.be/B7ch7CW4D_8?si=l9xqEZt93gsbLJ2X
저는 비트메이커들의 앨범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제가 앨범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이 '앨범 전체 사운드의 연결성'이라서,
아무래도 한 명의 프로듀서가 전체적인 앨범의 사운드를 만드는 것이 사운드적 연결성을 높인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러한 면에서 판다곰의 『VERTIGO』는 비트메이커 앨범 중에서 손에 꼽을 수작입니다. 앨범 전반적으로 어두운 듯한 음질의 사운드가 주를 이루는 『VERTIGO』에는, '예스코바', '김아일', '오이글리', '빈첸' 등 이러한 분위기와 너무나 잘 맞는 래퍼들까지 완벽하게 캐스팅하여 앨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잘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판다곰에 비트 위에 얹져지는 김아일의 목소리가 정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좋았습니다.
그러나, 김아일도 너무 좋았지만, 저는 이 앨범의 대표곡은 그냥노창의 'failian'과 최성의 'Wonderful'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곡 모두 김광석님의 노래를 샘플링하여 만들었다는 점에서 가히 충격적인 선택인데요. 그러한 비트 위에 한국 힙합에서 손에 꼽는 케릭터성과 음악성을 지닌 노창과 최성의 랩이 얹어지며 만드는 조화는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어쩌면, 이 두 곡이 전반적인 앨범의 사운드와는 사뭇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데요. 그러나 원래 저 두 사람이 지닌 케릭터성을 고려하여 앨범을 들었을 때, 앨범 전체적으로 이어지는 어둡고 'nasty'한 분위기와 어우러져 메시지적으로 피날레를 완벽하게 장식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4. 키드밀리(Kid Milli) - BEIGE (발매: 2023.05.30)

https://youtu.be/y8onbCMCVTM?si=2JoZyIwRV-6Kfc1C
서두에서 이야기해드렸듯, 사실 너무 메이저한 앨범은 최대한 피하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빌스택스의 『Detox』나 빈지노의 『NOWITZKI』가 제 명단에서 빠져 있는 것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이 앨범은 2020년대를 논할 때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빈지노의 『NOWITZKI』, 이센스의 『저금통』에 밀려 아무런 상도 받지 못한 '무관'의 앨범이지만, 어쩌면 저 두 앨범들을 제치고 2023년 최고의 힙합 앨범으로 거론해야할 것이 『BEIGE』라고 생각합니다. 키드밀리 본인은 '마치 Drake의 노래처럼, 게임하다가 듣고, 친구들이랑 놀다가 듣는 가볍게 듣기 좋은 앨범으로 만들고 싶었다.'라고 밝혔지만, 『BEIGE』 전체의 사운드는 게임을 하거나, 다른 일을 하다가도 자연스럽게 음악에 몰입되어 몸을 흔들 수 밖에 없는 수준의 사운드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식케이(Sik-K)와 함께 키드밀리를 씬의 TOP 래퍼로 만들어 준 앨범이라고 생각되며,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고평가될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5. EK - YAHO (발매: 2025.07.02)

https://youtu.be/6k4dlBF8hPo?si=CmOh5amIreXwTvaK
2025년 최고의 문제작으로 꼽히는 그 앨범, EK의 『YAHO』도 선정해봤습니다. EK라는 래퍼는 보면 볼수록 대단한 래퍼인 것 같습니다. 지난 2024년에도, KHA와 한국 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힙합 앨범으로 노미네이트된 『ESCAPE』를 발매했는데, 1년만에 다시 이러한 명반을 뽑았다는 점. 게다가, 음악적 색깔과 메시지가 기존에 본인의 이미지와 완전히 벗어나는 음악을 했다는 지점에서 너무나 놀랍고 충격적인 앨범이었습니다. 제가 EK라는 래퍼를 처음 인지한 것은, 허클베리피, 저스디스와 함께한 「One of them」에서 부터 였습니다. 이후 EK하면 '랩은 잘하는데, 재미는 없는 래퍼'라는 인식이 어느새 제 머릿속에 있었는데 『YAHO』는 그러한 EK의 이미지를 완전히 박살내고, 그를 다시 평가하게 만들어줬습니다.
『YAHO』하면 떠오르는 것이, 굉장히 노골적이고 직접적인 가사입니다. 제가 대표곡으로 뽑은 'Molly World'나 'Machine', '야관문' 등등 트랙에서 '섹스'와 '마약' 이라는 자극적인 주제를 너무나 노골적이고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그렇기에 『YAHO』가 굉장히 문제적이라 평가 받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초신성'이나 '해뜰날' 같은 곡을 듣는다면, 이러한 노골적이고 직접적인 가사 안에 담겨진
EK가 느끼는 공허감과 허탈감이 잘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정신이 나갈 것 같이 신나는 BPM의 비트와 함께 EK의 샤우팅 같은 랩, 거기다 노골적이고 직접적인 가사라는 측면에서 리스너의 쾌감과 만족감을 극한으로 올려주는 데, 그 상황에서 '초신성'과 '해뜰날'의 가사를 본다면, 그러한 쾌락 뒤에 찾아오는 공허감과 허탈감, 그리고 자신이 받은 상처 등이 은은하게 드러난다는 점에서 메시지적으로 씨잼의 『킁』이 떠오릅니다. 즉, 사운드적으로는 말할 필요 없고, 거기다 메시지적으로도 저는 충분히 '올해의 앨범', 이를 너머 한국 힙합에 기념비적인 앨범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failan 좋죠
처음 들었을 때 너무 충격적이었습니다.. 명곡이죠
디지털 고추털 자지털 보지털
MollyWorld 너무 좋죠!
노창곡 엄청 좋네요
글로 한 사람을 전부 판단 할 수는 없지만 글 쓴 분 좋은 사람일 것 같네요 25살로 평생 살아도 될 것 같은 사람
어유 칭찬에 너무 기분 좋아서 몸 둘 바 모르겠네요..! 칭찬 감사합니다!
그냥노창의 failian은 가사가 너무나 현실적이고 생생해서 들을 때마다 복합적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명곡이죠!
같은 앨범에 있는 최성의 'Wonderful'도 이어서 들으면 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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