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은 강력하고 절대로 깨지지 않을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 그 속에서는 결함을 표현하는 문화이다. 래퍼들의 가사들을 보면 돈 자랑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어린 시절과 자신들의 결함을 묘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꿈과 현실 사이의 괴리, 외로움, 고독함,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사회의 모순과 그 모순으로 느낀 회의감, 책임감과 그 책임감으로 상실되어버린 자유, 계속 성공을 향해 달리다 놓쳐버린 어린 시절과 초심, 빨리 변하는 시대와 유행에 따른 정체성 상실과 고민,외부의 속도를 따라가다 잃어버린 삶 등....
이들은 힙합의 가사에 등장하는 소재들이며 그들은 이를 미화하지도 않고 사실 그대로 자신의 고통을, 삶을 묘사한다. 날 것, 그 자체로 자신을 묘사하는 것이 거부감이 느낄 수도 있지만, 가장 순수하게, 꾸밈없이 인간이라면 느끼는 고통을 유일하게 표현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이 된다.
아마 힙합이 결함을 가장 진지하게 솔직하게 다루는 문화이기에 힙합을 라이프스타일, 삶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닐까.
나는 래퍼들의 결함을 사랑한다. 그들이 가사에서 토해낸 고통과 외로움은 나의 결함과 많이 닮아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누군가에게도 인정받지 못한 나의 고통과 외로움, 고독함, 고민은 언제나 힙합 안에서 그 자체로 존재했다. 언제나 무시받던, 소외되던 이방인이였던 나는 래퍼들의 가사 속에서는 주인공이 되는 것 같다. 인간이라면 느끼지만 언제나 등한시되는 감정과 고민들을 래퍼들이 표현할 때 내가 그제서야 인간이 되는 것 같았다.
힙합을 사랑할수록, 래퍼들의 가사를 사랑할 수록, 결함 있는 래퍼들을 사랑할 수록 나는 나의 결함을 받아들이게 된다. 힙합과 함께라면 나의 결함은 나의 오점과 수취심이 아니라 그들과의 연결이 된다. 래퍼들은 아티스트를 넘어 나에게는 너무나 외로운, 암흑밖에 보이지 않는 삶을 같이 살아가는, 그리고 같이 살아가고 싶은 나의 친구이자 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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