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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 KC3, (concept), eigensinn, WUUSLIME, ANIMAL FKRY, KOREAN AMERICAN

title: Jane Remover예리1시간 전조회 수 285추천수 7댓글 4

해당 리뷰는 블랙뮤직 매거진 Hausofmatters 홈페이지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https://hausofmatters.com/magazine/h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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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HIS - [LIT]

2025. 11. 20

 

콜럼버스는 발견자 아닌 침략가였지만, 역사에 없던 새 갈래를 창조했다. 그 현대 창세기에 살생의 옳고 그름은 논쟁거리지만, 만약은 무의미해지고 주어진 실체만이 삶으로 지속된다. 어떻게 바라보느냐. 어떻게 대하느냐에 달려 있다. [LIT]은 추구하지 않는다. 얌전히 보여준다. 미로의 중심에서 탑에 올라 내려다 본 발 아래의 광경. 집에 잠기던 회상과 같은 맥락에서 말을 아끼고 물밑의 해일을 끌어올린다. 저스디스는 정론 없는 파도를 퍼올렸다. 추측뿐인 작품에 모두들 우물 안 개구리가 되고, 한 마디씩 거드는 감상은 코끼리 만지는 장님들의 실랑이가 됐다. 몇 가지만이 또렷했다. 굶는 예술을 숭상하던 사람은 집에 잠긴 회상에서 멀리 떠나갔다는 사실. 그러나 여전히 목말라 있다는 사실. 기억을 짚으면 전시회엔 늘 작가가 없었다. 큐레이터와 도슨트는 세 발자국 떨어져서 입장을 걷어내고 운을 뗀다. 작품은 키높이에 걸리고 발에 채이지 않는다. 모두들 그저 손끝으로 밀실의 벽을 훑는다. 미노타우르스의 미궁을 돌고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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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 - [KC3]

2025. 11. 27

 

KC는 다섯으로 불어나고 그룹이라 칭할 덩치로 뭉쳤다. 비로소 [KC3]에 이르러, 그들을 진정 무브먼트로 들여다 볼 이유에 도착했다. 연호하는 가사. 역두문자 트랙리스트. B&W 비주얼라이저와 프로필 컷. 손으로 못 세는 KC가 담겨있다. 하지만 갈라지는 중이다. 장르와 랩 스타일 그리고 프로덕션이 곳곳에 흩어진다. 누군 매일같이 리릭시즘 깜지에 목말라있고, 누군 사이드킥과 주연의 경계에서 허우적거리고, 누군 EDM을 둘러매고 홍대 아닌 'APGU'에 되돌아가기에, [KC3]은 나란하기보다 서로 등을 맞대고 선 모습에 가깝다. 그 뻔뻔함이 KC의 움직임을 설득한다. 심히 별나지도 독특하지도 않지만, 비정상적인 랩에 질린 랩스타들이 너저분하고 진득한 블록버스터를 선보인다. 타협 없이 스포트라이트를 주고 받는 아티스트들은 각자의 빛깔로 제련하고서 때때로 결연히 갈라진다. 이젠 갈래를 뻗는다는 표현이 더 옳다. 고집부리지 않는 식케이의 유연한 고집 아래, 레이블이 저무는 시대에 '하나되지 않음'이 외친다. "Give me that K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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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ddeen - [(concept)]

2025. 02. 28

 

그냥이라는 말이 너무 비싸다. “앨범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없어. 그냥 만든 거야.” 그래서 단순히 전개하며 그냥 죽이고 본다. “CONCEPT KILLS”로 시작하는 oddeen은 그리 길게 고민하지 않는다. 화도 탄식도 불안도 섞여 있지만 전개는 의식도 대전제도 뚜렷하지 않다. oddeen에게 일렉트로닉과 힙합의 조화는 익숙하지만, 무심한 톤으로 내뱉는 삶의 가타부타에는 길고 짧은 소회가 내비친다. “왜 피하고 사냔 말들에 닥치고 살았어”. “어쩔 수 없다면 가져갈게 내걸”. “이해는 노력, 납득은 습관으로 와닿지”. 턴테이블이 뒤집히며 객원 아티스트들이 한 마디씩 거들고 퇴장할수록, 얌전하고도 무던히 번지는 oddeen만은 작품의 주체로서 더욱 존재감을 또렷히 드러낸다. 플롯과 시나리오가 튀어오르고, 음악과 메시지가 경계를 잃으며 뒤섞인다. 목표하지 않고 빌려오지 않는, 오직 나에게서 나와 나로서 완성되는 음악. 무엇도 겨누지 않고 있기에, 말하지 않는 힘이 불쑥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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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on - [eigensinn]

2025. 09. 26

 

내일을 잃는 오늘엔 어제만이 쌓여간다. 시온은 막연하게 상자에 담긴 흔적들을 쫓는다. 2010년을 겨냥하며 변화한 전자적 스타일은, [eigensinn]이라 쓰고 자의식이라 이름 붙인다. 과포화된 세상을 장르적 혼류와 세대 시류로 빗대는 무질서로 표현한다. 시끌시끌한 세상의 소리가 잘고 풍부하게 불어난다. 그도 “Braindead”라는 초연함을 이끌었으나 한동안 짧은 순간만에 얽매였기에, 목소리와 악기는 마음이 이끄는 예술 어디라도 정처 없이 떠나갈 내면의 파편처럼 분산적이다. 이 도약을 음악의 장치와 구조의 총괄로 비로소 실현해낸다. 꿈은 어릴 적 바라온 미래이자 크고 난 뒤 돌아가는 집이다. [eigensinn]도 두 꿈을 오간다. 음악은 오늘에 있지만 추억은 어제 두고 왔다. 누군가들도 두 꿈을 꾸기에, 시온은 어디선가 시작된 변신에 박수를 보내며 제 몫의 일기를 남긴다. 누구라도 떠나보낸 그 시기를 얌전히 저물도록 놓치지 않기 위해 남긴다. 온전히 흩어지는 기억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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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uuslime - [WUUSLIME]

2025. 05. 10

 

존재하는 표본을 빌려오기란 제법 단순하다. 남을 흡수하며 특색을 살리고 보존하면 문화의 문익점이 되고, 변주 없이 훔쳐오면 말 그대로 도둑놈이 되는 매커니즘이다. 칠린호미, 아니 Wuuslime은 무슨 랩이든 무슨 사운드든 바닷물 건너를 바라봐왔기에, 새 이름과 셀프 타이틀 앨범은 좀 더 오랜 비행 시간의 산물 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다. 관건은 목화솜의 영웅이냐 모욕이냐의 구별이다. 장르팬들의 표현으로 더 높아진 Wuuslime의 음악은 다분히 호불호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주 논쟁은 난잡하고 의중 없는 가사들이 얽히고설켜 흐물거리는 랩 스타일과 매끄럽게 이어지는 지점이다. 킬링 트랙 “YADOM”에서 극에 달하는, 정형화된 트랩 위 몽롱하게 물 흐르는 청산유수 플로우는 곧 새로운 A.K.A.가 겨냥하는 랩 스타일의 극치다. 조금이라도 감흥을 안겨줬다면 이 출국식에 합세하는 편에 가까울 것이다. 아쉬움이 남지만 더 듣고 싶은 랩이라는 결론만으로도 그는 떳떳히 새 이름을 두르고 승리감에 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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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ceversa - [ANIMAL FKRY]

2025. 03. 03

 

인간다운 삶. 짐승다운 삶. 삶을 서식환경으로, 논리를 먹이 사슬로 빗대는 표현은 다소 진부하지만, 랩의 디자인과 퍼포먼스 모두를 짐승 그 자체로 의인화시킨 viceversa에겐 하나뿐이자 곧 전부인 옷이나 마찬가지다. 앨범은 믹스테잎의 진취에 연이어 비슷한 전개로 진행된다. 포문을 열자마자 날것의 분노와 비탄을 모조리 배설한다. 인간만도 못한 개와 돼지 같은 존재를 겨누며 돌리는 화살촉은 곧 자조적으로 변해 부메랑처럼 되돌아오고, 질주와 질주를 거듭해 도착한 막바지는 마침내 낭떠러지에 내몰린 채 세상을 내려다보는 구성이다. 답습이라면 답습이고 자가복제라면 자가복제지만,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viceversa의 굶주림은 믹스테잎으로도 충족하지 못한 욕망 앞의 반항심처럼 부풀어오른다. 그러니 돌아온 그는 다시금 욕망을 다져야만 했다. 전작의 반향으로도 모자란 무기력한 야심과 이상향의 재확인이다. 슬프게도 반 년이 더 지나고서도 여전한 입지는 그의 삶을 되돌린다. 정신이 소각당하고 예술의 혼을 되풀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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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 - [KOREAN AMERICAN]

2025. 08. 15

 

규정할 수 없는 음악이 범람한다. “인기 있는 음악 만듭니다.” Effie의 자기소개는 신세대 슈퍼스타가 아닌 갈팡질팡하는 개척자의 마음가짐이다. 시작은 알게 모르게 다가온다고, 어느새 남발하는 ‘하이퍼하다’라는 어수룩한 표현을 완성하는 건 몇 줄의 텍스트가 아닌 포효와 으름장이지 않을까. 무언가가 튀어나오고 그걸 받아들이는 과정의 연속이다. MY UNNIES와 Surf Gang의 매커니즘이다. 브로스텝 기반인 건 알겠지만, 그래서 이게 무슨 음악인데? kimj가 대답한다. [KOREAN AMERICAN]. 제목이 곧 정체성이다. 음악도 창작가처럼 국적이 뒤엉켜있지만, 종주국을 가리지 않는 흡수와 배합은 모호한 주제에서 한국적인 예술이란 키워드를 슬금슬금 끌어당긴다. 블랙 뮤직의 팬들이 느끼는 정서적 동질감도 그런 무자비한 자유로움에서 온다. 주제의식으로 무언가를 저질러보고, 이끌리는 뼈대와 구체적인 살이 붙으면 완성이다. 그들도 그들의 음악을 이해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피어날 뿐. 그러니 아무리 소망해도 불은 붙지 않는다. 이젠 더 멀리 번지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저스디스 리뷰.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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