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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디스 정규 2집-LIT

title: Late RegistrationAlonso20004시간 전조회 수 435추천수 5댓글 3

https://blog.naver.com/alonso2000/224102329245

 

 

 

[2 MANY HOMES 4 1 KID] 이후 수많은 영욕이 저스디스를 스쳐 지나갔다. 새 레이블에서의 상업적 성공, 비프, 은퇴 소동과 그 이후의 급격한 노선 전환, 각종 기행을 통한 밈화, 이로 인한 이미지 변화까지. 누군가는—사실 그를 지지했던 대부분은—이를 아쉬워하거나 비판했고, 이에 매료되어 새로 합류한 팬들도 물론 있었다. 이 수많은 평지풍파만큼, 2020년부터 예고된 그의 차기작인 [LIT]이 문제작으로 회자될 가능성도 덩달아 커져갔다.

그동안 저스디스의 행동은 이 상황을 잠재우기보다는 되려 부채질하는 것처럼 보였다. 건강상의 문제와 완벽주의 탓에 앨범 완성과 발매는 지연되기 일쑤였다. 드디어 발매의 징조가 피어나던 2025년 하반기부터는 유튜브, 인터넷 방송, 라디오 등 그가 출연할 수 있는 웬만한 미디어를 통해 '한국 가요사에 남을 것', '이를 인정 못 하면 리스너들의 수준이 낮은 것' 등등의 앨범에 대한 과감하고 위험한 선언이 울려 퍼졌다. 팬들은 그가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는 힌트들을 해석하고 이를 여러 채널을 통해 공개된 선공개곡들과 대조하기 바빴다. 그가 주장하는 높은 퀄리티는 기대와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지만, 실패 시 감당 불가능한 후폭풍이 확정된 배수진이기도 했다. 결국, 오랜 기다림은 끝났다. 결과물의 판단은 당연하지만 우리의 몫이고, 필자는 이에 대해 그저 들은 대로, 본 대로 솔직하게 말하고자 한다.

모두가 공감할 감상이 있다면 앨범의 서사와 가사의 수위가 놀랄 만큼 적나라하고 위험하다는 사실이다. 발매 전 앨범을 들어본 더 콰이엇은 이를 이렇게 표현했다.

아, 이거 스릴러였구나.

주인공이 막 칼로 누구를 죽이네?

뭐, 그럴 수 있지.

어? 근데 막 창자를 꺼내서 보여주네?

내가 이런 걸 기대한 건 아닌데,

이거까지 내가 보고 싶지는 않았는데......

더 콰이엇, 사전에 [LIT]을 들어본 후의 단평.

실제로 앨범에는 여러 위험한 사건들이 등장한다. 어린 시절의 BB탄 테러와 금품 갈취, 체벌의 기억은 아직도 핏빛으로 선명하고("VIVID"), 그와 주변인들의 약물 중독 문제("내가 뭐라고"), 마약 거래("Wrap It Up"), 더 나아가 미성년자 교제와 낙태("Don't Cross")에 이르는 끔찍한 죄까지 여과 없이 전시된다. 특히, 쇼윈도 부부 이슈를 필두로 "Don't Cross"에 등장하는 심각한 사건들은 '누군가를 스닉 디스하는 트랙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가지게 하기 충분하다.

그러나 이러한 죄악이 향하는 목적어는 상상 이상으로 다양하게 읽힐 수 있다. "Don't Cross" 직전의 인터루드 넘버인 "Lost"를 들여다보자. '황색 스파이더맨'이 염가 트램펄린 위에서 뛰다가 떨어진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던 터라 그의 세계관은 갈수록 좁아진다—저스디스는 '집'이라는 표현을 자신의 예술적 세계관을 나타낼 때 사용했다—. 이것이 임계치를 넘어간 순간, 기어이 콘크리트 바닥에 부딪히고, 영웅은 그저 모두의 구경거리가 된 채 윤락 남성으로 전락한다. 이건 불공평하다며 연거푸 외쳐대는 그의 외침은 그의 추락마저 오락으로 소비하는 청중들에게는 닿지 못한다. 결국 분노와 울분 속에서, 영웅은 칼을 휘두르며 모두를 파괴하려 든다. 저스디스는 의도적으로 '어느 목을 향해도 자살'이라며 칼부림의 목적어를 설정하지 않았다. 타자로도, 자신으로도 중의적으로 읽히지만, '자살'이라는 표현에 더 집중해 보자. 특정 인물만을 향했다기에는, 그의 칼부림은 다분히 자기 파괴적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LIT]을 어떻게 번역해야 할까? 앨범이 제작 중이던 2024년, 저스디스는 자신의 SNS를 통해 앨범의 실마리가 될 콘셉트를 공개했다.

나의 자아와 저스디스라는 페르소나를 동일시한 게 나의 과거이고 그걸 구별하고 대면할 내 그림자가 릿이야.

그리고 난 그걸 통해서 통합될거야.

저스디스, 자신의 X 계정에서.

이 말대로, 앨범 발매 이후 많은 팬들이 앨범에 등장하는 화자가 둘 이상이라는 추측을 내놓았다. 시간대별로 나누어 가며 셋 이상의 화자가 등장한 해석도 더러 있었지만, 필자는 저스디스의 힌트대로 '자아'와 '페르소나' 이 둘로 화자를 한정 지으려 한다. 또한, '번역 중 손실(Lost In Translation)'이라는 제목대로, 앨범의 상징과 서사는 미로에서 길을 잃듯 오해받기 쉬우며, 필자의 해석 역시도 완벽하지는 않음을 아울러 밝혀둔다.

기존에도 저스디스는 스킷과 인터루드를 활용해 앨범의 유기성을 구축하는 데 능한 아티스트였고, [LIT]도 예외는 아니다. 의도적으로 감정의 흐름을 끊는 역할인 일루이드 할러의 8분에 육박하는 연주곡 "Dusty Mauve Intermission"을 제하고 본다면, 상술했던 "Lost"는 물론 "Interrude", 앨범의 피날레인 "HOME HOME"이 이 미로를 풀어나갈 실타래가 되리라고 귀납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물론, 실타래가 쥐어졌다 쳐도 미로를 풀어나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저스디스의 개인사와 가정사, 약물 중독을 위시한 장르 씬의 추한 비하인드 스토리, 사회적인 문제까지 상당히 복잡하게 앨범 곳곳에 혼재되어 있는지라 '왜 이 시점에서 이런 이야기가 튀어나오지?' 싶은 당혹감은 앨범에 쉽게 몰입하기 힘들게 한다. 듣는 이를 붙잡아 두는 유일한 부분은 할리우드로까지 건너가 녹음한 것은 물론, Mike Bozzi와 David Yungin Kim과 같은 해외 씬에서도 검증된 엔지니어들이 섬세하게 매만졌을 정도로 지극히 공을 들인 앨범의 사운드이다. 프로덕션의 핵심은 단연 곳곳에서 재지한 피아노를 울려대며 앨범의 감정선을 형성하는 일루이드 할러이다. 인더스트리얼하게 진행되다가 붐뱁의 정석적인 드럼으로 전환되는 "LIT"도, billy woods의 방법론을 가져온 앱스트랙트 넘버 "Lost"도 일루이드 할러의 기괴하게 일그러진 피아노 연주가 없었다면 성립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내가 뭐라고"와 "내놔"의 회의감부터 "Curse"와 "THISpatch"의 저주 어린 분노를 지탱하는 음산함, "VIVID"와 "돌고 돌고 돌고"의 회고와 희망, "친구"와 "내 얘기", "XXX"의 공허와 애증...... 일루이드 할러의 연주는 이 숱한 감정들을 때로는 기이하게, 때로는 차갑게, 때로는 따스하게 안고 앨범 전반에서 넘실거린다. 동시에, 앨범 곳곳에 모습을 드러내는 듀티(DUT2)의 실키한 코러스는 페르소나에 가려진 자아의 진심을 은연중에 표현한다.

세우와 노매드는 반대의 층위에서 움직인다. 일루이드 할러와 듀티가 앨범의 깊은 내면(자아)을 담당했다면, 이들은 그 내면을 가두고 있는 차가운 현실의 벽, 혹은 'LIT'하게 빛나는 페르소나의 외피를 청각화한다. 세우 특유의 날카롭고 기계적인 소스들은 "Don't Cross"와 "THISISJUSTHIS Pt. III"에서 괴물이 된 자아의 냉혹함을 극대화하고, 노매드의 섬세한 터치는 "친구", "내 얘기"와 같은 복잡한 감정이 요구되는 지점에서 맹활약한다. 앨범의 크레딧에서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면 "Wrap It Up"의 Hit-Boy와 "XXX"의 구름이다. 구름이 지닌 대중적 감수성, 혹은 Hit-Boy가 지닌 미니멀한 타격감이 각 트랙의 지향과 어떻게 맞물리는지 확인하는 것도 흥미로운 감상 포인트가 될 듯싶다.

 

 

 

 

이 견고한 사운드의 벽 안에서 저스디스는 자신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전시한다. 앨범의 인트로인 "LIT"을 보자.

사랑? 웃기지 마. 이젠 돈으로 사겠어.

드라마 <가을동화> 에서.

드라마 <가을동화> 속 원빈의 명대사를 샘플링한 이 인트로는, 앨범이 순수를 상실한 채 자본주의적 괴물로 변해버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로써 순수를 다시 갈구하는 모순적인 현재를 선언하며 시작을 알린다. 듀티의 목소리를 통한 '기억하라. 기억하라. 순수를 돌이켜보라. 눈을 떠라'라는 외침은 온갖 모순으로 뒤덮인 미로에서 순수를 찾는 고행의 시작을 알린다. 이와 함께 현 상태와 그동안의 커리어를 돌아보며 변화가 어느 지점에서 시작되었는지, 그는 [2 MANY HOMES 4 1 KID]에서 그러했듯 자신을 다시 한번 진단하기 시작한다.

 

 

 

 

"내가 뭐라고"에서 저스디스는 그동안 약물과 관련된 자신의 기억을 하나둘 끄집어냈다. 앨범 작업할 때면 잠을 쫓으려 의존했던 카페인부터, 더 깊은 집중을 위해 흡입하던 메틸페니데이트계 약물, 이로 인해 망가지던 건강을 생각하던 그는 이내 무엇인가에 중독된 상태로 빚었던 부끄러운 논란에 대해서까지 고백한다. 그러면서도 예술계를 약물 중독의 온상이라 지목하는 미디어와 예방교육, 실제로 여기저기 스며든 마약에 대한 시선으로 관점을 확장하며 그는 자유를 갈구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과거의 자신에게 조언하다 ‘내가 뭐라고‘라 말하며 말을 흐리는 그의 모습은 스스로도 이런 조언을 누군가에게 건넬 자격이 없다는 자조와도 같다. 실제로 약물 중독 문제로 인해 법적 처벌까지 받았던, 동시에 신앙으로 이를 극복하고자 했던 범키의 후렴은 무엇인가에서—잠이 되었건, 현실이 되었건, ADD가 되었건—벗어나려 한 선택이 되려 스스로를 가두는 운명론적 감옥이 되었음을 차분히 읊조린다. 결국, 자신을 바꾸지 못한 채 저스디스는 릴러말즈의 처연한 바이올린과 함께 미로에 갇히고 만다.

자유를 원했지만 자신의 미로에 스스로를 유폐했던 저스디스. 그 미로의 벽은 욕망이었다. "내놔"는 이 욕망의 미로가 띠고 있는 역설적인 속성을 폭로한다. '내놔 돈, 내놔 떨, 내놔 Pussy'라며 1차원적인 쾌락을 갈구하는 듯한 후렴구는, 실상 그 뒤에 이어지는 '보단 Loyalty', '보단 Love'를 얻지 못한 자의 공허한 비명에 가깝다. 그는 김정주와 스티브 잡스의 비극을 언급하며 물질적 성공의 덧없음을 조소하고, 성형과 가식으로 점철된 세태를 비판하지만, 정작 자신도 그 안에서 무언가를 끊임없이 요구한다. 곡의 말미에 흘러나오는 내레이션은 이 모순에 대한 서늘한 해답이다. ‘주황색 탑’으로 상징되는 이상을 갈망하며 이 타락한 푸른 미로를 헤매는 과정 자체가, 필연적으로 그를 악으로 물들게 했다는 것이다. 여전히 사랑을 원하고 갈망하지만, 대가를 얻지 못한 데 대한 분노가 이를 집어삼키고 결국 "Lost"에서 자아는 추락하고 만다.

 

 

 

 

"Lost", "Don't Cross", 그리고 "Curse"로 이어지는 구간은 모순 끝에 다다른 파국을 가장 극적으로 드러낸다. "Lost"의 자살적인 칼부림은 "Don't Cross"의 잔혹한 폭로로 이어지고, 마침내 "Curse"에 이르러 그 광기는 임계점을 넘는다.

저 진짜로 죽이려 그랬습니까?

나 진짜로 죽이려고 그랬어요?

7년 동안 당신 밑에서 개처럼 일해온 날!

영화 <달콤한 인생> 에서.

"Curse"의 인트로에 샘플링 된 <달콤한 인생>의 대사는 이 괴물이 탄생한 배경이 헌신에 대한 처절한 배신이었음을 증언한다. 여기서 ‘7년’이라는 시간에 집중해보자. 그가 장르 씬에 환멸을 느끼고 떠나고자 했던 시기도 딱 7년 전 즈음인 2018년이었다. 이때를 기점으로 저스디스의 활동은 극도로 커머셜해진 것은 물론 숱한 미디어에까지 모습을 드러내는 데에 이르렀다. 자본으로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사고자 했던, 그래서 악착같이 그 가치를 배반하는 듯했던 시기의 저스디스의 페르소나가 이제 와 자신을 폐기하려는 자신과 벌이는 언쟁이 바로 "Curse"인 셈이다. 'Only God can judge me'라 외치며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그의 모습은, 상처받지 않기 위해 인간성을 버리고 미로를 지배하는 괴물로 거듭난 페르소나의 포효다.

개인의 지옥은 냉소와 무례 어린 시선을 거쳐 사회의 지옥으로 확장된다. "Lost"가 개인의 추락을 다뤘다면, "Interrude"는 그 붕괴를 사회적 차원으로 끌어올린다. 도입부에서 머쉬베놈이 툭 내뱉는 자조는 성공 뒤에 찾아온 허무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이어지는 벌스에서 저스디스는 펜타닐 사망자가 전쟁 사망자보다 많고, 자살률이 코로나 팬데믹을 압도하는 현실을 '진짜 팬데믹'이라 일갈한다. 아이들이 동요 대신 성인 가요를 부르고, '엑셀방 별풍이 김연아보다 더 땡기는' 기형적인 세태를 'Digital 매춘부'라 명명하며, 고(故) 좌승원 선생으로 대변되는 순수의 시대가 종말을 고한 상황. 제목의 언어유희마냥 시간이 갈수록 시대는 무례(rude)해져만 갔고, 저스디스도 이에 맞서다 똑같이 무례해졌다. 그가 처음부터 추구하던 순수가 세상에서 사라졌음을 알게 되었으니, "Lost"에서 순수를 찾지 못하고 떨어져 죽었던 저스디스의 자아는 다시 부활하여 새로운 순수를 찾기 시작한다.

 

 

 

 

부활 직후 이어지는 트랙이 "유년"과 "VIVID"임은 의미심장하다. 둘 다 과거의 시간들을 톺아가는 트랙이지만, 방향은 사뭇 다르다. "유년"은 '후시딘'과 '오라메디', '미도파 백화점'과 같은 90년대의 고유명사를 통해 괴물이 되기 전 순수했던 '허승'의 자아가 머물던 세계를 놀라운 해상도로 복원해 낸다. 특히 주목할 대목이 있다면, ‘아빠 엄마의 말이 곧 내 세상이 됐다’는 발언이다. 아버지로부터 배운 진짜를 보는 안목, 아침 기도에서 배운 신실함과 이에 대한 반항은 저스디스의 자아가 어떻게 순수를 찾으려 했는지, 그 방법에 대한 암시일지도 모른다. 이어지는 "VIVID"는 그 기억을 선명한(Vivid) 성장통의 영역으로 끌고 간다. 학창 시절의 폭력과 일탈, 체벌을 일삼던 교사의 자살 소식, 그리고 학교가 가르친 거짓에 대한 혐오까지.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 혐오의 뿌리에는 자유와 사랑에 대한 갈망이 자리 잡고 있다. 그는 여전히 '화합과 사랑이 열쇠'라고 믿지만, 이를 거부하는 세상에 대해 깊은 애증을 토해낸다. 이 혼란 속에서 그를 구원하는 것은 '황혼이 지나도 희망은 여명처럼 다시' 오리라고 노래하는 인순이의 압도적인 보컬이다. 시퍼런 미로를 헤매던 그는 '이 숨쉬기의 끝이 어딘지는 only God knows'라며 운명을 신에게 맡기고, '당신과 춤추려 해, 내 삶의 중심에서'라며 이내 구원을 향해 손을 뻗는다. 이 지점에서 그는 마침내 '주황색 탑'이라는 음악적 성취와 내면의 구원을 발견하는 듯하다. 드디어 보이는 탈출의 실마리, 어슴푸레 보이는 종착지의 실루엣과도 같다.

 

 

 

 

긴 인터미션을 지나 마주한 "돌고 돌고 돌고"는 'I just speak my truth, 당신들과 가까워지려고. 비록 뱉을 때마다 멀어졌더라도 이번은 다를 거란 마음으로'라며 구원에 대한 실천을 묘사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 내용은 가족 사이에 오가던 불화와 고난, 실수에서든 고의에서든 서로에게 오가는 폭력으로 점철되어있다. 아버지에게서 자신에게로, 누나에게서 자신에게로, 어머니에게서 자신, 그리고 다시 자신에게서 어머니로. 이 순환은 나중에는 웃음거리가 되고, 성공으로 지워진 듯하지만 못이 빠져도 그 자국은 남을 수밖에 없다. 이 무거운 이야기에 가족과 관련된 곡을 자주 불렀던 라디의 감미로운 보컬이 더해진 것은 앨범의 또 다른 역설이다. 결국, 자신의 유년과 가족에게서 순수와 진심을 찾으려던 시도마저도 1차적으로 좌절된다.

결국 저스디스는 다시 한번 공격적인 소거법을 꺼내 들게 된다. 타블로이드지를 패러디한 제목에서 알 수 있듯, "THISpatch"에서는 처절한 폭로전이 벌어지며 이는 "Don't Cross", "Interrude"와도 궤를 같이하는 듯 보인다. 저스디스가 생각하는 순수하지 못한 이들에 대한 조롱과 척결은 트랙 내내 지속적으로 제시된다. 낙태의 모티프, 성형으로 자신을 속이려는 이들, 완벽하게 보이려 되려 비열하게 돌아가는 케이팝을 위시한 대중음악 시장. 저스디스는 ‘차라리 너희와 Mac Miller를 바꾸고 싶다며‘ 이들을 또다시 저주한다. 분명 Mac Miller도 약물 중독에 시달렸던 만큼 완벽하지는 못한 인물이었지만, 오히려 이 결점들이 있었기에 더 고결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저스디스는 생각한 듯하다. 즉, "THISpatch"에서 진정으로 폭로하며 도려내고 싶었던 것은 완벽을 강제하는 세상의 위선이었을지도 모른다. 곡이 끝날 때쯤 다시 한번 주황색과 청색의 모티프가 등장한다. 아침마다 오렌지를 까서 반쯤 나누어주던 사랑(Orange)을 잃어버린 채, 지폐(Blue faces)로 가득 찬 미로를 헤매는 모습은 자신이 비판했던 위선자일 수도, 그 위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자신일 수도 있다.

 

 

 

 

"Wrap It Up"에 비춰지는 음지, 마약 거래가 판치는 온갖 부패는 "VIVID"에서 갈구했던 자유와 짝을 이루는 비극적인 거울이자, 이상이 위선으로 변해 미로를 헤메이는 모습의 구체화이다. 어린 시절 힙합을 통해 느꼈던 순수한 해방감은, 이제 법망을 피해 음지에서 행해지는 방종과 타락으로 변질되었다. 먀약 혐의를 받고 있는 인터넷 방송인 최홍철(a.k.a 포티 몽키(Potty Monkey))가 참여한 중독적인 코러스는 '논현 목욕탕 뒤', '청담 카니발 뒤' 등 구체적인 장소를 호명하며 그 변질된 자유가 어느 곳에서 일어나는지 노래하고, 저스디스는 그 사이로 여기에 도사리는 위험이 무엇인지 스토리텔링과 함께 제시한다. 자신이 그토록 추구했던 자유가 어떻게 괴물 같은 현실로 돌아왔는지는 역설적이게도 해외 힙합 씬의 아이코닉한 프로듀서인 Hit-Boy의 손을 거쳐 서늘하게 재현된다.

 

 

 

 

그렇다면, 이토록 썩어버린 현실에서 우리는 어떤 자세를 택해야 할까? 14번 트랙 "Can't Quit This Shit"은 이에 대한 해답이다. 앨범에서 유일하게 풀 벌스 피처링을 맡은 일리닛(ILLINIT)은 "Interrude"에서 제기된 사회적 붕괴를 전 지구적 차원으로 확장시킨다. 그는 전쟁과 분쟁조차 비즈니스로 치환되며 경제 불균형과 기후 변화가 몰아치는 요지경같은 세계를 냉철하게 조망한다. 저스디스 또한 성 상납과 버닝썬, 종교의 가르침을 벗어나는 위선, 예술성을 잃어가는 엔터테이너 업계 등 한국 사회의 온갖 병폐를 나열한 뒤, 그럼에도 "I can’t quit this shit"이라며 랩을 멈출 수 없음을 천명한다. 저스디스 본인이 직접 프로듀싱한 토속적인 붐뱁 위로 두 MC의 시원한 랩 스킬이 더해지는, 이로서 자신들이 관둘 수 없는 명분을 구축하는 모습은 이들이 추구하는 진심어린 자세와도 이어진다.

그 진심으로 얻은 하입의 도달 지점은 역설적이게도 깊은 타락의 늪이다. "THISISJUSTHIS Pt. III"에서 페르소나는 비로소 정점, ‘주황색 탑'의 가장 높은 곳에서 세상이라는 개똥밭에 뒹군다. 쇼미더머니 시즌 9에 출연한 어느 이름 모를 래퍼의 약물 양성 반응 보도는, 성공의 이면에 도사린 그림자를 암시하며 묘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세우의 비트 위에서 마이크를 쥔 것은 철저히 '페르소나 저스디스'다. '아빠 돈으로 사업하는' 이들이나 'Digital 창녀'라 칭하는 위선자들과 어울리며 돈을 벌고 성공을 쟁취하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이 비춰진다. 성공, 자본, 성적인 어필, 타락 안에서 부대끼며 그들을 비웃는 역설에 ‘THISISJUSTHIS’라는 그를 상징하는 브랜드가 붙은 것은 의미심장하다. 'I ain't no J. Cole'이라 선을 긋지만 'Still rappers' mentor'임을 자처하는 그의 태도는 다시 한번 미로에 갇힌 페르소나의 오만함을 전시한다. 실력과 자산으로 증명하는 이 압도적인 순간, 무대 위의 '저스디스'는 인간 허승의 결핍을 완벽하게 덮어버린다.

 

 

 

 

하지만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는 짙은 법이다. 페르소나가 화려하게 빛날수록, 그 뒤에 숨은 '인간 허승'의 그림자는 짙은 고독으로 침잠한다. "친구"는 그 고독의 실체다. 그는 친구와 가족의 경계를 잔혹하게 그으며, 상처받지 않기 위해 먼저 상대를 밀어내는 방어기제를 작동시킨다. 친구랍시고 다가온 이들은 그를 배신하거나 떠나갔고, 이제는 어려운 시절을 함께하며 갈등마저 공유한 가족들만이 운명공동체로 남았다. 아무도 믿지 않는다는 DEAN의 목소리가 유령처럼 흐르는 곳, 미로의 한 가운데 위치한 탑의 꼭대기는 춥고 외로운 유배지로 변모하기 시작한다. 이센스의 가사를 인용하며 그 '친구'는 변한게 아니라 예전에 죽은 것이라는 일갈이 울려퍼진다. 그러나 이전 트랙에서 저스디스 본인 조차도 위선자들과 어울리던 것을 생각하자면, 이 고독한 일갈은 다분히 내재적이기도 하다.

그리고 마침내, 고립된 자아가 마주한 것은 앨범의 가장 깊은 심연이자, 이 모든 분열의 원점이 되는 비극이다. 2막의 진짜 비극은 17번 트랙 "내 얘기"부터 시작되는 치정극에 숨겨져 있다. 표면적으로는 연인의 임신과 배신을 다루지만, 저스디스가 이 앨범을 ‘암호화된 레이어’라고 칭했음을 상기해보자. 그 순간, 이 이야기의 '그녀'는 실존 인물을 넘어선 거대한 은유로 확장된다. 여기서 잠시 이전의 내용으로 돌아가볼 필요가 있다. 만약 "Don't Cross"에서 언급된 16살의 누군가가 미성년자 연인이 아니라, 처음 힙합을 접하고 사랑에 빠졌던 시기의 저스디스 자신을 의미한다면 어떨까. 그리고 ‘안에 있는 애를 싹 긁어냈다’는 충격적인 가사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그의 손에 의해 폐기된 비운의 앨범들—실제로 저스디스는 이전에 기획했었던 정규 [27 J.P.S.]를 엎었고, [LIT] 역시도 이전 버전을 한번 엎고 새로 제작된 것이다.—을 의미한다면? "Don't Cross"에 한국 힙합의 상징인 더 콰이엇의 가사가 인용되고, 본인이 직접 코러스까지 넣어준 건 우연이 아닐 지도 모른다. 이 연장선에서 "내 얘기" 이후의 치정극을 본다면 어떨까? 이 순간 "내 얘기"는 힙합을 갈구했으나 끝내 순수에 닿지 못했던, 닿을 수 없었던, 그럼에도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허승의 비극으로 치환된다. 하룻밤의 쾌락을 위해 순수한 사랑을 했던 옛 연인에게 매달리다 기어이 욕설까지 뱉으며 집착하는, 그럼에도 결국 이별을 고하는 벌스 2의 피치 업된 목소리는 자아의 잔해에서 깨어난 본능만이 남은 괴물일 뿐이다.

이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 것은 그 다음 트랙인 "XXX"의 전개 방식 때문이다. 굳이 피타입과 일리닛의 가사를 인용한 것은 이들이 지닌 상징성과 저스디스와의 교분도 물론 있겠지만, 그들이 한때 힙합 씬을 떠났던 이들이었고, 그러니 장르와의 뒤틀린 애증을 표현하기에 무엇보다 적절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인트로와 인터루드에서 박정민의 현실적인 연기가 트랙이 지닌 '구질구질한' 면모를 증폭시키는 가운데, 이제는 전 연인 - X - 가 되어버린 힙합과의 관계는 여전히 복잡하다. 길을 잃은채 순수를 찾다 기억을 돌아본다. 분명 관계는 지저분했고, 헤어졌음에도 몸은 여전히 그녀를 지우지 못했다. 인터루드에서 박정민이 분한 자아가 옛 연인을 붙잡고 결국 다른 누군가와 붙어먹은 것을 추궁하며 저주하던 모습은 진흙탕에 구르듯 더러워져버린, 힙합과 자아의 순수한 사랑을 비춘다. 장르에 대한 사랑마저도 결국 땅바닥에 버려졌고, 순수는 더 이상 무의미해졌다.

사랑의 상실, 혹은 순수의 상실("Lost Love")이 Kanye West의 영향이 명백한, 성스러운 분위기에 담긴 부분 또한 앨범의 매력적인 모순일 것이다. 저스디스는 더이상 대물림을 포기한다. 에로 필름의 명장인 Tinto Brass를 자신의 아버지라 칭하며, 순수를 향하던 자아는 죽었고 이제 본능과 욕구의 괴물만이 남았음을 알린다. "내 얘기"의 피치 업된 이펙트가 다시 등장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는 않을것이다. 이제는 순수를 찾는 것도, 사랑을 쫓는 것도 지긋지긋해진 까닭이다. 그럼에도, 여기에 이토록 많은 후배들의 목소리가 더해진 것은 어째서일까. 스트릿 베이비는 여전히 기이한 톤으로 쾌락을 노래하고, 앨범 내내 저스디스의 자아 내면의 진심을 대변하던 듀티마저도 '허벅지 사이가 너희들이 가짜인 이유'라며 쾌락을 뒤틀어놓는다. 저스디스가 가장 아끼던 후배인 공공구의 목소리를 빌어 미련을 버린 순간, 인트로의 훅이 다시 반복되며 그동안 저스디스가 보여온 애증, 순수에 대한 갈구와 좌절을 다시 비춘다.

 

 

 

 

모든 것이 파국에 이른 채로 그렇게 집에 돌아왔다. 마지막 곡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던 어느 날, 저스디스는 우연히 검색한 'Lost Love'라는 샘플을 듣자마자 '이겼다'는 확신에 휩싸였다. 마치 환각(LSD)에 빠진 듯 7시간 만에 가사를 쏟아낸 "HOME HOME"은, 그가 이 7년간의 여정을 통해 도달한 결론이었다. 그러나 그 결론에서조차도, 두번이나 강조할 정도로 안식처가 되어야할 공간마저도 기어이 파멸에 수렴해가고 있었다. 앨범에서 내내 반복되어온 대한민국의, 더 나아가 세상의 병폐들, 그 속에서 나고 자라며 살아온 저스디스의 삶. 이 거대 담론을 읽어내려가는 것은 저스디스 본인의 목소리이기도 하지만,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도 섞여있다. 한국 대중 문화 역사상 가장 유명한 추방자, 의무를 저버린 자. 그랬기에 모든 사랑을 잃었으나, 그럼에도 돌아오고 싶어하며 용서를 갈구하는 자. 유승준(Steve Yoo)의 목소리로 한국과 세계의 온갖 모순을 해부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야 말로 앨범이 지닌 가장 거대한, 동시에 가장 위험한 역설일 것 같다. 용서받지 못한 이의 입으로 말하는 '집'은 온갖 모순이 전시되어 있는 곳이다. 혁명마저도 짧은 오락으로 소비되고, 시민들은 분열되고, 기존 권력은 더욱 공고해지는 현실이다. 세상은 그를 용서하지 않겠지만, 그래서 스스로도 용서하지 말라며 외치지만, 그 뒤틀린 현실조차도 자신의 집이라 말하는 모습은 앨범 전체를 지배하는 애증의 기원이 어디인지를 보여주는 듯 하다. 그럼에도 이곳은 우리의 집이고, 우리가 살아가야할 안식처이기도 하다. "Lost"에서 보았듯, 세상을 향하던 칼부림의 끝은 결국 자멸이었음을 그는 깨달았을지도 모른다. 다시 순수를 찾아 방황하던, 결국 이에 도달하지 못해서 앨범 내내 자신과 세상을 향해 저주를 퍼부으며 분노하던 저스디스는,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추방자의 목소리를 빌려와 말한다. 그럼에도, 용서하여야 한다고. 배신당하고 온갖 미움이 쌓여있더라도, 아직 사랑이 1 피코그램이라도 남아있다면 다시 되살릴 수 있다고. 마지막에 바이탈 사인은 끊겼지만, 결국 다시 살아나 모순을 마주하라고. 어쩌면 우리는 미로에 갇히는 한이 있더라도, 그 혼란 마저 감내하고 주황빛 탑을 찾아야 하는지도 모른다. 그 숱한 배신과 증오마저 감싸안고 용서하며.

생각해보면, [LIT]은 고도의 모순덩어리이다. 비판하기 위한 표현이라기 보다, 앨범의 본질이 그렇다. 공들여 쌓은 사운드와, 온갖 상징과 레퍼런스를 버무려가며 구축한 가사들은 그간의 수많은 앨범들과는 달리 리스너들을 밀어내려는 듯 움직인다. 저스디스의 단언과는 달리 앨범이 보편적인 명반으로 회자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이에서 고민하고 상징에서 의미를 찾으며 끝끝내 나아간 이에게는 모순을 넘어선 용서와 사랑으로 다가오는 앨범이 또한 [LIT]이다. 결국, [LIT]은 놀랍도록 자극적이고 문제적이지만, 그 사이에서 진심을 일이관지하고 나면 결국 세상 누구보다 허승을 이해할 수 있는 가장 허승다운 앨범이다. 좋은 작품의 기준이 얼마나 아티스트 다운가라면, [LIT]은 이를 차고 넘치게 충족한다. 즉, ‘Best One'은 아닐 지라도 분명한 ‘Only One'인 셈이다. 오랜 고민을 지난 허승에게 감사를 이 자리를 빌려 표하고자 한다. 그리고, 마침내 앨범의 모순을 번역해내 사랑과 용서, 순수와 진심에 더 많은 이들이 도달할 수 있기를, 진정 응원한다. 가십으로만 남기에는 이 앨범의 진정성과 담론은 지극한 것이기 때문이다.

Best Track: LIT, Curse, 돌고 돌고 돌고 (feat. Ra.D), Can't Quit This Shit (feat. ILLINIT), HOME 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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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 title: Late RegistrationAlonso2000글쓴이
    4시간 전

    본 리뷰는 HOM#31에서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https://hausofmatters.com/magazine/hom/#31

  • 4시간 전

    닉을 언급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작성자님의 리뷰 항상 너무 잘 보고 있습니다. <양화> 리뷰는 요즘도 종종 들어가서 보고 있습니다.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기다리겠습니다.

  • 45분 전

    리뷰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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