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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디스의 <LIT>과 양가감정의 통합

방중심힙잘알1시간 전조회 수 218댓글 1

안녕하세요 LE 여러분!

항상 눈팅만 하다가 처음으로 글을 써보네요...

가입하고 바로 글 못쓰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ㅋㅋㅋ

 

저스디스의 LIT을 듣고 많은 느낌이 들어서 처음으로 아주 개인적인 감상평을 남겨봤는데 다른 사람들과도 의견을 나눠보고 싶어서 한 번 글을 가져와봤습니다!

 

https://blog.naver.com/wd914/224094251219

 

어떤 힙잘알 스러운 분석글은 아니고 개인적인 감상이니 즐겁게 읽어주시고 생각을 나눠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좋은연말 되십쇼!

 

(글내용)

================================================================================

저스디스만큼 모순된 행보를 보였던 래퍼가 있을까?

아니 래퍼라는 한정된 연예인 군을 떠나서 전체 연예인들 중에서도 이 정도로 대놓고 모순된 행보를 보인 사람은 쉽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물론 마지막에 언급할 한 명이 있다).

VMC라는 거대 레이블을 상대로 일갈을 날리며 디스전을 시작하고 자신이 힙합씬 전체를 대변하는, 아니 순수예술이라는 어떤 무형의 가치를 지키는 수호자로써 보여줬던 고결함은 내게 큰 감동을 줬다.

우리가 캡틴 아메리카 같은 슈퍼 히어로를 좋아하는 중요한 이유에는 자신의 일관된 원칙을 끝까지 수호하기 때문이라는 점이 있을 것이다.

나 또한 내가 그렇게 살지 못해서, 나는 수도 없이 나 자신과 타협하며 많은 원칙을 어기기에 저스디스 같은 사람을 보며 환호하였을 것이다. 오늘도 교통질서라는 법규와 나의 시간의 소중함이라는 가치 사이에서 타협하며 무단횡단을 하려다 그만두는 나를 보며 저스디스는 내게 어떠한 끝내주는 골계미를 보여주었던 것 같다.

그렇게 저스디스는 '너희가 날 이렇게 만든거야' 라며 온 세상을 향해 분노를 쏟아내고, 아무리 쏟아내도 개운해지지 않는 그 구역감 속에서 저스디스가 <Gone>이라는 노래를 내며 은퇴를 이야기할 때는 정말 큰 안타까움을 느꼈더랬다.

하지만 이후 저스디스는 보란 듯이 쇼미 더 머니에 나와서 심사위원으로써 수많은 아티스트들의 작업물을 돈이라는 가치로 치환하는 작업에 함께하고, 이후로는 한국 가요 시장 속 자본의 상징인 발라드 노래를 내고, 자신이 그토록 욕하던 자본주의 시장에 영혼을 판 음악을 하는 아이돌 래퍼들의 심사위원으로 프로그램에 나오는 등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의 놀라운 행보를 보여주었다.

사실 이전에도 저스디스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던 래퍼, 아니 연예인, 아니 수많은 주변 사람들이 있어 왔기에, 나 또한 그래왔기에 나는 저스디스라는 개인을 그렇게까지 비난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저 씁쓸한 뒷맛이 입에 감돌았다.

J on that new shit, suckers like how come. Suckers want my old shit 그럼 가서 들어 옛날 꺼

팬들한텐 미안해 너희까지 내가 우울하게 만들었기에 but still. Fuck you haters. This that JUSTHIS back.

물론 대중은 저스디스를 향해 끝없는 돌을 던졌다.

'정말 저러다 자살하는 거 아닐까?' 하는 염려가 들 정도로 끝도 없는 악플과 비난과 살인 스텝을 밟는 사람들을 보며 씁쓸한 감정은 커져만 갔다.

내 머릿속은 부정적 생각들로 꽉 차 있었어 Thought I was breathing in hell. I was screaming. 'Call a medic!' But the world was quiet.

그런 시간들 속에 7년 만에 앨범을 내는 저스디스.

와 이런 상황에서 대체 그는 과연 우리에게 무슨 말을 할까?

나 역시 호기심에 가득 차 앨범을 들었다.

처음 앨범을 한 바퀴 돌리고 나서는 좀 멍했다.

-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 랩은 잘하는 거 알겠는데, 사운드적으로 내 취향은 아니네. 계속 화만 내니까 피로하다.

- 디스를 끝도 없이 하는데 대체 대상이 누군 거지? 이런 과거(16살 여자를 임신시키고 이후 임신중절 등등)를 가진 래퍼가 있다면 활동이 가능할까?

이러한 생각이 떠도는 가운데 아무래도 한 번 더 들어야겠다 생각하면서 한 번 더 들었다. 그리고도 사실 인터넷에 올라온 리뷰들을 보고 나서야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내가 가장 공감이 가고, 내 스스로 납득이 가는 해석은 앨범 속에서 저스디스는 자신의 두 자아가 서로 싸우고 있다.

- 힙합을 사랑하고, 힙합을 위해서라면 내 모든 걸 바치고 싶은 순수한, 어쩌면 어리석은 나

- 현실과 타협하고 주변 사람들과 가족을 위해 남들이 좋아하는 음악, 세상이 좋아하는 음악을 들려주며 돈을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성실한, 어쩌면 속물적인 나

두 모습은 진심을 다해 서로를 증오하고 서로에게 모진 말을 쏟아낸다.

너 때문에 내가 이렇게 됐어, 너 때문에 내가 망했어. 너는 이기적이야, 너는 가식적이야.

아마 살면서 한 번쯤 무언가 하나에 최선을 다해 본 사람, 그와 동시에 좌절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이 앨범의 양가감정이 담긴 메시지에 깊게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사람이 한 가지 감정만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절대 그럴 수가 없으리라.

최근에 든 생각 중 하나는 인간 자체가 '모순'이라는 개념 자체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변연계에서의 욕망, 욕구, 충동적인 본성 <-> 전두엽이 주는 통제, 억압, 계획, 목표에서 오는 끝없는 갈등.

결코 통제할 수 없는 세상, 타인과 내 욕망 사이의 갈등. 무한한 내면과 유한한 세상.

나 자신이 미우면서도 나 자신을 아껴줄 수 있는 건 나뿐이고, 타인이 미우면서도 끊임없이 타인을 원한다.

누구나 어린 시절 이러한 모순과 양가감정을 통합하는 과정의 어려움을 겪는다.

사람마다 그러한 과정 속에 각기 다른 방어기제를 택할 것이고 나의 경우에는 저스디스와 같은 분노를 택했더랬다.

끊임없이 남들, 특히 세상을 원망하고 눈물과 욕설을 토해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결국 미웠던 건 나였다.

그토록 참을 수 없는 모순은 세상의 모순이자 나의 내면의 모순이었다.

저스디스는 이러한 모순과 양가감정의 충돌 속에 어떠한 통합을 이야기할까.

앨범의 중간 부분 <VIVID>라는 노래와 마지막 노래 <HOME HOME>이라는 노래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VIVID>는 가수 인순이가 featuring을 했는데 아무래도 저스디스 또래, 내 또래 사람들이라면 자연스럽게 엄청난 명곡이자 히트곡 조PD의 <친구여>를 생각하며 노래를 듣게 된다. 친구여는 굉장히 마음 따뜻한 노래라면 VIVID는 그와 정반대의 감정을 느끼게 한다. 유년기 시절 내면의 분노. 그 내면의 분노에 대한 스스로의 의문이 담겨있다. 그러면서 저스디스는 가족이라는 대상으로 이야기를 확장한다.

누나가 던진 리모컨에 맞아서 입술이 터지고 피가 흥건한 세면대.

어머니가 휘두른 몽둥이를 붙잡고 서로를 마주 보며 이제는 더 이상 가정 내 폭력이 끝났음을 깨달은 묘한 표정의 어머니와 나.

그렇게 아프고 피 흘려도 내가 돌아갈 곳은 HOME인 것이다.

글 처음에 이야기한 모순된 행보의 상징인 연예인. 유승준이 HOME HOME의 featuring으로 등장한다.

군대를 가겠다며 호언장담하다가 군대를 기피하며 모든 국민의 공적이 되었고, 그럼에도 끊임없이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어 하는 유승준.

유승준이라는 개인의 도덕성에 대한 평가를 떠나서 이 가수와 함께 HOME HOME에서 '결국 우리는 집으로 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은 매우 인상 깊었다.

모순된 가치가 통합되는 것을 볼 때의 묘한 쾌감이 있었다.

쥐새끼들 잡을 때는 뱀이 됐지 이제 어엿한 고래 한 마리 나의 움직임 so wavy.

걍 할 뿐이야 display를 뭐야 무신론자 앞에 예수 So lie or 해 경배를 It's LIT.

살면서 앨범에 대해서 리뷰?라는 걸 해본 건 처음인데 어떤 식으로 한 줄 평을 남기면 좋을지 고민해 봤다.

나는 식당에 대해 주변에 추천, 비추천을 할 때 '재방문 의사'를 항상 이야기한다.

앨범도 재청취 의사로 이야기하면 깔끔할 것 같다. 나는 리뷰 전문가도 뭣도 아니기에 가장 개인적이고 정확한 평이 되리라.

저스디스 <LIT>의 재청취 의사: 없음 (1년 이내 5번 이하)

이유: 사운드가 내 취향이 아님 ㅋㅋㅋㅋㅋㅋㅋ 막귀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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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1 1시간 전

    막귀는 아니고.. 리뷰해본적 없는 사람도 리뷰하게 만든다 잇츠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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