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거대한 제도나 장르에서 출발하지 않죠. 그건 작고 사소한 습관에서 시작되어 개인의 몸짓이나 반복된 행위가 집단 속에서 공유되며 관습이 되고, 관습은 집단의 태도로 굳어집니다. 태도는 단순한 외적 양식을 넘어, 가치와 정체성을 규정하는 내면화된 기준으로 발전하죠.
태도의 심화(문화화)는 장르 혹은 제도로 발현되어 사회 구조 속에 자리 잡게 되는 듯합니다. 습관 – 관습 – 태도 – 가치 – 제도(장르)라는 흐름으로 확장되며, 시간의 퇴적을 거쳐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문화. 문화는 단일하지 않고 국가, 지역, 성별, 직업 등 수많은 경계와 장르가 교차하며 서로 다른 층위를 만들어냅니다. 역사 속에서 그 다층적인 구조가 켜켜이 쌓여 현재의 무수히 많은 문화 층위를 만들어냈죠. 또한 문화는 과거의 기억과 태도를 담고 끊임없이 변주되는 현재의 실천을 움직입니다. 상호작용 속에서 재구성되며, 깎아내고 쌓아 올리며 새로운 층위를 계속 만들어가죠.
그 복잡한 층위에서 개인은 문화의 수동적 수용자가 아닌, 문화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선택하고 선언하는 존재입니다. 특정 층에 몸을 두거나, 새로운 흐름을 수용하거나, 기존의 경계를 넘어서는 선택은 모두 개인의 문화적 정체성의 선언인 거죠. 어쩌면 문화는 집단의 역사이자 동시에 개인의 선언 같습니다.
동시대의 문화 소비는 어느 때보다 평평한 장 위에서 수평적으로 이루어지는 듯합니다. 위계가 느슨해지고 한 개인 안에서 서로 다른 문화가 공존하기도 하죠. 그 혼종 또한 현대 문화의 특징이 아닐까 합니다. 이 가벼움과 자유는 혐오의 대상이 아니라, 살아 있는 문화의 증거 같은 거죠.
개인의 문화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지만, 문화의 개인화로 인해 그것이 판정의 대상이 된 건 아닐까 합니다. 다시 말해, 문화 = 집단의 내면화된 가치, 정체성의 역사이자 그 위를 걷는 개인의 선언(선택)임을 인정한다면, 문화는 판정의 대상이 아니라 살아 있는 문화로 “멋있게” 펼쳐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소모전을 멈추고 피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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