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쉬베놈은 대중에게도 친숙한 래퍼지만, 힙합씬에서도 유니크함을 꽤 알아주는 포지션에 있음
그래서 앨범의 전반부는 대중성을 챙기고 후반부로 갈수록 본인의 음악적 시도를 알차게 담은 것 같음
그리고 그 시도는 둘다 유효했는지 요즘같은 힙합 혐오 시대임에도 대중들에게 좋은 평가를 얻었고, 힙합 리스너들에게도 후반부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은 걸로 보임
개인적으로는 과거 메이저 래퍼들(에픽하이, 다듀, 리쌍 등)이 택했던 전략을 머쉬베놈에게서 보게 되는 게 뭔가 미묘함
요즘 한국 힙합씬에 염따나 재키와이 등의 앨범에서 90~00년대 테크노 감성? 같은 걸 많이 시도하는 걸 봐서는 제가 잘 모르는 어떠한 음악적 흐름이 있는 듯 한데, 이걸 대중에게 처음 전달하게 될 래퍼가 머쉬베놈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
솔직히 차트인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함 머쉬베놈 화이팅
머쉬베놈의 돌림판부터 AUTOMATIC까지의 1~4트랙은 대중들에게 굉장히 친숙한 음악들로 구성됨
휴게소에서든 밈으로든 접했던 이박사와 00년대의 상징인 거북이, 코요태 등의 친숙한 피처링과 대중에게 가장 잘 알려진 머쉬베놈의 랩스타일인 몰러유(쇼미 경연 가사라고 하네요)라는 곡이 그러함
그러다 피처링이 사라지는 띵띵땡땡부터는 대중성에서 멀어지는 변주가 시작되는데, 그 다음 재생되는 날다람쥐, 빠에, 오늘날 3연타는 머쉬베놈만이 낼 수 있는 유니크함이 정말 잘 담겨있음
후반부 트랙인 모나리자, 얼에는 머쉬베놈 특유의 주제의식과 가사에 오토튠을 입혔는데, 미묘한 조합이 새롭게 느껴졌음
그래서 저는 좋게 들었는데 이게 명반인가? 라고 물어보면 잘 모르겠다는 대답을 할 것 같아요(참고로 제가 이렇게 생각한 재건축, 가로사옥은 한대음 수상)
엘이에 자신있게 "이거 국힙 올해의 앨범임"하고 추천할 정도는 아닌데, 머쉬베놈을 좋아했던 친구가 앨범 발매소식을 모른다면 꼭 들으라고 사정사정할 정도의 앨범이라고나 할까요
하지만 오랫동안 기다리게 한 래퍼의 앨범이 기다린 가치가 있었다면 이건 분명히 좋은 앨범입니다 like 실크송
이렇게 멘트를 치고나니까 오랫동안 기다리게 만든 쌈디의 다크룸이 문득 떠올랐는데, 음악적 시도가 성공적이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론 다크룸보다는 좋은 평가를 주고 싶네요
앨범의 유기성도 챙기고 다양한 음악적 시도도 하고 대중성도 챙긴 머쉬베놈의 기획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다린 만큼의 가치가 나름 있긴 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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